스물세 석 제13부 비(比)
54화제94장 이름
조사원이 물었다. — 별책은 어디에 있는가.
기록계원이 답했다. — 별책이 무엇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 성명을 적은 책이 아닌가.
— 성명을 적은 것은 서명 용지 자체다.
— 그러면 별책은 궤짝인가.
— 궤짝이다.
— 궤짝은 1951년에 처리되었다.
— 그렇다.
— 그러면 이 칸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 가리키던 것을 가리킨다.
대장은 별책이 있다고 적었고 그 문장은 지금도 맞다. 별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진판 두 쪽은 원래 크기의 팔 할로 실렸다.
작은 글씨 여섯 자는 팔 할로 줄이면 읽히지 않는다. 그 여섯 자만 따로 떠서 옆에 붙였다.
부록에서 가장 크게 실린 글씨가 그 여섯 자다.
조선의원단 서기실 「보관 문서 정리 및 소각 지시서」 사본
1951년 3월 12일자. 손으로 베낀 한 장. 먹지를 대고 떴다.
특별위원회 조사실 접수 1988년 3월 9일. 제출자 이름은 조사 일지에만 적는다.
등사 원본과 대조할 수 없다. 원본은 남아 있지 아니한다.
칸은 항목·수량·근거 셋이고 목록은 네 줄이다.
아래쪽 서명란에 「書記 姜順永」이 있다.
사무국 기록과 소견 — 「베낀 필적과 서명의 필적이 같다.」
1989년 5월, 태우라고 적은 손과 태울 것을 베낀 손이 하나였다는 것이 조사 일지에 적혔다.
하나 — 문갑
대조를 청한 것은 조사원이 아니다. 위원회 서무다.
자료 제7권에 넣으려면 문서마다 출처와 진정성을 적어야 한다. 출처란에 「제출자 청에 의하여 기재하지 아니함」이라고 적으면 진정성란이 비게 된다.
비는 칸을 채우는 방법이 하나 있다. 문서 자체를 재는 것이다.
기록과가 잰 것은 두 가지다. 종이와 글씨다.
종이는 1950년 전후에 서기실에서 쓰던 갱지와 같은 계열이다. 먹지 자국이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밀려 있다. 왼손으로 눌러 가며 베낀 자국이다.
글씨는 두 군데를 보았다. 본문 네 줄의 항목명과 아래쪽 서명란이다.
조사원이 물었다. — 서명란도 베낀 것인가.
기록계원이 답했다. — 베낀 것이다.
— 자기 이름을 자기가 베끼면 서명인가 필사인가.
— 필사다.
— 그러면 이 종이에는 서명이 없는 것인가.
— 없다. 있는 것은 서명을 옮긴 글씨다.
— 그런데 필적은 같다.
— 같다. 옮긴 사람이 원래 쓴 사람이기 때문이다.
— 그것이 이 대조의 결론인가.
— 결론은 한 줄이다. 베낀 필적과 서명의 필적이 같다.
서명한 사람이 서명을 베꼈다. 지운 자리에 손자국이 남듯이 남는다.
문갑은 세 번 옮겨졌다.
1951년에는 서기실 책상 아래에 있었다. 1955년에 변호사 사무소로 갔고, 1969년에 사무소를 옮기면서 한 번 더 갔다.
세 번 다 옮긴 사람이 같다. 짐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1988년 3월에 조사실에 가지고 온 것도 문갑째다. 안에 든 종이는 넉 장이었고 그 가운데 한 장만 내놓았다.
나머지 석 장은 다시 넣어 가지고 갔다. 무엇인지는 묻지 않았고 조사 일지에도 적히지 않았다.
둘 — 절차가 아닌 것
조사원이 다시 찾아간 것은 1989년 5월이다. 대조 소견이 나오고 넉 달 뒤다.
물으러 간 것은 하나다. 왜 남겼느냐다.
조사원이 물었다. — 어째서 한 장을 더 떴는가.
그가 답했다. — 남기려고 뜬 것이 아니다.
— 그러면 무엇 때문에 떴는가.
— 그날 등사를 하고 나니 원지가 상해 있었다.
— 원지가 상하면 어떻게 하는가.
— 다시 긁는다. 다시 긁으면 글자가 달라진다.
— 달라지면 안 되는가.
— 목록은 뒤에 대조할 일이 있다. 대조하려면 같아야 한다.
— 그래서 손으로 떴는가.
— 손으로 뜨면 같다.
— 뜬 것을 어디에 두었는가.
— 문갑에 넣었다.
— 대조할 일이 있으면 서기실에 두어야 하지 않는가.
— 그렇다.
— 그런데 문갑에 넣었다.
— 넣었다.
— 왜 넣었는지를 그때 적었는가.
— 적지 않았다. 적을 칸이 없었다.

조사 일지의 다음 줄이 이 회차의 문장이다.
— 태우는 것은 절차였다.
— 남기는 것은 절차가 아니었다.
— 절차가 아닌 것만 남는다.
이 말은 겉으로 뒤집힌 말처럼 들린다. 뒤집히지 않았다.
절차 안에 든 문서는 보관 기한이 붙는다. 기한이 차면 목록에 오르고 목록에 오른 것은 처리된다. 처리되면 없어진다.
서기실 서기록 서른여덟 권이 그렇게 없어졌다. 기한이 이 년이고 이 년은 반드시 온다.
스무 해치 회기의 안건과 표 수와 스물세 사람의 표가 그 서른여덟 권에 있었다. 목록에는 「서기실 일지」 몇 권으로 적혔다.
남은 것은 그중 두 면을 뜬 사본 한 장이다. 그 한 장에는 기한이 붙지 않았다.
기한이 붙지 않은 까닭은 그 종이가 서기실 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기실 문서가 아닌 것은 서기실 목록에 오르지 않는다.
절차는 남기는 일을 하지 않는다. 절차가 하는 일은 없애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궤짝 열둘도 절차 밖에 있었다.
접수되지 않았으므로 접수일이 없고, 접수일이 없으므로 기한이 없다. 기한이 없는 문서는 보관 대상이 아니다.
절차 밖에 있었기 때문에 한쪽은 남았고 절차 밖에 있었기 때문에 한쪽은 없어졌다.
두 경우의 차이는 하나다. 누가 손으로 한 장을 떴느냐다.
궤짝 안의 종이는 삼십만 장이었다. 삼십만 장은 손으로 뜰 수 없다.
조사원이 물었다. — 궤짝도 한 장쯤 떠 둘 수 있지 않았는가.
그가 답했다. — 한 장을 뜨면 그 한 사람만 남는다.
— 한 사람이라도 남는 것이 낫지 않은가.
— 그 한 사람을 고르는 것은 내 일이 아니었다.
자료집 여덟 권에 실린 것 가운데 여러 장이 그런 종이다.
목록에 오르지 않아서 남았고, 목록에 오르지 않았으므로 어디에서 왔는지 적을 칸이 없다. 편찬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간 것이 출처란이다.
대조 소견과 이 문답은 자료 제7권에 실리지 않았다. 소견은 진정성란에 한 줄로 요약되었고 문답은 조사 일지에 남았다.
자료 제7권에 실린 것은 사본 한 장의 사진판이다. 아래쪽 서명란까지 그대로 떴다.
사진판에서는 그것이 서명인지 서명을 옮긴 글씨인지 보이지 않는다.
중의원 의석 재배분 특별위원회 최종보고서 부속 제2호 「제87회~제126회 표결 분석」
1989년 11월. 백여든 면. 조사원 셋이 작성했다.
대상은 제87회 제국의회부터 제126회 제국의회까지 마흔 회다. 통상회기와 임시회기를 합치면 아흔 회기다.
대상 표결은 중의원 본회의 표결 육천사백열두 회다. 위원회 표결은 넣지 아니한다.
원자료는 사무국 표결 기록과 조선의원단 서기실 표결부 사본이다.
분석 항목은 셋이다. 표차, 조선 선출 의원의 표 배분, 결과의 변경 여부.
부속 제2호의 결론은 백분율 하나다.
조선 의석은 아흔 회기 동안 결과를 바꾸었다. 바꾼 것이 대개 조선의 안건이 아니었다.
하나 — 아흔 회기
마흔 회를 아흔 회기로 세는 것은 통상회 밖에 임시회가 있기 때문이다. 한 회에 두 번 이상 모인 해가 절반쯤 된다.
육천사백열두를 아흔으로 나누면 한 회기에 일흔한 번이다. 회기가 짧을 때는 스무 번이 안 되고 예산이 붙은 회기에는 이백 번이 넘는다.
표결이 몰리는 것은 회기 끝의 사흘이다. 그 사흘에 한 해치의 삼분의 일이 지나간다.
세는 일은 조사원 셋이 나누어 했다. 안건 하나에 쪽지 한 장을 쓰고 쪽지에 회기와 안건명과 표차를 적었다.
쪽지가 육천사백열두 장이다. 조사실 벽 한 면을 스무 칸으로 나누어 회기별로 꽂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벽이 다 찼다. 벽이 다 찬 뒤에 상자로 옮겼다.
세는 데 걸린 것은 표결의 수가 아니라 표의 종별이다.
본회의 표결은 세 가지로 한다. 기립과 이의 없음과 기명 투표다. 세 가지 가운데 의원별 찬부가 남는 것은 기명 투표뿐이다.
나머지 둘에는 표차만 남는다. 누가 어느 쪽에 섰는지는 남지 않는다.
사무국 기록만으로는 조선 의석이 어느 쪽이었는지 알 수 없는 표결이 대부분이다. 그것을 아는 종이가 원내에 한 가지 있었다.
의원단 서기실 표결부다. 안건마다 스물세 칸을 그어 놓고 한 사람씩 적었다.
적은 이유는 분석이 아니다. 다음 회기에 회파와 교섭할 때 누가 지난번에 어느 쪽이었는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표결부는 회기마다 한 권이고 보관 기한은 이 년이다. 이 년이 지난 권은 목록에 올라 처리되었다.
1946년부터 1965년까지 스무 해치가 남은 것은 사본 때문이다. 1961년에 서기 하나가 사본을 만들어 사무소로 가지고 나갔다.
사무규정은 그것을 금하고 있다. 금지 조항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다.
위원장이 물었다. — 이 사본을 원자료로 쓸 수 있는가.
조사원이 답했다. — 쓰지 않으면 스무 해가 빈다.
— 반출 규정을 어기고 나온 종이다.
— 그렇다.
— 어긴 사람이 아직 살아 있는가.
— 살아 있다.
— 살아 있는 사람의 규정 위반을 보고서 부속에 적는가.
— 출처란에 적어야 한다.
— 적으면 어떻게 되는가.
— 서른 해 지난 사무규정 위반이다. 문책할 조항이 남아 있지 않다.
—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 이 표가 남는다.
스무 해의 표는 규정을 어기고 나온 사본 위에 선다. 서른 해 지난 위반에 문책 조항은 없다. 남는 것은 이 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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