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4부 원내(院內)
17화제28장 증원(增員)
넷 — 마지막 줄
여섯 줄 가운데 마지막 줄만 시제가 다르다.

앞의 다섯 줄은 1944년 국세조사를 인용하므로 과거다. 인구가 얼마였고 정수가 얼마였다는 문장이다.
마지막 줄은 현재다.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음.」
이 문장은 언제 읽어도 참이다. 1948년에도 참이고 1988년에도 참이다.
정수는 그렇지 않다. 정수는 법률에 적힌 수이므로 고치기 전에는 변하지 않는다.
한쪽은 해마다 변하고 한쪽은 고치기 전에는 변하지 않는다. 두 값이 벌어지는 속도가 이 편에서 계산되는 값의 정체다.
참인 문장은 반박되지 않는다. 반박되지 않는 문장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다투어지지 않는 문장은 통과되지도 않는다.
법안이 폐기된 날 서기록에 남은 기재는 한 줄이다.
「본 안건, 회기 종료로 인하여 폐기. 이유서 원본은 서기실 보관.」
이 줄은 그해 계류 목록의 첫 줄이기도 하다. 서기가 정한 서식대로 안건명과 제출일과 회부처와 마지막 날짜를 적었다.
원본은 그 뒤 여덟 번 서기실 밖으로 나갔다가 여덟 번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나간 것은 1985년이다. 그때는 원본이 아니라 사진판으로 나갔다.
조선의원단 서기실 「원외 청원 접수 및 반려 대장」
1946년 1월 개시. 반양장 한 권. 세로 괘선 여덟 칸.
칸은 접수번호 · 접수일 · 제출자 · 취지 · 연서인 수 · 심사 · 처리 · 이유다.
1948년 11월분은 제87호부터 제98호까지 열두 건이다.
열두 건의 처리란은 모두 같은 두 글자다.
「返戾」
이유란에 글씨가 있는 것은 열두 건 가운데 한 건이다.
하나 — 대장(臺帳)
가을에 조선 각지에서 청원이 올라왔다. 규약 제4조에 따라 의원단을 경유해야 한다.
경유해야 하는 까닭은 규약만이 아니다. 제국의회에 내는 청원은 의원의 소개를 요한다. 소개할 의원이 없으면 청원은 접수되지 않는다.
조선에서 올라오는 청원을 소개할 의원은 스물세 명 안에 있다. 밖에도 있을 수 있으나 밖에 있는 의원은 조선어로 쓴 서류를 읽지 않는다.
규약 제4조는 그 사정을 조문으로 옮긴 것이다. 옮긴 뒤에는 사정이 아니라 규정이 된다.
| 접수 | 제출지 | 취지 | 연서인 | 처리 |
|---|---|---|---|---|
| 제87호 | 경상북도 | 의원 정수 증가 | 1,140 | 반려 |
| 제89호 | 전라남도 | 의원 정수 증가 | 862 | 반려 |
| 제91호 | 경기도 | 선거인 자격 확대 | 2,307 | 반려 |
| 제94호 | 평안남도 | 선거인 자격 확대 | 1,455 | 반려 |
| 제98호 | 함경남도 | 의원 정수 증가 | 703 | 반려 |
열두 건의 연서인을 다 합치면 만 명을 조금 넘는다.
취지는 두 가지뿐이다. 정수를 늘리라는 것과 선거인 자격을 넓히라는 것이다. 두 가지가 같은 계산의 앞뒤라는 것을 제출한 쪽도 받은 쪽도 알고 있었다.
모은 쪽은 향교와 청년회와 학부형회다. 단체 이름이 제출자란에 적혀 있고, 그 아래 대표자 이름이 적혀 있다.
제87호의 제출지는 경상북도다. 우재현이 표를 받은 곳이다.
접수는 서기가 한다. 번호를 붙이고 날짜를 적고 부피를 재어 상자에 넣는다. 여기까지가 규약 제4조가 만든 절차의 전부다.
둘 — 빈 칸
청원 서식은 총독부 「청원 취급 규정」 서식 제1호를 따른다. 연서인마다 본적과 주소와 직업과 납세액과 성명을 적고, 성명은 창씨한 이름으로 적는다.
올라온 열두 건은 세 칸이 비어 있다. 본적과 납세액과 창씨명이다.
대조는 서기가 했다. 연서인 명부를 한 장씩 넘기며 빈칸을 세었다. 다 세는 데 나흘이 걸렸다.
심사란에는 그가 세 글자를 적었다. 「不備」와 「該當」과 「없음」 가운데 첫째다.
서기 강순영이 물었다. — 세 칸이 비어 있다. 어떻게 하는가.
우재현이 답했다. — 왜 비었는지 아는가.
— 안다.
— 말해 보아라.
— 창씨를 하지 않은 집이 아직 있다. 납세액은 낼 세가 없으면 적을 것이 없다.
— 본적은.
— 본적을 떼려면 부군청에 가야 하고 수수료가 든다. 서명한 사람마다 그것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 그러면 이 서류는 서식에 맞는가.
— 맞지 않는다.
— 맞지 않는 것을 접수하면 어떻게 되는가.
— 사무국에서 되돌아온다.
— 되돌아오면 누구의 이름으로 되돌아오는가.
— 의원단의 이름으로 되돌아온다.
서식은 총독부가 정했고 반려는 의원단이 한다. 창구가 하나이므로 그렇게 된다.
세 칸을 비운 것은 실수가 아니다. 비우지 않으면 서명이 모이지 않는다.
납세액을 적으라고 하면 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손을 뗀다. 조선에서 직접국세를 내는 사람은 인구의 백분의 일점오다. 서식을 다 채운 청원은 그 백분의 일점오만의 청원이 된다.
서식은 서명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정한다.
창씨명 칸은 조금 다르다. 신고하지 않은 집이 아직 남아 있고, 그 집 사람은 적을 이름이 없다.
빈칸으로 두면 서식 미비다. 본명을 적으면 서식 위반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고 어느 쪽을 골라도 같은 처리를 받는다.
셋 — 이유란
11월 18일 간사회에서 열두 건 전부를 반려하기로 정했다.
간사 하나가 물었다. — 우리가 고쳐서 올리면 되지 않는가.
우재현이 답했다. — 만 명의 본적을 우리가 뗄 수는 없다.
— 서식을 갖추지 않은 채로 올리면 어떻게 되는가.
— 사무국이 반려한다. 그러면 반려한 쪽이 사무국이 된다.

— 그편이 낫지 않은가.
— 낫지 않다. 사무국이 반려하면 우리를 거치지 않고 낸 것으로 처리된다. 규약 제4조가 무너진다.
— 제4조를 지키려고 반려하는가.
— 제4조를 지켜야 다음 것을 받을 수 있다.
— 다음 것이 오는가.
— 온다.
이유란은 우재현이 직접 썼다. 열두 건 가운데 채워진 것은 제87호 한 건이고, 나머지 열한 건에는 「제87호와 같음」이라고 적혀 있다.
「절차를 갖추어 다시 제출할 것.」
12월에 제87호의 대표자가 도쿄로 왔다. 배삯은 향교에서 냈다.
서기실에서 만났고 우재현은 회기 중이라 나오지 않았다.
대표자가 물었다. — 무엇이 모자란다고 했는가.
서기 강순영이 답했다. — 본적과 납세액과 창씨명이다.
— 그 셋을 채우면 되는가.
— 된다.
— 채우면 통과되는가.
— 그것은 다른 문제다.
— 다른 문제인 것을 알면서 채우라고 하는가.
— 채우지 않으면 그 다른 문제까지 가지도 못한다.
이 한 줄은 옳다. 서식이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옳은 것을 적었으므로 이 줄은 고쳐지지 않는다. 고칠 근거가 없는 줄은 서른아홉 해 뒤에 그대로 읽힌다.
반려 통지서는 서기가 등사해 열두 통을 만들었다. 본문은 두 줄이고 그중 한 줄이 이유란의 옮김이다.
통지서에는 언제까지 다시 내라는 기한이 없다. 기한을 적는 칸이 서식에 없기 때문이다.
반려한 서류는 제출자에게 되돌려 보냈다. 우편이 아니라 인편이다. 부피가 커서 소포로 부칠 수 없었다.
되돌아간 열두 건 가운데 서식을 갖추어 다시 온 것은 없다.
이듬해 봄에 온 것은 열두 건이 아니었다.
강순영 구술 『서기(書記) 사십 년』
조선변호사회 구술사료 제11집. 1994년 간행. 제3장 「손」.
채록자 주 — 제3장은 1948년 11월의 반려 건에 관한 것이다.
채록 중 구술자가 두 번 말을 멈추었다. 멈춘 자리는 「……」로 표시했다.
구술은 정리하여 평서로 싣는다.
제3장에는 문서 인용이 없다. 구술자가 대장 원본을 보지 않고 말했기 때문이다.
반려를 정한 것은 우재현이고 반려 대장을 쓴 것은 우재현이 아니다.
대장 열두 줄의 글씨는 전부 한 사람의 것이다. 이유란만 다르다.
제3장의 표제 「손」은 채록자가 붙였다. 구술자는 표제를 붙이지 말라고 했다가 교정지를 보고 그대로 두었다.
채록자가 물었다. — 대장의 글씨는 누구 것인가.
강순영이 답했다. — 내 것이다. 이유란만 그분이 쓰셨다.
—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서식이 틀린 것은 사실이었다.
— 사실이면 되는가.
— 그때는 그렇게 알았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적는 것이 서기의 일이라고 배웠다.
— 서식은 누가 가르쳤는가.
— 서기실에 들어온 첫 달에 배웠다. 총독부 서식집 한 권을 놓고 베꼈다.
— 베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칸이 있었는가.
— 없었다. 칸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칸은 비어 있을 뿐이다.
— 지금은 어떤가.
— ……
— 말하기 어려우면 넘어가겠다.
— 아니다. 말하겠다.
— 나는 사십 년 동안 서류를 봤다. 옳은 서류로 진 적이 많다.
— 옳은데 지는가.
— 옳은 것과 맞는 것은 다르다. 서식은 옳았고 그 서류는 맞았다.
— 그 차이를 언제 알았는가.
— 1985년이다. 판결문을 받아 든 날이다.
— 삼십칠 년 걸렸다.
— ……그렇다.
옳은 것과 맞는 것은 다르다. 그때는 몰랐다.
그는 구술에서 손 이야기를 두 번 한다. 한 번은 자기 손이고 한 번은 우재현의 손이다.
우재현의 글씨는 획이 굵고 끝이 뭉툭했다고 그는 말한다. 붓이 아니라 만년필을 눌러 쓰는 사람의 글씨였다.
이유란 한 줄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쓰기 전에 앉아 있던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돌려보낸 열두 건은 서식을 갖추어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듬해 봄에 온 것은 열두 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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