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1부 을안(乙案)
2화제2장 두 통
하나 — 초안
삼 개월이 무엇인지는 두 나라가 서로 다르게 셈하였다.

국무부 안의 계산은 이러하였다. 삼 개월이면 필리핀 방면의 항공대 증강이 끝나고 대중국 원조 항로가 한 철을 더 버틴다. 그 삼 개월은 사고 나면 되돌릴 수 있는 물건이다.
도쿄 안의 계산은 달랐다. 삼 개월이면 남부 불인에서 빼낸 병력이 다시 배에 오르고, 그동안 받은 민수용 유류가 저장고에 남는다. 그 삼 개월도 되돌릴 수 있는 물건이다.
양쪽이 같은 물건을 사고팔면서 각기 상대가 손해를 본다고 여겼다.
을안 넉 줄과 잠정협정안을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줄이 셋이다. 남부 불인 철병, 통상 복귀, 석유다. 연구는 이 겹침을 「궤를 같이한다」고 적었다.
두 통을 다 올릴 것인지가 22일과 24일 두 차례 논의되었다. 극동과장이 물었고 담당 서기관이 답하였다.
— 두 통을 다 올리는가.
— 올린다.
—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인가.
— 아니다. 하나를 먼저 내고 깨지면 다음을 낸다는 것이다.
— 순서를 적어 두는가.
— 적지 않는다. 적어 두면 뒤의 것이 먼저 읽힌다.
두 통 가운데 한 통은 상대가 열흘 전에 낸 문서와 절반이 같았다.
둘 — 스무 시간
25일 정오부터 26일 아침까지 무엇이 왔는지는 다 남아 있다.
세 가지다. 중국 측의 항의, 영국 수상의 전보, 대만 남쪽에서 남으로 내려가는 수송선단 목격 보고다.
연구는 이 셋의 도착 시각을 다 확인하였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이 셋과 25일 밤 사이의 연결이다.
셋 가운데 앞의 둘은 잠정협정을 반대하는 문서다. 중국은 자기가 빠진 자리에서 자기 몫이 흥정된다고 적었고, 영국 수상은 중국이 무너지면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적었다. 뒤의 하나는 반대하는 문서가 아니라 목격 보고다.
연구가 삼 년을 쓴 자리가 이 대목이다. 반대 둘과 목격 하나가 전부 도착하였는데도 초안이 서랍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셋 가운데 어느 것도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결정적인 것은 따로 있어야 한다. 조사원 다섯 명은 그것을 찾지 못하였다.
국무장관 각서가 25일 자로 한 장 남아 있다.
— 사흘 안에 저쪽이 움직인다는 보고를 받았다.
— 보고가 사실이면 잠정협정은 석 달을 얻는 대신 사흘을 잃는다.
— 사흘은 셀 수 있다. 석 달은 셀 수 없다.
— 셀 수 없는 것을 파는 것이 이 부(部)의 오랜 습관이었다.
각서는 여기서 끝난다. 다음 장이 없고 결재란도 비어 있다.
26일 자 육군장관 일기에는 다른 것이 적혀 있다.
— 어제 저녁에는 그것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 오늘 아침에는 없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 두 이야기를 같은 사람에게서 들었다.
연구는 이 세 줄을 놓고 여섯 쪽을 썼다. 여섯 쪽의 결론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할 수 없는 이유는 후보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날 밤 그 방에 드나든 사람이 적어도 아홉이고 아홉의 기록이 서로 어긋난다.
연구가 확정한 것은 스무 시간이 지난 뒤에 초안이 아직 책상 위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셋 — 각주
제3장의 마지막 절은 한 쪽 반이다. 조사원 다섯 명의 공동 명의로 적혀 있다.
— 우리는 그 스무 시간에 무엇이 오갔는지 적을 수 없다.
— 원인을 적으면 그 뒤의 모든 것이 원인의 결과로 읽힌다. 우리는 결과를 아직 다 세지 못하였다.
— 그러므로 우리는 그날 밤에 무엇이 남았는가만 적는다.
— 종이 한 통이 서랍에 들어가지 않았다.
— 그 한 통은 삼 개월짜리였다. 삼 개월 뒤에 무엇을 한다는 조항은 그 안에 없었다.
삼십칠 년을 조사하고 스무 시간을 적지 못하였다.
제3장의 각주는 118개다. 마지막 하나는 본문의 어느 문장에도 붙어 있지 않다.
「해당 시각의 방문 기록은 이관 시에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원본 확인 불가.」
참모본부 전쟁지도반 반원 수기 · 1963년 유족 공개분
대학 노트 넉 권. 표지에 제목이 없다. 1941년 9월부터 1942년 4월까지의 기록이다.
필자는 1940년 여름에 전쟁지도반에 배속되었다. 계급과 성명은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아니한다.
본문의 인명은 전부 직명으로 고쳤다. 고친 자리에는 각주를 달지 아니하였다.
방위연수소 전사실 편 『전쟁지도반 관계 자료』 제2집, 1963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답이 먼저 왔다.
하나 — 가분(可分)
이 방에서 같은 물음이 두 해 되풀이되었다. 영국령만 치면 미국은 오는가.
육군은 오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것을 영미가분이라 불렀다. 해군은 온다고 보았다. 이것을 불가분이라 불렀다.
물음이 시작된 것은 1940년 7월 시국처리요강부터다. 북쪽이 막히자 남쪽으로 돌았고, 남쪽에는 영국령과 네덜란드령이 있었다. 영국령을 치는 계획은 그날부터 서랍에 있었다.
가분론은 문서에 남아 있다. 1941년 6월 6일 대남방시책요강이다. 반장이 그 두 줄을 벽에 붙여 두었다.

— 남방에 대한 무력행사는 원칙적으로 미영과의 전쟁이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 그친다.
— 다만 미국이 대일 포위를 가중하여 제국의 자존을 위협하는 경우에는 자존자위의 무력을 행사한다.
— 반장은 붙여 놓고 아래에 적었다. 아래 줄이 위 줄을 지운다.
두 달 뒤에 석유가 끊겼다. 아래 줄의 요건이 채워졌다.
수기의 첫째 권에 9월 18일 문답이 있다.
— 영국령만 치면 미국은 오는가.
— 육군 측이 답하였다. 오지 않는다.
— 해군 측이 답하였다. 온다.
— 반장이 다시 물었다. 근거는.
— 육군 측 — 미국 여론은 아시아를 위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 해군 측 — 필리핀이 항로 옆에 있다. 옆을 지나가면서 손대지 않기는 어렵다.
— 나는 두 답을 다 적었다. 적고 나서 보니 둘 다 추측이었다.
— 추측 둘이 부딪히면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긴다. 그해 가을에 큰 쪽은 해군이었다.
두 해를 다툰 물음에 양쪽 다 근거를 내놓지 못하였다.
둘 — 무승부
12월 1일 오전 영시가 지났다. 무력 발동은 중지되었다.
이 방의 사람들이 그것을 안 것은 이튿날 아침이다. 수기 둘째 권 첫 장이 12월 2일이다.
— 오늘 가분론이 옳았다는 말을 세 번 들었다.
— 가분론이 옳았던 것이 아니다. 시험하지 않았을 뿐이다.
— 시험하지 않은 명제는 참도 거짓도 아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참으로 쓰인다.
— 미국은 우리가 옳아서 빠진 것이 아니다. 저쪽의 사정으로 빠졌다. 저쪽의 사정을 우리는 모른다.
— 모르는 이유로 얻은 결과를 우리는 곧 우리의 판단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이 방에서 무엇을 하자고 할 때마다 12월 1일이 인용될 것이다.
— 나는 그것을 막을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도 가분론 쪽에 서명하였다.
협정은 삼 개월짜리였다. 삼 개월 뒤에 무엇을 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기한이 끝나고 남방군이 나간 곳은 영국령 말레이와 네덜란드령 인도다. 필리핀에는 손대지 않았다.
손대지 않은 까닭은 가분론이 옳아서가 아니다. 손대면 삼 개월 동안 받은 것을 되돌려 놓아야 하고, 되돌려 놓을 유류가 저장고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뒤로 이 방에서 가분론은 논쟁이 아니라 전제가 되었다. 전제는 근거를 대지 않아도 되는 문장이다.
전제가 하나 생기면 그 위에 계획이 얹힌다. 얹힌 계획은 전제를 다시 검사하지 않는다. 검사하려면 계획을 내려놓아야 하고, 내려놓을 사람은 그 계획으로 자리를 얻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험되지 않은 명제가 그 뒤 십 년의 근거가 되었다.
수기는 넉 권이다. 넷째 권은 1942년 4월에서 끊긴다. 뒤쪽 예순 쪽이 백지다.
끊기기 전 마지막 장에는 한 줄만 있다.
「그때 물어보았어야 했다.」
무엇을 물어보아야 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남방군 총사령부 「작전 구역 일람」 및 「유류 수급표」 · 1942년 2월
등사 갱지 석 장. 갑호는 작전 구역, 을호와 병호는 유류 수급이다.
좌상단에 군기(軍機) 도장. 배포처는 열한 곳이며 배포 번호가 손으로 적혀 있다.
을호와 병호는 매월 개정한다. 갑호에는 개정 항목이 없다.
방위연수소 전사실 소장 남방군 관계 문서철 제4철
1942년 2월, 남방군 총사령부가 종이 석 장을 인쇄하였다.
갑호는 넉 줄이다.
| 부대 | 작전 구역 | 비고 |
|---|---|---|
| 제25군 | 말레이·싱가포르 | — |
| 제16군 | 자바·수마트라·보르네오 | — |
| 제15군 | 태국·버마 | — |
| 제14군 | — | 대상 외 |
제14군은 편성되어 있다. 구역란만 비어 있고 비고란에는 넉 자가 들어 있다.
이 넉 자는 손으로 쓴 것이 아니다. 인쇄되어 있다.
인쇄되어 있다는 것은 인쇄판을 뜰 때 이미 그렇게 짜였다는 뜻이다.
배포처 가운데 한 곳이 조회하였고 총사령부가 회신하였다.
— 갑호 제14군 항의 「대상 외」는 인쇄인가 가필인가.
— 인쇄다.
— 개정 예정이 있는가.
— 없다.
— 개정 항목이 없는 표를 매월 배포하는 까닭은.
— 배포처가 열한 곳이다. 한 곳이라도 구역을 달리 알면 구역이 겹친다.
— 겹치면 어떻게 되는가.
— 유류가 겹치는 쪽으로 간다.
넷째 권은 1942년 4월에서 끊긴다. 마지막 장의 한 줄 — 「그때 물어보았어야 했다.」 무엇을 물었어야 했는지는 끝내 적히지 않았다.
남은 56화 · 약 195,905자 · 약 4시간 40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