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9부 각하(却下)
36화제65장 각하(却下)
넷 — 등본 한 통
강순영은 등사 원지를 밀어 사백열한 장을 만들었다. 문면은 다섯 줄이다.

첫 줄에 소가 각하되었다고 적었다. 둘째 줄에 각하는 청구가 이유 없다는 뜻이 아니라고 적었다. 셋째 줄에 상소가 없다고 적었다.
넷째 줄과 다섯째 줄은 다음에 다시 소를 낼 수 있는 조건이다. 선거가 다시 있어야 하고, 그때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원이 물었다. — 우편료는 소송비용에 드는가.
강순영이 답했다. — 들지 않는다.
— 소송비용은 원고 부담으로 정해지지 않았는가.
— 정해졌다. 그 계산에 이 우편료는 없다.
— 계산에 없으면 누가 내는가.
— 내가 낸다.
— 왜 보내는가. 절차에 없는 일이다.
— 절차에 없으니까 보낸다.
돌아온 것이 스물여섯 통이다. 수취인 부재이거나 주소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돌아온 스물여섯 통은 버리지 않고 명단 별지 옆에 끼워 두었다. 두 해 뒤에 그 스물여섯이 무엇이었는지가 밝혀진다.
소는 사람 사백열한이 아니라 당사자 하나로 진행되고, 절차가 끝나면 다시 사백열한 사람으로 흩어진다.
강순영은 결정문 등본을 받은 날 이유 두 줄을 등사 원지에 옮겨 적었다.
옮긴 것을 사무소 벽에 붙였다. 외우려고 붙인 것이 아니다. 다음 소장의 첫 장에 그 두 줄을 그대로 인용할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벽에 붙은 종이는 그 뒤 넉 해 동안 한 장이었다.
『대심원 민사 판례집』 제22권 제11호
1969년 3월 간행. 대심원 조사관실 편. 1968년(민) 제17호 결정 수록분은 아홉 쪽이다.
판시사항 — 의원 정수의 배분이 헌법에 적합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하는 선거 무효의 소의 적부(適否).
결정 요지 — 법률이 헌법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권한은 재판소에 없다. 그것을 전제로 하는 소는 부적법하다.
이유 — 스물두 줄. 당사자에게 송달된 정본의 두 줄은 이 스물두 줄의 끝 두 줄이다.
재판관 가와이 노부오(河合信雄)의 보충 의견 — 세 줄.
조선어 번역은 『조선 선출 의원 사십오 년 자료집』 제5권 수록
등본에 없던 것이 판례집에 있다.
하나 — 스물두 줄
결정에는 이유의 요지를 적으면 족하다.
판결은 그렇지 않다. 판결에는 이유를 적어야 하고, 적지 않으면 그 자체가 위법이다. 결정은 다르다. 요지로 족하다는 것은 나머지를 적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본은 두 줄이었다. 두 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두 줄로 족한 것이다.
원본은 스물두 줄이다.
앞의 다섯 줄은 원고의 주장을 정리한다. 다음 여섯 줄은 헌법 제19조 제2항이 확인 규정인지 창설 규정인지를 다룬다.
다루고 정하지 않는다. 열한째 줄에 그 이유가 있다. 그것을 정하지 않아도 이 사건은 끝난다는 것이다.
열두째 줄부터 스무째 줄까지가 심사권이다. 마지막 두 줄이 정본에 실린 두 줄이다.
여섯째 줄부터 열한째 줄까지를 따로 읽으면 이 결정은 다른 결정처럼 보인다.
여섯째 줄은 정부의 주장을 적는다. 제2항은 이미 이르러 있는 상태를 확인한 것이므로 그 항으로 새로 구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일곱째 줄은 그 주장에 무리가 있다고 적는다. 확인이라 하려면 확인되는 상태가 먼저 있어야 하고, 원고는 그 상태가 없다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여덟째 줄부터 열째 줄까지는 그러므로 이 항이 무엇인지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는다.
열한째 줄이 그 흐름을 끊는다. 정하지 아니한다고 적는다.
정하지 않는 이유는 한 줄이다. 정하여도 이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달라지지 않는 까닭은 그다음 아홉 줄에 있다. 이 항이 무엇이든 그것을 가지고 법률을 심사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섯 줄은 문을 열고 한 줄이 닫는다. 열린 동안 그 문 안쪽이 판례집에 적혔다.
조사관보가 물었다. — 판시사항에 제19조를 넣는가.
조사관이 답했다. — 넣지 않는다.
— 원고의 주장은 그 항이다.
— 결정이 그 항을 판단하지 않았다.
— 다섯 줄을 썼다.
— 다섯 줄은 주장의 정리다. 정리는 판단이 아니다.
— 판시사항에 없으면 색인에도 없다.
— 없다.
— 그러면 이 결정은 헌법 항목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 찾아지지 않는다. 소의 적부에서 찾아진다.
— 뒤에 이 항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 그 사람은 이 결정을 못 찾는다.
판례집에서 한 결정이 무엇에 관한 결정인지 정하는 것은 재판부가 아니라 그 두 줄을 붙이는 사람이다.
둘 — 법률에 의하여
헌법 제57조는 사법권을 재판소가 행한다고 적는다. 그 앞에 넉 자가 붙어 있다.
법률에 의하여.
이 결정의 열두째 줄부터 스무째 줄까지가 그 넉 자의 풀이다. 법률에 의하여 재판하는 자는 그 법률을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결정이 만든 논리가 아니다. 1889년 이래의 취급이다.
재판소는 명령과 처분은 심사한다. 명령이 법률에 어긋나면 그 사건에 적용하지 않는다. 처분이 법률에 어긋나면 취소한다.
그 자는 아래에서만 쓰인다. 처분과 명령 사이, 명령과 법률 사이에서 쓰인다.
법률과 헌법 사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여든 해 동안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강순영이 물었다. — 여든 해 동안 한 번도 없는가.
조사관이 답했다. — 없다.
— 심사해 달라고 한 사건은 있었는가.

— 있었다. 스무 건쯤 된다.
— 어떤 사건이었는가.
— 조세가 여섯, 징발이 넷, 신문지법이 셋이다. 나머지는 잡다하다.
— 그 스무 건은 어떻게 끝났는가.
— 전부 이 결정과 같은 이유로 끝났다.
— 그러면 이유는 하나뿐인가.
— 하나뿐이다.
— 이유가 하나뿐인 것은 튼튼한 것인가.
—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 왜인가.
— 이유가 여럿이면 하나가 무너져도 남는다. 하나면 그 하나가 전부다.
재판소는 자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자로 맨 위 한 칸을 재지 않기로 여든 해 동안 되어 있었다.
여든 해 동안 없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없었다는 것은 무겁다. 재판소가 어제까지 하지 않은 일을 오늘 하려면 어제까지 하지 않은 이유를 먼저 치워야 한다.
이 결정은 그 이유를 스물두 줄로 적었다. 적어 놓은 이유는 치우기 쉬운 이유다. 적히지 않은 이유는 치울 자리가 없다.
셋 — 세 문장
보충 의견은 정본에 실리지 않는다. 재판관의 의견은 원본에만 붙이는 것이 대심원의 취급이다.
그래서 원고는 그것을 이듬해 판례집에서 처음 읽는다. 결정이 고지된 지 넉 달 뒤다.
세 줄이다.
— 본원에 법률을 심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과, 심사되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 권한은 헌법이 정하고, 심사되어야 할 것은 사실이 정한다.
— 권한이 없는 동안에도 그것은 없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있다. 본 의견은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이 줄은 형식이다. 보충 의견에는 다 붙는다.
사무원이 물었다. —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무엇을 하는 문장인가.
강순영이 답했다. —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그러면 왜 썼는가.
— 나도 그것을 묻고 싶다.
— 물을 수 있는가.
— 없다. 재판관에게 왜 그렇게 썼는지 묻는 절차는 없다.
— 그러면 이 세 줄은 어디에 쓰는가.
— 아무 데도 못 쓴다. 이 결정은 끝났고 상소가 없다.
— 그러면 왜 베끼는가.
— 지금 못 쓰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다르다.
그는 열두 해 전에 서기석에서 한 줄을 여백에 적은 일이 있다. 그때 적은 것은 문장에 관한 것이었다.
그 여백의 종이는 아직 있다.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지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것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넷 — 다른 넷
결정은 다섯 재판관의 합의다.
보충 의견을 붙인 것은 하나다. 나머지 넷은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
합의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말했는지, 세 문장이 합의석에서 나온 말인지 뒤에 혼자 쓴 글인지도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순서다. 판례집은 재판관의 이름을 재판장부터 적는다.
가와이 노부오는 다섯 가운데 넷째다. 넷째는 발언 순서가 아니라 임명 순서다.
조사관보가 물었다. — 보충 의견을 실을지 말지는 누가 정하는가.
조사관이 답했다. — 정하는 것이 아니다. 원본에 붙어 있으면 싣는다.
— 빼는 일은 없는가.
— 없다. 빼면 원본과 달라진다.
— 그러면 이 세 줄은 반드시 실린다.
— 실린다.
— 정본에는 실리지 않는데 판례집에는 반드시 실리는가.
— 그렇다.
— 그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 이상하다. 다만 오래된 취급이라서 아무도 고치지 않는다.
당사자가 못 읽는 문장이 책방에서는 팔린다.
가와이 노부오는 1971년에 정년으로 물러난다.
물러난 뒤 그가 이 사건에 관하여 쓴 글은 없다. 강연도 없고 회고도 없다.
세 문장이 그가 이 사건에 관하여 남긴 전부다.
다섯 — 색인(索引)
판례집 권말에는 색인이 셋 붙는다. 사항 색인, 법령 색인, 연월일 색인이다.
이 결정은 사항 색인에서 한 항목에만 오른다. 「선거소송 — 소의 적부」다.
법령 색인에는 중의원의원선거법 별표 제2와 헌법 제57조가 올랐다. 헌법 제19조는 오르지 않았다.
원고가 두 해를 들여 이름을 모으고 넉 줄을 쓴 그 항은 색인에 없다.
당사자가 못 읽는 세 문장이 책방에서는 팔린다. 두 해를 들여 이름을 모아 내세운 조항은 색인에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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