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10부 사정(事情)
40화제71장 사정(事情)
둘 — 사정(事情)
— 선거를 무효로 하면 당해 선거구의 의원이 없어진다.

— 없어진 자리는 재선거로 채워진다. 재선거는 시정되지 아니한 배분 아래에서 다시 치러진다.
— 즉 무효 판결은 위법을 한 번 더 되풀이하게 한다.
— 또한 그 사이 국회는 당해 선거구의 대표 없이 시정 입법을 하게 된다.
— 그러므로 본원은 위법을 선언하되 선거를 무효로 하지 아니한다.
고치라고 명하는 판결은 고칠 사람을 없애지 않는 방법으로만 나온다.
해설 제2장의 마지막 문단은 짧다. 본 판결은 법률의 효력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문장이다.
위법한 것은 선거이지 별표가 아니다. 별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해설 제2장에는 주가 셋 붙어 있다. 앞의 둘은 인용한 판례를 밝히는 주고, 셋째가 두 줄이다.
— 외지 선거구와 내지 선거구 사이의 비에 관하여는 본 판결이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 당사자가 그 점을 주장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주는 판단하지 않은 것을 적어 두는 자리다. 적어 두면 다음 사람이 그것을 들고 온다.
셋 — 열쇠
1976년 5월, 강순영의 사무소에 그해 판례집이 왔다. 그는 쉰다섯이고 스무 해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그해 봄 사무소에 사람은 셋이다. 그와 사무원 하나와 서류를 나르는 아이 하나다.
스무 해 전 의원단 서기실에는 여섯이 있었다.
1972년 판결 뒤로 넉 해 동안 그는 소를 내지 않았다. 낼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낼 자리가 없어서다.
그 넉 해에 그가 한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구 조사를 구 단위로 다시 나누는 일이고, 하나는 표결부를 세는 일이다.
표결부는 서기 시절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십 년치이고 규정 위반이다. 그는 그것을 스무 해 동안 한 번도 법정에 내지 않았다.
판결문은 열아홉 쪽이다. 그가 첫날에 읽은 것은 주문 한 쪽이다.
사무원이 물었다. — 이것은 내지 사건이다.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강순영이 답했다. — 주문의 형식이 생겼다.
— 무슨 형식인가.
— 위법임을 선언하고 청구는 기각하는 형식이다.
— 그것은 지는 것이 아닌가.
— 우리는 다섯 해 전에 소장 끝에 한 줄을 넣었다. 판단을 구하는 것이지 무효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 기억한다. 그때 그 줄이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다.
— 그때는 그런 주문이 없었다. 없는 것을 달라고 적은 것이다.
— 이제는 있다.
— 있다. 내지 사람이 만들어 놓았다.
다섯 해 전에 그가 적은 문장이 이제 판결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넷 — 자물쇠
이튿날 그는 이유를 읽었다.
이유 가운데 무효로 하지 않는 대목이 두 쪽이다. 그는 그 두 쪽을 세 번 읽고 사무원을 불렀다.
강순영이 말했다. — 무효로 하지 않는 이유를 소리 내어 읽어라.
사무원이 읽었다. — 의원이 자격을 잃으면 시정을 위한 입법이 그 의원 없이 행하여진다.
— 그 문장을 조선에 옮겨 놓아라.
— 조선 제3구의 선거를 무효로 하면 그 구의 의원이 자격을 잃는다.
— 더 옮겨라.
— 조선 전체를 다투면 스물세 사람이 자격을 잃는다.
—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 조선 선출 의원이 없는 국회가 조선 정수를 고치게 된다.
— 재판소가 그것을 허락하겠는가.
— 허락하지 않는다.
— 그러므로 우리 사건에는 이 법리가 반드시 붙는다. 붙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 그러면 몇 석이어야 무효를 받는가.
— 영(零)이다.
— 영이면 원고도 없다.
— 그렇다.
그는 이 계산을 그날 종이에 적지 않았다. 적어 두면 언젠가 상대가 먼저 읽는다.
스물세 석은 우리가 이길 때 우리를 막는 유일한 근거다.
이 법리가 붙는다는 것은 두 가지를 뜻한다.
하나는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효를 구하지 않으면 재판소가 무효를 겁내지 않아도 된다.
하나는 이겨도 그 자리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리를 옮기는 것은 판결이 아니라 법률이다.
별표를 건드리려면 선거의 위법이 아니라 법률의 효력을 물어야 한다.
그것을 물으려면 재판소에 그 권한이 있어야 하고, 1968년에 대심원은 그 권한이 없다고 했다.
권한이 없다는 그 결정에는 보충 의견이 하나 붙어 있었다. 그해 아무도 인용하지 않은 세 문장이다.
그는 그 세 문장이 몇 권 몇 쪽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그는 사무원을 보내고 혼자 남아 해설이 아니라 판결문 쪽을 베꼈다.
베낀 것은 두 대목이다. 하나는 위법을 선언한다는 주문이고, 하나는 무효로 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다.
두 대목을 한 장에 나란히 놓으면 앞의 것이 열쇠고 뒤의 것이 자물쇠다. 열쇠와 자물쇠가 한 문장에서 나왔다.
베낀 종이는 사무소 서랍 맨 아래 칸에 들어갔다. 그 칸에는 1968년 결정문 사본과 1972년 판결문 사본이 이미 있다.
세 벌이 연도 순서로 놓였다. 각하와 기각과 위법 선언이다.
그는 판례집을 덮고 표지 안쪽에 연월을 적었다. 1976년 5월이다.
그 아래에 적을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몇 해 뒤에 낼 소의 이름이다.
그 줄은 그날 적지 않았다.
『제국 헌정사』 문부성 검정 고등학교용 · 1979년판 제18장
검정 1978년. 발행 1979년 4월. 제18장의 표제는 「전후 헌정의 성숙」이고 넉 쪽이다.
그중 반 쪽이 1976년 4월의 판결이다. 본문은 이렇게 적는다.
— 재판소는 오랫동안 선거구의 정수 배분을 국회의 재량으로 보아 왔다. 1976년의 위헌 판결은 사법이 그 재량에 한계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우리 헌정의 성숙을 보여 준다.
같은 쪽 아래 각주는 한 줄이다. — 당시 선거구 사이의 격차는 약 1대 5였다.
이 넉 쪽에 없는 숫자가 하나 있다.
하나 — 성숙(成熟)
교과서가 쓴 말은 위헌이다.
판결이 쓴 말은 위법이다. 판결은 선거가 위법하다고 했고 법률의 효력은 판단하지 않았다.
두 말 사이에 별표가 있다. 위헌이면 별표가 흔들리고 위법이면 별표는 그대로다.
교과서 본문에 사정판결은 나오지 않는다. 선거가 무효가 되지 않았다는 말도 없다.
그 대목은 이렇게 적혀 있다. — 판결은 시정을 국회에 맡겼다.
맡겼다는 말은 판결이 무엇을 준 것처럼 읽힌다. 그 자리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집필은 세 사람이 나누어 했고 제18장은 한 사람이 맡았다. 그가 낸 원고에는 위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검정은 두 해가 걸린다. 1977년에 원고를 내고 1978년 가을에 의견을 받고 이듬해 봄에 책이 나온다.
의견에 등급은 없다. 고치라는 것과 고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같은 서식에 같은 크기로 적힌다.
제18장에 붙은 의견은 한 줄이다.
조사관이 말했다. — 이 대목은 위헌 판결로 고치는 것이 좋다.
집필자가 물었다. — 판결이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다.
— 학생은 위법과 위헌을 구별하지 못한다.
— 그러면 구별을 가르치면 된다.
— 이 장은 넉 쪽이다.
— 넉 쪽에 그 구별을 못 넣는가.
— 넣으면 다른 것을 뺀다. 무엇을 뺄 것인가.
— 그 물음은 검정 의견인가.
— 아니다. 그것은 편집의 문제다.
넉 쪽이 정확보다 먼저 정해져 있었다.
집필자는 위법을 위헌으로 고쳤다. 대신 각주에 판결이 법률의 효력을 판단하지 않았다는 한 줄을 넣자고 했다.
그 줄은 검정을 통과했다. 그리고 조판에서 빠졌다. 각주 자리가 한 줄뿐이었고 그 한 줄에 격차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빠진 경위는 검정 서류에 남지 않는다. 검정은 원고를 보고 조판은 인쇄소가 한다.
편집자가 말했다. — 각주 자리는 한 줄이다.
집필자가 물었다. — 두 줄로 늘릴 수 없는가.
— 늘리면 본문이 한 줄 밀린다. 밀리면 다음 쪽이 밀린다.
— 다음 쪽에 무엇이 있는가.
— 사진이다. 판결이 나던 날 법정 앞이다.
— 그 사진에 사람이 몇인가.
— 세지 않았다.
— 그러면 그 사진은 무엇을 보이는 사진인가.
— 그날이 있었다는 것을 보인다.
각주에 남은 한 줄은 격차다. 약 1대 5라고 적혀 있다. 약이라는 글자는 4.99를 올려 적었기 때문에 붙었다.
둘 — 팔점일
국세조사는 다섯 해마다 한다. 1976년에 쓸 수 있는 가장 나중 조사가 1975년 조사다.
판결이 햇수를 센 시작점도 조사가 나온 해다. 집필자는 판결이 쓴 방법을 그대로 조선에 대어 보았다.
제18장에서 외지가 나오는 곳은 한 군데다.
한 줄이고 이렇게 적혀 있다. — 이 밖에 외지 선출 의원의 정수에 관하여도 논의가 있다.
논의가 있다는 문장에는 값이 없다.
집필자의 원고에는 그 뒤에 두 줄이 더 있었다.
두 줄에 든 값은 그가 국세조사에서 직접 계산한 것이다. 계산은 이렇다.
1975년 조사에서 조선 인구는 사천이백사십만이고 내지 인구는 일억 천백삼십만이다. 조선 정수는 스물셋이고 판결이 나던 때 내지 정수는 사백구십하나다.
조선은 한 석에 백팔십사만이고 내지는 한 석에 이십이만 칠천이다. 앞의 것을 뒤의 것으로 나누면 8.1이다.
판결이 위법이라고 한 값은 4.99다. 집필자가 계산한 값은 그보다 크다.
큰 쪽은 판단되지 않았다. 그 값을 주장한 소가 없어서가 아니다. 1968년과 1971년에 조선에서 두 번 났고, 두 번 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끝났다.
판결이 위법이라 한 값은 4.99, 집필자가 계산한 조선의 값은 8.1이다. 큰 쪽을 주장한 소는 두 번 있었고 두 번 다 이 판결 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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