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11부 주문(主文)
46화제82장 변론(辯論)
하나 — 회부(回附)
회부 결정문은 한 줄이다. 본건을 대법정에서 재판한다는 것뿐이다.

이유는 적히지 않는다. 회부에 이유를 적는 절차가 없다.
그래서 이 한 줄은 대법정이 판례를 바꾼다는 뜻이 아니다. 바꿀지 말지를 소법정이 아니라 대법정이 정한다는 뜻이다.
회부 통지는 등기로 왔다. 봉투 안에 든 것은 결정 등본 한 장과 기일 지정 예고 한 장이다.
사무소에서는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었다. 상고 이유서는 이미 넉 달 전에 냈고, 회부는 이쪽이 낸 서면에 대한 답이 아니다.
우형선이 물었다. — 회부되면 이긴 것인가.
강순영이 답했다. — 아니다.
— 그러면 무엇인가.
— 문 앞까지 온 것이다.
— 앞의 두 번은 문 앞에도 못 왔는가.
— 못 왔다. 소법정에서 끝났고, 이 종류의 사건으로 회부된 일은 열여섯 해 동안 없었다.
— 그러면 이 한 줄이 열여섯 해 만인가.
— 그렇다. 다만 그 열여섯 해를 이 한 줄에 적어 놓지는 않았다.
십육 년 동안 닫혀 있던 것은 문이 아니라 회부라는 절차였다.
둘 — 고도(高度)
제3장은 피상고인의 답변이다. 지정대리인 셋이 나왔다.
답변의 뼈대는 하나다. 의원 정수의 배분은 입법부의 재량에 속하므로 재판소가 심사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뼈대는 1972년 판결이 받아들인 것과 같다. 그 판결에서 재량이라는 말은 열한 번 나왔다.
열두 해 전에 그 열한 번을 세어 표로 만든 사람이 이날 상고인석에 앉아 있다.
답변서는 예순 쪽이고, 그 가운데 열아홉 쪽이 1972년 판결의 인용이다. 인용된 대목은 전부 재량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로 쓴 것은 앞의 여섯 쪽과 뒤의 두 쪽이다. 나머지는 열두 해 전 것을 옮겼다.
제4장은 석명이다. 재판장이 묻고 배석 재판관 둘이 이어서 물었다.
조서에서 이 장이 가장 길다. 열두 장 가운데 넉 장이다.
재판장이 물었다. — 별표 제2의 스물셋은 무엇을 근거로 정하여진 수인가.
피상고인 지정대리인이 답했다. — 입법부의 재량으로 정하여진 수다.
— 재량에도 고려한 것이 있다. 무엇을 고려한 재량인가.
—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다.
— 무엇이 고도인가.
— 제국 전체의 통합과 균형에 관한 것이므로 그러하다.
— 그 판단을 적은 문서가 있는가.
— 이 자리에는 없다.
— 이 자리가 아니라 어디에 있는가.
— 확인하여 답변하겠다.
— 확인할 곳이 어디인가.
— 내무성과 중의원 사무국이다.
— 두 곳 다 이미 조회를 받은 일이 있다. 알고 있는가.
— 알지 못한다.
이 문답은 조서 여섯째 장에 있다. 배석 재판관 하나가 그 아래에 한 번 더 물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이 판단을 적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 판단을 재판소가 다시 보지 않는다는 뜻인지를 물었다.
지정대리인은 뒤엣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적힌 것은 어디 있는지가 다시 남는다.
앞엣것이라고 답했으면 이 사건은 그 자리에서 끝났을 것이다. 적지 않아도 되는 판단은 없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이쪽에 없기 때문이다.
뒤엣것이라고 답한 것은 물러선 것이 아니다. 그것이 열두 해 전에 이긴 답이다.
고도라는 말은 높다는 뜻으로 쓰이지 않았다. 묻지 말라는 뜻으로 쓰였다.
셋 — 없는 문서
제5장은 서증이다. 상고인이 낸 서증은 열한 통이다.
여덟 통은 통계다. 인구와 정수와 그 비를 해마다 적은 것이고, 앞의 두 소송에서도 낸 것이다. 두 통은 별표 제2와 그 부칙의 등본이다.
남은 한 통이 종이 두 장이다.
1954년에 중의원 사무국이 조선총독부에 보낸 조회와 그 회신이다.
조회는 스물세 석의 산출 근거를 물었다. 회신은 두 줄이다.
— 해당 문서 소재 불명.
— 1945년 4월 이전 기안 서류 일부 미보존.
이 두 장을 서증으로 내는 데는 절차가 하나 필요했다. 성립의 인정이다.
상대가 자기 쪽 문서라고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다. 지정대리인은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회를 보낸 것도 국가고 답한 것도 국가다.
인정하는 순간 두 줄의 뜻이 바뀐다. 상고인이 못 찾았다는 진술이 아니라 피상고인이 없다고 답한 문서가 된다.

이것이 제7고에 남은 유일한 증거다. 소장을 스물두 쪽에서 세 쪽으로 줄이는 동안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이 두 장이다.
없는 것을 증거로 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없다고 적힌 종이를 내는 것이다.
배석 재판관 하나가 그 두 장을 들고 삼십 년 뒤에 다시 찾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지정대리인은 기록에 남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찾지 않은 것인지 찾고도 못 찾은 것인지를 다시 묻자, 그것도 기록에 남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제6장이 최종 진술이다. 상고인 대리인 가운데 하나가 나와서 말했다.
조서는 발언한 사람의 이름을 적고 나이를 적지 않는다. 그해 그는 예순셋이다.
상고인 대리인이 말했다. — 우리는 이 자리에서 스물세 석이 적다고 말하지 않는다.
— 몇 석이 옳은지는 우리가 정할 일이 아니다. 열두 해 전에도 같은 것을 말했다.
— 우리가 구하는 것은 그 수가 무엇으로 정하여졌는지다.
— 피상고인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답하였다.
—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다면 문서로 남아 있어야 한다.
— 우리는 그 문서를 찾지 못했다.
— 삼십 년 전에도 같은 것을 물은 곳이 있다. 중의원 사무국이다.
— 그 조회에 온 답이 서증 제칠호의 두 줄이다.
— 답한 곳과 오늘 이 자리에 앉은 곳은 같은 곳이다.
— 우리가 내는 증거는 그 두 줄뿐이다.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을 우리는 이것 말고 알지 못한다.
있다고 답한 쪽은 문서를 내지 않았고, 없다고 답한 쪽은 문서를 냈다.
제7장은 두 줄이다. 변론을 종결한다.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한다.
그 아래는 재판장과 서기의 이름이고, 이름 아래는 여백이다.
조서는 열두 장이다. 최종 진술은 열째 장에 있다.
열째 장에는 방청석에 관한 기재가 없다. 조서는 말한 것을 적고 들은 사람은 적지 않는다.
등사를 신청한 것은 이듬해 일월이고, 등사본이 사무소에 온 것은 이월이다. 선고보다 다섯 달 앞이다.
사무소는 그 다섯 달 동안 서면을 내지 않았다. 변론이 종결되면 낼 자리가 없다.
열두 장을 다시 읽는 일만 남았고, 읽어도 고칠 데가 없었다.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
1985년 7월 17일 선고. 1983년 12월 18일 시행 중의원의원 총선거 무효 청구 상고사건.
상고인 — 조선 제3구 선거인 외 1,102명. 대리인 강순영 외 9명.
주문 —
一. 원심판결을 변경한다.
二. 1983년 12월 18일 시행 중의원의원 총선거 중 조선 제3구에서 시행된 선거는 위법임을 선언한다.
三.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四.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요지는 일곱 항이다. 표제는 평등·조화·한계·본건·기간·효력·부기다.
『최고재판소 민사판례집』 제39권 제5호. 조선어 번역은 『조선 선출 의원 사십오 년 자료집』 제6권 수록
원고는 이겼다. 주문 넉 줄 가운데 원고가 구한 것은 한 줄도 없다.
하나 — 낭독(朗讀)
선고 기일은 엿새 전에 고지되었다. 방청권은 백스물이고 그날 아침에 다 나갔다.
개정은 오전 열한 시다. 조서에는 개정 시각과 폐정 시각만 적힌다. 그 사이가 오십일 분이다.
재판장이 주문을 먼저 읽는다. 넉 줄이다.
넉 줄 가운데 둘째 줄에서 방청석이 움직였다. 위법이라는 말이 나온 자리다.
셋째 줄에서 다시 조용해졌다.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말이 나온 자리다.
주문은 그 순서로 되어 있다. 이겼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무엇을 얻지 못했는지를 뒤에 말한다.
첫째 줄은 원심판결을 변경한다고 적었다. 원심은 경성고등법원이고 1984년 4월에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 판결문은 열여섯 쪽이다. 그 가운데 열한 쪽이 1972년 대심원 판결의 인용이다. 원심이 스스로 쓴 것은 마지막 한 쪽이고, 그 한 쪽의 결론은 이 문제가 상급심에서 다루어질 성질의 것이라는 두 줄이다.
변경한다는 것은 그 두 줄을 지운다는 뜻이다.
이유의 요지는 주문 뒤에 읽는다. 일곱 항이다.
제1항이 평등이다.
— 각 선거인의 투표가 선거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평등할 것은 헌법 제19조 제2항이 요구하는 바다.
— 이 평등은 호적에 의하여 달리 정할 수 없다.
이 두 줄에 쓰인 조문은 1957년에 들어간 것이다.
그해 정부는 개헌에 서른한 석이 필요했다. 조선의원단이 요구한 것은 의석이었고 받은 것은 문장 하나였다.
스물여덟 해 동안 그 문장으로 얻은 것은 없었다. 1968년에 대심원은 그 항이 무엇인지를 정하지 않았고, 1972년에는 그 항을 근거로 다툴 수 있다고만 하고 결론은 재량으로 갔다.
강순영이 서기석에서 적었다. — 오늘 우리는 한 줄을 샀다. 값은 스물세 표였다.
— 한 줄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장은 썩지 않는다. 사람만 썩는다.
— 나는 이 줄이 쓰일 날까지 살아 있을 작정이다.
스물여덟 해 전에 산 한 줄이 이날 판결 이유의 첫 줄에 놓였다.
제2항이 조화다.
— 다만 투표가치의 평등은 각 투표의 영향력이 수치상 완전히 동일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 국회가 정당하게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정책 목적과의 관련에서 조화롭게 실현되어야 한다.
원고는 이겼다. 그런데 주문 넉 줄 가운데 원고가 구한 것은 한 줄도 없다. 스물여덟 해 전에 산 문장이 이유의 첫 줄에 놓였다.
남은 12화 · 약 41,901자 · 약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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