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7부 합동(合同)
27화제48장 개헌(改憲)
둘 — 서른한 표
협의는 3월에 시작되었다. 장소는 법제국 조사과의 작은 방이다.

정부 측 넷 가운데 둘이 법제국이고 둘이 내각 관방이다. 의원단 측 셋은 대표와 간사 둘이다. 서기는 배석했으나 기록에는 배석자로만 적혔다.
관방 측이 말했다. — 이번 개정에 협력을 구한다.
우재현이 물었다. — 무엇에 협력하는가.
— 열두 조 전부에 대한 찬성이다.
— 열두 조에 우리 것이 하나도 없다.
— 그러하다.
— 그러면 우리가 협력할 자리는 어디인가.
— 삼분의 이다.
— 우리 쪽에서 낼 것은 표이고 정부 쪽에서 낼 것은 무엇인가.
— 무엇을 원하는가.
— 정수다. 스물셋을 예순으로 한다. 이 요구는 아홉 해 전에 법률안으로 냈고 그때는 의사일정에 오르지 못했다.
— 정수는 헌법 사항이 아니다. 이번 개정에는 넣을 수 없다.
— 그러면 법률로 하라.
— 법률은 개정이 끝난 뒤에 따로 본다.
— 따로 본다는 것은 언제 본다는 것인가.
— 그것은 여기서 정할 사항이 아니다.
제1회 협의는 그 문답에서 끝났다. 기록의 마지막 줄은 「계속 협의로 한다」이다.
정수를 헌법 사항이 아니라고 한 답은 조문으로 보면 옳다. 옳은 답이 그 자리에서 한 일은 요구를 다른 방으로 옮긴 것이다.
옮긴 방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적지 않았다.
셋 — 교환(交換)
제3회 협의에서 정부가 종이 한 장을 내놓았다. 조문 한 항이 적혀 있었다.
법제국 측이 말했다. — 제19조에 제2항을 둔다.
간사가 물었다. — 제19조는 관리 임용의 조문이다.
— 그러하다. 문무관에 균등히 임명된다는 조문이다.
— 거기에 무엇을 붙이는가.
— 신민은 법률 앞에 평등하며, 그 권리의 범위는 호적에 의하여 달리 정하지 아니한다.
— 이 항은 우리가 요구한 것이 아니다.
— 요구한 것은 드릴 수 없다. 이것은 드릴 수 있다.
— 이 문장으로 의석이 느는가.
— 늘지 않는다.
— 그러면 무엇이 되는가.
— 문장이 된다.
법제국 안에서 이 항을 두고 다툰 기록이 두 장 있다.
다툰 것은 호적이라는 말이다. 호적을 헌법에 쓰면 호적 제도 자체가 헌법 사항이 되고, 그러면 조선호적령과 내지 호적법을 가른 삼십오 년치 실무가 헌법 문제로 올라온다.
조사관 하나가 물었다. — 호적을 조문에 적어도 되는가.
참사관이 답했다. — 적지 않으면 무엇으로 적는가.
— 신분이라고 적으면 된다.
— 신분이라고 적으면 화족과 사족이 걸린다. 그쪽은 건드리지 않기로 되어 있다.
— 지역이라고 적으면 어떤가.
— 지역이라고 적으면 조선이 지역이 된다. 지금 조선은 지역이 아니라 호적이다.
— 그러면 호적으로 적는다.
— 적되 닫아 둔다. 열어 두면 삼십오 년치가 한꺼번에 올라온다.
조사과의 답은 뒤쪽에 있다. 「달리 정하지 아니한다」로 닫으면 호적은 헌법에 올라오지 않고 조문 밖에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막으려고 넣은 문장이 삼십 년 뒤에 문이 된다는 것은 그 두 장 어디에도 없다.
넷 — 호적(戶籍)
의원단은 4월에 방침을 정했다. 규약 제3조에 따라 소속 의원 과반수의 의결이다.
찬성 열아홉, 반대 넷이다. 반대의 이유는 셋이 같았다. 문장은 의석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사가 물었다. — 넷은 본회의에서 어떻게 하는가.
우재현이 답했다. — 규약 제6조가 있다.
— 제6조는 예산 및 법률안이라고 적혀 있다. 헌법 개정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 그러면 제3조로 한다. 방침은 정해졌다.
— 넷이 따르겠는가.
— 따를 것이다. 지난 열한 해 동안 갈라진 적이 없다.
— 갈라지지 않은 것이 좋은 일인가.
— 좋은 일이었다.
5월 21일 본회의는 기명투표로 열렸다.
출석은 사백구십칠이다. 전원이다. 총원 삼분의 이 요건은 삼백삼십이고 출석은 그것을 넘는다. 출석의 삼분의 이는 삼백삼십일점삼이므로 삼백삼십이가 있어야 한다.
찬성 삼백서른셋, 반대 백육십넷이다.
여당 삼백둘에 외지 삼십일이 붙은 수다. 반대에 선 백육십넷은 나머지 전부다.
한 석이 남았다.

반대했던 넷도 백표를 냈다. 회의록에는 스물세 이름이 나란히 백표 쪽에 인쇄되어 있다.
방침이 표를 만든 것이지 사람이 표를 만든 것이 아니다. 회의록은 그 구별을 적지 않는다. 회의록에 적히는 것은 이름과 표의 색뿐이다.
개정은 중의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귀족원에서도 삼분의 이가 있어야 한다.
귀족원은 엿새 뒤에 가결했다. 표차는 중의원보다 훨씬 컸고 정부는 그쪽 셈을 협의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거기에도 조선 사람이 일곱 있다. 1945년 4월에 임명된 칙선의원들이다.
임명으로 온 일곱의 표는 처음부터 셈에 들어 있지 않았다. 셈에 들어가려면 빠질 수 있어야 하고, 빠질 수 있으려면 자기 자리가 자기 것이어야 한다.
선거로 온 스물셋은 값이 매겨졌고 임명으로 온 일곱은 값이 매겨지지 않았다.
관보는 그날 저녁에 나왔다. 개정 조문 열두 개가 순서대로 실렸고 열두 번째가 제19조다.
제1항은 그대로다. 제2항은 한 줄이다.
그 한 줄에 조선이라는 말은 없다. 있는 것은 호적이라는 말이다. 조선 사람을 조선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호적이라는 사실은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적혀 있지 않아도 서류는 그것으로 움직인다.
관보가 의원단 서기실에 닿은 것은 이튿날 아침이다.
서기는 그것을 펴 보고 접어서 서기록 사이에 끼웠다. 끼운 자리는 그해 5월분이다.
강순영 구술 『서기(書記) 사십 년』
조선변호사회 편, 1994년 간행. 제9장 「일천구백오십칠년 오월」.
구술 당시 그는 일흔셋이었다. 녹음은 네 차례에 나뉘어 있고 제9장은 셋째 회분이다.
제9장 끝에 사진판이 한 장 붙어 있다. 의원단 서기록 그해 5월분의 오른쪽 여백이다.
여백에 연필로 세 줄이 있다. 필적 감정은 하지 않았다.
감정을 하지 않은 이유는 본문에 적혀 있지 않다.
여백에 적힌 것은 세 줄이다. 뒤에 인용되는 것은 언제나 첫 줄이다.
하나 — 여백
의원단 서기록은 회기마다 한 권이다. 왼쪽에 날짜와 안건을 적고 오른쪽에 의결과 표 수를 적는다.
오른쪽 바깥에 한 치 반쯤 여백이 있다. 인쇄된 괘선의 바깥이다. 그 자리에 무엇을 적으라는 규정은 없고, 적지 말라는 규정도 없다.
규정이 없는 자리는 대개 비어 있다.
1946년부터 1965년까지 그가 등사한 서기록은 서른여덟 권이다. 여백에 글자가 있는 면은 두 면이고 그 두 면이 이어져 있다.
5월 22일 아침에 서기는 전날의 표결을 옮겨 적었다. 옮길 것은 세 가지다. 안건 이름과 표 수와 소속 의원 스물세 명의 표다.
스물세 칸에 같은 글자가 스물세 번 들어갔다.
그다음에 그는 연필을 바꾸어 여백에 적었다.
— 오늘 우리는 한 줄을 샀다. 값은 스물세 표였다.
— 한 줄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장은 썩지 않는다. 사람만 썩는다.
— 나는 이 줄이 쓰일 날까지 살아 있을 작정이다.
세 줄은 한 자리에서 적혔다. 연필이 같고 기울기가 같고 마지막 줄만 글자가 커진다.
적는 데 걸린 시간은 적혀 있지 않다. 그날 서기록의 다음 기재는 오후 두 시 것이다.
값을 스물셋으로 적은 것은 정확하다. 넉 달 전 방침 표결에서 반대한 넷도 본회의에서는 백표를 냈다.
값에 넷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는 적지 않았다. 서기록 왼쪽에는 방침 표결의 열아홉과 넷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값은 스물셋이고 동의는 열아홉이다.
그날 오전에 대표가 서기실에 들렀다. 관보를 보러 온 것이다.
우재현이 물었다. — 어제 것은 다 옮겼는가.
서기가 답했다. — 옮겼다.
— 표는 스물셋 전부 백표로 적었는가.
— 그렇게 적었다. 그것이 사실이다.
— 넷은 왼쪽에 남는다.
— 남는다. 지우라고 하면 지운다.
— 지우지 마라. 지우면 값이 스물셋인 이유가 없어진다.
둘 — 서른여섯
그는 그해 서른여섯이다. 스물다섯에 이 방에 들어와 열한 해가 지났다.
그가 그때 알고 있던 것은 둘이다. 회기는 백사십 일이고 한 줄은 회기에 매이지 않는다.
그가 그때 모르던 것도 둘이다. 그 줄을 쓰려면 재판소가 법률을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이 헌법에는 그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1994년 구술의 제9장에서 그는 세 줄을 하나씩 짚는다.
묻는 사람이 물었다. — 첫째 줄은 뒤에 여러 번 인용되었다.
그가 답했다. — 그 줄은 셈이다. 셈은 틀리지 않았다.
— 둘째 줄은 어떤가.
— 그 줄이 틀렸다.
— 문장이 썩는다는 말인가.
— 썩지 않는다. 그것은 맞았다.
— 그러면 무엇이 틀렸는가.
— 썩지 않는 것이 우리 편이라고 여긴 것이 틀렸다. 문장은 오래간다. 오래가는 동안 읽는 사람이 바뀐다.
— 셋째 줄은.
— 셋째 줄은 지켰다. 그것만 지켰다.
— 그때 그 줄이 언제 쓰일 것이라고 보았는가.
— 열 해쯤으로 보았다.
— 실제로는 얼마였는가.
— 스물여덟 해다.
— 오래 걸린 이유가 무엇인가.
— 문장이 있는 것과 그 문장으로 다툴 자리가 있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그때 그 둘을 하나로 알았다.
한 줄은 스물세 표로 샀다. 쓰일 날을 그는 열 해로 보았고 실제로는 스물여덟 해가 걸린다. 문장과 다툴 자리는 다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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