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12부 배분(配分)
51화제88장 마흔한 석
넷 — 인쇄된 한 줄
재는 값은 해마다 달라지고, 달라지면 표에 줄이 하나 늘어난다. 정한 값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려면 법률을 고쳐야 한다.

법률을 고치려면 다시 사십 년이 걸리는지 아닌지를 그는 알지 못했다.
잰 값은 다시 재면 되고 정한 값은 다시 정해야 한다.
부칙은 시행기일을 정령에 위임한다. 사십일 년 전 법률 제34호의 부칙 제2항도 같은 형식이었다.
그 부칙은 시행의 기일을 칙령으로써 정한다고 적었고, 칙령은 공포되지 않았다.
이번 부칙에는 육 개월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조사원 배포분 여섯 부 가운데 한 부에 연필 자국이 있다. 제2항의 영점이칠삼 아래에 그은 줄이다.
줄은 한 번 그어졌고 지워지지 않았다. 그 옆의 여백은 비어 있다.
여백이 비어 있는 문서를 나중에 읽는 사람은 그 줄이 찬성인지 반대인지 알 수 없다. 줄을 그은 사람도 그날은 알지 못했다.
중의원 의석 재배분 특별위원회 공청회 진술 기록
1987년 3월. 공술인 여섯 가운데 넷째. 강순영, 예순여섯, 변호사.
진술 십오 분, 질의 이십 분.
공술인은 1983년 제3차 소송의 원고 대리인이었다.
기록은 속기 원문대로 싣는다. 발언의 중단과 침묵은 괄호로 적는다.
진술 요지는 공술인이 미리 낸 것을 그대로 붙인다.
중의원 사무국 속기부. 공청회 기록 제2호
강순영은 마흔한 석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가 반대한 것은 그 수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조문에 적는 일이었다.
하나 — 십오 분
그가 낸 진술 요지는 한 장이다. 제목은 「정수 산정 규정 신설안에 대한 의견」이고 본문은 여섯 줄이다.
여섯 줄 가운데 넷은 판결을 옮긴 것이다. 자기 말은 뒤의 두 줄이다.
십오 분 동안 그는 그 두 줄만 풀었다.
공술인이 말했다. — 나는 마흔한 석에 반대하지 아니한다.
— 마흔한 석은 스물세 석보다 낫다. 그것은 셈으로 안다.
— 내가 반대하는 것은 제3조의2 제2항의 뒷문장이다. 통합계수는 영점이칠삼으로 한다는 대목이다.
— 이 수가 조문에 들어가면 이 수는 법률이 된다.
— 법률이 된 수는 재판소가 고치지 못한다. 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보는 일뿐이다.
— 사십 년 동안 우리가 스물세 석을 다툴 수 있었던 까닭은 그 수에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 근거가 없는 수에는 합리성을 묻는다. 근거가 있는 수에는 위헌인지를 묻는다.
— 합리성은 잃을 수 있는 것이고 위헌은 좀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 나는 이 조문이 마흔한 석을 지키려고 만든 것이 아님을 안다.
— 그러나 이 조문은 마흔한 석을 지키게 된다. 아래에서 받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덮는다.
십오 분이 끝났을 때 그는 요지의 마지막 줄을 읽지 않았다.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읽지 않았다.
그 줄은 이러하다. 근거를 적어 달라고 한 것은 우리다.
기록에는 그 줄이 진술 요지의 붙임으로 남아 있고, 속기에는 낭독된 자리가 없다.
근거가 없는 수는 다툴 수 있고 근거가 있는 수는 다투기 어렵다.
둘 — 침묵 십사 초
질의는 스무 분이다. 물은 사람은 넷이고 그중 셋은 마흔한 석이 적당한지를 물었다.
넷째가 위원장이다. 그는 마흔한 석을 묻지 않았다.
위원장이 물었다. — 근거를 적으라고 한 것은 판결이다.
공술인이 답했다. — 그렇다.
— 판결이 그렇게 적은 까닭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배분에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 근거가 없다고 다툰 것은 원고 쪽이다.
— 그렇다.
— 1972년 대심원 조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몇 석인지는 저희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근거를 적어 주십시오. 이 말을 한 사람이 공술인이다.
— 그렇다.
— 국회는 근거를 적었다. 공술인은 그것에 반대하는가.
— (침묵 십사 초)
— 답변을 청한다.
— 그 물음에는 답할 수 없다.
— 답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 지금은 답할 말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위원장은 더 묻지 않았다. 공술인이 보충 진술서를 내겠다고 했고 위원회가 받기로 했다.
기한은 이십 일이다. 사무국이 서식과 함께 우편으로 보냈다.
보충 진술서는 오지 않았다.
공청회 기록 제2호의 강순영 진술분 말미에 인쇄된 것은 여섯 자다. 보충서 미제출.
그 다섯 자 아래에 사유란은 없다. 미제출에 사유를 적는 서식이 사무국에 없다.
그가 이긴 문장이 그가 답하지 못한 물음이 되었다.
기록 맨 뒤에 사무국이 붙인 정리표가 있다. 공술인 여섯의 의견을 셋으로 나눈 것이다.
찬성 넷, 반대 하나, 그리고 강순영의 난에 적힌 것은 조건부 찬성이다.
그가 낸 진술 요지 여섯 줄에는 찬성이라는 말도 조건이라는 말도 없다.
정리를 맡은 직원이 물었다. — 이 사람은 어느 난에 넣는가.
계장이 답했다. — 석 자 가운데 하나에 넣어야 한다.

— 반대라고 하지 아니하였다.
— 그러면 찬성이다.
— 찬성이라고도 하지 아니하였다.
— 마흔한 석에 반대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 그것은 석 수에 관한 말이다. 이 사람이 말한 것은 조문이다.
— 조문 난은 없다.
— 만들면 되지 않는가.
— 서식은 셋이다. 넷째 난을 만들면 앞의 다섯 사람도 다시 물어야 한다.
정리표는 위원회 심사 참고 자료로 배포되었다. 배포된 것은 정리표이고 속기록은 서고에 들어갔다.
정리표를 받은 위원은 스물다섯이다. 속기록을 빌려 간 위원은 없다.
침묵 십사 초는 속기록에만 있다.
제120회 제국의회 중의원 본회의 표결 기록
1987년 12월 8일. 중의원의원선거법중개정법률안 제3독회.
기립 표결이 아니라 기명 투표다. 요구 의원 오십 명 이상의 청구에 따른다.
백표는 찬성이고 청표는 반대다. 등단하지 아니한 자는 기권으로 적는다.
기록은 두 장이다. 앞장은 집계이고 뒷장은 청표를 던진 자의 성명이다.
백표를 던진 자의 성명은 적지 아니한다. 서식이 그러하다.
중의원 사무국. 회의록 부속 제1호
이 기록에는 토론이 없다.
앞장은 넉 줄이다.
| 구분 | 수 |
|---|---|
| 백표 | 461 |
| 청표 | 54 |
| 기권 | 27 |
| 재적 | 542 |
셋을 더하면 재적과 같다. 결석이 없다는 뜻이다.
그 회기에 결석 없는 표결은 두 번이고 이것이 둘째다.
조선 선출은 스물셋이다. 백표가 스물하나, 청표가 둘, 기권이 없다.
스물세 표 가운데 스물한 표가 마흔한 석에 찬성했다.
서기가 물었다. — 백표에 이름이 없는데 스물하나는 어떻게 아는가.
직원이 답했다. — 빼서 안다.
— 무엇에서 빼는가.
— 재적 스물셋에서 청표 둘을 뺀다.
— 기권은 어떻게 하는가.
— 조선 선출에는 기권이 없다. 출결부로 확인된다.
— 그러면 스물한 사람은 백표를 든 것이 아니라 청표를 들지 아니한 것이다.
— 기록으로는 같다.
— 같지 아니하다.
— 같지 아니하여도 서식에는 한 칸이다.
스물한 표는 세어서 나온 값이 아니라 빼서 나온 값이다.
뒷장은 쉰네 이름이다. 투표 순서로 적힌다. 선거구 순서가 아니다.
쉰네 이름 가운데 조선 선거구가 둘이다. 열한째 줄과 마흔여섯째 줄이다.
열한째 줄은 조선 제3구 배윤재(裵潤在)다. 원고 천백두 명이 나온 구다.
마흔여섯째 줄은 조선 제5구 우석주(禹錫柱)다. 본적란에 경상북도라고 적혀 있다.
우재현의 장남이다. 아버지는 제7구였고 그는 제7구에서 나오지 않았다.
우석주는 표결 이튿날 사무국에 서면을 냈다. 넉 장이다.
직원이 물었다. — 이 서면은 무엇인가.
의원이 답했다. — 반대 이유서다.
— 표결 기록에는 이유를 적는 난이 없다.
— 회의록 말미에 붙일 수 있지 않은가.
— 붙이려면 발언이어야 한다. 발언은 토론에서 한다.
— 토론이 없었다.
— 토론 요구가 없었다.
— 요구한 사람이 있다.
— 요구서가 시각을 넘겨 들어왔다.
— 몇 분을 넘겼는가.
— 서식에 시각을 적는 칸이 없다. 넘겼다는 것만 적혀 있다.
서면은 사흘 뒤에 반려되었다.
반려란의 문구는 손으로 적은 것이 아니다. 서식에 미리 인쇄되어 있다.
절차를 갖추어 다시 제출할 것.
표결 기록에는 이유란이 없다.
넉 장은 다시 제출되지 않았다. 사본이 남았는지는 사무국 문서 목록으로 알 수 없다.
목록에 오르는 것은 접수된 문서다. 반려된 문서는 접수 번호를 받지 못한다.
앞장과 뒷장은 한 장의 종이 앞뒤가 아니라 두 장이다. 사이에 철끈이 지난다.
앞장을 보는 사람은 사백육십일이라는 수를 보고, 뒷장을 보는 사람은 쉰네 이름을 본다.
두 장을 함께 넘기면 백표 사백육십일 명의 이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수는 세어졌고 그 이름은 적히지 않았다.
제41회 조선 선거구 총선거 당선인 명부 및 등원 기록
1988년 2월. 투표일 1월 31일. 당선인 마흔하나.
명부의 서식은 1945년 제1회의 것을 그대로 쓴다. 성명란이 두 줄인 것도 그대로다.
등원 기록에는 선서일과 의석 번호와 신고 언어를 적는다.
신고 언어란은 이번에 새로 두었다.
선서문은 고치지 아니한다.
중의원 사무국 의사부
1988년 2월 8일, 본회의장 왼쪽 뒤가 두 줄 늘었다.
1945년 서식 그대로의 명부에 새 칸이 하나 생겼다. 신고 언어란. 선서문은 고치지 않은 채 마흔한 사람이 등원한다.
남은 7화 · 약 24,507자 · 약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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