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9부 각하(却下)
39화제69장 유효(有效)
셋 — 입증(立證)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하는 절차는 소송에 없다.

원고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국회가 근거를 적게 만드는 것이다. 적히면 그때 그 근거를 다툴 수 있다.
그 일은 소송으로 되지 않는다. 소송은 적힌 것을 다투는 절차다.
세 해 전 각하와 이번 기각은 같은 자리에서 갈라진다.
각하는 이 법률을 볼 권한이 없다고 했다. 기각은 이 법률에 왜 이렇게 적혔는지를 볼 자료가 없다고 했다.
앞의 것은 재판소의 사정이고 뒤의 것은 국회의 사정이다. 두 번 다 그 사정을 만든 것은 원고가 아니다.
원고가 진 이유는 두 번 다 원고 밖에 있었다.
이유 제3항에 한 줄이 더 있다.
원고가 든 비는 조선 전체와 내지 전체의 평균의 비다. 어느 선거구와 어느 선거구를 견주는가에 따라 비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줄은 원고를 나무라는 줄이다. 동시에 다음 소의 방법을 적어 준 줄이다.
전체와 전체를 견주지 말고 구와 구를 견주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벌어진 두 구를 고르면 비는 더 커진다.
판결이 원고에게 알려 준 것은 두 가지다. 무엇을 내야 하는지와,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다.
넷 — 팔백육십육 장
기각 판결에도 상소가 없다. 선거소송은 대심원이 처음이고 끝이다.
우편은 이번에도 대리인이 보냈다. 팔백육십육 장이다. 문면은 네 해 전보다 한 줄 짧다.
각하는 청구에 이유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줄을 이번에는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조선에서 두 곳이 실었다. 한 곳은 사회면 삼단이고 한 곳은 두 줄짜리 알림이다.
내지에서 실은 곳은 없다. 그해 대심원 판결 가운데 내지 신문이 실은 것은 서른 건이 넘는다.
이 사건은 조선 제3구의 선거에 관한 사건이고 내지 선거구의 정수는 다투어지지 않았다. 다투어지지 않은 것은 기사가 되지 않는다.
대리인 하나가 물었다. — 다음 선거는 언제인가.
강순영이 답했다. — 해산이 정한다.
— 그때 또 내는가.
— 낸다. 다만 같은 것을 내면 같은 것이 나온다.
— 무엇을 바꾸는가.
— 국회가 근거를 적게 만들어야 한다.
— 그것은 소송이 아니지 않은가.
— 아니다. 그것은 원내에서 하는 일이다.
— 원내는 일곱 해 전에 나오신 자리다.
— 그렇다.
강순영은 그해 쉰하나다.
그는 재량 열한 번을 센 표를 등사 원지에 옮겨 사무소 벽에 붙였다. 네 해 전 각하 이유 두 줄이 붙어 있는 옆자리다.
벽에 붙은 종이는 그날로 둘이 되었다.
대심원 제3민사부 구두변론 조서
1971년(민) 제9호 중의원의원 선거 무효 청구사건. 제2회 기일. 1972년 6월 22일. 등사판 넉 장.
제1장 출석, 제2장 진술의 요령, 제3장 재판장의 석명(釋明)과 그 답변, 제4장 종결.
문답은 제3장에만 있다.
제3장 말미 — 「몇 석인지는 저희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근거를 적어 주십시오.」
등사 원본은 대심원 기록과 보관분. 조선어 번역은 『조선 선출 의원 사십오 년 자료집』 제5권 수록
이날 재판장은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조서는 판결보다 뒤에 나온다. 기일은 유월이고 등사가 기록과에서 나온 것은 시월이다.
자료집도 판결 다음에 이 조서를 놓았다. 일이 일어난 순서가 아니라 문서가 나온 순서로 묶기 때문이다.
넉 장 가운데 석 장은 절차다. 문답은 셋째 장 한 장에 있다.
재판장이 물었다. — 원고는 이 선거를 무효로 하여 달라고 한다.
원고 대리인이 답했다. — 그렇게 적었다.
— 무효가 되면 이 구의 의원이 없어진다. 알고 있는가.
— 알고 있다. 원고들도 도장을 찍기 전에 다 들었다.
— 그러면 묻겠다. 몇 석이면 되겠는가.
— 몇 석인지는 우리가 정할 일이 아니다.
— 스물셋이 적다고 하지 않았는가.
— 적다고 했다. 얼마면 적지 않은지는 말하지 않았다.
— 그러면 재판소가 그 수를 정하는가.
— 재판소도 정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누가 정하는가.
— 국회다.
— 국회가 정할 것을 이 법정에서 다투는가.
— 다투는 것은 수가 아니다.
— 무엇인가.
— 근거다. 별표에 스물셋이라고 적혀 있고 왜 스물셋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 적으라고 재판소가 명할 수는 없다.
— 안다. 다만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을 판결에 적어 주기를 구한다.

원고는 몇 석을 구하지 않았다. 구한 것은 몇 석인지를 적는 칸이다.
재판장은 다음 물음으로 넘어갔다. 셋째 장은 그 뒤 두 줄에서 끝난다.
이 문답은 판결 이유 마흔한 줄에 인용되지 않았다. 조서에만 있다.
넷째 장은 한 줄이다. 변론을 종결한다.
그 아래는 재판장과 서기의 이름이고, 이름 아래는 여백이다.
말한 것은 조서에 남고, 남은 것이 어디에 쓰일지는 말한 사람이 정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십오 년 뒤에 다시 인쇄된다. 법률안 제안 이유서에 그대로 실린다.
인용하는 쪽은 원고가 아니다.
근거를 적어 달라고 한 사람은 그 근거가 무엇이 될지 그날 묻지 않았다.
최고재판소 사무총국 『의원 정수 소송 판례 해설』 제2장
1977년 3월 간행. 사무총국 조사과 편(編). 재판소 내부 배포용. 제2장의 표제는 「위법의 선언과 선거의 효력」이다.
본 판결은 당해 선거의 정수 배분이 투표가치의 평등을 잃었음을 인정하면서, 선거를 무효로 하지 아니하였다.
무효로 하면 당해 선거구에서 선출된 의원이 자격을 잃고, 시정을 위한 입법이 그 의원 없이 행하여진다.
행정사건소송법 제31조는 선거소송에 직접 적용되지 아니한다. 본원은 그 조문이 담고 있는 일반적 법의 기본원칙을 원용하였다.
다만 본 판결이 판단한 것은 선거의 위법이다. 법률의 효력은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이겼다. 주문의 셋째 항에는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적혀 있다.
하나 — 사점구구
1976년 4월 14일, 최고재판소 대법정이 판결을 냈다.
사건은 1972년 12월에 시행된 중의원의원 총선거다. 원고는 내지 도시부 한 선거구의 선거인이고, 청구 취지는 그 구의 선거를 무효로 해 달라는 것이다.
다툰 값은 내지 선거구와 내지 선거구 사이의 값이다. 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인구의 최대와 최소가 1대 4.99였다.
내지 정수는 그때 사백구십하나였다.
소는 선거 다음 달에 제기되었다. 선거 무효의 소는 선거일부터 삼십 일 안에 내야 한다.
기한이 삼십 일이라는 것은 결과가 나온 뒤에 다툴 준비를 시작해서는 늦는다는 뜻이다. 다투려면 개표 전에 서류가 끝나 있어야 한다.
조선의 두 소송도 그 기한 안에 냈다. 두 번 다 날짜는 지켰고 두 번 다 문 앞에서 막혔다.
내지의 원고는 자기 표가 남의 표보다 작다고 다투었다. 조선의 원고도 자기 표가 남의 표보다 작다고 다투었다.
두 소장의 그 대목은 문장이 거의 같다. 같은 방에서 다르게 처리되었다.
이 판결을 낸 곳의 이름은 최고재판소다.
조선의 소송 둘을 각하하고 기각한 곳의 이름은 대심원이었다. 1968년과 1972년이다.
같은 건물이고 같은 층이다. 이름이 바뀐 것은 1973년 재판소법 개정 때고, 그때 재판관 전원이 앉는 대법정이 생겼다.
이름이 바뀐 지 세 해 만에 그 자리에서 위법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선의 첫 소송은 1968년 2월에 제기되어 그해 십일월에 각하되었다. 심리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1971년에 제기되어 이듬해에 기각되었다. 심리는 했고 시정은 국회의 재량이라고 했다. 그 판결문에 재량이라는 말이 열한 번 나온다.
내지의 이 소송은 1972년 12월 선거를 다투어 1976년 4월에 위법 선언을 받았다. 넉 해다.
해설 제2장은 판결의 뼈대를 넉 줄로 옮겨 적는다.
— 본건에서 문제 된 것은 선거구 사이의 인구 비다.
— 투표가치의 평등을 어떻게 정할지는 국회가 정할 사항이나, 그 정함이 헌법의 요구를 벗어날 수 있다.
— 벗어난 상태가 합리적 기간을 넘어 시정되지 아니한 때에 그 정함은 위법이 된다.
— 본건에서 그 기간은 여덟 해로 산정되었다.
합리적 기간이라는 말은 이 판결에서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 국회가 고칠 시간을 얼마나 갖는가를 재판소가 잰다는 뜻이다.
재기 시작하면 그것은 세는 일이 된다. 세는 일에는 시작점이 있어야 한다.
대법정이 잡은 시작점은 인구 조사가 나온 해다. 조사가 나오면 국회는 안 것이 되고, 안 뒤로부터 햇수를 센다.
여덟 해다.
조선의 별표가 공포된 뒤 고쳐지지 않은 햇수는 그해 서른한 해다.
같은 자가 내지에는 여덟 해에서 대어졌고 조선에는 아직 대어지지 않았다.
둘 — 사정(事情)
해설 제2장의 절반은 왜 무효로 하지 않았는가에 쓰였다.
법리의 이름은 사정판결이다.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그것을 취소함이 공공의 복리에 크게 어긋나는 때에 청구를 기각하고, 대신 주문에서 그 처분이 위법함을 선언한다.
원래는 행정처분에 쓰는 제도다. 선거소송에는 그 조문이 직접 붙지 않는다.
대법정은 조문을 붙이지 않고 조문 안에 든 원칙을 꺼내 썼다.
사정판결이 서려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처분이 위법할 것. 취소가 공공의 복리에 크게 어긋날 것. 그리고 주문에 위법을 적을 것.
셋째가 이 제도의 값이다. 앞의 둘만 있으면 그냥 지는 소송이다. 셋째가 있어서 진 쪽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온다.
해설 제2장은 이 법리가 선거소송에 쓰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적는다. 처음 쓰는 법리에는 앞선 예가 없다. 앞선 예가 없으면 다음 사건이 이 사건을 예로 든다.
원고는 이겼고 청구는 기각됐다. 위법을 선언하되 무효로 하지 않는 이 법리는 처음 쓰였고, 다음 사건이 이 사건을 예로 들 것이다.
남은 19화 · 약 66,298자 · 약 1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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