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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제31장 삼십만(三十萬)

· 58화 중 19화 · 3,66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넷 — 종결(終結)

칸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 된다. 이 보고서는 그 규칙을 스물아홉 해에 적용했다.

스물세 석 19화 제31장 삼십만(三十萬) — 헤더컷

보고서에는 서명자의 이름이 한 사람도 실려 있지 않다. 범례에 까닭이 한 줄 있다. 「연서인 명부는 원본이 산일되어 수록하지 못하였다.」

산일은 흩어져 없어졌다는 말이다. 언제 없어졌는지 어디서 없어졌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없어진 것은 이 보고서가 나오기 네 해 전이고, 없어진 자리는 조선이 아니라 도쿄다.


보고서 본문에 삼십만이라는 수는 세 번 나온다. 세 번 다 「연서인 수」의 자리에 있다.

「청원인 수」의 자리에 놓인 수는 만이천이다.

두 말은 보고서 범례에서 갈라진다. 연서인은 이름을 적은 사람이고 청원인은 청원을 한 사람이다.

이십팔만 팔천은 이름을 적었고 청원을 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1955년 6월에 나와 학무국과 중추원과 중의원 사무국에 한 부씩 갔다. 의원단 서기실에는 가지 않았다.

궤짝 열둘은 그때 이미 복도에 없었다. 복도에 있었던 것은 1949년 4월부터 1951년 3월까지다.

스물세 달이다.

보고서는 그 스물세 달에 관하여 한 줄도 적지 않았다. 적을 칸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스물세 달이 청원운동의 일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궤짝을 치운 뒤 복도는 두 사람이 비껴갈 수 있게 되었다.


『우재현 유고(遺稿)』

1971년 유족 공개분. 갱지 노트 넉 권. 활자화되지 않았다. 여기 실은 것은 제14절에서 제16절까지다.

연월이 적힌 절과 적히지 않은 절이 섞여 있다. 제14절 머리에 「경인년 봄」이 있다.

유족은 공개하면서 두 곳을 먹으로 지웠다. 지운 자리는 각각 한 줄과 석 줄이다.

제16절은 문장 가운데서 끊긴다. 그 뒤 여백은 한 뼘쯤 비어 있다.

서기실 창은 북향이고 하나다.

하나 — 뭉치

1950년 3월이다. 대조가 끝난 지 아홉 달이 지났다. 궤짝은 복도에 있고 만이천이라는 값은 서류철에 있다.

우재현은 사흘 동안 서기실에 나왔다. 회기 중이 아니었다. 그가 서기실에 사흘 연달아 나온 것은 그해가 처음이다.

서기실은 세 평 남짓이다. 책상 넷을 붙여 놓으면 사람이 지나갈 자리가 한 뼘 남는다.

그는 창을 등지고 앉았다. 창이 북향이라 하루 내내 빛이 고르다. 서류를 보기에는 그 자리가 낫다.

사흘 동안 그가 본 서류는 두 가지다. 대조표 한 철과 서식집 한 권이다.


— 나는 사흘 동안 궤짝을 보았다.

— 첫날은 세었다. 열둘이었다.

— 이튿날은 하나를 열었다. 열어 보니 이름이었다.

— 이름인 것은 열기 전에도 알고 있었다.

— 사흘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청원이 원내에 들어가려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소개할 의원과 맞는 서식과 청원인의 자격이다.

소개할 의원은 있다. 그가 한다.

서식도 맞다. 성명과 본적과 주소가 다 채워져 있고 이번에는 창씨명 칸도 두 줄로 인쇄되어 있다.

걸리는 것은 셋째다.


대조가 끝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그 뒤 아홉 달 동안 그가 한 일은 묻는 것이다.

사무국 의사부에 물었고 청원위원회 전문위원에게 물었다. 소개 의원 자격으로 사전 상담도 두 번 했다.

돌아온 답은 매번 같은 자리로 갔다. 서식 제3호 오른쪽 끝의 좁은 칸이다.

칸을 없애 달라는 청원을 넣으면 되겠느냐고 그는 물었다. 서식의 개폐는 총독부 훈령 사항이므로 제국의회 청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


강순영이 물었다. — 이대로 내면 어떻게 되는가.

우재현이 답했다. — 접수는 된다. 이해관계인 만이천으로 접수된다.

— 접수되면 되지 않는가.

— 만이천짜리 청원이 된다.

— 삼십만 장을 내고 만이천짜리가 되는가.

— 나머지는 참고 자료로 붙는다. 참고 자료는 세지 않는다.


그는 두 해 전 가을에 열두 건을 반려한 사람이다. 그때 이유란에 그가 쓴 한 줄이 지금 복도에 열두 궤짝으로 서 있다.

세지 않는 자리에 이십팔만 팔천이 놓인다. 그것이 이대로 내는 값이다.

둘 — 분할(分割)

방법이 하나 있었다. 찾아낸 사람은 강순영이다.

총독부 청원 서식은 두 가지다. 제3호는 선거에 관한 법률의 개폐를 구하는 청원에 쓰고 오른쪽 끝에 이해관계 칸이 있다. 제1호는 일반 청원에 쓰고 그 칸이 없다.

취지문을 「본 구의 선거 사무에 관한 건의」로 바꾸어 쓰면 제1호가 적용된다. 선거구별로 나누어 내면 소개 의원이 자기 구의 청원을 소개하는 것이 되므로 자격을 따로 묻지 않는다.

강순영이 이것을 찾은 것은 서식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베끼면서다. 서기가 된 첫 달에 한 번 베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두 번째로 베낄 때는 칸을 보지 않고 표제를 보았다. 표제가 다르면 서식이 다르고 서식이 다르면 칸이 다르다.

조선 선거구는 열셋이고 조선 선출 의원은 스물셋이다. 의원 수대로 나누면 스물세 건이 된다.

나누면 서식은 맞는다. 접수도 된다. 위원회 회부까지 간다.


강순영이 말했다. — 나누면 들어간다.

우재현이 물었다. — 나누면 몇이 되는가.

— 스물세 건이다. 하나에 만삼천쯤이다.

— 만삼천은 큰 수인가.

— 작은 수는 아니다.

— 삼십만보다는 작다.

— 삼십만보다 스물세 번 작다.


스물세 석 19화 제31장 삼십만(三十萬) — 전환컷

나누는 데에는 값이 하나 더 붙는다. 취지문이 바뀐다는 것이다.

제1호 서식에 맞추려면 요구를 선거 사무에 관한 건의로 적어야 한다. 납세 요건을 폐지하라는 말과 정수를 인구에 비례하게 하라는 말은 그 표제 아래 들어가지 못한다.

들어가는 것은 이런 문장이다. 본 구의 선거인 수가 인구에 비하여 적으니 선처를 바란다.

취지 두 줄을 만드는 데 열세 도 대표가 이틀을 썼다. 그 두 줄이 스물세 번의 선처 요망이 된다.


— 나는 그날 종이에 두 줄을 적었다.

— 한 줄은 삼십만이고 한 줄은 만삼천이 스물세 개다.

— 두 줄의 합은 같다.

— 같은 것을 나는 오래 보았다.


합이 같은 두 줄이 같은 값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그날 알았다. 어느 쪽이 큰지는 알지 못했다.

셋 — 무게

나눈 스물세 건이 위원회에 가면 각각 처리 구분을 받는다. 구분은 넷이다. 채택과 참고 송부와 보류와 불채택이다.

만삼천짜리 지역 건의가 받는 구분은 대개 참고 송부다. 참고 송부는 관계 관청에 보내는 것으로 끝난다.

스물세 건이 스물세 줄로 회의록에 남고, 스물세 줄 옆에 같은 넉 자가 스물세 번 인쇄된다.

참고 송부로 처리된 청원이 그 뒤에 다시 다루어진 사례는 조선 관계에서 없다. 참고는 보내는 것이고 보낸 뒤의 일은 보낸 쪽의 소관이 아니다.


강순영이 물었다. — 어느 쪽으로 하시겠는가.

우재현이 답했다. — 나누지 않는다.

— 나누지 않으면 접수되지 않는다.

— 안다.

—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 무게가 남는다.

— 무게는 어디에 적히는가.

— 적히지 않는다. 적히지 않아도 있다.


그가 무게라고 한 것이 무엇인지는 유고에도 적혀 있지 않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둘이다.

하나는 수다. 삼십만은 이해관계인 만이천의 스물다섯 배다. 한 덩어리로 두면 그 스물다섯 배가 보이고 나누면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는 그 수가 무엇을 딛고 모였는가 하는 것이다. 서명한 사람의 열에 아홉 이상은 이름을 적어도 자기 몫이 없는 사람이다. 없는 것을 알면서 적었다.


유고 제16절은 같은 사흘을 다시 쓴다. 앞의 두 절보다 짧고 문장이 짧다.


— 나누면 들어간다. 들어가서 스물세 줄이 된다.

— 스물세 줄은 회의록에 남는다. 남은 것은 처리 완료가 된다.

— 나누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 들어가지 못하면 삼십만이 남는다.

— 어디에 남는가.


제16절은 여기서 끊긴다. 다음 절은 다른 해의 일이다.

끊긴 자리 아래 여백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적으려다 만 자리인지 유족은 알지 못한다고 공개할 때 적었다.


나누었다면 회의록에 스물세 줄이 남았을 것이다. 한 줄마다 소개 의원의 이름과 청원인 수와 처리 구분이 적힌다.

나누지 않아서 남은 줄은 하나도 없다.

회의록에 이름이 실린 서명자도 한 사람도 없다. 그 사실이 값으로 계산되는 것은 사십 년 뒤다.


이것은 두 값의 비교가 아니다. 한쪽은 스물세 줄이고 다른 쪽은 영이다.

그는 영을 골랐다. 고를 때 자기가 무엇을 고르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무게를 지켰다. 무게는 저울이 있는 곳에서만 값이 된다.


사흘째 되던 날 그는 오후 내내 서기실에 앉아 있었다.

일어설 때 판벽에 손을 짚고 한참 서 있었다고 강순영은 사십사 년 뒤 구술에서 말한다. 판벽은 손 높이만 검게 닳아 있었다. 닳게 한 것이 그 한 사람은 아니다.

서기실 창은 북향이고 하나다. 그가 앉은 자리에서는 창이 등 뒤였다.


중의원 청원위원회 회의록

제○회 제국의회 회의록 부록. 1950년 회기분. 등사판 스물다섯 부.

부록 제3표의 표제는 「조선 관계 청원 처리 일람」이다.

칸은 접수번호 · 청원 요지 · 소개 의원 · 처리 · 비고 다섯이다.

소개 의원란에는 이름을 적지 않고 선거구를 적는다. 조선 관계 청원에만 그렇게 한다.

비고란의 여섯 자는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판에 박혀 있다.

이 일람에는 심의라는 말이 없다.

하나 — 흠결(欠缺)

궤짝은 1950년 5월에 복도에서 나갔다. 서기 넷이 손수레로 사무국 의사부까지 밀고 갔다.

우재현이 고른 것은 셋째 길이다. 나누지도 않았고 만이천으로 줄이지도 않았다. 서식 제3호에 청원인 삼십만이라고 적어 냈다.

이해관계란은 만이천 줄만 채워졌고 나머지는 비었다. 비운 것을 감추지 않았다.

강순영이 권하지 않은 길이다. 권하지 않은 까닭은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하지 않았다고 해서 말린 것은 아니다. 그는 서류를 묶고 번호를 붙이고 목록을 만들었다. 목록은 스물두 면이다.

목록의 마지막 면 아래에 그가 한 줄을 적었다. 「이해관계란 미기재 二八八,〇〇〇.」

적지 않아도 되는 줄이다. 적으면 흠결이 명백해진다. 그는 적었다.

적지 않아도 되는 한 줄을 서기는 적었다. 「이해관계란 미기재 二八八,〇〇〇」 — 흠결을 스스로 밝힌 서류가 의사부로 간다.

남은 39화 · 약 135,878자 · 약 3시간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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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석전 58화

제1부 을안(乙案)

1서장2제2장 두 통3제4장 선(線)

제2부 입법(立法)

4제6장 총독(總督)5제7장 안(案)6제9장 삼십사호(三十四號)7제10장 칙선(勅選)8제13장 획정(劃定)

제3부 개표(開票)

9제15장 유권(有權)10제16장 열세 곳11제17장 표(票)12제18장 개표(開票)13제20장 등원(登院)14제22장 무엇에 대한 비율입니까

제4부 원내(院內)

15제25장 통역(通譯)16제27장 회기(會期)17제28장 증원(增員)18제30장 손

제5부 청원(請願)

19제31장 삼십만(三十萬)20제33장 절차(節次)21제34장 태웠다

제6부 강화(講和)

22제37장 호적(戶籍)23제39장 세율(稅率)24제41장 학교25제44장 여자

제7부 합동(合同)

26제46장 합동(合同)27제48장 개헌(改憲)28제49장 한 줄29제51장 서른한 석

제8부 배율(倍率)

30제53장 배율(倍率)31제55장 공장32제57장 길33제60장 젊은 사람34제62장 서기(書記)35제64장 제소(提訴)

제9부 각하(却下)

36제65장 각하(却下)37제66장 이유 하나38제68장 재소(再訴)39제69장 유효(有效)

제10부 사정(事情)

40제71장 사정(事情)41제72장 위헌(違憲)42제74장 시정(是正)43제76장 세대(世代)44제78장 설계(設計)45제80장 배(倍)

제11부 주문(主文)

46제82장 변론(辯論)47제83장 주문(主文)48제84장 이유 둘49제85장 삼대일(三對一)

제12부 배분(配分)

50제87장 산식(算式)51제88장 마흔한 석52제91장 선서(宣誓)

제13부 비(比)

53제92장 유고(遺稿)54제94장 이름55제96장 회기 마흔56제97장 발의(發議)57제99장 백분(百分)58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