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석 제12부 배분(配分)
52화제91장 선서(宣誓)
하나 — 다섯 줄
명부는 두 장이다. 앞장에 스물셋, 뒷장에 열여덟이다.

앞장의 스물셋은 앞 회기에 재적하던 사람들이고 뒷장의 열여덟이 처음 온 사람들이다. 늘어난 열여덟 석에 온 사람이 열여덟이므로 앞의 스물세 자리에서는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회기는 1945년 이후 처음이다.
성명란은 두 줄이다. 위 줄에 이름을 적고 아래 줄은 비운다.
아래 줄이 무엇을 적는 칸이었는지는 서식에 적혀 있지 않다. 마흔한 사람 모두 비워 두었다.
의석은 왼쪽 뒤다. 세 줄이 다섯 줄이 되었다.
번호는 이어 붙였다. 앞의 스물셋은 자리를 옮기지 않았고 열여덟이 뒤에 붙었다.
지정 사유란에 적힌 것은 일곱 자다. 종전 배정에 준함.
의사부 직원이 물었다. — 종전 배정의 사유는 무엇이었는가.
계장이 답했다. — 서류를 찾아보아야 한다.
— 찾아보았다. 1945년 6월 각주에 통역석 근접이라고 적혀 있다.
— 통역석은 1946년에 옮겼다.
— 옮긴 뒤에는 무엇을 적었는가.
— 그 뒤로는 사유를 적지 아니하였다. 종전에 준한다고만 적었다.
— 그러면 마흔두 해 동안 사유가 없다.
— 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적은 것을 계속 준용한 것이다.
— 준용한 사유가 없어졌다.
— 없어진 것은 통역석이지 배정이 아니다.
자리를 정한 까닭은 없어졌고 자리는 남았다.
둘 — 신고란
신고 언어란은 이번 등원 기록에 처음 생겼다. 칸은 하나이고 적을 수 있는 것은 국어와 조선어 둘이다.
마흔한 사람 가운데 조선어를 적은 사람이 여섯이다. 여섯 다 뒷장 열여덟 안에 있다. 앞장 스물셋은 모두 국어를 적었다.
신고는 등원할 때 한 번 한다. 발언은 그때마다 따로 신청한다. 두 가지는 서식이 다르고 접수하는 계도 다르다.
신고란이 생긴 해에 조선어 발언 신청은 없었다. 그 앞의 두 해에도 없었다.
새로 온 의원이 물었다. — 조선어로 적으면 조선어로 말할 수 있는가.
직원이 답했다. — 신고는 신고다.
— 신고를 왜 받는가.
— 통계에 쓴다.
— 말하려면 어떻게 하는가.
— 발언 신청서에 따로 적는다.
— 신청하면 되는가.
— 통역이 있어야 한다.
— 통역석이 있지 않은가.
— 이달에 나간다.
— 나가는 사유가 무엇인가.
— 삼 년째 신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고한 여섯 사람은 아직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통역석은 1946년에 방청석 옆에서 세 줄 옆으로 옮겨 왔다. 옮긴 근거로 적힌 것은 그때도 의석이었다.
이번에는 다섯째 줄이 그 자리에 놓인다. 자리가 모자라서 나가는 것이고, 반출 목록에 적힌 사유는 그것이 아니다.
반출 목록의 그 줄은 이러하다. 비품 삼 점. 사용 실적 없음.
의자 둘과 책상 하나다. 마흔세 해 동안 그 책상 위에 놓인 것이 없었으므로 사용 실적란에 적을 것이 없었다.
선서는 2월 8일 오전에 있었다. 마흔한 사람이 차례로 나와 같은 문장을 읽었다.
선서문은 1945년 5월에 인쇄된 것이고 그 뒤로 고쳐지지 않았다. 읽는 말은 국어다. 신고 언어란과는 상관이 없다.
여섯 사람도 그 문장을 국어로 읽었다. 신고란은 선서가 끝난 뒤에 적는다.
신고는 선서보다 늦게 하고, 신고한 말로는 선서하지 않는다.
배정도에서 통역석 칸은 지워지지 않았다. 괘선은 그대로 그려져 있고 안이 비어 있다.
지우려면 지운 사유를 적어야 하고, 사유를 적는 칸이 배정도에 없다.
『우재현 유고(禹在賢 遺稿)』 제3판 · 범례
1988년 5월 간행. 활판 오백 부. 편자는 손자다.
본문 스물여덟 절은 1971년판을 그대로 둔다. 1978년판 해설 열아홉 쪽도 그대로 둔다.
이번 판에 새로 넣는 것은 사진판 한 장이다. 서기록 여백 사본이고 연필 글씨 세 줄이 있다.
사본의 소장자는 본인이 청하여 적지 아니한다.
배치는 제2절이 실린 면과 마주 보게 한다.
범례의 마지막 줄은 이러하다. — 두 문서 사이에 아무것도 적지 아니한다.
이번 판에는 앞의 두 판에 없던 종이가 한 장 들어간다.
하나 — 삼판(三版)
1978년판 삼백 부는 1986년 봄에 떨어졌다. 떨어진 것을 안 것은 유족이 아니라 헌정자료실이다.
여덟 해 동안 삼백 부가 나간 것이 아니다. 마지막 두 해에 백육십 부가 나갔다.
1985년 7월 뒤로 유고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부수를 다시 정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유족은 삼백 부를 말했고 자료실은 오백 부를 말했다.
오백 부로 정한 근거는 재적 의원 수다. 그해 2월에 조선 선거구 선출 의원이 스물셋에서 마흔하나가 되었다.

늘어난 인용은 한 줄에 몰린다. 제2절이다.
1945년 4월 3일 저녁에 적은 줄이고, 그날 귀족원에 조선인 일곱이 칙선으로 임명되었다.
— 임명된 자리는 셀 수 없고 뽑힌 자리는 셀 수 있다.
이 줄은 판결 이유서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판결을 말하는 자리마다 나온다.
편자를 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열 해 전에 해설을 쓴 사람이 그대로 맡았다.
그는 그해 서른셋이고 중의원 의석 재배분 특별위원회 조사원이다. 조사원의 일과 유고의 일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고 그는 유족에게 말했다.
관계가 없다는 말을 그는 두 번 했다. 두 번 다 묻지 않았는데 했다.
1971년판을 낸 것은 유족이고 1978년판을 낸 것도 유족이다. 이번 판의 간행자란에도 유족이 적힌다.
편자란이 따로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부가 물었다. — 해설을 고칠 것인가.
편자가 답했다. — 고치지 않는다.
— 열 해 전 것이다. 그 사이에 판결이 났다.
— 해설은 유고에 붙은 것이지 판결에 붙은 것이 아니다.
— 판결이 유고를 인용하고 있다.
— 인용한 것은 판결이 아니다. 판결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 그러면 이번 판에서 무엇을 하는가.
— 한 장을 넣는다.
— 무슨 장인가.
— 다른 사람이 쓴 것이다.
— 유고에 다른 사람 글을 넣는가.
— 넣는다. 대신 아무 말도 붙이지 않는다.
열 해 전에 그는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붙이지 않았다. 대신 종이를 한 장 넣었다.
둘 — 펼침면
왼쪽 면은 활판이다. 오호 활자로 짠 제2절 여덟 줄이고, 문제의 한 줄은 셋째 줄이다.
오른쪽 면은 사진판이다. 의원단 서기록 1957년 5월분의 오른쪽 여백이고, 인쇄된 괘선 바깥에 연필로 세 줄이 있다.
두 면 사이에 열두 해가 있다. 책에서는 한 장 두께다.
사본을 싣겠다고 청한 것은 그해 3월이다. 조사실에서 물었고 답은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편자가 물었다. — 이것을 유고에 붙이려 한다.
소장자가 답했다. — 유고는 그분 책이다.
— 마주 보게 놓으려 한다.
— 마주 보면 무엇이 되는가.
— 두 문서가 된다.
— 두 문서로 읽는 사람이 있겠는가.
— 없을 것이다.
— 그러면 왜 놓는가.
— 붙여 두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찾지 않는다.
— 이름은 적지 마라.
— 소장자를 적지 않으면 출처가 비게 된다.
— 비워 두라. 나는 그 종이를 규정대로 얻지 않았다.
조판에서 걸린 것은 크기였다.
사진판을 활자 판면에 맞추어 줄이면 연필 글씨의 가는 획이 뭉갠다. 뭉개지 않으려면 원래 크기로 떠야 하고, 원래 크기로 뜨면 오른쪽 면이 왼쪽 면보다 넓어진다.
넓어진 만큼을 왼쪽에 몰아 두기로 했다. 그래서 제2절 여덟 줄은 책등 쪽에 붙어 있고 사진판은 바깥쪽으로 나와 있다.
책을 펴면 오른쪽이 먼저 보인다.
사진판에는 접힌 자국이 가운데를 지난다. 두 면을 한 장에 뜬 사본이라 접어서 넣어 두었던 자국이다.
인쇄에서는 그 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지우면 사본이 아니라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인다.
편자가 이 종이를 처음 본 것은 열 해 전이다. 그때 그는 스물셋이었고 사무소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안 되었다.
보여 준 사람은 그 자리에서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설명 대신 종이를 도로 접어 넣었다.
한쪽은 셀 수 있다고 적었고 한쪽은 샀다고 적었다. 두 문장 다 셈이다.
셋 — 살린 것
세 줄 가운데 첫 줄은 이러하다.
— 오늘 우리는 한 줄을 샀다. 값은 스물세 표였다.
산 것은 헌법 제19조 제2항의 한 줄이다. 그 줄이 스물여덟 해 뒤 소송의 근거가 되었고, 소송이 1985년 7월의 판결이 되었다.
그 줄이 없었으면 다툴 조문이 없었다. 다툴 조문이 없으면 소송이 서지 않는다.
판결 이유는 일곱 항이다. 그 가운데 제6항만이 주문을 정한다.
제6항은 이렇게 적혀 있다. 본건 선거를 무효로 하면 조선 선출 의원 스물세 명 전원이 자격을 잃고, 시정을 위한 입법이 조선 선출 의원 없이 이루어진다. 이는 헌법이 기대하는 바에 반한다.
그러므로 위법을 선언하되 무효로 하지 아니한다.
이 문장이 서는 까닭은 스물세 자리가 셀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임명된 자리라면 없어져도 표가 나지 않는다. 임명한 쪽이 다시 임명하면 그만이다. 뽑힌 자리는 없애면 자리가 비고, 빈 자리는 다음 선거까지 채워지지 않는다.
마흔세 해 전 저녁에 적힌 한 줄이 그것을 먼저 적었다. 적은 사람은 그 줄이 어디에 쓰일지 몰랐다.
그가 그 줄을 적은 날 저녁에 그는 아직 등원하지 않았다. 선거는 한 달 뒤였다.
그러니까 그 줄은 자기가 앉을 자리에 관한 문장이 아니었다. 남이 앉은 자리를 세어 보고 적은 문장이었다.
두 문서로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주 놓는다 — 붙여 두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남은 6화 · 약 21,054자 · 약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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