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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제76장 세대(世代)

· 58화 중 43화 · 3,536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문(門)

맺음 두 쪽에 그가 쓴 것은 세 문단이다.

스물세 석 43화 제76장 세대(世代) — 헤더컷

첫 문단은 유고가 무엇을 적은 책인지다. 둘째 문단은 무엇을 적지 않은 책인지다.

셋째 문단이 여섯 줄이고 마지막 줄이 그 줄이다.


— 할아버지는 문을 만들었다.


그는 이 줄을 사실로 적었다.

문은 벽에 뚫는 것이다. 뚫으면 지나갈 수 있게 되고, 동시에 그 자리로만 지나가게 된다. 뚫는 일과 좁히는 일은 한 번에 일어난다.

그 두 문장을 그는 초고에 적었다가 지웠다. 셋째 원칙에 걸린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우고 나니 마지막 줄만 남았다.


조판소에서 물었다. — 이 줄 뒤에 무엇이 오는가.

그가 답했다. —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 여백이 반 쪽 남는다.

— 남겨 두라.

— 보통은 연보를 뒤로 돌린다.

— 돌리면 그 줄이 가운데 줄이 된다.

— 가운데 줄이면 무엇이 다른가.

— 가운데 줄은 다음 줄에 기대어 읽힌다.


1978년 4월에 삼백 부가 나왔다.

그해 안에 서평이 둘 났고 둘 다 마지막 줄을 인용했다. 하나는 그것을 헌사라고 적었고 하나는 유고 전체를 요약한 문장이라고 적었다.

다섯 쪽 해제를 인용한 서평은 없다.


그는 그 줄을 사실로 적었다. 사실로 읽은 사람은 없었다.


유족은 만족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잘 썼다고 말했고 무엇을 잘 썼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고치지 않았다. 인쇄된 뒤에는 고칠 자리가 없고, 고치자고 하면 무엇을 고치려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려면 지운 두 문장을 다시 쓰는 수밖에 없었다.


증보판이 나온 뒤에도 1971년판 사십 부는 그대로 돌아다녔다.

그는 그중 한 부를 자기 책상 위에 두었다. 등사 글씨가 번져서 제14절 몇 줄은 손으로 짚어야 읽힌다.

표지에 찍힌 「비매·배포 금지」는 지워지지 않았다.


강순영 구술 『서기(書記) 사십 년』

조선변호사회 구술사료 제11집. 1994년 간행. 제27장 「서기를 하나 두었다」.

채록자 주 — 채록은 1993년 가을에 여섯 차례 있었다. 구술자는 그때 일흔둘이다.

제27장은 1978년 가을의 일이다. 이 장에서 구술자는 상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그 아이」로만 부른다.

나는 사무소를 스물두 해 하면서 서기를 두지 않았다. 서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알기 때문에 두지 않았다.

베끼는 것은 읽는 것보다 느리다.

하나 — 스물두 해

강순영은 1955년에 변호사가 되었고 이듬해에 사무소를 열었다.

스물두 해 동안 사람은 둘이었다. 그와 사무원 하나다. 사무원은 셈과 접수를 하고 문서는 만지지 않는다.

문서를 만지지 않게 한 이유는 하나다. 책장 맨 아래 칸에 상자가 하나 있고, 그 상자에 든 것은 그가 서기실에서 들고 나온 것이다.


들고 나온 것은 규정 위반이다. 위반은 그가 한 것이고, 사람을 하나 더 들이면 그 사람도 알게 된다.

아는 사람이 둘이면 그것은 더 이상 그의 일이 아니다.


1978년 가을에 그가 마음을 바꿨다. 바꾼 계기는 책 한 권이다.

증보판 삼백 부 가운데 한 부가 그해 여름에 사무소로 왔다. 보낸 사람은 유족이고, 보낸 이유는 그가 배포처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읽은 것은 마지막 줄이 아니었다.


— 나는 그 책을 뒤에서부터 읽었다.

— 맺음 두 쪽은 대충 보았다. 그런 쪽은 대개 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쪽이다.

— 앞의 다섯 쪽에서 멈추었다.

— 거기에 문서가 넷 나란히 있었다. 규약 제4조와 반려 대장과 접수 서식과 처리 일람이다.

— 그 넷을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보이는지 나는 안다. 내가 그 넷을 다 손으로 썼다.

— 그런데 그 아이는 아래에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 스물세 살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말을 붙이지 않는 것은 참는 일이고, 참는 것은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해 시월에 사무소에 그 아이가 왔다. 강의가 없는 날에만 나오기로 했다.

첫날에 강순영이 물은 것은 세 가지다. 필적. 앉아 있는 시간. 그리고 지루한 일을 며칠까지 해 보았느냐다.

법을 아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둘 — 상자

상자는 책장 맨 아래 칸에 있었다. 그 칸은 사무소에서 가장 안 쓰는 자리다.

안에 든 것은 스무 묶음이다. 1946년부터 1966년까지 스무 해치 본회의 표결부 사본이다.

먹지로 뜬 것이라 글자가 흐리다. 흐린 것은 종이 탓이 아니라 세월 탓이다. 서른 해가 지나면 먹지 사본은 손톱으로 긁어야 읽힌다.


그가 말했다. — 이것을 다시 베껴라.

그 아이가 물었다. — 전부인가.

— 스무 묶음이다.

— 안건 이름과 표차만 옮기면 되겠는가.

— 전부다. 회기와 호수와 날짜와 안건과 찬반 수와 조선 스물셋의 개별 표까지 전부다.

— 그것은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이다.

— 그렇다.

— 얼마나 걸리는가.

스물세 석 43화 제76장 세대(世代) — 전환컷

— 세어 보지 않았다.

— 무엇에 쓰려고 베끼는가.

— 지금은 아무 데도 안 쓴다.

— 그러면 왜 베끼는가.

— 베끼면 세는 법을 알게 된다.


세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규칙을 말해 주거나 손을 지나가게 하거나다.

규칙을 말해 주면 규칙을 아는 사람이 된다. 규칙에 걸리는 것만 보게 된다.

손을 지나가게 하면 규칙에 걸리지 않는 것도 손에 남는다. 남은 것이 뒷날 규칙을 고친다.


베낀 것은 사본의 사본이다. 원본은 서기실에 있고 서기실 문서에는 열람 절차가 따로 있다.

낼 수 없는 것을 한 번 더 낼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다. 강순영은 그것을 알고 시켰다.


그는 아이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이 지나갈 자리를 주었다.

셋 — 베낀 것

첫 묶음은 1946년이다. 회기 마흔한 회분이고 안건은 넉 장에 하나꼴로 있다.

첫 묶음을 다 베끼는 데 열하루가 걸렸다. 열하루 동안 그가 한 일은 옮기는 것뿐이고, 알아낸 것은 손목이 아프다는 것뿐이다.


상자 맨 위 묶음에는 종이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 표결부가 아니고 필적이 다르다. 열두 해 전 여름에 끼운 것이다.

거기에 세 줄이 적혀 있다.


— 첫째, 본회의 표결일 것.

— 둘째, 찬성과 반대의 차가 스물세 이하일 것.

— 셋째, 스물세 표가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을 것.


그 아이가 물었다. — 이 세 줄은 무엇인가.

그가 답했다. — 세는 법이다.

— 이것을 먼저 주었으면 나흘이면 끝났다.

— 나흘이면 끝나는 일을 나는 열두 해 동안 안 했다.

— 왜 안 했는가.

— 세는 법을 아는 것과 세는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 어느 쪽이 어려운가.

— 뒤의 것이다. 앞의 것은 여름 하루면 된다.


그 아이는 세 줄이 적힌 종이를 베끼지 않았다.

베낄 것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표결부가 아니고 표결부를 읽는 자리에 놓는 종이다.

그는 그것을 상자 맨 위에 도로 끼우고 두 번째 묶음을 꺼냈다.


열이틀째부터 그는 안건 이름보다 표차를 먼저 보았다.


강순영 법률사무소 「제3차 소송 준비 각서」 · 1979년 3월

열한 쪽. 등사하지 않았고 사무소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뒤에 자료집 제6권에 수록된다.

아홉 항이고 제1항의 표제는 「방침」이다.

— 앞의 두 번은 격차가 크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 다 재량이라는 답을 받았다.

— 이번에는 격차를 주장하지 아니한다.

몇 석이 옳은지는 다투지 않는다. 스물세 석의 근거가 어디 있는지만 묻는다.

앞의 두 소장은 잘 쓴 문서였다. 그것이 진 이유다.

하나 — 두 번

제1차 소송은 1968년에 냈고 이듬해에 끝났다.

제2차 소송은 1971년에 냈고 이듬해에 끝났다. 두 소장은 두께가 다르고 뼈대가 같다.

둘 다 첫 항이 인구다. 조선 한 석에 몇 사람이고 내지 한 석에 몇 사람인지를 적고, 나누고, 그 값이 크다고 적었다.


두 번 다 답은 같았다. 정수의 배분은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는 것이다.

재량이라는 말은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그 값이 옳은지 그른지를 재판소가 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값을 걸고 다투면 값을 정할 사람을 묻게 된다. 묻고 나면 그 사람이 국회다.


그가 물었다. — 우리가 낸 것은 무엇이었는가.

아이가 답했다. —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 크다는 것은 무엇에 대어 크다는 것인가.

— 내지에 대어 크다.

— 재판소가 무엇이라 답했는가.

— 얼마가 알맞은지는 국회가 정한다고 했다.

— 그러면 우리 주장은 무엇이 되는가.

— 국회가 정한 값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재판소가 재는가.

— 재지 않는다.


1972년 구두변론에서 재판장이 몇 석이면 되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가 한 답이 조서에 남아 있다.

— 몇 석인지는 저희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근거를 적어 주십시오.

그 답은 그해에 아무 데도 쓰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는 물음에 대한 대꾸였고 주장이 아니었다.

각서 제1항은 그 두 마디를 소장의 뼈대로 옮긴 것이다.


격차가 크다는 주장에는 상대가 있다. 크다 작다를 다투면 정하는 자리는 상대에게 있다.

둘 — 각서(覺書)

각서 제2항의 표제는 「뺄 것」이다.

뺄 것이 셋 적혀 있다. 격차의 값. 인구비 배분의 요구. 몇 석이라는 숫자다.

셋을 빼고 나면 소장에 남는 물음은 하나다. 스물세 석은 무엇을 재어서 나온 수인가.


제3항의 표제는 「증거」다. 증거는 두 통이다.

하나는 1954년에 사무국이 총독부에 물어 받은 회신이다. 두 줄이고, 해당 문서 소재 불명이라고 적혀 있다.

하나는 1960년에 의원단이 정부에 물어 받은 회신이다. 여섯 해 뒤인데 두 줄이 같다.

증거는 두 통뿐이다. 1954년과 1960년, 여섯 해를 두고 온 회신의 두 줄이 똑같다. 해당 문서 소재 불명.

남은 15화 · 약 52,385자 · 약 7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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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석전 58화

제1부 을안(乙案)

1서장2제2장 두 통3제4장 선(線)

제2부 입법(立法)

4제6장 총독(總督)5제7장 안(案)6제9장 삼십사호(三十四號)7제10장 칙선(勅選)8제13장 획정(劃定)

제3부 개표(開票)

9제15장 유권(有權)10제16장 열세 곳11제17장 표(票)12제18장 개표(開票)13제20장 등원(登院)14제22장 무엇에 대한 비율입니까

제4부 원내(院內)

15제25장 통역(通譯)16제27장 회기(會期)17제28장 증원(增員)18제30장 손

제5부 청원(請願)

19제31장 삼십만(三十萬)20제33장 절차(節次)21제34장 태웠다

제6부 강화(講和)

22제37장 호적(戶籍)23제39장 세율(稅率)24제41장 학교25제44장 여자

제7부 합동(合同)

26제46장 합동(合同)27제48장 개헌(改憲)28제49장 한 줄29제51장 서른한 석

제8부 배율(倍率)

30제53장 배율(倍率)31제55장 공장32제57장 길33제60장 젊은 사람34제62장 서기(書記)35제64장 제소(提訴)

제9부 각하(却下)

36제65장 각하(却下)37제66장 이유 하나38제68장 재소(再訴)39제69장 유효(有效)

제10부 사정(事情)

40제71장 사정(事情)41제72장 위헌(違憲)42제74장 시정(是正)43제76장 세대(世代)44제78장 설계(設計)45제80장 배(倍)

제11부 주문(主文)

46제82장 변론(辯論)47제83장 주문(主文)48제84장 이유 둘49제85장 삼대일(三對一)

제12부 배분(配分)

50제87장 산식(算式)51제88장 마흔한 석52제91장 선서(宣誓)

제13부 비(比)

53제92장 유고(遺稿)54제94장 이름55제96장 회기 마흔56제97장 발의(發議)57제99장 백분(百分)58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