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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제15장 파리

· 58화 중 9화 · 3,430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둘 — 남은 하나

접수 원부의 그 줄에는 지금도 처리 구분이 적혀 있다. 네 글자다.

코르닐로프 9화 제15장 파리 — 헤더컷

옆 칸에는 그날 처리한 사람의 약호가 있다. 약호는 두 자이고 누구인지는 대조표가 없어 알 수 없다. 대조표는 회의가 끝난 해에 폐기되었다.

그 옆이 회신란이다. 회신란에는 날짜를 적게 되어 있고 그 자리가 비어 있다. 비어 있는 것은 회신하지 않아서이고, 회신하지 않은 것은 회신할 곳이 없어서다.

원부를 만든 사람은 이 줄에 회신 날짜가 들어갈 것을 예정하고 칸을 인쇄했다. 예정은 서식을 만들 때 하는 것이고, 서식은 누가 올지 모르는 채로 만든다.


표재선(表載善), 『계산에 관하여』, 1959년 유고, 제1장

원고지 사백 장 분량이다. 표제만 붙어 있고 간행되지 않았다. 유족이 1961년에 기증하였다.

— 나는 평생 남의 돈을 세었다. 내 돈을 센 적은 없다.

— 사람들은 내가 돈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만든 적이 없다. 들어온 것을 적었을 뿐이다.

— 이 글은 변명이 아니다. 변명을 하려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알아야 하고 나는 아직 모른다.

— 다만 나는 처음 편 장부를 기억한다. 그 장부의 수입란은 세로로 여섯 칸이었다.

— 여섯 칸 가운데 넷이 끝까지 비었다.

원고 뒤에 회계 서식 견본 열두 장이 함께 묶여 있다.

그가 처음 편 장부는 표지가 없는 것이었다.

하나 — 통합

1919년 9월에 세 곳의 임시정부가 하나가 되었다. 상해와 한성과 노령이다.

통합에는 문서가 많이 들었다. 세 곳의 관제를 맞추고 명칭을 정하고 자리를 나누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리를 두고 다투었고 지방을 두고 다투었다. 다툰 기록은 회의록으로 남았다.

여기까지 실사와 같다. 사람도 같고 다툰 내용도 같고 다툼이 끝난 날짜도 같다.

다툼에도 값이 든다. 세 곳에서 사람이 오면 배와 기차를 타야 하고 오래 머물면 방을 얻어야 한다. 그 값을 누가 냈는지는 통합 관계 문서철에 적혀 있지 않다.


다른 것은 회의록이 아니라 그 옆에 있다.

통합 정부의 관제에는 부(部)가 일곱이다. 일곱 부 가운데 여섯은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외무는 승인을 구하고 군무는 부대를 헤아리고 내무는 국내와 연락한다.

재무만 다르다. 재무의 할 일은 정해져 있지 않다. 걷어서 대는 것이 재무의 일인데 걷을 데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 첫 달에 재무부에 들어온 문서는 두 종류다. 돈을 달라는 것과 돈을 냈다는 것이다.

앞엣것은 날마다 왔다. 인쇄비와 방세와 전보값과 여비였다. 뒤엣것은 그 달에 손으로 셀 수 있었다.

두 종류의 문서를 같은 철에 묶으면 철이 한쪽으로 기운다. 재무부는 두 철을 따로 두었다. 따로 두면 기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재무부의 정원은 넷이었다. 차장 하나, 회계원 하나, 서기 둘이다.

회계원으로 들어온 사람이 표재선이다. 그때 서른이었다. 평안도에서 났고 진남포의 상점에서 삼 년 동안 장부를 보다가 1919년 여름에 상해로 왔다.


— 자네가 셈을 할 줄 안다고 들었다.

— 상점에서 삼 년 하였다.

— 상점 장부와 정부 장부는 다르다.

— 무엇이 다른지 일러 주면 그대로 하겠다.

— 상점은 판 것을 적고 정부는 걷은 것을 적는다.

— 걷는 것은 누가 정하는가.

— 정하는 사람은 있고 걷는 사람은 없다.

— 그러면 무엇을 적는가.

— 그것을 자네가 정하라고 부른 것이다.


정부의 회계는 걷는 힘 위에 선다. 이 정부에는 걷는 힘이 없고 부탁하는 힘만 있다.

둘 — 여섯 칸

서식은 재무부가 만들었다. 만든 사람은 앞서 총독부 세무 관서에 있던 사람이다. 그가 아는 서식이 그것뿐이었으므로 그것을 베꼈다.

베낀 서식의 세입란은 세로로 여섯 칸이다. 다섯 칸에는 이름이 인쇄되어 있고 여섯째 칸은 표제란이 비어 있다.

비어 있는 것이 잘못 찍힌 것인지 물었다.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 여섯째 칸은 무엇을 적는 칸인가.

— 아직 이름이 없다.

— 이름이 없는 칸을 왜 그었는가.

— 다섯으로는 모자랄 것 같았다.

— 무엇이 더 들어오겠는가.

— 그것은 나도 모른다.

— 모르는 것을 칸으로 그어 두는 법이 있는가.

— 칸이 없으면 들어와도 적을 데가 없다.

— 적을 데가 없으면 잡수입으로 들어간다.

— 잡수입으로 들어가면 어디서 왔는지가 없어진다.


코르닐로프 9화 제15장 파리 — 전환컷

잡수입으로 들어간 돈은 액수만 남고 출처가 남지 않는다. 액수는 합계에 들어가고 출처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십칠 년 뒤에 이 나라의 회계를 남이 검사하게 되었을 때, 검사하는 쪽이 가장 먼저 본 것이 그 칸이다. 그때는 그 칸의 이름이 잡수입이 아니었다.


원래 서식에서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상급 관서의 교부금 칸이다. 관서는 위가 있고 위에서 내려오는 돈이 있다. 그 돈에는 걷는 수고가 들지 않는다.

이 정부에는 위가 없다. 위가 없으므로 그 칸에 넣을 것이 없고, 넣을 것이 없으므로 이름을 인쇄하지 못했다.

만든 사람은 그것을 알면서 칸을 남겨 두었다. 지우지 않은 것은 언젠가 위가 아닌 데서라도 그만한 것이 올지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칸은 정부에서 오는 돈을 적는 칸이었고, 이 정부 위에는 정부가 없었다.

셋 — 다섯 칸의 성질

표재선이 그해 가을에 한 일은 다섯 칸의 성질을 적어 두는 것이었다. 유고 제1장에 그 대목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애국공채는 증서를 팔고 뒷날 갚기로 한 것이다. 회계로 보면 빚이다. 빚이 세입란에 오르는 것은 서식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다.

인구세는 사람 수로 매기는 정액이다. 매기려면 사람이 어디에 몇인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아는 일 자체에 돈이 든다.

의연금은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은 해마다 다르고 삼월과 사월에 많고 겨울에 적다.

기부는 한 번이다. 한 번 받은 곳에 두 번 청하려면 명분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잡수입은 이름이 잡이다. 무엇이 들어올지 모르는 칸을 하나 두는 것이 서식의 관례이고, 관례는 관례대로 따랐다.

다섯 가운데 해마다 같은 액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의 예산은 다음 해에 들어올 것을 미리 정해 두고 짜는 것인데, 미리 정할 수 있는 줄이 없으면 예산이 아니라 희망이 된다.


다섯 칸은 전부 사람에게서 걷는 칸이다. 사람에게서 걷는 돈은 사람이 지치면 끊긴다.


실사에서는 이 자리에 여섯째가 왔다. 이듬해에 다른 나라에서 온 돈이다. 그 돈은 사람에게서 걷은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온 것이었고, 그래서 액수가 앞의 다섯을 합친 것보다 컸다.

컸기 때문에 그 돈을 두고 다툼이 생겼다. 다툼은 회계의 다툼으로 시작해서 노선의 다툼이 되었다.

이 세계에서 여섯째 칸은 비어 있다. 비어 있으므로 다툴 것이 없고, 다툴 것이 없으므로 걷는 일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유고 제1장의 끝에 그가 그 칸을 두고 적은 대목이 있다.


— 나는 그 칸을 세 해 동안 비워 두었다.

— 비워 둔 것은 기다린 것이다.

— 무엇을 기다렸는지 지금은 말할 수 있다.

— 나는 조건이 붙지 않은 돈을 기다렸다.

— 조건이 붙지 않은 돈은 오지 않았다.

—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는지 아닌지는 이 글의 끝에 적는다.

— 나는 아직 거기까지 쓰지 못하였다.


그해 겨울에 그는 스스로 규칙을 하나 정했다. 영수증을 주고받지 못하는 돈은 장부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칙을 정한 까닭은 도덕이 아니라 서식이었다. 올리려면 어느 칸에 올릴지 정해야 하고, 어느 칸인지 정하려면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

이 규칙은 그가 회계를 놓을 때까지 지켜졌다. 지켜진 결과가 무엇이 되는지를 그는 스물일곱 해 뒤에 알게 된다.


표재선은 1921년에 워싱턴으로 갔다. 구미위원부의 회계를 맡았고 거기서 서식을 다시 만들었다. 새 서식의 세입란은 다섯 칸이다. 만든 해는 1923년이다.

유고에 묶인 견본 열두 장에는 두 서식이 다 들어 있다. 여섯 칸짜리가 앞이고 다섯 칸짜리가 뒤다.

뒤엣것에는 고친 날짜가 인쇄되어 있고 앞엣것에는 만든 날짜가 없다. 만든 날짜를 적는 칸은 서식 아래쪽에 있었고, 그 칸도 비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세입세출 결산서」 1920~1922년도 · 세입 항목별

결산서는 해마다 의정원에 낸다. 세입은 항목별로, 세출은 부(部)별로 적는다.

세 해분이 한 문서철에 편철되어 있고 등사판으로 찍었다. 부수는 각각 서른 부를 넘지 않는다.

세입란의 항목은 서식에 미리 인쇄되어 있지 않다. 그해에 들어온 것만 손으로 적는다.

그래서 이 표는 해마다 줄 수가 다르다.

1920년도가 다섯 줄, 1921년도가 네 줄, 1922년도가 세 줄이다.

문서철 표지에 정리 담당자의 주기가 붙어 있다. 「액수는 판본마다 다름. 항목명과 줄 수만 대조 가능.」

이 결산서에는 실사에 있던 줄이 하나 없다.

하나 — 다섯 줄

1920년도 세입은 다섯 줄이다.

항목걷는 곳걷는 방식
애국공채미주와 중국과 연해주의 동포증서를 팔고 뒷날 갚기로 한다
인구세국내외 동포사람 수로 해마다 정액
미주 의연금교회와 단체모집할 때마다
중국인 기부상해와 남경의 유지한 번
잡수입정해진 곳이 없다정해진 방식이 없다

액수는 옮기지 않는다. 판본마다 다르고 어느 판본이 맞는지 정해지지 않았다.

옮길 수 있는 것은 줄의 수와 성질이다.

다섯 줄이 네 줄이 되고 세 줄이 된다. 스물일곱 해 뒤의 검사가 가장 먼저 보는 것도 그 칸이다 — 그때 그 칸의 이름은 잡수입이 아니다.

남은 49화 · 약 172,736자 · 약 4시간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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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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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단독(單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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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부 동등(同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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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