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8부 조직법(組織法)
34화제60장 법안(法案)
하나 — 기초자란
극동국 내부 각서 한 쪽이 문서철에 남아 있다. 표제는 「기초 방침」이다.

— 새 문장은 쓰지 않는다.
— 왜인가.
— 새 문장은 위원회에서 한 줄에 하루가 걸린다.
— 옮겨 온 문장은 얼마나 걸리는가.
— 이미 통과된 문장은 다투지 않는다.
— 다투지 않으면 무엇이 남는가.
— 조문 배열과 조문 수만 남는다.
— 그것은 다투는가.
— 그것도 다투지 않는다. 세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투지 않기 위해 옮겨 온 문장에는 다투어 본 사람이 없다.
둘 — 아홉으로 줄이기
옮겨 올 문장의 수가 문제였다.
앞의 법은 여든여덟 조다. 가운데 법은 그보다 길다. 뒤의 법은 짧지만 그 안의 한 조에만 갈래가 열여섯이다.
셋을 다 옮기면 백 조가 넘는다. 백 조가 넘는 법안은 회기 안에 끝나지 않는다.
그해 가을 워싱턴에서 시간은 짧은 물건이었다. 유엔이 생긴 지 한 해가 되지 않았고, 유럽 쪽의 일이 매주 커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홉으로 줄였다. 줄이는 일은 고르는 일이다.
고른 아홉은 이렇다. 영역, 국민, 권리, 입법, 승인, 외교, 유보지, 동등권, 정본이다.
아홉을 한 줄씩 적으면 이렇다.
제1조는 나라의 이름과 영역을 정한다. 제2조는 누가 그 나라의 국민인지를 정하고, 그 국민이 미합중국의 시민은 아니라고 못박는다. 제3조는 권리를 적는다.
제4조는 입법권이 그 나라 국회에 있다고 적은 다음, 그 국회가 만든 법률을 미 의회에 보고하게 하고 무효로 할 권한을 남긴다. 제5조는 통화와 관세와 이민의 법률에 대통령의 승인을 붙인다. 제6조는 외교를 감독과 통제 아래 둔다. 제7조는 유보지를 둔다.
제8조는 미합중국의 시민과 법인에게 천연자원과 공익사업에서 같은 권리를 준다. 제9조는 이 법의 정본을 정한다.
앞의 셋은 나라를 만드는 조문이고 가운데 넷은 그 나라가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을 적은 조문이다. 여덟째는 자본에 관한 것이고 아홉째는 이 법을 읽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아홉 가운데 여덟이 옮겨 온 문장이다. 하나만 이 법안에서 처음 나온다. 아홉째다.
버린 것도 있다. 상고심 조항과 개입 조항과 주재위원 조항이다.
버린 셋 가운데 둘은 버려서 나아진 것이다. 남의 나라 대법원에 올라가는 사건이 없어졌고,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조문도 없어졌다.
셋째로 버린 것은 다르다. 주재위원은 그 섬 사람이 워싱턴에 두 사람 앉히던 자리다. 말할 자격은 있고 표는 없는 자리였다.
표 없는 자리를 없앤 것을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없앤 뒤에 그 자리가 다른 것으로 바뀌지 않았다.
같은 각서의 뒷장에 여섯 줄이 있다.
— 열여섯을 아홉으로 줄이면 일곱이 빠진다.
— 빠진 일곱 가운데 넷은 조선에 없는 제도다.
— 둘은 넣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 나머지 하나는 기한이다.
— 앞의 법에는 기한이 있었다. 십 년이었다.
— 이 법안에는 기한을 적을 조가 없다.
빠진 일곱 가운데 여섯은 조문이고 하나는 날짜였다.
날짜를 빼는 데는 별다른 의논이 없었다. 앞의 법에서 십 년은 독립까지의 유예였고, 이 법안에는 유예할 대상이 없다.
이 법안이 세우는 것은 준비 정부가 아니라 정부다. 정부가 이미 서 있으면 무엇까지 몇 해라고 적을 자리가 없어진다.
자리가 없어서 빠진 것은 뺀 것으로 세어지지 않는다. 각서가 그것을 한 줄로 적어 둔 것이 이 문서철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셋 — 같다
제1조는 두 문장이다. 앞 문장이 이 법안에서 가장 큰 문장이다.
앞 문장은 이렇다. 「본법에 의하여 조직되는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 칭한다. 그 영역은 서기 1910년 8월 29일 이전에 대한제국이 관할권을 행사하던 영역과 같다.」
가운데 낱말이 「같다」이다.
이 낱말이 하는 일은 셋이다. 삼십육 년 전의 그날을 기준으로 삼고, 그날 이전의 영역을 지금의 영역으로 세우고, 그 사이의 것을 없던 것으로 만든다.
미 의회의 법률이 대한제국의 관할권을 문면으로 확인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파리에서 받지 못한 것이 여기 한 줄로 들어 있다.
받지 못한 것을 스물일곱 해 만에 받았다. 받은 자리가 자기 나라 의회가 아니라는 것은 이 문장을 읽는 데 걸림이 되지 않았다.
걸림이 되지 않은 까닭은 문면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문면은 조금도 깎지 않았다. 그날 이전의 영역을 그대로 적었다.
깎지 않은 문장을 읽을 때 사람은 그 문장을 누가 적었는가를 뒤에 생각한다. 대개 훨씬 뒤에 생각한다.

압록강과 두만강이 조문에 적히지 않았다. 적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다」 한 낱말이 그 두 강을 다 담는다.
실사에서 그해에 조선을 다룬 문서에는 위도가 하나 들어 있었다. 이 법안에는 위도가 없다.
없는 것이 이 법안에서 가장 큰 자랑이다. 자랑할 만하다. 이 문장을 읽고 자랑스럽지 않을 조선 사람은 그때도 지금도 드물다.
이 문장을 이듬해 여름에 조선말로 읽은 사람들은 대개 여기서 멈추었다. 멈춘 것이 잘못은 아니다. 멈출 만한 문장이다.
교과서가 팔십 년 동안 이 문장을 인용해 온 것도 같은 이유다. 인용할 때 대개 앞 문장까지만 옮긴다.
이 법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문장은 제1조 앞 문장이고, 그 문장 다음에 마침표가 오지 않는다.
넷 — 다만
앞 문장 뒤에 오는 것은 쉼표와 한 낱말이다. 원문은 두 낱말이고 옮기면 두 자다.
「다만 본법 제7조에 의하여 유보되는 구역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서식에서 이 자리에 오는 말은 늘 같다. 앞의 것을 뒤집지 않고 앞의 것에서 얼마를 떼어 낸다.
앞의 법에도 같은 자리에 같은 말이 있었다. 그 섬의 영역을 적은 다음에 해군 유보지를 뺐다.
뺀 자리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해 봄에 서명된 협정에 나온다. 협정은 아흔아홉 해를 적었다.
아흔아홉 해는 이 법안의 어디에도 없다. 이 법안에 있는 것은 「다만」 두 자다.
떼어 내는 크기는 이 조에 없다. 제7조에도 없다. 제7조는 그 크기를 별도의 협정으로 정한다고 적었다.
그러므로 제1조의 영역은 이 법률로 확정되지 않는다. 확정되는 것은 영역의 정의이고 영역의 넓이가 아니다.
법률고문의 검토 각서가 법안 원문 뒤에 붙어 있다. 열 줄이다.
— 단서를 본문 안에 둘 것인가 따로 조를 세울 것인가.
— 본문 안에 둔다.
— 따로 세우면 어떠한가.
— 따로 세우면 그 조만 떼어 다툴 수 있다.
— 본문 안에 두면 어떠한가.
— 본문을 다투어야 단서를 다툴 수 있다.
— 본문을 다투는 쪽이 있겠는가.
— 본문은 영역을 온전히 인정하는 문장이다.
— 그것을 다툴 쪽은 없다.
— 그러면 단서도 다투어지지 아니한다.
본문은 영역을 정하고 단서는 그 영역에서 무엇을 뺄지 정한다. 뺄 것의 크기는 이 법에 적히지 않았다.
이 단서가 몇 해 뒤에 무엇이 되는지는 뒤의 부에서 나온다. 목록이 만들어지고, 갱신되고, 넓어진다.
넓어질 때마다 근거로 적히는 것은 이 두 자다. 두 자는 고쳐진 적이 없다. 고칠 필요가 없었다.
다섯 — 접수와 회부
법안은 9월에 접수되었다. 접수번호가 붙고 외교위원회로 회부되었다.
그해 11월에 그 위원회가 청문회를 연다. 사흘이고 증인은 여덟이다.
그 회기 안에 이 법안은 표결에 붙지 못했다. 의회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뀐 의회에 같은 문면이 다시 제출된다. 다시 제출된 법안이 이듬해 봄에 하원을 지난다.
제1독회 원문에는 이 일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다. 제1독회 원문이 적는 것은 접수한 날짜와 회부한 곳뿐이다.
이 법안의 조선말 본은 그해에 없다. 만들라는 지시가 아직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해 가을 조선에서 이 문면을 읽은 사람은 영어를 읽는 사람뿐이다. 그 수는 많지 않았고 대개 관청 안에 있었다.
관청 안에서 읽은 사람은 이 문서를 밖에 옮기지 않았다. 옮길 근거가 없었다. 아직 법이 아니라 법안이었기 때문이다.
법이 되기 전에는 논의할 것이 없다는 말은 절차로 보면 옳다. 법이 된 뒤에는 논의해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 이 법의 아홉째 조에 적혀 있다.
스물일곱 해 전에 파리에서 조선 사람들이 받은 것도 접수번호였다. 그때는 넣은 쪽에 번호가 붙었다.
이번 번호는 넣은 쪽에 붙지 않았다. 조선 사람 가운데 이 법안을 넣은 사람은 없다.
법안 원문 열두 쪽의 마지막 쪽은 절반이 비어 있다. 아홉째 조가 짧아서 그렇다.
짧은 조를 마지막에 두는 것은 법안 서식의 관례다. 짧고 다툴 것이 없는 조를 끝에 두면 읽는 사람이 거기서 걸리지 않는다.
걸리지 않고 지나간 것은 심의 기록에 남지 않는다. 이 법안의 아홉째 조를 두고 위원회에서 오간 말은 뒷날 어느 쪽에도 없다.
그 빈 자리에 뒷날 누군가 연필로 줄을 그어 두었다. 줄만 있고 글자는 없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속기록. 제79차 의회 제2회기. 1946년 11월. 제3일.
사흘 가운데 마지막 날이다. 이날의 증인은 둘이고 앞의 증인은 국무부 사람이다.
뒤의 증인 이름 옆에 괄호가 있다. 괄호 안은 「대한민국구미위원부 재무」다.
그 기구는 그해 여름에 이미 문을 닫았다. 속기사는 증인이 대는 대로 적는다.
이날 제출된 증거물은 셋이고, 제3호의 제출자란에 증인의 이름이 있다.
뒷날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이날의 두 줄이다. 「이 돈은 어디서 왔습니까」 「미국입니다」
증거물 제3호를 제출한 사람은 위원이 아니라 증인이었다.
청문회 사흘째, 문 닫은 기구의 재무가 증인석에 앉는다. 뒷날 가장 많이 인용되는 두 줄, 「이 돈은 어디서 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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