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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제75장 환율(換率)

· 58화 중 43화 · 3,393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보내는 데에는 서식이 있다. 보내지 않는 데에는 서식이 없다.

절차를 그만두려면 그만둔다는 문서가 필요하고 그 문서의 서식은 아무도 만들지 않았다.

코르닐로프 43화 제75장 환율(換率) — 헤더컷

문서의 본문 한 쪽에 든 것은 셋이다. 조치의 내용과 시행 예정 시기와 예상되는 대외 거래상의 효과다.

별지 두 쪽은 숫자다. 통화 발행고와 외화 보유고와 최근 열두 달의 수출입 실적이다.

요청은 없다. 요청하는 문장이 본문 어디에도 없다. 알린다는 문장이 마지막에 한 줄 있다.


회신은 여드레 뒤에 왔다. 접수하였다는 한 줄이다.

조건이 없다. 수정 요구도 없고 유보도 없다. 판단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판단이 없는 것이 이 절차의 성질이다. 판단을 구하지 않았으므로 판단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절차는 열여섯 해 동안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없는 절차는 폐지되지 않는다. 폐지하려면 무엇을 폐지하는지 적어야 하고 적을 것이 없다.

있는 절차는 조문이 바뀌면 함께 바뀐다. 없는 절차는 조문과 무관하므로 조문이 바뀌어도 남는다.


문서철 겉장의 분류 번호는 「제5조 관계」다.

그해 그 칸에 편철된 문서는 스물셋이다.

그 가운데 제5조가 요구한 것은 둘이다.


『대한민국 해외 파병 결정 과정 연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09년 간행. 본문 세 권과 자료편 한 권이다.

자료편은 문서철 셋을 날짜순으로 다시 편철한 것이다. 1965년과 1971년과 1973년이다.

서문에 연구의 범위가 한 줄로 적혀 있다. 「이 연구는 결정의 당부를 다루지 아니한다.」

다루는 것은 문서가 놓인 순서다.

범례 끝에 한 항이 더 있다. 원 문서철의 편철 순서는 각 권 말미에 따로 싣는다는 항이다.

1971년 10월, 두 번째 요청서가 서울에 닿았다.

하나 — 순서

관청의 문서철은 날짜순으로 묶이지 않는다. 결재가 난 순서로 묶인다.

두 순서는 대개 같고 가끔 다르다. 다른 자리에서 한 건의 일이 어떤 차례로 진행되었는지가 보이지 않게 된다.

연구소가 한 일은 그것을 풀어 다시 놓은 것이다. 자료편 네 권 가운데 세 권이 그 작업이다.

날짜순으로 놓으면 첫 문서가 정해진다. 세 문서철의 첫 문서가 다 같은 종류다.


1965년 문서철에서 다섯만 옮긴다.

일자문서
1964.12.7미합중국측 구두 요청 요지 (외무부 작성)
1965.1.8국방부 검토 보고
1965.2.19국무회의 의결
1965.3.2국회 동의안 가결
1965.4.6제6조에 의한 사전 동의 회신

가운데 세 줄이 이 나라 안에서 만들어진 문서다. 첫 줄과 마지막 줄만 밖에서 왔다.

「동의」라는 두 글자가 두 번 나온다. 앞의 동의는 이 나라 국회가 이 나라 정부에게 하는 것이고, 뒤의 동의는 다른 나라가 이 나라에게 하는 것이다.

두 동의 사이가 다섯 주다. 그 다섯 주 동안 파병은 정해져 있었고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1971년 10월의 문서철도 첫 문서가 요청 요지다. 여섯 해 전과 같은 서식으로 외무부가 받아 적었다.

받아 적은 문서에는 받아 적은 사람의 이름이 남는다. 말한 사람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

자료편 제3권에 그해 시월의 실무 협의 요지가 실려 있다.

— 이 요청서에 명령이라는 말이 있는가.

— 없다.

— 요청이라는 말은 있는가.

— 있다. 세 번 있다.

— 그러면 요청이다.

— 요청을 받고 거절한 일이 있는가.

— 없다.

— 거절한 일이 한 번도 없으면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 부르는 말이 없다.


문서에 적힌 말은 요청이고, 요청을 거절한 기록은 없다.

둘 — 감독과 통제

제6조는 두 문장이다. 앞 문장이 이 나라의 외교 사무를 미합중국의 직접적인 감독과 통제 하에 둔다. 뒷 문장이 사전 동의 없는 조약과 협정과 외채를 막는다.

파병이 외교인지 국방인지는 조문에 없다. 조문은 외교 사무라고만 적었고 사무의 목록을 두지 않았다.

목록이 없으면 다투게 된다. 이 나라에서는 다투지 않았다. 파병에는 상대국과 맺는 문서가 따라붙고, 그 문서는 협정이다.

협정이면 뒷 문장이 걸린다. 그래서 두 번 다 사전 동의를 거쳤다. 앞 문장을 해석할 일이 없었다.


앞 문장은 팔십 년 동안 거의 인용되지 않았다. 인용할 자리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용되지 않은 문장은 뜻이 굳는다. 이 나라 문서에서 제6조는 오래 「감독」으로 읽혔다. 통제라는 두 글자는 국어본에 있는데도 잘 쓰이지 않았다.

두 낱말을 나란히 두면 조선말에서는 앞말이 뒷말을 덮는다. 그것을 스물네 해 전에 국어본을 만든 사람이 각서에 적어 두었다.

적어 둔 것은 그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뒤의 일이다.


본문 제2권 결론부에 일곱 줄이 있다.

— 이 문서철에는 지시 문서가 없다.

코르닐로프 43화 제75장 환율(換率) — 전환컷

— 요청 문서가 있고 검토 문서가 있고 의결 문서가 있다.

— 의결한 것은 이 나라 국회다.

— 그러므로 이 결정을 강요라고 부를 근거를 이 문서철에서 찾을 수 없다.

— 다만 이 문서철에는 요청을 검토하지 않기로 한 문서도 없다.

— 그런 문서는 이 나라의 어느 문서철에도 없다. 서식이 없기 때문이다.


결정한 사람이 이 나라 사람이므로 아무도 그것을 강요라고 부르지 못한다.


자료편 제3권은 1971년 10월의 요청 요지로 시작해서 1973년의 사전 동의 회신으로 끝난다.

첫 쪽의 문서와 마지막 쪽의 문서만 밖에서 왔다.

그 사이에 놓인 것은 전부 이 나라 사람이 쓴 문서다.


대한민국 외무부 조약국 「조약 체결 사전 동의 조회」 서식 제3호

1972년 제정. 갱지 한 장이고 앞면만 인쇄되어 있다.

사무편람 부록의 서식 목록에서 셋째다. 제1호가 조약 체결 품의이고 제2호가 조약문 송부다.

제3호에는 결재란이 없다. 결재는 제1호에서 끝난 것으로 되어 있다.

기재 요령이 서식 아래에 네 줄 붙어 있다.

이 서식은 폐지된 일이 없다.

이 서식에는 이 나라 사람이 채우지 않는 칸이 하나 있다.


서식이 생기기 전에는 건마다 공문을 기안했다. 기안은 문안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새로 만드는 문안에는 그때그때의 사정이 들어간다. 사정이 들어가면 문서가 길어지고 길어진 문서는 회신이 늦다.

서식은 문안을 만들지 않는다. 칸을 채운다.


칸은 다섯이다.

표제
1조회 사유
2상대국
3조약 또는 협정의 명칭
4서명 예정일
5본건에 관한 미합중국측 의견

앞의 넷은 조약국이 채운다. 다섯째 칸은 비워서 보낸다.

비워서 보내는 칸이 인쇄되어 있다는 것은 그 칸이 채워져 돌아온 일이 여러 번 있었다는 뜻이다.

한 번이면 손으로 그린다. 여러 번이면 인쇄한다.


제정 품의에 붙은 문답이 편람 편성철에 남아 있다.

— 서식을 만드는 까닭이 무엇인가.

— 건마다 문안을 새로 쓰는 일이 번거롭다.

— 한 해에 몇 건인가.

— 세어 보았다. 세어 보았으므로 서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 다섯째 칸을 인쇄해도 되는가.

— 인쇄하지 않으면 그 칸을 건마다 손으로 그려야 한다.

— 손으로 그리면 안 되는가.

— 손으로 그리면 그린 건과 그리지 않은 건이 갈린다.

— 갈리면 어떻게 되는가.

— 갈린 것을 나중에 누가 센다.

— 인쇄하면.

— 다 같아진다.


서식이 있다는 것은 그 일이 되풀이되었다는 뜻이다.


기재 요령 넷째 줄은 이렇다. 다섯째 칸이 공란으로 회신된 경우에도 조회를 거친 것으로 본다.

공란도 의견이다. 그렇게 읽으라고 요령에 적혀 있다.

읽는 법이 요령에 적혀 있으면 그 칸을 두고 다툴 일이 없다. 다툴 일이 없는 칸은 오래 남는다.


되풀이되는 일에는 사유를 적지 않는다. 사유를 적는 칸은 첫 번째 서식에만 있다.


서식 제3호는 그 뒤에 여러 번 다시 인쇄되었다. 고쳐진 것은 용지의 규격뿐이다.

칸의 수와 표제는 처음 인쇄한 그대로다.

편람 부록의 서식 목록에는 제정 연도를 적는 칸이 있고 폐지 연도를 적는 칸이 그 옆에 있다.

제3호 줄의 폐지 연도 칸은 지금도 비어 있다.


문상헌(文相憲), 『아버지의 조문』, 2015년 간행, 제2장

저자는 1938년생이다. 이 책을 낸 것이 일흔일곱 살 때다.

표제의 조문은 조문(條文)이다. 속표지에 그 한자를 달아 두었다.

제2장의 제목은 「1976년부터 1979년까지」이고 스물아홉 쪽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자기가 만든 문서의 쪽수를 하나하나 적어 두었다.

그 문서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적지 않았다.

초안은 열한 쪽이었다.

하나 — 한 조문

그가 고치려 한 것은 제7조다.

제7조는 두 문장이다. 앞 문장이 유보지를 두고 병력을 주둔시킬 권리를 정하고, 뒷 문장이 위치와 범위와 기간과 관할을 별도의 협정에 넘긴다.

넘겨받은 협정은 그 무렵 이미 여러 번 고쳐져 있었다. 고칠 때마다 본문이 아니라 부속서가 고쳐졌다.

그가 세어 본 것은 부속서의 개정 횟수다. 세고 나서 그는 조문을 보았다. 조문에는 부속서라는 말이 없다.

고쳐진 것은 조문이 아니었으므로 조문을 읽어서는 무엇이 고쳐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고치려는 것은 제7조 한 조문이다. 부속서는 여러 번 고쳐졌는데 조문에는 부속서라는 말이 없다. 초안은 열한 쪽. 이 개정안은 어디로 가는가.

남은 15화 · 약 53,933자 · 약 7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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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22제40장 광복군(光復軍)23제42장 각서(覺書)24제45장 위도(緯度)25제46장 상륙(上陸)

제7부 단독(單獨)

26제47장 유임(留任)27제49장 인민(人民)28제51장 서식(書式)29제52장 고문(顧問)30제54장 신탁(信託)31제55장 상대(相對)32제57장 전문(電文)

제8부 조직법(組織法)

33제58장 두 배34제60장 법안(法案)35제61장 물음36제62장 정본(正本)37제64장 조문(條文)38제65장 선포(宣布)

제9부 정본(正本)

39제66장 헌법(憲法)40제68장 승인(承認)41제70장 환(圜)

제10부 유보지(留保地)

42제73장 담43제75장 환율(換率)44제78장 개정(改正)45제80장 광장

제11부 동등(同等)

46제81장 개항(開港)47제83장 반환(返還)48제85장 예순

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