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12부 대조(對照)
54화제96장 표결(票決)
하나 — 반대 토론
반대 토론 요지 열넉 줄이다. 회의록에서 옮긴다.

— 나는 이 법안의 취지에 반대하지 아니한다.
— 나는 이 법안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
— 이 법안이 고치는 조문은 하나도 없다.
— 제7조는 그대로다. 제8조도 그대로다.
— 오늘 우리가 정하는 것은 두 본이 어긋날 때 어느 쪽을 드는가이다.
— 어긋나지 아니한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아니한다.
— 이 법의 무거운 조문에 어긋난 자리가 몇인지를 나는 첨부에서 찾아보았다.
— 제7조와 제8조에는 없다.
— 그러므로 오늘 이후에도 그 두 조는 오늘과 같다.
— 나는 그것을 알면서 이 법안이 가결되는 것을 본다.
— 가결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이 법안 어디에도 없다.
— 나는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것에 반대한다.
— 이 법안이 나빠서가 아니다.
— 이 법안이 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 토론이 끝난 자리에 괄호가 없다. 이 안건에서 괄호가 붙은 곳은 두 군데이고 둘 다 찬성 토론 중이다.
반대 토론이 든 것도 십사 년치 대조표다. 찬성과 반대가 같은 묶음을 들고 나왔다.
같은 묶음에서 찬성은 어긋난 자리를 보았고 반대는 어긋나지 않은 자리를 보았다.
대조표는 어긋난 자리를 싣는 표다. 어긋나지 않은 자리는 표 밖에 있고 그쪽이 더 넓다.
둘 — 삼백둘
토론이 끝나고 전자투표를 했다. 투표에 든 시간은 삼 분이다.
전자투표는 이름과 표를 함께 남긴다. 단추를 누르지 않은 사람은 기록에 남지 않는다.
남지 않는 것과 기권은 다르다. 기권은 단추를 눌러야 남는다.
| 구분 | 표 |
|---|---|
| 찬성 | 272 |
| 반대 | 11 |
| 기권 | 19 |
재석은 삼백둘이다. 가결이 선포된 시각은 회의록에 분 단위로 적혀 있다.
가결 선포 대목은 세 줄이다. 그 세 줄에 법의 이름이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이 법률안의 이름이고 한 번은 이 법률안이 정본을 정한 법의 이름이다.
가결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되고 공포를 거쳐 시행된다. 부칙의 시행일은 공포한 날부터 여섯 달이 지난 날이다.
여섯 달을 둔 까닭은 법령집과 편람과 교과서에 실린 국어본을 관보본으로 맞추는 데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맞출 인쇄물이 몇 종인지는 부칙에 적혀 있지 않다. 세어 둔 곳이 한 곳뿐이고 그곳은 스물여섯 종이라고 적어 두었다.
반대 열하나는 이 법안을 막으려 한 표가 아니다. 반대 토론에 선 사람이 든 까닭을 그대로 읽으면 그 열하나는 이 법안이 모자란다고 한 표다.
기권 열아홉에는 까닭이 남지 않는다. 표결 기록에 까닭을 적는 칸이 없다.
막으려 한 표는 이 표결에 없다.
셋 — 그 저녁
하윤경은 본회의장에 가지 않았다. 방청 신청을 내지 않았다.
그날 대조실에 남은 일은 아침에 나간 자료를 제자리에 넣는 일이다. 저녁까지 걸리는 일이 아니고 그는 저녁까지 있었다.
삼층 복도 끝에 텔레비전이 하나 있다. 총무과가 둔 것이고 소리를 켜 두지 않는다.
그 앞에 의자가 둘 있고 그날 저녁에 앉은 사람은 둘이다. 하나가 촉탁이다.
촉탁은 그해 3월에 온 사람이고 이 법을 그 방에서 처음 보았다.
그해 봄에 이 안건을 다룬 방송은 여럿이다. 대부분 두 문장으로 끝냈다. 법의 이름이 길고 하는 일이 짧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방송은 이 안건을 첫 꼭지로 냈다. 자막이 한 줄이었다.
「칠십구 년 만의 회복」
1947년 8월 15일부터 이날까지는 일흔여덟 해 열 달이다. 햇수로 세면 칠십구 년이 맞다.
회복은 잃었던 것을 되찾을 때 쓰는 말이다. 되찾으려면 먼저 가졌어야 한다.
이 법의 정본이 국어본이었던 때는 없다. 시행일부터 이날까지 한 번도 없다.
가진 적이 없는 것을 되찾았다고 부르는 데 아무도 걸리지 않았다.
화면에 나온 것은 문서관 정문이다. 정본 대조실이라는 이름은 자막에도 소리에도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은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 방의 이름은 예산서와 연혁과 대조표 표지에 있다.
방송은 이 분 남짓이었고 다음 꼭지로 넘어갔다.
그다음 날 신문 셋이 이 안건을 실었고 셋 다 같은 말을 제목으로 썼다.
제목이 같은 까닭은 그 말이 짧고 알아듣기 쉽기 때문이다. 이 안건을 한 줄로 줄이면 그 말이 남는다.
그날 저녁 대조실에서 오간 문답 열 줄이다.
— 오늘로 일이 끝난 것인가.
— 대조는 남았다.
— 정본이 국어본이 되면 무엇을 대조하는가.
— 두 본이 그대로 있다.

— 어긋난 자리도 그대로인가.
— 그대로다.
— 그러면 오늘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 어긋났을 때 드는 본이다.
— 어긋난 자리의 수는.
— 줄지 아니하였다.
넷 — 아침
다음 날 아침에 그가 한 일은 인쇄다.
1947년 관보 영인본에서 조문이 실린 대목을 뽑아 찍었다. 아홉 조가 넉 장에 들어간다.
넉 장을 상 왼쪽에 놓고 첫 조부터 읽었다. 아홉 조를 읽는 데 이십 분이 걸리지 않는다.
제1조에서 제6조까지는 그가 십오 년 동안 자 단위로 맞대어 본 조문이다. 어디가 어긋났는지는 보지 않아도 안다.
제4조에서 손이 한 번 멎었다. 보고와 무효를 적은 조문이고 이 방이 통계 두 장을 붙여 둔 조문이다.
그 두 장에는 채우지 못한 칸이 넷 있다. 오늘 찍은 넉 장에는 그 칸이 없다. 조문에는 통계가 붙지 않는다.
제7조에서 멈췄다.
제7조는 유보지를 두는 조문이다. 위치와 범위와 기간과 그 안의 관할권을 별도의 협정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제8조는 동등권 조문이다. 미합중국의 시민과 법인이 이 나라의 천연자원과 공익사업에서 이 나라 국민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두 조에는 대조표에 오른 자리가 없다. 십오 년 동안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은 까닭을 그는 안다. 이 두 조는 옮기기 쉬운 조문이다.
옮기기 쉬운 까닭은 재는 낱말이 없기 때문이다. 유지한다와 주둔시킨다와 향유한다는 정도를 묻지 않는 말이다.
정도를 묻지 않는 말은 어느 말로 옮겨도 크기가 같다. 크기가 같으면 어긋날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어긋날 자리가 없는 조문에는 정본을 바꾼 효과가 닿지 않는다. 정본은 두 본이 다를 때 어느 쪽을 들 것인가를 정할 뿐이다.
제3조는 이 두 조와 반대다. 권리를 적은 조문이고 재는 낱말이 여럿이다. 적법한 절차와 평등한 보호와 부당한 수색이 다 정도를 묻는 말이다.
정도를 묻는 말은 옮길 때마다 어긋난다. 십오 년치 대조표에서 자리가 가장 많이 나온 조가 제3조다.
이 법에서 가장 좋은 조문이 가장 많이 어긋났고 가장 무거운 두 조가 한 곳도 어긋나지 않았다.
이 법에서 가장 무거운 두 조가 가장 정확하게 옮겨졌다.
어제 이 두 조를 읽으면 유보지와 동등권이 나왔다. 오늘 이 두 조를 읽어도 유보지와 동등권이 나온다.
어제와 같다.
그는 넉 장을 대조표 묶음에 끼우지 않았다. 끼울 자리가 없다. 묶음은 어긋난 자리를 싣는다.
오전에 총무과에서 전화가 왔다. 연혁에 한 줄을 넣어야 하니 문장을 보내 달라는 것이다.
그는 그날 안에 보내지 않았다. 보낼 문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한 줄이 저녁 자막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넉 장을 상 왼쪽에 그대로 두었다. 왼쪽 상은 십오 년 동안 국어본이 놓이던 자리다.
오른쪽 상의 책은 그대로 있다. 표지에 등록번호가 붙어 있고 그 아래에 원소장처가 적혀 있다.
『대한민국 조직법 팔십년 조별 운용 총괄』
국립문서관 정본 대조실 작성. 2027년 1월. 등사 사십 부. 간행물이 아니다.
자료집 본편 아홉 권의 해제를 쓰기 위한 준비 문서다.
아홉 조를 조마다 한 장으로 하여 아홉 장이고, 장마다 칸이 셋이다.
첫 칸은 제정 당시의 설명, 둘째 칸은 팔십 년 동안의 운용, 셋째 칸은 지금의 문면이다.
범례 제2항은 이렇다. 「이 문서는 조문의 우열을 가리지 아니한다.」
아홉 장의 쪽수는 고르지 않다. 가장 짧은 장이 두 쪽이고 가장 긴 장이 열아홉 쪽이다.
가장 긴 장은 대조표에 한 자도 오르지 않은 조문의 장이다.
하나 — 세 칸
총괄을 만드는 데 넉 달이 걸렸다. 새로 조사한 것은 없다. 열여섯 해치 대조표를 조문별로 다시 갈라 놓은 것뿐이다.
대조표는 자를 단위로 만들어져 있다. 자를 조로 묶으려면 자마다 어느 조에서 나왔는지를 다시 적어야 했다.
그 일이 넉 달의 대부분이었다.
첫 칸은 1947년 법무부 자료와 미 의회 위원회 보고서에서 뽑았다. 조문마다 제정 당시에 그 조문을 무엇이라고 설명했는가를 한 문단으로 옮긴 것이다.
아홉 문단이 다 온건하다. 어느 문단에도 종속이라는 낱말이 없고 한시라는 낱말이 넷 있다.
한시라고 설명된 넷 가운데 셋에 기한이 적혀 있지 않다.
칸을 셋으로 나눈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둘이었다.
첫 칸에 제정 당시의 설명을 적고 둘째 칸에 지금의 문면을 적으면 아홉 장이 다 두 쪽으로 끝난다. 여덟 장은 두 칸이 같기 때문이다.
두 쪽짜리 아홉 장을 묶어 놓고 대조실은 그것을 넉 달 만에 처음으로 다시 읽었다.
작업 기록에 그날의 문답이 남아 있다.
— 이 문서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여덟 조가 안 고쳐졌다는 것을 안다.
— 그것은 자료집 서문에 이미 있다.
— 있다.
— 그러면 이 문서는 무엇을 더 하는가.
— 더 하지 않는다.
— 조문이 팔십 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어디에 적는가.
— 적을 칸이 없다.
— 그러면 칸을 하나 더 그으라.
여덟 장은 두 칸이 같다. 조문이 팔십 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를 적을 칸이 없어서, 칸을 하나 더 긋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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