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4부 공채(公債)
14화제23장 두 갈래
셋 — 제5조
이것을 정한 사람은 없다. 표재선은 정하지 않았다. 그는 규정을 지켰을 뿐이고 그 규정은 그가 오기 전에 있었다.

낸 사람들도 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십 달러를 냈고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정한 사람이 없는 결정은 뒤집을 사람도 없다.
뒤집으려면 누가 정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하고, 찾으면 규정 한 조가 나온다. 조문은 사람이 아니어서 설득되지 않는다.
넷 — 낱말
1962년판 제8장 같은 자리의 세 문단을 편수 자료철에서 찾을 수 있다.
세 문단에 「군자금」이라는 낱말이 여섯 번 나온다.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를 적은 문단이다.
1978년판에는 그 낱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편수 자료철에 1978년판 교정지가 남아 있다. 그 대목에 붉은 줄이 두 줄 그어져 있다.
지운 낱말은 「자금」이고 그 위에 적힌 낱말은 「역량」이다.
여백에 두 안(案)이 적혀 있고 하나에 동그라미가 있다. 동그라미 옆 결재란에는 이름이 있다. 편수관이다.
낱말을 고치는 데는 결재가 필요했다.
세 문단을 빼는 데는 필요하지 않았다. 뺀 것은 고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수 지침에 그렇게 되어 있다.
세 문단은 없어지지 않았다. 편수 자료철에 남았고 자료철은 삼십 년 동안 열람 청구가 없었다.
처음 청구한 사람은 1998년에 재정 구조를 조사하던 연구자다. 그가 찾던 것은 세 문단이 아니라 세 문단에 달린 각주였다. 각주에 출전이 하나 적혀 있고 그 출전이 발매 대장이다.
1991년판에 세 문단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돌아온 것은 낱말 하나다. 「자금」이 각주에 한 번 나온다.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1978년에 이 단원을 배운 학생은 좌우의 대립을 배우지 않았다. 배울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낱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정지 여백에는 붉은 줄 말고 아무것도 없다. 왜 고쳤는지는 적는 칸이 없었다.
「봉천 지방법원 판결」 소화 4년(1929) 제형(第刑) 제412호
죄명은 강도다. 피고는 세 명이고 전원 조선인이다.
고소인도 조선인이다. 간도 서쪽 어느 마을의 소작농이다.
판결문은 넉 장이고 그중 두 장이 진술이다.
진술을 이만큼 싣는 것은 이 법원의 관례가 아니다.
왜 실었는지는 판결문에 적혀 있지 않다.
1929년 여름, 조선인이 조선인을 고소했다.
하나 — 걷는 쪽
만주의 무장 부대가 한인 농가에서 군자금을 걷는 일은 실사에도 있었다.
실사에서 그것은 여러 수입 가운데 하나였다. 상해에서 오는 것이 있었고 다른 데서 오는 것도 있었다. 농가에서 걷는 것은 그 사이를 메우는 몫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것이 전부다.
미주에서 오는 돈은 증빙에서 막힌다. 영수를 쓰지 못하는 곳에는 보내지 않는다는 규정이 워싱턴에 있다.
모스크바에서 오는 돈은 이 세계에 없다. 보내는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남는 것은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자리다. 간도의 마을이고 그 마을의 소작농이다.
걷는 때는 가을이다. 추수가 끝나고 지주에게 도지를 낸 뒤가 아니면 낼 것이 없다.
얼마를 걷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정해 놓으면 못 내는 집이 생기고, 못 내는 집이 생기면 그 집을 어떻게 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것을 정한 문서는 어느 부대에도 없다.
유일한 수입이 농가일 때, 걷는 일은 작전이 아니라 살림이 된다.
판결문에 붙은 진술 두 장을 옮긴다. 세 사람이 차례로 말한 것이다.
— 우리는 영수를 써 주었다.
— 도장은 부대 도장이다. 이름은 적지 않았다.
— 적으면 그 집이 다음에 조사를 받는다.
— 우리가 걷은 것은 세다.
— 세를 걷는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이다.
— 우리에게는 정부가 있다.
— 그 정부가 어디 있는지 나는 모른다.
— 모르지만 있다.
— 나는 스무 살이다.
— 나는 논이 없다.
— 나는 작년 겨울에 강을 건너왔다.
— 그 집에 간 것은 세 번째다.
— 처음 두 번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걷는 쪽과 내는 쪽이 같은 말을 쓴다. 세라고 한다.
세를 걷으려면 걷을 근거를 적은 문서가 있어야 한다. 그 문서는 이 마을에 없다.
있는 것은 도장 하나다. 도장은 근거가 아니라 표시다. 표시는 두 번째 도장이 나타나는 순간 표시이기를 그만둔다.
둘 — 내는 쪽
고소인 신문이 나머지 한 장이다.
— 전에도 냈소.
— 냈다.
— 이번에는 왜 고소했소.
— 두 번 왔다.
— 같은 사람들이오.
— 다른 사람들이다.
— 어떻게 아오.
— 영수의 도장이 다르다.
— 두 번째 사람들에게도 냈소.
— 냈다.
— 그러면 무엇이 문제요.
— 올해 나간 것이 작년 도지의 곱이다.

— 그래서 고소했소.
— 아니다.
— 그러면 무엇 때문이오.
— 내년에 셋이 올까 무섭다.
판사는 일본인이다. 이 사건에서 일본인은 그 한 사람뿐이다.
재만 조선인은 일본 국적자로 다루어졌고 그래서 이런 사건이 일본 관할 법원으로 갔다. 실사에도 있던 일이다.
판결은 강도다. 형은 판결문 마지막 줄에 있다. 여기에 옮기지 않는다.
판사만 일본인이었으므로 이 사건은 일본의 사건이 되지 않았다.
기록되면 기록된 대로 남는다.
남은 것은 조선인이 조선인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간 사건이다. 그 안에 정치는 없다. 정치가 있으려면 걷는 쪽에 근거 문서가 있어야 하고, 근거 문서가 있으려면 그 문서를 발급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곳은 상해에 있다. 상해는 이 마을을 모른다. 이 마을도 상해를 모른다. 둘 사이를 이을 수 있는 것은 돈인데, 돈은 영수를 쓸 수 있는 쪽으로만 흐른다.
판결문에는 고소인의 이름이 있다. 마을 이름도 있고 피고 세 명의 이름도 있다.
이 넉 장이 만들어진 뒤 그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른 문서에 없다. 조사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증거물 두 장이 판결문 뒤에 붙어 있다.
둘 다 영수증이다. 도장 자국이 서로 다르다. 두 장 다 무엇에 대한 영수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표선주 구술 『아버지의 장부』 제1장. 2004년 채록. 채록본 140쪽 중 1~17쪽.
채록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구술자는 일흔아홉이다.
채록자가 물은 것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가였다.
구술자가 답한 것은 아버지가 무엇을 적었는가였다.
제1장에 액수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종이의 생김새다.
채록자는 그것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아버지가 쓰던 종이에는 가운데 세로줄이 하나 있었다.
하나 — 두 낱말
표선주가 난 곳은 로스앤젤레스다. 1925년이다.
이듬해 식구가 워싱턴으로 옮겼으므로 그가 기억하는 집은 워싱턴 집이다. 그 집에서 아버지는 늘 앉아 있었다. 앉아서 적었다.
채록 제1장은 그 대목에서 시작한다.
—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아셨나.
— 몰랐다.
— 언제 아셨나.
—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을 적어 오라고 했다.
— 무어라 적으셨나.
— 여쭈었더니 회계원이라고 하셨다.
— 그때 몇 살이셨나.
— 일곱이다.
— 그전에는 무엇이라 여기셨나.
— 종이에 줄을 긋는 사람이라 여겼다.
아버지가 쓰는 종이는 가로가 길었다. 가운데 세로줄이 하나 있고 줄 위 양쪽에 낱말이 하나씩 인쇄되어 있었다.
그가 처음 읽은 영어 낱말이 그 둘이다.
— 두 낱말이 무엇이었나.
— 왼쪽이 PLEDGED 고 오른쪽이 RECEIVED 다.
— 뜻을 아셨나.
— 몰랐다. 모양을 먼저 알았다.
— 어떻게 외우셨나.
— 왼쪽 것이 길고 오른쪽 것이 짧다.
— 뜻은 언제 아셨나.
— 아홉 살에 알았다.
— 알고 나서 무엇을 생각하셨나.
— 왜 두 칸인가를 생각했다.
아이가 처음 읽은 영어 두 낱말이 이 나라 회계의 첫 두 칸이었다.
둘 — 왼쪽 칸
두 칸을 따로 두는 까닭은 돈이 들어오는 방식에 있다.
교회에서 권하면 그 자리에서 내는 사람이 있고 다달이 얼마씩 내겠다고 적는 사람이 있다. 뒤엣것이 훨씬 많다. 농장 삯은 주급이고 세탁소 셈은 월말이다.
약속과 입금 사이에는 늘 시차가 있다.
회계에서 그런 자리는 미수금으로 잡는다. 미수금은 자산이다. 자산으로 잡으면 합계에 들어가고, 합계에 들어가면 그만큼 있는 것이 된다.
표재선은 잡지 않았다.
그가 정한 것이 세 줄이다. 유고 제3장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 왼쪽 칸은 합계를 내지 아니한다.
— 오른쪽 칸에 적히지 아니한 것은 없는 것으로 한다.
— 두 칸을 한 줄에 더하지 아니한다.
| 칸 | 무엇을 적는가 | 합계 |
|---|---|---|
| 약속된 것 | 이름과 액수와 날짜 | 내지 않는다 |
| 받은 것 | 액수와 날짜 | 낸다 |
왼쪽 칸에는 이름이 붙어 있고 합계가 없다. 이름이 붙어 있고 합계가 없는 칸은 장부의 일부가 아니다.
약속된 것은 회계가 아니라 명부였다.
그렇게 한 까닭은 정확함이다. 오지 않은 돈을 있는 것으로 세면 셈이 틀리고, 틀린 셈으로 예산을 짜면 그 예산을 받는 쪽이 다친다.
상해로 보내는 월별 통지에 그는 오른쪽 칸의 수만 적었다. 왼쪽 칸의 수를 적어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받는 쪽은 그래서 이 사무소가 얼마를 걷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얼마를 걷었는지만 알았다.
왼쪽 칸엔 합계가 없다. 약속된 것은 회계가 아니라 명부다. 상해는 이 사무소가 얼마를 걷었는지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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