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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제23장 두 갈래

· 58화 중 14화 · 3,436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제5조

이것을 정한 사람은 없다. 표재선은 정하지 않았다. 그는 규정을 지켰을 뿐이고 그 규정은 그가 오기 전에 있었다.

코르닐로프 14화 제23장 두 갈래 — 헤더컷

낸 사람들도 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십 달러를 냈고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정한 사람이 없는 결정은 뒤집을 사람도 없다.

뒤집으려면 누가 정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하고, 찾으면 규정 한 조가 나온다. 조문은 사람이 아니어서 설득되지 않는다.

넷 — 낱말

1962년판 제8장 같은 자리의 세 문단을 편수 자료철에서 찾을 수 있다.

세 문단에 「군자금」이라는 낱말이 여섯 번 나온다.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를 적은 문단이다.

1978년판에는 그 낱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편수 자료철에 1978년판 교정지가 남아 있다. 그 대목에 붉은 줄이 두 줄 그어져 있다.

지운 낱말은 「자금」이고 그 위에 적힌 낱말은 「역량」이다.

여백에 두 안(案)이 적혀 있고 하나에 동그라미가 있다. 동그라미 옆 결재란에는 이름이 있다. 편수관이다.


낱말을 고치는 데는 결재가 필요했다.

세 문단을 빼는 데는 필요하지 않았다. 뺀 것은 고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수 지침에 그렇게 되어 있다.


세 문단은 없어지지 않았다. 편수 자료철에 남았고 자료철은 삼십 년 동안 열람 청구가 없었다.

처음 청구한 사람은 1998년에 재정 구조를 조사하던 연구자다. 그가 찾던 것은 세 문단이 아니라 세 문단에 달린 각주였다. 각주에 출전이 하나 적혀 있고 그 출전이 발매 대장이다.

1991년판에 세 문단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돌아온 것은 낱말 하나다. 「자금」이 각주에 한 번 나온다.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1978년에 이 단원을 배운 학생은 좌우의 대립을 배우지 않았다. 배울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낱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정지 여백에는 붉은 줄 말고 아무것도 없다. 왜 고쳤는지는 적는 칸이 없었다.


「봉천 지방법원 판결」 소화 4년(1929) 제형(第刑) 제412호

죄명은 강도다. 피고는 세 명이고 전원 조선인이다.

고소인도 조선인이다. 간도 서쪽 어느 마을의 소작농이다.

판결문은 넉 장이고 그중 두 장이 진술이다.

진술을 이만큼 싣는 것은 이 법원의 관례가 아니다.

왜 실었는지는 판결문에 적혀 있지 않다.

1929년 여름, 조선인이 조선인을 고소했다.

하나 — 걷는 쪽

만주의 무장 부대가 한인 농가에서 군자금을 걷는 일은 실사에도 있었다.

실사에서 그것은 여러 수입 가운데 하나였다. 상해에서 오는 것이 있었고 다른 데서 오는 것도 있었다. 농가에서 걷는 것은 그 사이를 메우는 몫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것이 전부다.


미주에서 오는 돈은 증빙에서 막힌다. 영수를 쓰지 못하는 곳에는 보내지 않는다는 규정이 워싱턴에 있다.

모스크바에서 오는 돈은 이 세계에 없다. 보내는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남는 것은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자리다. 간도의 마을이고 그 마을의 소작농이다.

걷는 때는 가을이다. 추수가 끝나고 지주에게 도지를 낸 뒤가 아니면 낼 것이 없다.

얼마를 걷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정해 놓으면 못 내는 집이 생기고, 못 내는 집이 생기면 그 집을 어떻게 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것을 정한 문서는 어느 부대에도 없다.

유일한 수입이 농가일 때, 걷는 일은 작전이 아니라 살림이 된다.


판결문에 붙은 진술 두 장을 옮긴다. 세 사람이 차례로 말한 것이다.


— 우리는 영수를 써 주었다.

— 도장은 부대 도장이다. 이름은 적지 않았다.

— 적으면 그 집이 다음에 조사를 받는다.

— 우리가 걷은 것은 세다.

— 세를 걷는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이다.

— 우리에게는 정부가 있다.

— 그 정부가 어디 있는지 나는 모른다.

— 모르지만 있다.

— 나는 스무 살이다.

— 나는 논이 없다.

— 나는 작년 겨울에 강을 건너왔다.

— 그 집에 간 것은 세 번째다.

— 처음 두 번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걷는 쪽과 내는 쪽이 같은 말을 쓴다. 세라고 한다.


세를 걷으려면 걷을 근거를 적은 문서가 있어야 한다. 그 문서는 이 마을에 없다.

있는 것은 도장 하나다. 도장은 근거가 아니라 표시다. 표시는 두 번째 도장이 나타나는 순간 표시이기를 그만둔다.

둘 — 내는 쪽

고소인 신문이 나머지 한 장이다.


— 전에도 냈소.

— 냈다.

— 이번에는 왜 고소했소.

— 두 번 왔다.

— 같은 사람들이오.

— 다른 사람들이다.

— 어떻게 아오.

— 영수의 도장이 다르다.

— 두 번째 사람들에게도 냈소.

— 냈다.

— 그러면 무엇이 문제요.

— 올해 나간 것이 작년 도지의 곱이다.

코르닐로프 14화 제23장 두 갈래 — 전환컷

— 그래서 고소했소.

— 아니다.

— 그러면 무엇 때문이오.

— 내년에 셋이 올까 무섭다.


판사는 일본인이다. 이 사건에서 일본인은 그 한 사람뿐이다.

재만 조선인은 일본 국적자로 다루어졌고 그래서 이런 사건이 일본 관할 법원으로 갔다. 실사에도 있던 일이다.

판결은 강도다. 형은 판결문 마지막 줄에 있다. 여기에 옮기지 않는다.


판사만 일본인이었으므로 이 사건은 일본의 사건이 되지 않았다.


기록되면 기록된 대로 남는다.

남은 것은 조선인이 조선인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간 사건이다. 그 안에 정치는 없다. 정치가 있으려면 걷는 쪽에 근거 문서가 있어야 하고, 근거 문서가 있으려면 그 문서를 발급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곳은 상해에 있다. 상해는 이 마을을 모른다. 이 마을도 상해를 모른다. 둘 사이를 이을 수 있는 것은 돈인데, 돈은 영수를 쓸 수 있는 쪽으로만 흐른다.


판결문에는 고소인의 이름이 있다. 마을 이름도 있고 피고 세 명의 이름도 있다.

이 넉 장이 만들어진 뒤 그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른 문서에 없다. 조사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증거물 두 장이 판결문 뒤에 붙어 있다.

둘 다 영수증이다. 도장 자국이 서로 다르다. 두 장 다 무엇에 대한 영수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표선주 구술 『아버지의 장부』 제1장. 2004년 채록. 채록본 140쪽 중 1~17쪽.

채록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구술자는 일흔아홉이다.

채록자가 물은 것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가였다.

구술자가 답한 것은 아버지가 무엇을 적었는가였다.

제1장에 액수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종이의 생김새다.

채록자는 그것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아버지가 쓰던 종이에는 가운데 세로줄이 하나 있었다.

하나 — 두 낱말

표선주가 난 곳은 로스앤젤레스다. 1925년이다.

이듬해 식구가 워싱턴으로 옮겼으므로 그가 기억하는 집은 워싱턴 집이다. 그 집에서 아버지는 늘 앉아 있었다. 앉아서 적었다.

채록 제1장은 그 대목에서 시작한다.


—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아셨나.

— 몰랐다.

— 언제 아셨나.

—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을 적어 오라고 했다.

— 무어라 적으셨나.

— 여쭈었더니 회계원이라고 하셨다.

— 그때 몇 살이셨나.

— 일곱이다.

— 그전에는 무엇이라 여기셨나.

— 종이에 줄을 긋는 사람이라 여겼다.


아버지가 쓰는 종이는 가로가 길었다. 가운데 세로줄이 하나 있고 줄 위 양쪽에 낱말이 하나씩 인쇄되어 있었다.

그가 처음 읽은 영어 낱말이 그 둘이다.


— 두 낱말이 무엇이었나.

— 왼쪽이 PLEDGED 고 오른쪽이 RECEIVED 다.

— 뜻을 아셨나.

— 몰랐다. 모양을 먼저 알았다.

— 어떻게 외우셨나.

— 왼쪽 것이 길고 오른쪽 것이 짧다.

— 뜻은 언제 아셨나.

— 아홉 살에 알았다.

— 알고 나서 무엇을 생각하셨나.

— 왜 두 칸인가를 생각했다.


아이가 처음 읽은 영어 두 낱말이 이 나라 회계의 첫 두 칸이었다.

둘 — 왼쪽 칸

두 칸을 따로 두는 까닭은 돈이 들어오는 방식에 있다.

교회에서 권하면 그 자리에서 내는 사람이 있고 다달이 얼마씩 내겠다고 적는 사람이 있다. 뒤엣것이 훨씬 많다. 농장 삯은 주급이고 세탁소 셈은 월말이다.

약속과 입금 사이에는 늘 시차가 있다.

회계에서 그런 자리는 미수금으로 잡는다. 미수금은 자산이다. 자산으로 잡으면 합계에 들어가고, 합계에 들어가면 그만큼 있는 것이 된다.

표재선은 잡지 않았다.


그가 정한 것이 세 줄이다. 유고 제3장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 왼쪽 칸은 합계를 내지 아니한다.

— 오른쪽 칸에 적히지 아니한 것은 없는 것으로 한다.

— 두 칸을 한 줄에 더하지 아니한다.


무엇을 적는가합계
약속된 것이름과 액수와 날짜내지 않는다
받은 것액수와 날짜낸다

왼쪽 칸에는 이름이 붙어 있고 합계가 없다. 이름이 붙어 있고 합계가 없는 칸은 장부의 일부가 아니다.

약속된 것은 회계가 아니라 명부였다.


그렇게 한 까닭은 정확함이다. 오지 않은 돈을 있는 것으로 세면 셈이 틀리고, 틀린 셈으로 예산을 짜면 그 예산을 받는 쪽이 다친다.

상해로 보내는 월별 통지에 그는 오른쪽 칸의 수만 적었다. 왼쪽 칸의 수를 적어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받는 쪽은 그래서 이 사무소가 얼마를 걷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얼마를 걷었는지만 알았다.

왼쪽 칸엔 합계가 없다. 약속된 것은 회계가 아니라 명부다. 상해는 이 사무소가 얼마를 걷었는지만 알았다.

남은 44화 · 약 155,461자 · 약 3시간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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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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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