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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제37장 셋과 하나

· 58화 중 21화 · 3,68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일곱 해 뒤

다투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인가. 이 보고서는 그렇게 적지 않았다.

코르닐로프 21화 제37장 셋과 하나 — 헤더컷

셋이 다투면 셋 다 조직을 가지고 다툰다. 조직을 가진 쪽은 상대에게 요구할 것이 있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값을 매길 수 있다.

하나만 있으면 다툴 일이 없다. 다툴 일이 없는 쪽은 그 하나가 무엇을 가졌는지도 세어 본 적이 없다.

세어 본 적이 없는 쪽이 1945년 가을에 어떤 자리에 서게 되는지는 이 보고서의 범위 밖이다.

값은 분열에 있지 않다. 분열이 만들어 놓았을 조직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문장을 뒤집어 읽으면 편해진다. 하나로 모였으니 힘이 모였다고 읽는 것이다.

그렇게 읽으면 셈이 맞지 않는다. 모인 것이 아니라 둘이 생기지 않은 것이고, 생기지 않은 둘이 가지고 왔을 명부와 대장과 사람이 이 세계에는 어디에도 없다.


제3장의 표는 세 열로 인쇄되어 있다.

두 열은 비어 있고 편찬자는 그 두 열을 지우지 않았다. 지우면 열이 하나가 되고, 열이 하나면 그것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보인다.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사상범 전향 상신서」 1938~1941 · 묶음 제2철

상신서는 본인이 쓰고 담당관이 소견을 붙여 검사에게 올린다.

서식은 넉 장이다. 경력, 사상의 내용, 포기의 사유, 장래의 방침.

셋째 장이 이 묶음의 핵심이다. 「포기의 사유」란은 열 줄이다.

제2철에 묶인 것은 백스물세 통이다.

백스물세 통의 셋째 장을 겹쳐 놓으면 같은 말이 반복된다.

이 묶음의 전향 비율은 실사보다 높다. 압력이 세서가 아니다.

하나 — 조건

총독부가 내미는 것은 거래다.

거래의 조건은 사상의 포기이고 대가는 처분의 감경이다. 감경의 폭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정해 두면 값이 되고 값이 되면 흥정이 된다.

받는 쪽에서 계산할 것은 둘이다. 지금 잃는 것과 나중에 얻는 것.

지금 잃는 것은 뚜렷하다. 이름과 그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다. 나중에 얻는 것은 뚜렷하지 않다. 언제 무엇이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거래는 밖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실사에서 버틴 사람들이 붙잡은 것은 밖이었다.

밖에 조직이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의 근거는 문서가 아니었다. 면회 온 사람이 흘린 말, 신문의 한 단짜리 기사, 감방을 도는 소문이었다.

소문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이 있을 자리다.


예심 문답 한 대목이 제2철 앞쪽에 붙어 있다. 상신서에 앞서 오간 것이다.


— 밖에 조직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있다고 들었다.

— 누구에게 들었는가.

— 여기서 들었다.

— 들은 사람은 어디서 들었는가.

— 모른다.

— 신문에서 본 것이 있는가.

— 없다.

— 없는데 왜 있다고 하는가.

— 없으면 여기가 전부가 된다.

— 여기가 전부이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나 하나가 그만두면 그만이 된다.

둘 — 소문

소문에는 재료가 있어야 한다.

재료는 사건이다. 사건이 있으면 신문에 한 단이 나가고 한 단이 나가면 그 종이가 면회실을 거쳐 들어온다. 검열이 걸러 내도 걸러 냈다는 사실이 남는다.

이 세계에는 그 재료가 없다. 두 해 전 유월의 일지 한 쪽이 그 자리다. 서른 칸이 다 채워져 있고 채워진 글자가 대개 같다.

신문이 지운 기사는 소문이 되지만, 신문에 실리지 않은 사건은 소문도 되지 않는다.


제2철 셋째 장의 「포기의 사유」란은 열 줄이다. 이 묶음 스물두 번째 통의 열 줄을 옮긴다.


— 나는 여덟 해 전에 이 사상을 얻었다.

— 얻은 것을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다.

— 다만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르겠다.

— 나는 다섯 해 동안 밖의 소식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 처음에는 막혀서 못 듣는 줄 알았다.

— 지금은 올 것이 없어서 못 듣는 것으로 안다.

— 둘 중 어느 쪽인지 나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을 붙들고 있는 것은 사상이 아니다.

— 그러므로 나는 이것을 그만둔다.

— 그만두는 사유를 적으라고 하여 적는다.


여덟째 줄이 이 묶음에서 가장 여러 번 나오는 문장이다.

담당관의 소견란에는 「개전(改悛)의 정 인정됨」이라고 적혀 있다. 담당관은 여덟째 줄을 읽지 않았거나 읽고도 그렇게 적었다.


이 묶음의 전향 처리 비율은 실사의 같은 시기보다 높다.

얼마나 높은지는 이 편이 적지 않는다. 하한만 적는다. 실사보다 낮지 않다.

상한을 적으려면 버틴 사람의 수를 세어야 한다. 버틴 사람은 상신서를 쓰지 않는다. 쓰지 않은 것은 이 묶음에 없고, 이 묶음에 없는 것은 어느 문서에도 없다.

세지 못하는 쪽이 늘 견딘 쪽이다.


코르닐로프 21화 제37장 셋과 하나 — 전환컷

이 계산에서 사람을 탓할 자리는 없다.

여덟 해를 지키다 그만둔 사람과 열 해를 지킨 사람 사이에 놓인 것은 의지의 크기가 아니다. 밖에 무엇이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는가다.

그 소식을 만드는 데 드는 것은 결국 돈이다. 사건을 낼 조직과 그 조직을 먹이는 돈이다.


제2철의 마지막 통에는 소견란이 비어 있다.

담당관이 바뀌는 달에 올라온 것이고, 새 담당관은 이미 처리된 건으로 알고 그대로 철했다. 비어 있는 소견란은 감사에서 걸리지 않았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사상범 보호관찰 통계표」 1936~1943

두 쪽이다. 첫 쪽은 해마다의 수를 적고 둘째 쪽은 그 수의 처리 구분을 적는다.

칸은 셋이다. 대상자, 전향자, 재범자.

셋은 서로 더해지지 않는다. 대상자는 사람이고 전향자는 서면이며 재범자는 사건이다.

표 아래에 각주가 하나 붙어 있다.

「본 기간 중 국외 조직과의 연락이 확인된 건 없음.」

이 표에는 국외를 적는 칸이 없다.


칸이 없는데 각주가 붙었다. 각주는 칸이 없는 것을 적을 때 쓴다.

세 칸이 무엇을 세고 무엇을 세지 못하는가를 먼저 적는다.

세는 것세지 못하는 것
대상자처분을 받은 사람처분 전에 그만둔 사람
전향자서면을 낸 사람서면을 내고 그대로인 사람
재범자다시 걸린 사람다시 할 데가 없어서 안 한 사람

오른쪽 칸이 이 표의 바깥이다. 바깥은 서식에 자리가 없으므로 각주로 나온다.

셋째 줄 오른쪽 칸이 이 편이 세는 것이다.


여덟 해분에서 재범자 칸은 줄어든다. 줄어드는 것을 두고 어느 보호관찰소가 본부에 회신한 것이 통계표 뒤에 함께 철해져 있다.


— 관내 재범이 줄었다.

— 사유를 적으라 하였다.

— 관찰이 잘되어 줄었다고 적으라는 것으로 안다.

— 그렇게 적으면 사실과 다르다.

— 무엇이 다른가.

— 대상자가 다시 하려면 갈 데가 있어야 한다.

— 갈 데가 없어졌다.

— 언제 없어졌는가.

— 없어진 날을 모른다.

— 없어진 날을 모르는 것은 적을 수 없다.

— 그래서 관찰이 잘되었다고 적었다.


본부는 이 회신을 그대로 철하고 통계표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반영하려면 칸이 하나 더 있어야 하고, 그 칸의 이름을 무어라 붙일지 정해야 한다.

이름을 붙이려면 없어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경무국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각주가 이 자리에 붙지 않았을 것이다.


각주 한 줄은 두 가지로 읽힌다.

연락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면 이 각주는 경무국의 무능을 적은 줄이 된다.

연락할 데가 없었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같은 줄이 스무 해 전 다른 나라의 회의 하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줄이 된다.

같은 열아홉 글자가 두 가지를 다 적는다. 적은 쪽은 앞엣것을 적었다.


이 표는 1943년분에서 끝난다.

끝난 이유는 제도가 바뀌어서다. 그해에 더 센 처분이 생기고 대상자가 그쪽으로 옮겨 갔다. 옮겨 간 뒤의 서식에는 재범자 칸이 없다.

칸이 없어지면 그 칸이 세던 것도 함께 없어진다. 없어진 것은 다음 통계표에서 영으로도 나오지 않는다.


두 쪽 가운데 둘째 쪽 아래 여백에 연필로 쓴 글씨가 한 줄 있다. 서식 밖의 글씨다.

「이 표로는 아무것도 모른다.」

누가 언제 썼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지우지 않고 그대로 편철되었다.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典禮) 관계 예산서 및 수지 명세」 1940년 9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재무부 편철. 두 장이다.

첫 장은 전례 하루의 비목을 적고, 둘째 장은 그 뒤 석 달의 유지비를 적는다.

비목 옆에 값이 있고 값 옆에 낸 쪽이 있다.

낸 쪽 칸은 세 가지로만 채워진다. 넷째가 없다.

결재란에는 도장이 둘 찍혀 있고, 하나는 임시정부의 것이 아니다.

1940년 9월 17일, 중경에서 군대 하나가 생겼다.

하나 — 하루

전례는 가릉빈관에서 열렸다. 아침이었고 중국 쪽 인사와 외국 사절이 왔다.

부대는 그날 생긴 것이 아니다. 사람은 전부터 있었고 이름도 전부터 있었다. 그날 생긴 것은 그 이름을 남 앞에서 부른 일이다.

군대를 만드는 데 드는 첫 비용은 무기가 아니다. 예식이다. 예식은 알리는 일이고, 알려야 다음 것이 온다.

이 전례에는 초청장이 나갔다. 첫 장의 비목 가운데 인쇄물이 그것이다. 몇 장을 찍었는지는 적혀 있고 누구에게 갔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초청장을 찍은 값을 낸 쪽과 초청을 받은 쪽이 같다. 예식은 알려야 할 상대에게 알리는 일인데, 그 상대가 종이값을 냈다.

첫 장의 비목은 다섯이다. 값은 여기에 옮기지 않는다. 옮길 것은 오른쪽 칸이다.

비목낸 쪽
회장 사용료중국 군사위원회
인쇄물중국 군사위원회
기(旗) 제작임시정부 일반회계
악대 사례중국 군사위원회
식비미주 동포 성금

다섯 가운데 둘이 이쪽이다. 기는 임시정부 일반회계에서 냈고 밥은 미주에서 온 성금으로 냈다.

성금은 그해 봄부터 넉 달에 걸쳐 들어왔다. 보낸 사람의 이름과 액수는 구미위원부 장부에 한 줄씩 적혀 있다. 줄의 수가 액수보다 많다는 것이 그 장부의 성격이다.

기는 천에 글자를 박은 것이고 밥은 하루면 없어진다. 남은 것은 기뿐이다.

그날 조선 사람의 돈으로 산 것은 기와 밥이다.

조선 사람의 돈으로 산 것은 기와 밥뿐이다. 석 달치 유지비를 적은 둘째 장, 그 낸 쪽 칸에 넷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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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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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의회(議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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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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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