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11부 동등(同等)
48화제85장 예순
둘 — 세는 칸
조사 과정의 문답이 부표 뒤에 실려 있다.

— 연혁란에 셋이 적혀 있다.
— 아홉 조에서 바뀐 낱말이 있는가.
— 없다.
— 그러면 무엇이 바뀌었는가.
— 부칙이다.
— 부칙이 바뀐 것을 개정으로 세는가.
— 법령전서는 그렇게 센다.
— 조문을 대조하는 쪽은 어떻게 세는가.
— 영으로 센다.
— 어느 쪽이 맞는가.
— 세는 칸이 다르다.
— 연혁란은 고쳐진 것을 적는 칸이 아닌가.
— 손을 댄 문서를 적는 칸이다.
— 그러면 이 보고서는 어느 쪽으로 적는가.
— 둘 다 적는다.
보고서는 둘 다 적었다. 본문에 셋이라고 적고 부표에 영이라고 적었다.
두 수가 한 문서에 있으면 읽는 사람은 앞엣것을 옮긴다. 이 보고서를 인용한 뒤의 문서 넷 가운데 넷이 셋을 옮겼다.
연혁란이 비어 있지 않은 것과 조문이 고쳐진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셋 — 한 문장
결론을 쓰기 전에 조사관이 물어본 곳은 넷이다. 국회사무처와 법제처와 외무부와 저쪽 하원의 사무처다.
앞의 셋에서 온 회신은 같은 말이다.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넷째 조회는 외무부를 거쳐 나갔다. 곧바로 보낼 길이 없어 제6조의 절차를 밟았다.
조회 한 통을 보내는 데도 사전 동의 조회 서식이 붙었다. 서식은 서른일곱 해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칸이 다섯이다.
회신은 넉 달 뒤에 왔다.
회신은 두 문장이다.
— 본법의 개정안은 본원의 의원이 발의한다.
— 외국의 입법기관이 본원에 법률안을 제출하는 절차는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
둘째 문장이 이 조사의 답이다.
없다고 적지 않았다.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적었다. 둘은 다르다. 없다고 적으려면 다 찾아보았다는 것을 대야 하고,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적으면 찾을 자리가 없었다는 뜻이 된다.
이 법은 이 법을 위하여 고쳐진 일이 없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본 법률의 개정에 관하여 대한민국 국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확인되지 아니함.」
이 보고서를 읽은 사람의 수는 배포 부수로 센다. 부수는 백이고 그 가운데 반납된 것이 있다.
이 보고서는 뒤에 개정을 착안한 문서로 분류된다. 착안은 문서로 남고 발의는 남지 않는다.
배포는 원내로 한정되었다. 한정한 사유는 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다.
부표 서른한 쪽 가운데 마지막 쪽은 연표다. 1947년부터 2007년까지 한 해에 한 줄씩이다.
그 연표의 2007년 칸에 적힌 것은 한 줄이다. 해당 사항 없음.
『국립문서관 정본 대조실 연혁』, 서문
2020년 간행. 아흔여섯 쪽. 비매품.
대조실 설치 십 년에 맞추어 총무과가 엮었다.
서문은 세 쪽이고 그 가운데 설치 경위가 한 쪽이다.
그 한 쪽의 첫 문장은 이렇다. 「본실은 본관의 상설 조직 가운데 가장 오래 유지된 소규모 부서이다.」
무엇을 하는 부서인지는 둘째 문장에 있다. 왜 두었는지는 어느 문장에도 없다.
정본 대조실의 첫해 비품 목록에 오른 것은 상 둘과 복사대 하나다.
하나 — 삼층
2010년 가을에 국립문서관 서고를 다시 배치했다. 삼층의 법령 자료를 갈래별로 나누고 같은 법의 인쇄물을 한 자리에 모으는 작업이다.
모으는 자리에서 걸린 것이 조직법이었다. 같은 법의 국어본 인쇄물이 여러 벌 나왔고 그 여러 벌이 서로 달랐다.
담당자는 그것을 오식으로 보고 정오표를 찾았다. 정오표는 나오지 않았다.
정오표가 없다는 것은 어느 쪽도 잘못 찍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때 이 일이 서고의 일에서 벗어났다.
담당자는 인쇄물 넉 장을 복사대에 나란히 놓고 첫 조부터 맞대어 보았다. 조의 수가 같고 항의 수가 같았다.
같은데 읽는 소리가 달랐다. 소리가 달라지는 자리는 대개 문장의 끝이었다.
문장의 끝이 다른 인쇄물을 서고에서는 같은 자료로 묶는다. 묶는 규칙에 문장의 끝을 보라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서고 정리 경과 보고에 협의 기록 열 줄이 붙어 있다.
— 인쇄물이 몇 벌인가.
— 갈래로 묶으면 넷이다.
— 넷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가.
— 넷이 다 관보나 법령집에 실린 것이다.
— 그러면 맞고 틀림을 가릴 근거가 무엇인가.
— 국어본 안에는 없다.
— 근거가 있는 쪽은 어디인가.
— 영어본이다.
— 영어본은 우리 소장인가.
— 복제본이 한 벌 있다.

이 협의로 방이 하나 생겼다. 이듬해 예산에 「정본 대조실」이라는 이름이 올랐고 정원은 두 명이다.
예산은 소액이다. 항목은 셋이고 셋 다 소모품과 복사와 자료 청구다. 조사비도 출장비도 없다.
방을 만든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리였다.
둘 — 두 사람
정원 두 명 가운데 한 자리가 정규직이고 한 자리가 촉탁이다. 촉탁은 반년마다 계약을 다시 하므로 사람이 자주 바뀐다.
십육 년 동안 촉탁 자리를 거쳐 간 사람은 스물이 넘는다. 『연혁』 부록에 이름이 실려 있고 재직 기간은 대개 반년이다.
한 사람이 오래 있지 못하는 자리에서는 일을 가르치는 데 드는 시간이 일을 하는 시간보다 길어진다. 그래서 그 방의 일은 한 사람이 이었다.
정규직 자리에 요구된 것은 두 가지였다. 법령을 읽을 것과 서지를 다룰 것.
그해 지원자 가운데 그 두 가지를 다 한 사람이 하나였다. 스물여섯 살이고 법학을 했고 문헌정보학을 했다.
이름은 하윤경이다. 2011년 3월에 배치되었다.
배치 첫날에 받은 것이 셋이다. 열쇠와 인수인계철과 서가 배치도다.
인수인계철에는 전임자 칸이 있다. 신설된 방이므로 그 칸은 비어 있다.
비어 있는 칸 아래에 업무란이 있고 거기 한 줄이 적혀 있다.
「조직법 국어본 이본(異本) 정리.」
이본이라는 말을 그는 그날 처음 들었다. 정확히는 그 말을 이 법에 붙여 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이본은 옛 문헌에 쓰는 말이다. 손으로 옮겨 적던 시대의 책에 붙는다.
인쇄된 법률에 이본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쇄는 같은 판으로 여러 벌을 찍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본이라는 말이 이 법에 붙은 것은 그 방이 생긴 다음이다.
셋 — 인수인계
그 한 줄에는 기한이 없다. 분량도 없고 제출처도 없다.
업무 지시에 기한이 없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상설 업무에는 기한을 적지 않는다.
다만 상설 업무에는 대개 주기가 있다. 달마다 하거나 해마다 한다. 그 칸에는 주기도 적혀 있지 않았다.
기한도 주기도 없는 한 줄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받은 사람이 정해야 한다.
정하려면 먼저 물어야 한다. 그는 그 주에 총무과에 두 번 올라갔다.
배치 첫 주의 업무 협의 기록 여덟 줄이다. 상대는 총무과장이다.
— 이 일은 언제까지 하는 것인가.
— 정리가 끝날 때까지다.
— 끝난 것을 무엇으로 아는가.
— 다른 자리가 더 나오지 아니하면 끝난 것이다.
— 다 찾았는지는 어떻게 아는가.
— 그것은 이 방이 정한다.
— 정하면 그대로 되는가.
— 이 방 말고 세는 곳이 없다.
그날 그가 한 일은 청구서 한 장을 쓴 것이다. 1947년 관보 영인본과 영어본 복제본을 함께 청구했다.
청구서에는 목적란이 있다. 그 칸에 그는 업무란의 한 줄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옮겨 적은 까닭은 달리 적을 말이 없어서다. 무엇을 하려는지 그도 아직 몰랐다.
받은 한 줄을 옮겨 적은 것이 그 방의 첫 문서다.
두 책이 삼층에 올라온 것은 사흘 뒤다. 상 둘에 한 벌씩 놓았다.
왼쪽 상에 국어본을 놓고 오른쪽 상에 영어본을 놓았다. 그 자리는 그 뒤로 바뀌지 않았다.
『연혁』 서문은 이 대목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 「2011년 3월, 소장 자료의 대조가 개시되었다.」
개시된 것은 대조다. 그해 3월에 대조한 것은 두 책의 표지였고, 표지를 맞대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그 아래에 이 연혁의 나머지 아흔세 쪽이 있다.
『대한민국 조직법 국어본 판본 조사 중간보고』
국립문서관 정본 대조실. 2013년 6월. 서른한 쪽.
조사 기간은 이 년 석 달이다.
목차는 넷이다. 조사 범위, 판본의 확정, 이동(異同)의 집계, 남은 일.
결론란은 없다. 중간보고에는 결론을 적지 아니한다.
표지에 「대외 배포하지 아니함」이 찍혀 있다. 배포를 요청한 곳이 없어 그대로 두었다.
2013년 6월, 이 나라 근본법의 국어본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처음으로 문서에 적혔다.
하나 — 네 벌
판본을 확정하는 데 이태가 걸렸다. 모은 인쇄물은 스물여섯 종이고 그 스물여섯을 넷으로 묶었다.
묶는 기준은 저본이다. 어느 인쇄물을 보고 다시 찍었는가로 갈랐다.
첫째가 1947년 관보본이다. 군정청 관보에 실린 공포문이고 저본은 법무부가 만든 국어본 원고다.
둘째가 1948년 법전본이다. 법령집에 실렸고 저본은 관보본이다. 셋째가 1962년 편람본이고 저본은 법전본이다. 넷째가 1988년 법제처본이고 저본은 다시 관보본이다.
조사 착수 협의 기록 아홉 줄이다. 2011년 여름이다.
— 판본은 무엇으로 세는가.
— 저본이 다르면 다른 판본으로 센다.
— 저본을 모르는 인쇄물은 어떻게 하는가.
— 문면을 맞대어 가까운 쪽에 붙인다.
— 붙일 데가 없으면.
— 그때 판본이 하나 늘어난다.
— 늘어난 것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 서지에서는 이본이라 한다.
— 법률에도 그 말을 쓰는가.
저본이 다르면 다른 판본이다. 붙일 데가 없으면 판본이 하나 늘어난다. 서지에서는 그것을 이본이라 한다. 법률에도 그 말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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