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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제61장 물음

· 58화 중 35화 · 3,445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증인석

표재선은 그해 쉰일곱이었다. 스물다섯 해를 워싱턴에서 살았다.

코르닐로프 35화 제61장 물음 — 헤더컷

그를 부른 것은 위원회다. 부른 사유는 소환장에 한 줄로 적혀 있다. 「해당 지역의 사정에 관하여.」

그가 그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는 근거는 하나였다. 오래 있었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조선 일로 이십 년 넘게 문서를 넣은 사무소는 그곳뿐이었다.

청문회는 사흘이었다. 첫날과 이튿날의 증인은 여섯이고 여섯이 다 미국 사람이다.

국무부와 육군부와 상공 단체와 선교 단체가 나왔다. 나온 순서가 그 사안에서 각자가 차지하는 자리의 순서다.

조선에서 온 증인은 이날 하나뿐이다. 사흘 가운데 마지막 날 오전의 두 번째 순서였다.

증인석은 단상 아래에 하나다. 앞에 마이크가 하나 서 있고 옆에 물잔이 있다.

그는 가방에서 세 가지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요약 세 장과 회계철 두 권과 결산표 한 장이다.


속기록 이날분은 증인의 성명과 자격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 위원장이 물었다. 증인의 직을 말하라.

— 증인이 답했다. 구미위원부 재무다.

— 위원장이 물었다. 그 기구는 지금도 있는가.

— 증인이 답했다. 지난여름에 닫았다.

— 위원장이 물었다. 그러면 지금의 직은 무엇인가.

— 증인이 답했다. 없다.

— 위원장이 물었다. 무엇으로 적을 것인가.

— 증인이 답했다. 있던 대로 적어 주기 바란다.


속기록은 없어진 기구의 이름을 그대로 적었다. 없어진 것을 확인하는 칸이 그 서식에 없기 때문이다.

둘 — 증거물 제삼호

증거물 셋 가운데 둘은 국무부가 낸 것이다. 셋째는 그가 냈다.

내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그가 가지고 와서 제출하겠다고 말했고 위원회가 받았다.

내려고 한 까닭은 하나다. 그는 이 자리를 검사로 여겼다.

스물다섯 해 동안 그는 검사받을 것을 대비해 장부를 만들었다. 영수는 두 장을 썼고, 약속된 것과 받은 것을 한 줄에 더하지 않았고, 오지 않은 돈을 있는 것으로 세지 않았다.

그 원칙 덕분에 그의 장부는 어느 해를 펴도 한 자가 맞는다. 맞는 장부를 가진 사람이 검사 앞에서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내놓는 것이다.


증거물 제3호의 제출 대목이다.

— 증인이 말했다. 회계철 두 권과 결산표 한 장을 제출하겠다.

— 위원장이 물었다. 요구하지 아니한 것인데 왜 내는가.

— 증인이 답했다. 물으실 것을 미리 답해 두는 편이 빠르다.

— 위원장이 물었다. 무엇을 물을 것이라 여겼는가.

— 증인이 답했다. 이 돈이 어디서 왔는가를 물으실 것이라 여겼다.

— 위원장이 물었다. 그 답이 그 안에 있는가.

— 증인이 답했다. 있다.

— 위원장이 물었다. 말로 하라.

— 증인이 답했다. 미국이다.

— 위원장이 물었다. 전부인가.

— 증인이 답했다. 전부다.


그가 「전부」라고 답한 것은 자랑이다.

이십오 년 동안 그 사무소는 어느 나라의 돈도 받지 않았다. 조건이 붙은 돈은 처음부터 받지 않기로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받지 않기로 정한 사람이 그다. 그 원칙 때문에 그 사무소의 세입은 늘 모자랐고, 모자란 채로 스물다섯 해를 갔다.

모자란 것을 그는 손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가 손해라고 부른 것은 적지 못한 것뿐이다.

그 원칙에는 값이 있었다. 상해로 가는 송금이 해마다 늦었고, 늦은 달에는 사람이 그만두었다.

값을 치른 것은 그가 아니라 받는 쪽이었다. 그것을 그는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바꾸지 않은 까닭은 셈이 틀리면 받는 쪽이 더 크게 다친다는 것이었다. 그 셈은 스물다섯 해 동안 맞았다.


그는 자기가 지킨 것을 말했고, 위원회는 그가 지킨 것을 받아 적었다.

셋 — 여덟 자

결산표 한 장은 열한 해 전에 그가 손으로 만든 것이다. 접은 자국이 셋이다.

표는 세 줄이고 아래에 각주가 둘 있다. 표의 어느 칸에도 속하지 않는 한 줄이 여백에 있다.

그 한 줄은 여덟 자다. 잉크가 표와 다르다.


속기록 오후 대목이다.

— 한 위원이 말했다. 증인이 낸 표의 여백에 손으로 쓴 줄이 있다.

— 위원이 물었다. 증인이 쓴 것인가.

— 증인이 답했다. 내가 썼다.

— 위원이 물었다. 무엇이라 썼는가.

— 증인이 답했다. 전액 미국에서 나왔다고 썼다.

— 위원이 물었다. 왜 칸 밖에 썼는가.

— 증인이 답했다. 그것을 적을 칸이 표에 없었다.

— 위원이 물었다. 그러면 왜 굳이 썼는가.

— 증인이 답했다. 자랑이다.


코르닐로프 35화 제61장 물음 — 전환컷

위원은 그 답을 되묻지 않았다. 되물을 필요가 없었다.

그다음 발언이 속기록에 한 문단으로 남아 있다. 이 편에서 가장 조용하게 값이 매겨지는 대목이다.


— 위원이 말했다. 나는 이 여백의 줄을 증인과 다르게 읽는다.

— 스물다섯 해 동안 그 정부를 지탱한 돈이 전부 이 나라에서 나왔다면, 그 관계는 이미 있는 것이다.

— 우리는 없는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 있는 관계를 문서로 확인하자는 것이다.

— 확인은 새로 무엇을 붙이는 일이 아니다.

— 증인의 장부가 그 확인의 근거가 된다.

— 증인에게 감사한다. 이보다 정확한 자료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스물다섯 해 동안 지킨 정확함이 그날 오후에 조문의 근거가 되었다.


그가 틀리게 적었다면 그 자료는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한 자도 틀리지 않게 적었기 때문에 쓰였다.

이것이 이 편에서 그가 부순 것이다. 그는 자기가 옳다고 믿은 방법으로 옳게 일했고, 그 결과가 그 방법과 아무 상관 없는 자리에서 쓰였다.

그를 속인 사람은 없다. 그날 그 방에서 거짓을 말한 사람도 없다.

위원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그 돈은 미국에서 나왔고 그 정부는 그 돈으로 버텼다.

두 사람이 다 참을 말했고, 참인 두 문장이 만나서 조문 하나의 근거가 되었다.

그 조문이 무엇인지는 이 자리에서 아직 나오지 않는다. 여덟째 조다.

넷 — 수령증

속기록은 증인의 표정을 적지 않는다. 적는 칸이 없다.

이날분 마지막 줄은 산회 시각이다. 그다음 쪽은 증거물 목록이다.

증거물은 위원회에 남는다. 증인이 받는 것은 종이 한 장이다. 표제·매수·제출자·수령일이 적힌 수령증이다.

그는 그 종이를 저고리 안주머니에 넣었다. 넉 달 전에 접어 넣은 관보가 아직 거기 있었다.


그날 저녁 사무소에서 그가 적은 것은 넉 줄이다. 유고 제9장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 오전에 자격을 확인하였다.

— 오후에 회계철 두 권과 결산표 한 장을 제출하였다.

— 수령증을 받았다. 표제와 매수가 맞다.

— 요약 세 장은 쓰이지 아니하였다.


넉 줄이 다 절차다. 그날 그가 무엇을 한 것인지는 넉 줄 어디에도 없다.

그는 그것을 뒷날 알게 된다. 알고 나서 적은 것이 유고의 마지막 쪽이고, 그 쪽은 이 회차에서 열세 해 뒤에 쓰인다.


수령증은 그의 문서철에서 마지막 종이다. 그 뒤로 그가 발행하거나 받은 영수는 없다.

스물다섯 해 동안 그는 늘 두 장을 썼다. 한 장은 낸 사람에게 주고 한 장은 철에 붙였다.

이번에는 한 장뿐이었다. 그가 받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문경식(文敬植), 『번역에 관한 각서』, 1971년 사가본, 제4장 「제9조에 관하여」

백 부를 찍었다. 판권장에 발행처가 없고 인쇄소 이름만 있다.

제4장은 스물세 쪽이고 이 책에서 가장 길다.

장 첫머리에 저자가 한 줄을 달아 두었다. 「이 장은 변명이다.」

변명이라고 적은 장은 이 책에 이 장뿐이다.

나머지 여섯 장은 다 용어례를 다룬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기 이름을 붙인 조문은 하나뿐이다.

하나 — 더 정확하게

1947년 2월에 지시가 내려왔다. 법안의 국어본을 만들라는 것이다.

법안은 그해 초에 새 의회에 다시 제출되어 있었다. 시행일은 아직 없다. 시행일이 없는 문서의 국어본을 만들라는 지시는 그해 봄에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일이 그에게 온 까닭은 자격이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법을 알고 두 언어를 아는 조선 사람이 그 청에 여럿 있지 않았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대개 전임 관청에서 일한 사람이다. 그도 그중 하나다. 경성복심법원에서 십오 년을 보냈다.

지시에 붙은 지침은 한 해 전 것이다. 세 항이고, 셋째 항이 용어를 총독부 법령 용어례에 따르라는 항이다.

그는 한 해 전에 그 항 아래 한 줄을 붙였다. 「그 용어례는 일본어를 옮긴 것입니다」 열여섯 자였다.

회신은 오지 않았다. 회신이 오지 않았으므로 지침은 그대로다.


그가 이 일을 맡으면서 스스로 정한 것이 하나 있다. 원문보다 정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법은 문면이다. 문면이 정확하면 뜻이 지켜진다. 판사로 십오 년을 보내면서 그가 배운 것이 그것이다.

원문보다 정확하게 만든다는 말은 원문을 고친다는 뜻이 아니다. 원문이 두 갈래로 읽히는 자리에서 국어본은 한 갈래만 남기겠다는 뜻이다.

한 갈래만 남기려면 어느 갈래를 남길지 골라야 한다. 고르는 일은 옮기는 사람의 일이 아니다.

그때 그는 그것을 옮기는 사람의 일이라고 여겼다. 이 책 제4장은 그 여김에 대한 변명이다.


제4장 셋째 쪽이다.

— 나는 그때 옮기는 일을 재는 일로 여겼다.

— 재는 사람은 원본보다 정밀한 자를 쓴다.

— 정밀한 자로 재면 원본의 눈금 사이가 보인다.

— 눈금 사이를 본 사람은 그것을 적어야 한다.

— 적으면 두 본이 달라진다.

— 나는 그것을 그때 문제로 여기지 아니하였다.

「이 장은 변명이다」 — 백 부만 찍힌 사가본에서 저자가 자기 이름을 붙인 조문은 하나뿐이다. 제9조다.

남은 23화 · 약 81,715자 · 약 1시간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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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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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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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