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4부 공채(公債)
16화제27장 빚
둘 — 여섯 번
적지 않은 것은 남지 않는다.

다만 저쪽 문서에는 남는다. 뉴욕에서 나온 이 개관의 서문이 그것이다.
서문이 적은 것은 액수가 아니다. 액수는 부록 표에 있고 그 표에는 조선 사업 전체의 지출만 있다. 서문이 적은 것은 관계다.
「우리 조선 사람들」이 누구인가는 서문에 없다.
학교의 학생일 수 있고 병원의 환자일 수 있고 교인일 수 있다. 워싱턴의 사무소일 수도 있다. 넷을 한 이름으로 부르는 말이므로 넷을 구별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쓰는 말이다.
여섯 번이 어디에 있는지는 세어 보면 나온다. 둘은 학교를 말하는 대목이고 둘은 병원이며 하나는 인쇄소다.
나머지 하나는 앞날을 적은 마지막 쪽에 있다. 그 쪽에는 조선이라는 지명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한쪽만 적은 관계는 적은 쪽의 문면으로 정리된다.
그가 그것을 계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계산할 항목이 아니라고 여겼다.
말은 세지 못한다. 세지 못하는 것을 장부에 넣으면 셀 수 있는 것까지 흐려진다. 그것이 그가 스물다섯 해 지킨 원칙이고, 그 원칙 덕분에 그의 장부는 미국식 회계 검사를 그대로 통과한다.
십삼 년 뒤 어느 위원회가 이 관계를 물었을 때, 조선 쪽에서 내놓을 수 있는 문서는 액수와 날짜뿐이었다.
이 개관의 색인에 「Korea」는 있다.
「our Korean people」은 없다. 색인은 고유명사만 싣고, 그 말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속기록. 제73차 의회 제2회기. 필리핀 독립 법안 관련 제5일. 1934년 3월.
속기록은 증언대와 위원석을 적는다. 방청석은 적지 않는다.
방청인 수를 적는 칸도 없다. 그날 몇 사람이 앉아 있었는지는 이 문서로 알 수 없다.
제5일분은 여든 몇 쪽이다. 표제는 「법안의 경제적 영향에 관하여」다.
증인은 여섯이고 그중 넷이 미국 단체의 대표다.
나머지 둘이 섬에서 왔다.
1934년 3월, 미국 하원의 한 위원회실 방청석에 조선인 셋이 앉아 있었다.
하나 — 제5일
방청에는 표가 필요 없다. 자리가 있으면 앉는다.
셋이 그날 쓴 돈은 전차 삯이다. 회계철 여비란에 그 액수가 적혀 있고 사유란은 비어 있다. 사유를 적는 칸이 아니라 목적지를 적는 칸이었고, 목적지는 국회의사당이었다.
나머지 둘이 누구인지는 이 회차에 적지 않는다. 회계철에는 「직원 이인(二人)」이라고만 되어 있다.
여비를 셋으로 나누어 적은 것은 사람 수를 셈에 넣기 위해서다. 사람 수를 셈에 넣으면 이름은 없어도 된다.
구미위원부가 십삼 년 동안 워싱턴에서 한 일은 문서를 넣는 것이었다.
청원서를 만들고 위원회에 접수시킨다. 접수번호가 나오면 회계철에 적는다. 그다음은 없다. 접수가 처리의 전부였다.
이번에는 넣을 것이 없었다. 이 법안은 조선을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셋은 듣기만 했다.
방청석은 위원석 뒤쪽 벽을 따라 붙어 있다. 의자는 등받이가 곧고 자리마다 번호가 없다.
번호가 없으므로 누가 어디에 앉았는지는 그날의 어느 문서로도 정할 수 없다.
표재선이 그날 아침 사무소에 남긴 쪽지가 회계철에 붙어 있다. 한 줄이다.
— 오늘은 서식을 보러 간다.
그들은 증언하러 간 것이 아니라 서식을 보러 갔다.
둘 — 증언대
이 법안이 왜 나왔는가를 먼저 적는다.
필리핀 독립을 요구한 것은 필리핀만이 아니었다. 미국 안에도 요구한 쪽이 있었다.
섬에서 오는 설탕과 코코넛 기름은 관세를 물지 않았다. 미국 본토의 사탕무와 사탕수수와 낙농과 면실유는 그 무관세와 경쟁했다. 섬에서 오는 사람은 미국 국민이 아니었으나 이민 제한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래서 노동조합도 같은 편에 섰다.
독립을 주면 섬은 외국이 된다. 외국의 설탕에는 관세를 매길 수 있고 외국의 사람에게는 이민 제한을 걸 수 있다.
이 법안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전해에 같은 뜻의 법이 한 번 만들어졌고 섬의 의회가 그것을 받지 않았다. 받지 않은 까닭은 기지 조항과 관세 조항이었다.
그래서 이듬해에 다시 만들었다. 육군 기지 조항은 빠졌고 해군 유보지는 뒤에 따로 정하기로 남았다.
빠진 것은 조항이고 남은 것은 뒤에 정한다는 문장이다. 뒤에 정하는 문장은 지금 다툴 것이 없으므로 통과에 걸리지 않는다.
제5일 증언대의 문답에서 세 대목을 옮긴다.
— 위원장이 물었다. 귀하의 단체가 이 법안에 찬성하는 까닭을 말하라.
— 증인이 답했다. 우리 조합원은 사탕무를 심는다.
— 우리 설탕은 관세를 문다. 섬에서 오는 설탕은 물지 않는다.
— 위원이 물었다. 그러면 귀하가 원하는 것은 독립인가 관세인가.
— 증인이 답했다. 우리에게는 같은 것이다.
— 위원이 물었다. 섬사람들도 그렇게 여기겠는가.
— 증인이 답했다. 그것은 내가 답할 자리가 아니다.
— 위원이 물었다. 유예 기간을 열 해로 두는 까닭이 무엇인가.
— 증인이 답했다. 그동안 관세를 단계로 올린다.
— 한 번에 올리면 섬의 설탕 산업이 그해에 무너진다.
— 무너지면 우리가 그 뒤를 감당해야 한다.
— 위원이 물었다. 열 해 뒤에는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가.
— 증인이 답했다. 그때는 외국이다.

— 위원이 물었다. 노동 쪽에서도 이 법안에 찬성한다고 들었다.
— 증인이 답했다. 섬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면서 이민 제한을 받지 않는다.
— 독립하면 외국이 되고 외국에는 할당이 걸린다.
— 위원이 물었다. 할당을 얼마로 하겠는가.
— 증인이 답했다. 낮을수록 좋다.
섬에서 온 두 증인의 차례는 그다음이다. 그들이 다툰 것은 조항이었다.
— 증인이 말했다. 우리는 독립에 찬성한다.
— 다만 유보지 조항과 상고심 조항은 다시 보아 주기 바란다.
— 위원이 물었다. 그 두 조항이 없으면 이 법안이 통과되겠는가.
— 증인이 답했다.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 위원이 물었다. 그러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가.
— 증인이 답했다. 기록에 남기기를 요구한다.
독립을 주자는 말과 관세를 매기자는 말이 같은 문장 안에 있었다.
독립의 값을 정하는 자리에 독립을 받을 쪽도 앉아 있었다. 그들은 조항을 두고 다투었고 조항이 있다는 것을 두고는 다투지 않았다.
다툴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다투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셋 — 세 번
제5일분 여든 몇 쪽에 「조선」은 세 번 나온다.
첫째는 이민 대목이다.
— 위원이 물었다. 섬사람의 이민을 막으면 그 일자리는 누가 채우는가.
— 증인이 답했다. 십 년 전에 이미 막은 쪽이 있다.
— 일본 제국에서 오는 노동자다. 본토와 조선과 대만이다.
둘째는 관세 대목이다.
— 위원이 물었다. 극동에서 우리 설탕과 겨루는 관세 영역이 어디인가.
— 증인이 답했다. 일본 제국의 관세 영역이다. 본토와 조선과 대만이 한 영역이다.
셋째는 유보지 대목이다.
— 위원이 말했다. 서태평양에서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하나의 제국이다.
— 그 영역은 본토와 조선과 대만과 위임통치령이다.
세 번 다 조선은 주어가 아니고 목적어도 아니다. 열거의 한 항목이다.
속기록에서 조선은 세 번 다 쉼표와 쉼표 사이에 있었다.
그 세 대목을 방청석에서 들은 사람이 셋 있었다. 속기사는 방청석을 적지 않는다.
적지 않는 것이 규칙이므로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는 이 문서에 없다. 없는 것은 나중에 있었다고 말해도 근거가 되지 않는다.
열거의 한 항목이 된다는 것은 값이 매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청문회에서 값이 매겨진 것은 설탕과 코코넛 기름과 사람의 수다. 값을 매기려면 셀 수 있어야 하고, 세려면 그것이 따로 있는 물건이어야 한다.
조선은 그날 따로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셋이 들은 것은 자기 나라가 셋 다 남의 나라 이름 안에서 불리는 소리다.
넷 — 칸을 세다
표재선이 그날 한 일은 법안의 뼈대를 세는 것이었다.
문면은 베끼지 않았다. 문면은 관보를 사면 나온다. 그가 센 것은 조문의 수와 조문이 하는 일이다.
회계원이 처음 보는 서식을 만나면 칸부터 센다. 칸의 수와 칸의 이름을 알면 그 서식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날 저녁 그가 적은 것이 유고 제5장에 옮겨져 있다.
— 이 법에서 독립을 주는 조문은 한 조다.
— 나머지가 그 한 조의 조건이다.
— 조건 가운데 제2조가 가장 길다.
— 제2조에는 갈래가 있고 그 아래에 번호가 열여섯이다.
— 열여섯은 그 나라 헌법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들이다.
— 헌법에 무엇을 넣을지를 이 나라 의회가 정한다.
— 나는 이런 서식을 본 적이 없다.
— 잘 만들어진 서식이다.
마지막 줄이 이 회차의 값이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회계에서 조건이 열여섯이면 그것은 허술한 서식이 아니라 꼼꼼한 서식이다. 꼼꼼한 서식은 다툼을 줄인다. 다툼이 줄면 일이 빨리 간다.
그가 스물다섯 해 동안 지킨 것이 그 원칙이다. 영수를 두 장 쓰고 직업을 들은 대로 적고 왼쪽 칸의 합계를 내지 않는 것도 같은 원칙에서 나왔다.
서식이 잘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 서식이 무엇을 하는가는 다른 물음이다.
앞엣것은 회계원이 답할 수 있다. 뒤엣것은 회계원의 물음이 아니다. 그날 그 방에서 뒤엣것을 물은 사람은 섬에서 온 두 증인뿐이었고, 그들은 기록에 남기기를 요구하는 데서 그쳤다.
그는 그것을 본보기라고 적었다.
서식이 잘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 서식이 무엇을 하는가는 다른 물음이다. 그는 그것을 본보기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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