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6부 전시(戰時)
22화제40장 광복군(光復軍)
둘 — 석 달
둘째 장은 전례 다음 날부터 석 달치다. 비목이 열하나이고, 열한 줄 가운데 아홉 줄의 오른쪽 칸이 같다.

같은 아홉 줄에 적힌 것은 중국 군사위원회다. 급여와 피복과 양식이 거기 들어 있다. 사람이 먹고 입고 받는 것이 전부 한 칸에서 온다.
남은 두 줄은 종이와 우편이다. 문서를 만드는 값과 그것을 보내는 값이다.
두 줄이 왜 남았는지는 명세에 적혀 있지 않다. 액수가 작아서 넘기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 둘만은 넘기지 않기로 했을 수도 있다. 적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
이 명세를 국무회의에 올릴 때 오간 말이 회의록에 남았다. 넉 줄로 요약되어 있고, 요약한 사람이 문답을 그대로 옮겨 두었다.
한 국무위원이 물었다. — 이 보조에 조건이 붙어 있는가.
재무를 맡은 이가 답했다. — 문서에는 없다.
— 문서에 없으면 없는 것인가.
— 지금은 없다.
— 지금이라는 말을 회의록에 적어도 되는가.
— 적어 두는 편이 낫다.
— 무엇을 위하여.
— 뒤에 붙을 때, 언제부터 붙었는지 알기 위하여.
조건은 그때 붙지 않았다. 붙은 것은 이듬해 십일월이다.
받는 쪽이 조건을 미리 적어 두려 한 것은 조건이 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셋 — 넷째 칸
낸 쪽 칸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셋뿐이다. 중국 군사위원회와 임시정부 일반회계와 미주 성금이다.
셋 가운데 둘은 같은 돈이다. 일반회계의 세입에서 미주 송금을 빼면 남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산서에 나와 있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둘이다. 하나는 중국이고 하나는 태평양 건너다. 그리고 태평양 건너에서 오는 돈은 배를 타고 오며, 배는 전쟁 중에 자주 뜨지 않는다.
실사에서도 넷째 칸은 크지 않았다. 다만 있었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액수에 있지 않다.
작은 항목 하나가 장부에 있으면 그 항목은 액수와 따로 일한다. 협상하는 자리에서 그 한 줄을 짚으면 저쪽이 잠깐 멈춘다. 멈춘 동안에 이쪽이 말할 것을 정리한다.
그 한 줄이 없으면 멈춤이 없다. 멈춤이 없는 협상은 협상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이 세계에서 넷째가 없는 사정은 앞서 적었다. 만들어질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만들어지지 않은 조직은 돈을 보내지 않는다.
— 다른 데서 받을 수는 없는가.
— 없다.
— 없다는 것을 저쪽도 아는가.
— 안다.
— 그러면 우리는 값을 묻지 못한다.
— 값은 이미 정해져 있다.
— 누가 정했는가.
— 정한 사람은 없다. 받을 데가 하나이면 값은 저절로 정해진다.
이 예산서에서 조선 사람이 정한 것은 지출이다. 무엇을 살지는 이쪽이 정했다. 무엇으로 살지는 저쪽이 정했다.
지출을 정하는 일은 작지 않다. 어디에 얼마를 쓸지를 정하는 것은 그 조직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정하는 일이다. 임시정부는 그것을 스물한 해 동안 해 왔다.
다만 지출은 수입 다음에 온다. 수입 칸이 한 곳으로 모이면 지출 칸이 아무리 촘촘해도 그 촘촘함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가 정해진다.
받을 데가 둘이면 조건을 고를 수 있고, 하나면 고르지 못한다.
둘째 장 아래 결재란에는 도장이 둘 찍혀 있다.
하나는 임시정부 재무부장의 것이고 하나는 이 명세를 접수한 다른 관청의 것이다. 둘 사이는 손가락 두 마디쯤 떨어져 있다.
두 도장의 크기는 다르다. 오른쪽이 크다.
「한국광복군 행동 9개 준승(準繩)」 전문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회의 접수 기록, 1941년 11월
중국 국민정부 군사위원회가 내린 아홉 조다. 조약이 아니고 명령도 아니다.
제1조는 소속을 정하고, 가운데 여러 조는 운용과 지휘를 정하며, 뒤의 조는 전쟁이 끝난 뒤를 정한다.
임시정부 국무회의는 이것을 접수하였다고 적었다. 승인하였다고 적지 않았다.
접수 기록은 반 쪽이고, 그 아래에 「이의는 따로 제출함」이라는 한 줄이 붙어 있다.
따로 제출한 이의가 결말을 보는 데 세 해 가까이 걸린다.
지휘를 받는 군대는 지휘하는 쪽의 문서 안에 산다.
준승이라는 말은 규칙이라는 뜻이다. 조약이면 두 쪽이 맺고, 명령이면 한 쪽이 내린다. 준승은 그 사이에 있다.
사이에 있는 말은 편하다. 내리는 쪽은 명령이 아니라고 하고, 받는 쪽은 맺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둘 다 자기 말이 맞다고 여기며 문서는 그대로 남는다.
아홉 조가 정하는 것은 셋이다. 어디에 속하는가, 누가 움직이는가, 언제까지인가.
속하는 데는 중국 군사위원회다. 움직이는 것은 참모총장이 장악하고 작전 지역에서는 전구 사령장관이 지휘한다. 기한은 중국의 항전이 끝날 때까지이며, 그 뒤의 처리는 따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인사와 보급은 따로 조를 두지 않았다. 소속을 정하면 인사와 보급은 따라온다.
임시정부가 이 문서를 거절할 수 있었는가를 뒤에 여러 사람이 물었다.
거절은 다른 데가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앞 회차의 예산서에서 낸 쪽 칸이 셋이었고, 그중 둘은 같은 돈이었으며, 그 하나는 배를 타고 왔다.
거절할 자리가 없는 쪽이 접수라고 적는다.
국무회의 접수 기록의 문답이 반 쪽에 남았다.
한 국무위원이 물었다. — 접수와 승인이 어떻게 다른가.
법무를 맡은 이가 답했다. — 접수는 받았다는 것이고 승인은 옳다는 것이다.

— 받은 뒤에 그대로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가.
— 움직인 것이 승인이 된다.
— 그러면 접수라고 적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 뒤에 고칠 때 근거가 된다.
— 고쳐지지 않으면.
—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의는 그해 안에 제출되었다. 이의가 고쳐 달라고 한 것은 아홉 조 가운데 소속을 정한 조와 기한을 정한 조다. 가운데의 운용 조항은 건드리지 않았다.
가운데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그것이 실제로 움직이는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조항을 멈추자고 하면 보급이 멈춘다.
이의는 그 뒤로 세 해 가까이 오갔다. 오가는 동안 광복군은 아홉 조 아래에서 움직였다.
취소는 1944년에 온다. 취소되고 나서 남는 것은 취소된 문서 한 장과, 그 문서가 있던 삼 년이다.
문서는 취소되면 없어지고 삼 년은 취소되지 않는다.
이 아홉 조의 번역본이 워싱턴에 닿은 것은 이듬해 봄이다. 구미위원부 사무소에서 그것을 읽은 사람은 재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법을 배우지 않았고 군사도 몰랐다. 그가 스물한 해 동안 한 일은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줄로 적는 일이었다.
그 눈으로 보면 아홉 조는 군사 문서가 아니다. 회계 문서다. 급여와 피복과 양식을 대는 쪽이 지휘를 갖는다는 것을 아홉 줄로 풀어 쓴 것이다.
— 이것은 조건인가.
— 조건이면 채우면 없어진다.
— 채울 것이 적혀 있는가.
— 적혀 있지 않다.
— 그러면 무엇인가.
— 형식이다.
— 형식은 어떻게 되는가.
— 형식은 다음에 다시 쓰인다.
그는 번역본 첫 장의 여백에 두 글자를 적었다.
「선례.」
그 두 글자를 적을 때 그가 무엇을 내다보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그는 이 문서를 중국과 조선 사이의 일로 읽었을 것이다.
다섯 해 뒤에 같은 형식이 다른 나라의 법으로 온다. 그때 그 법의 근거로 쓰이는 것은 그가 스물다섯 해 동안 적어 온 줄들이다.
번역본은 사무소 서류함 셋째 칸에 들어갔다. 그 칸의 이름은 「중국 관계」였다.
미합중국 국무부 극동국 「한국 관련 내부 각서 제3호」 1943년 2월
회람용 세 장. 표제 아래에 배포처가 넷 적혀 있고 그중 하나가 지워져 있다.
본문은 승인하지 아니할 이유를 셋으로 나누어 적는다.
셋은 나란히 적혀 있고 무게의 차이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뒷장 회람란에 손글씨가 여섯 줄 있다.
각서의 결론은 두 줄이다. 「현 단계에서 승인은 권고되지 아니함. 재검토 시기는 정하지 아니함.」
각서는 승인하지 않을 이유를 셋 든다. 이유였던 것은 셋째다.
하나 — 셋
각서는 결정하는 문서가 아니다. 결정하기 전에 늘어놓는 문서다.
늘어놓는 사람의 이름은 대개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늘어놓은 순서다. 순서를 정하는 것이 각서를 쓰는 사람이 가진 유일한 권한이고, 그 권한은 결정하는 권한보다 작지 않다.
첫째는 대표성이다. 이 정부가 그 나라 사람 전체를 대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통일성이다. 국외의 한인 단체가 여럿이고 서로 다투며, 어느 하나를 승인하면 나머지를 상대로 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전후 처리의 유연성이다. 지금 승인해 두면 전쟁이 끝난 뒤에 쓸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셋은 같은 크기로 적혀 있다. 문서에서 이유를 나란히 적는 것은 무게를 감추는 방법이다.
회람란의 손글씨는 이렇다.
— 첫째와 둘째는 저쪽이 자료를 가져오면 다시 검토해야 한다.
— 셋째는 저쪽이 무엇을 가져와도 달라지지 않는다.
— 그러므로 셋째를 맨 뒤에 두었다.
— 맨 뒤에 두면 읽는 사람이 앞의 둘을 먼저 읽는다.
— 앞의 둘은 고칠 수 있는 것이므로 답이 온다.
— 답이 오는 동안 시간이 간다.
답할 수 있는 이유를 앞에 놓으면 답하는 쪽이 바빠진다.
둘 — 앞의 둘
요청은 여러 번 갔다. 중경에서도 가고 워싱턴에서도 갔다.
대표성은 증명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대표한다는 것을 보이려면 대표받는 쪽에 물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그 나라 안에 있고 그 안에서는 묻는 일 자체가 죄가 된다.
그래서 국외에서 모을 수 있는 것은 명부와 결의문과 회비 영수증뿐이다. 모아서 보내면 저쪽은 그것을 자료라고 부르고 증거라고 부르지 않는다.
첫째에 대한 답으로 간 것은 그 명부와 결의문과 지방 조직의 서류다. 둘째에 대한 답으로 간 것은 단체 사이의 합의 문서다.
여기서 한 가지가 실사와 다르다. 이 세계의 둘째 이유는 반박하기가 더 쉽다.
국외의 한인 정치 세력이 실사보다 적기 때문이다. 다투는 갈래가 적으면 갈라졌다는 말에 댈 것이 줄어든다. 무엇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앞의 부에 적었다.
그러므로 이 세계의 요청서는 실사보다 나은 자료를 가지고 갔다.
결과는 같다.
같은 결과가 나올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자료가 아직 모자랐거나, 자료가 이유가 아니었거나다.
앞엣것을 믿는 편이 낫다. 앞엣것을 믿으면 다음에 할 일이 있다.
이 세계의 요청서는 실사보다 나은 자료를 가지고 갔다. 결과는 같다. 자료가 모자랐는가, 자료가 이유가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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