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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제73장 담

· 58화 중 42화 · 3,43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오백 미터

일은 그해 여름 국도에서 났다.

코르닐로프 42화 제73장 담 — 헤더컷

유보 구역의 담에서 오백 미터 떨어진 곳이다. 군용 화물차가 길가의 점포 두 채와 그 앞 담장을 들이받아 부수었다. 다친 사람은 없다.

부서진 것은 점포의 앞면과 진열대와 담장 열두 자다. 값은 그 자리에서 셈해져 조서에 적혔다.

검찰은 운전한 인원을 기소했다. 죄명은 과실로 남의 물건을 부순 것이다.

공판은 두 번 열렸다. 첫 공판에서 변호인이 서면 한 장을 냈다.


첫 공판의 문답이 공판조서에 남았다.

— 지금 낸 서면은 무엇인가.

— 증명서다.

— 무엇을 증명하는가.

— 사고 당시 피고인이 공무 집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 누가 발행한 것인가.

— 소속 사령부다.

— 공무의 내용은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가.

— 물자의 수송이라고 적혀 있다.

— 어느 물자를 어디로 옮기던 중인가.

— 그 칸은 서식에 없다.

— 이 법원이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가.

— 확인할 절차가 없다.


검사는 증명서의 진위가 아니라 범위를 다투었다. 담 밖의 국도가 공무의 장소인가를 물은 것이다.

물음은 조서에 남았고 답은 남지 않았다. 답할 자리가 그날의 절차에 없었다.

둘 — 마지막 줄

결정 이유는 세 걸음이다.

첫째, 담 밖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담 안의 조항은 쓰지 않는다.

둘째, 담 밖의 일이라도 공무 집행 중의 행위이면 재판권은 저쪽에 전속한다.

셋째, 공무 집행 중이었는지는 증명서로 정한다. 이 법원에는 그 증명서를 심사할 근거가 없다.


이유의 끝 대목을 옮긴다.

— 이 법원은 증명서의 내용이 사실인지를 판단하지 아니한다.

— 판단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할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 근거가 될 조문은 이 법원의 관할 밖에서 만들어졌다.

— 그러므로 이 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


이유의 마지막 줄에 적힌 근거는 조직법 제7조가 아니다.

「유보지 협정 부속서 A 제3차 개정 제2항」이다.

제7조는 별도의 협정으로 정한다고만 했다. 정한 것은 협정이고 협정이 다시 미룬 것을 정한 것은 부속서다. 재판장은 그 마지막 것을 적었다.

법률이 아니라 부속서가 이 나라 법원의 문을 닫았다.


점포 주인은 배상을 받을 길을 따로 찾아야 했다.

협정에는 청구권 조항이 있다. 그 조항은 청구를 받는 창구를 정하고 지급의 몫을 나눈다. 걸리는 시간은 조항에 적혀 있지 않다.

저쪽 나라 법원에 바로 내는 길도 물어졌다. 그 길은 조직법 제2조 후단에서 멈춘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미합중국의 시민이 아니며 그 지위를 이유로 어떠한 청구도 할 수 없다.

그 문장은 1947년에 국적을 만들려고 넣은 문장이다.

국적을 세운 문장과 청구를 막은 문장이 같은 문장이다.


결정문 사본은 검찰과 변호인과 법원 문서고에 한 벌씩 갔다.

점포 주인에게 간 것은 주문 세 줄이 적힌 등본 한 장이다.

담장은 그해 겨울에 다시 섰다. 세운 것은 그 집 주인이다.


『유보지 협정 개정 교섭 보고서』 대한민국측 대표단

1966년. 교섭은 그해 봄부터 여름까지 여섯 차례 열렸다.

보고서는 스물두 쪽이다. 경과가 열네 쪽이고 나머지가 평가와 건의다.

평가는 두 항목으로 나뉜다. 성과와 미결이다.

성과는 세 줄이고 미결은 한 줄이다.

두 항목에 같은 사항이 한 번씩 들어 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수가 적혀 있는 것뿐이다.

하나 — 구십구 년

그해 봄에 마닐라에서 기지협정이 고쳐졌다.

1947년에 서명된 그 협정의 존속기간은 구십구 년이었다. 1966년의 개정으로 이십오 년이 되었다. 끝나는 해가 1991년으로 정해졌다.

여든 해가 지워지고 스물다섯 해가 남았다. 남았다는 말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그 개정의 내용이다.

서울에는 사흘 뒤에 알려졌다. 그 주에 외무부가 교섭 준비를 지시했고 대표단이 넉 주 만에 꾸려졌다.

대표단은 아홉 사람이다. 외무부가 넷이고 국방부가 둘이고 법무부가 하나이며 나머지 둘은 재무부와 상공부에서 왔다.

훈령은 세 항이다. 기한 조항을 넣을 것과 구역의 반환 절차를 문면으로 적을 것과 노무 조건의 협의 창구를 둘 것이다. 첫 항에만 밑줄이 그어져 있다.

두 문서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마닐라 협정유보지 협정
서명19471952
처음 정한 기간99년정하지 않음
1966년 개정25년으로 단축개정 없음
남은 해25셀 수 없음

마지막 칸이 이 교섭의 이유다.

저쪽은 여든 해를 줄였고 이쪽은 줄일 여든 해가 없었다.

둘 — 넣자

대표단이 들고 간 요구는 하나다. 기한 조항을 새로 넣자는 것이다.

넣자는 요구는 고치자는 요구와 다르다. 고치는 것은 적힌 수를 바꾸는 일이고 넣는 것은 없던 조문을 만드는 일이다.

이 차이가 첫 회의에서 곧바로 나왔다.


교섭 요지에 남은 문답이다.

— 마닐라에서 한 것을 여기서도 하자.

코르닐로프 42화 제73장 담 — 전환컷

— 마닐라에서 한 것은 수를 고친 것이다.

— 여기에는 수가 없다.

— 없으므로 넣자는 것이다.

— 넣는 것은 부속서의 일이 아니다.

— 그러면 본문으로 하자.

— 본문의 개정에는 양쪽의 국내 절차가 든다.

— 우리 쪽 절차는 국회 동의다.

— 이쪽 절차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 무엇이 더 있는가.

— 이 협정의 근거가 법률이다. 기간을 협정으로 정하라고 한 것이 그 법률의 조문이다.

— 협정에 기한을 넣는 것과 그 법률은 무슨 상관인가.

— 협정이 기한을 정하면 유보지의 권리에 끝이 생긴다.

— 끝이 생기는 것이 기한이다.

— 그 권리를 준 것은 협정이 아니라 법률이다.


법률은 조직법이다. 유보지를 유지할 권리를 정한 것이 제7조이고 그 조문의 개폐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는 제9조에 적혀 있다.

제9조 뒷문장은 이 법의 개정과 변경과 폐지의 권한을 미합중국 의회에 유보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기한을 넣으려면 길이 두 갈래다. 하나는 협정 본문을 고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법률을 고치는 길이다. 앞의 길은 뒤의 길에서 막히고 뒤의 길에는 이 나라의 발의권이 없다.

부속서는 고치기 쉬웠고 본문은 고치기 어려웠고 법률은 이쪽에서 고칠 수 없었다.

셋 — 성과

여섯 번째 회의에서 상대측 답이 나왔다.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한을 두지 않겠다는 말은 없었다. 두겠다는 말도 없었다.


대표단이 서울로 돌아와 보고서를 짜던 자리의 문답이 초안 여백에 남았다.

— 검토하겠다는 답을 어디에 적는가.

— 미결에 적어야 한다.

— 미결에만 적으면 여섯 번 간 것이 없던 일이 된다.

— 없던 일은 아니다. 요구를 처음 문서로 냈다.

— 문서로 낸 것은 성과인가.

— 앞의 교섭에서는 이 요구를 낸 적이 없다.

— 그러면 성과에 적자.

— 그러면 미결에는 무엇을 적는가.

— 같은 것을 적는다.


보고서의 성과 항목은 세 줄이다.

첫 줄은 구역 출입 절차의 간소화 합의다. 둘째 줄은 기한 조항 신설 요구에 대하여 상대측이 검토를 약속한 것이다. 셋째 줄은 노무 조건 협의 창구의 상설화다.

미결 항목은 한 줄이다. 기한이다.

평가 항목의 서식에는 성과와 미결에 같은 사항을 겹쳐 적지 말라는 규정이 없다. 규정이 없으므로 겹쳐 적혔다.

이 보고서를 받은 부서에서 그 겹침을 지적한 문서는 남아 있지 않다.

같은 한 줄이 성과 항목에도 있고 미결 항목에도 있다.


건의 항목은 두 줄이다. 다음 교섭을 이태 안에 열 것과 기한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다.

이태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이 보고서 다음에 편철된 문서철이 말한다. 그 철의 표제는 유보지 협정 개정 교섭 제2차이고 안에 든 문서는 넉 장이다.

넉 장 가운데 셋이 일정 조회이고 하나가 연기 통보다.

보고서 표지의 여백에 연필로 적힌 줄이 하나 있다. 검토의 기한은, 까지만 적혀 있다.

뒤가 없다.


『환율 변경에 관한 사전 협의』 대한민국 재무부 → 미합중국 재무부

1969년. 문서는 세 쪽이다. 본문이 한 쪽이고 별지가 두 쪽이다.

표제에 승인이라는 두 자가 없다. 신청이라는 두 자도 없다.

회신은 여드레 뒤에 왔다. 한 줄이다.

이 문서가 편철된 철의 분류 번호는 「제5조 관계」다.

한 장짜리 본문의 첫 줄에 적힌 것은 조문의 번호가 아니라 십육 년 전 문서의 번호다.


조직법 제5조가 승인 사항으로 든 것은 법률이다. 통화와 주화와 관세와 수출입과 이민에 관한 법률이라고 적혀 있다.

환율의 변경은 법률이 아니다. 고시다. 고시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이미 있고 그 법률은 제정될 때 한 번 승인을 거쳤다.

그러므로 이 변경은 제5조가 요구하는 절차의 밖에 있다.

밖에 있는데도 문서가 갔다.


이재국 안에서 그것을 두고 오간 문답이 기안 용지 뒤쪽에 적혀 있다.

— 이것은 승인 사항이 아니다.

— 아니다.

— 아닌데 왜 보내는가.

— 지난번에도 보냈다.

— 지난번은 무엇을 근거로 보냈는가.

— 그 전번에 보냈기 때문이다.

— 그 전번은.

— 오십삼년이다.

— 오십삼년에는 무엇을 근거로 보냈는가.

— 그때 것은 법률이었다.

— 그러면 그때는 근거가 있었고 지금은 없다.

— 그렇다.

— 그러면 안 보내면 되지 않는가.

— 안 보내면 왜 안 보냈는지를 적어야 한다.

환율 변경은 승인 사항이 아니다. 아닌데도 문서가 간다. 지난번에 보냈고 그 전번에도 보냈기 때문이다. 안 보내면, 왜 안 보냈는지를 적어야 한다.

남은 16화 · 약 57,326자 · 약 8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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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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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만세(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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