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12부 대조(對照)
52화제92장 빈칸
하나 — 방향
2022년 2월 대조실 업무 협의 기록 열 줄이다.

— 오른쪽부터 읽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왼쪽에 없는 것이 나온다.
— 지금까지 그것을 세지 아니하였는가.
— 왼쪽부터 읽으면 왼쪽에 있는 것만 센다.
— 없는 것에도 자리가 있는가.
— 오른쪽에 자리가 있다.
— 그 자리를 어느 칸에 적는가.
— 적을 칸이 없다.
— 그러면 칸을 늘리는 일이 먼저다.
— 늘린 칸에 무엇이 들어올지는 읽어 보아야 안다.
칸을 하나 늘렸다. 표제는 「국어본」이고 값을 적는 칸이 아니라 있고 없고만 적는 칸이다.
늘린 그날부터 아홉 조를 오른쪽에서 다시 읽었다. 넉 달이 걸렸다.
둘 — 세 곳
넉 달 동안 나온 것이 세 곳이다.
| 위치 | 영어본 | 국어본 |
|---|---|---|
| 제1조 | Provided, That | |
| 제5조 | Provided, That | |
| 제7조 | Provided, That |
세 곳이 다 같은 낱말이고 세 곳이 다 단서다.
단서가 무엇을 덜어 내는지는 조문마다 다르다. 제1조의 것은 영역에서 유보 구역을 덜고, 제5조의 것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법률의 범위를 덜고, 제7조의 것은 별도의 협정에 맡기는 사항의 범위를 던다.
덜어 내는 크기도 셋이 다 다르다. 그 크기를 이 방은 재지 않았다. 재는 것은 조문을 해석하는 일이고 문서관이 하는 일이 아니다.
영어본에서 단서는 앞 문장 안에 있다. 문장이 끝나기 전에 그 낱말이 나오고 그 뒤에 예외가 붙는다.
붙어 있으므로 앞의 것과 뒤의 것이 한 문장이다. 한 문장이면 뒤엣것이 앞엣것의 크기를 줄인다.
국어본에서 그 세 자리는 줄이 바뀌어 있다. 앞 문장이 마침표로 끝나고 다음 줄이 「다만」으로 시작한다.
「다만」은 빠지지 않았다. 예외의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자를 세면 국어본 쪽이 오히려 조금 길다.
빠진 것은 낱말이 아니라 그 낱말이 하던 일이다.
한 문장 안에 든 단서와 다음 줄에 선 문장은 읽는 차례가 다르다.
한 문장 안에 있으면 앞의 것을 읽을 때 뒤의 것을 함께 읽는다. 따로 서 있으면 앞의 것을 먼저 읽고 뒤의 것을 나중에 읽는다.
먼저 읽은 것이 남는다. 제1조의 앞 문장은 이 나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된 조문이다.
인용될 때 그 아래 줄이 함께 인용된 예를 이 방은 찾지 못했다. 찾지 못했다는 것은 집계표에 적지 않았다. 그것은 대조가 아니라 조사이고 조사는 이 방의 일이 아니다.
따로 선 문장은 따로 인용된다.
집계를 마치고 오간 문답 여덟 줄이다.
— 줄이 바뀐 것을 어긋남으로 적을 수 있는가.
— 자가 같으면 어긋남이 아니다.
— 자는 같은데 뜻이 달라지지 아니하는가.
— 달라지는가를 정하는 것은 이 방이 아니다.
— 그러면 이 표에 무엇을 적는가.
— 영어본에 있고 국어본에 없는 낱말을 적는다.
— 그 낱말에는 뜻이 없다.
— 뜻이 없는 낱말이 앞뒤를 맨다.
국어본에서 빠진 것은 낱말이 아니라 매듭이다.
집계표는 한 장으로 끝났다. 셋째 칸을 채우지 못했으므로 채워진 칸은 둘이다.
낸 뒤에 이 방이 한 일은 앞의 십일 년치 대조표를 처음부터 다시 넘긴 일이다. 셋째 칸을 뒤늦게 붙일 자리가 있는지 보았다.
붙일 자리는 없었다. 앞의 표는 국어본을 짚고 만든 표이고, 짚은 자리에는 언제나 오른쪽이 있었다.
없는 것을 세려면 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 만든 표가 이 한 장이다.
그해 대조표 묶음에 이 한 장을 끼우지 않았다. 묶음은 어긋난 자리를 싣고 이 표에는 어긋난 자리가 없다.
상 왼쪽 서랍에 한 장이 들어갔다. 그 서랍에 다른 것은 없다.
표재선(表載善), 『계산에 관하여』, 1959년 유고, 마지막 쪽
활자가 되지 않았다. 원고는 딸이 보관했고 2023년에 유족이 국립문서관에 넘겼다.
기증 목록에 적힌 쪽수는 마흔한 쪽이다.
제2장 끝에 저자가 적어 둔 잔여 쪽수는 서른일곱 쪽이다.
마흔한 쪽 가운데 쪽 번호가 없는 쪽이 하나 있다.
그 쪽만 종이가 다르다. 괘선이 없고 두께가 얇다.
잉크는 제2장 마지막 쪽 여백에 덧쓴 것과 같다.
이 원고에서 쪽 번호가 없는 쪽은 하나다.
앞 쪽은 제7장 가운데에서 끊긴다. 문장이 끝나지 않았고 마침표가 없다.
끊긴 자리 뒤에 이 한 쪽이 끼워져 있다. 이어지는 문장이 아니다.
원고가 멈춘 해는 1959년이고 그가 죽은 해는 1961년이다. 그 두 해 사이의 일은 이 원고로 알 수 없다. 이 쪽에는 날짜가 없다.
쪽에 적힌 것은 두 줄이다.

— 나는 조건을 붙이지 않는 돈만 받았다.
— 조건은 돈이 아니라 회계에 붙어 있었다.
두 줄 사이에 여섯 줄쯤 되는 빈자리가 있다. 지운 자국은 없다.
첫 줄은 제2장 첫 쪽의 두 문장을 한 줄로 줄인 것이다. 스물다섯 해 동안 그가 어긴 일이 없다.
둘째 줄은 원칙에 관한 것이 아니다. 원칙을 적어 둔 종이에 관한 것이다.
그가 워싱턴에서 만든 것은 돈만이 아니다. 돈은 쓰면 없어지고 장부는 남는다.
1946년 11월에 상원 외교위원회에 나간 자리에서 그 장부가 증거물이 되었다. 낸 사람은 그다.
장부에는 조건이 적혀 있지 않다. 그 장부가 증명한 것은 조건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나라 안에서 만들어진 돈인가는 조건란이 아니라 수입란에 적힌다.
기증 접수 기록 여덟 줄이다. 2023년 4월이다.
— 쪽수를 세었는가.
— 마흔한 쪽이다.
— 번호가 없는 쪽은 어떻게 세는가.
— 종이를 센다.
— 그 쪽을 어디에 놓는가.
— 원고에 끼워져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둔다.
— 순서를 정하지 아니하는가.
— 정할 근거가 원고 안에 없다.
기증자는 이 한 쪽을 따로 말하지 않았다. 접수란의 비고는 비어 있다.
원고는 정리번호를 받고 서고에 들어갔다. 조직법 자료가 아니므로 삼층으로 가지 않았다.
목록에 적힌 마흔한 쪽에 이 쪽이 들어 있다. 세는 데는 쪽 번호가 필요하지 않다.
문경식(文敬植), 『번역에 관한 각서』, 1971년 사가본, 제4장 · 대조실 해제
사가본 삼백 부. 판권장에 값이 적혀 있지 않다.
저자가 나누어 준 것이고 판매한 기록이 없다.
2024년까지 소재가 확인된 것은 열한 부다.
아홉 부는 기관 소장이고 두 부는 기증본이다.
기증본 하나에는 제4장 열두째 쪽에 활자가 아닌 글씨가 둘 있다.
대조실이 붙인 해제는 두 줄이고 그 가운데 한 줄만 이 책에 관한 것이다.
이 각서에는 저자가 무엇을 세었는지 적혀 있지 않다.
하나 — 아홉째
대조는 조의 순서대로 했다. 제1조에서 시작해 한 조를 끝내야 다음 조로 갔다.
순서를 지킨 까닭은 방법이 아니라 인원이다. 정규직 하나에 촉탁 하나로 두 자리를 동시에 열 수 없다.
제1조에 이태가 들었고 제4조에 두 해가 들었다. 제6조와 제7조는 조사위원회와 협정 부속서가 겹쳐 오래 걸렸다.
2024년 1월에 제9조에 닿았다. 십삼 년 만이다.
제9조는 두 문장이다. 아홉 조 가운데 자가 가장 적다.
앞 문장은 정본을 정한다. 뒤 문장은 이 법을 고치고 없앨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는다.
두 본을 맞대는 데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어긋나는 자리가 없다.
판본 사이도 같다. 2013년 조사에서 나온 백열아홉 곳 가운데 제9조에 걸린 것이 하나도 없다.
이 조문은 네 판본이 다 같고 두 본이 다 같다. 이 법에서 그런 조는 이 조 하나다.
다 같은 까닭은 짧아서가 아니다. 짧은 조문에도 어긋난 자리는 나온다. 제5조가 그렇다.
제9조가 같은 까닭은 이 조문에 옮길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본과 개폐 권한은 뜻을 재는 낱말이 아니라 자리를 가리키는 낱말이다.
가리키는 낱말은 어느 말로 옮겨도 같은 데를 가리킨다.
어긋남이 없는 조문이 어긋났을 때를 정하는 조문이다.
2024년 1월 대조 종료 기록 여덟 줄이다.
— 제9조 대조를 마쳤는가.
— 마쳤다.
— 어긋난 자리가 몇인가.
— 없다.
— 그러면 대조표에 무엇을 싣는가.
— 실을 것이 없다.
— 없는 것을 적어 두어야 하지 아니한가.
— 적어 두면 다음 사람이 다시 세지 않는다.
대조표는 어긋난 자리를 싣는 표다. 어긋남이 없는 조문에는 그 표가 비어 있다.
빈 표를 묶음에 넣을 수는 있다. 넣으면 이 조문을 대조했다는 것이 남는다. 남는 것은 그것뿐이다.
십삼 년의 마지막 조에서 이 방이 얻은 것이 빈 표 한 장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하나 더 바꾸었다. 조문을 맞대는 대신 조문이 어디서 왔는지를 찾았다.
둘 — 열한 부
제9조에는 원형이 없다. 필리핀에도 이 조항이 없고 다른 속령법에도 없다.
원형이 없는 조문은 누군가 제안한 것이다. 제안한 사람의 이름은 본편 제1권 해제에 이미 실려 있다.
그 사람이 1971년에 사가본 하나를 냈다. 제목은 『번역에 관한 각서』이고 삼백 부를 찍었다.
소재 조사를 열넉 달 했다. 확인된 것이 열한 부다. 나머지 이백여든아홉 부가 어디 있는지는 적을 수 없다.
조사는 도서관 목록과 헌책방 재고와 유족 조회로 했다. 사가본에는 납본 의무가 없으므로 국가 서지에 오르지 않는다.
오르지 않은 책은 팔린 자리를 따라가야 찾는다. 이 책은 팔리지 않았으므로 따라갈 자리가 없다.
열한 부가 나온 것은 저자에게 책을 받은 사람들이 그것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리지 않은 까닭은 열한 부마다 다르고 이 방은 묻지 않았다.
소재가 확인된 것은 열한 부. 그 가운데 한 부의 열두째 쪽에는 활자가 아닌 글씨가 둘 적혀 있다.
남은 6화 · 약 23,016자 · 약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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