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1부 전신(電信)
5화제7장 감옥
셋 — 한 줄
빈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세는 칸은 이 명부에 없다.

이 사람들을 꺼내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예심이 종결되어 공소가 취소되거나, 밖에서 꺼낼 사정이 생기거나 둘이다.
앞의 길은 그해 가을에 열리지 않았다. 예심을 종결하려면 그 사건의 성격을 하나로 정해야 하고, 예심판사부는 그것을 정하지 않았다.
뒤의 길은 이렇게 열린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속한 쪽이 밖에서 갑자기 필요해지는 것이다. 필요해지면 꺼낸다. 꺼내는 데에는 법의 절차가 아니라 정치의 절차가 쓰이고 정치의 절차는 빠르다.
그 필요는 한 주 만에 생길 수 있었다. 그러자면 그 주에 수도에서 무슨 일이 있어야 했다. 도시가 무장하고, 무장한 쪽을 누군가 조직하고, 조직한 쪽이 그 값으로 무언가를 요구해야 한다.
그 주에 아무 일도 없었다. 병기창의 창구는 종이를 기다렸고 종이는 오지 않았다.
꺼낼 이유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문서로도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달마다 옮겨 적힌 빈칸뿐이다.
10월분 명부를 만들 때 서기는 마흔여덟째 줄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옮길 때 빈칸도 옮긴다.
11월분에도 옮겼고 12월분에도 옮겼다. 이듬해 봄까지 그 칸은 달마다 옮겨졌다.
옮겨 적는 일에는 이유란이 없다.
『러시아 제헌의회 선거 개표 집계표』
전국선거위원회 편(編). 1917년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시행분.
1917년 12월 확정. 총 의석 칠백예순다섯.
투표율은 두 가지로 적는다. 분모를 달리 잡은 것이 둘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았다. 고를 권한이 위원회에 없다.
확정한 뒤에도 정정이 계속되었다. 마지막 정정은 이듬해 2월분이다.
이 집계표에는 실사와 다른 숫자가 하나도 없다.
하나 — 같은 명부
선거는 여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선거법이 만들어지고 선거구가 나뉘고 명부가 작성된 것은 그해 가을이다. 그 일을 한 것은 전국선거위원회다.
위원회는 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와 상관없이 일했다. 명부를 만드는 일에는 정권이 필요하지 않다. 호적과 종이와 사람이 필요하다.
선거법은 그해 봄과 여름에 걸쳐 만들어졌다. 스무 살 이상이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투표한다. 군인도 투표한다. 재산도 학력도 묻지 않는다.
그때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이 조건으로 선거를 한 적이 없었다. 이 조항들을 적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회의록에 그렇게 적어 두었다.
실사에서 볼셰비키는 10월에 정권을 잡고도 이 선거를 그대로 치렀다. 취소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는 정권이 넘어가지 않는다. 선거는 같은 날 같은 명부 같은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투표한 사람은 사천칠백만이다. 이 수는 반올림한 수다.
| 정당 | 의석 |
|---|---|
| 사회혁명당 | 345 |
| 볼셰비키 | 175 |
| 우크라이나 사회혁명당 | 47 |
| 멘셰비키 | 17 |
| 입헌민주당 | 14 |
나머지는 민족 정당과 소수 정당에 흩어졌다. 칠백예순다섯 가운데 어디까지를 어느 쪽으로 세는가도 집계마다 다르다. 우크라이나 사회혁명당을 사회혁명당 안에 넣어 세는 집계가 있고 따로 세는 집계가 있다.
이 표에서 다툼이 없는 칸은 둘째 줄이다. 백일흔다섯이다. 볼셰비키는 어느 집계에서도 백일흔다섯이다.
— 사천칠백만이라고 적어도 되겠소.
— 반올림한 수다.
— 얼마에서 반올림했소.
— 선거구마다 다르다. 여든 몇 개 선거구에서 여든 몇 가지 서식으로 보고가 왔다.
— 그러면 무엇을 적소.
— 의석을 적는다.
— 의석은 어째서 다르지 않소.
— 의석은 사람이 앉는 자리다. 자리는 셀 수 있다.
이 나라가 틀림없이 아는 수는 의자의 수뿐이다.
둘 — 분모
투표율은 육십사 퍼센트로도 오십오 퍼센트로도 계산된다.
— 분자는 하나요.
— 하나다.
— 그런데 어째서 둘이 나오오.
— 분모가 둘이다.
— 어느 쪽이 맞소.
— 둘 다 맞다.
— 하나는 명부에 적힌 사람을 세었다.
— 하나는 투표할 수 있었던 사람을 세었다.
— 그 둘이 왜 다르오.
— 전선에 있는 사람이 있고 명부에 두 번 적힌 사람이 있다.
분자는 하나고 분모는 둘이다. 이 나라는 자기 국민이 몇인지 모르는 채로 자기 대표를 뽑았다.
실사에서 이 집계표는 넉 달 뒤에 해산의 이유로 쓰였다.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고,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이 이 표의 투표율이었다. 둘 중 낮은 쪽이 인용되었다.
이 세계에서 이 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명부가 된다.
의원 칠백예순다섯 명의 이름과 선거구와 소속이 여기서 나온다. 소집일은 이듬해 1월로 정해졌다. 그 이름들이 그날 페트로그라드로 온다.
집계실은 명부를 두 벌 만들었다. 한 벌은 의회 사무처로 가고 한 벌은 서고에 남는다. 서고에 남는 쪽에는 정정 이력을 그대로 두었다.
백일흔다섯은 실사와 같은 수다.
실사에서 그 백일흔다섯은 표 밖에서도 힘이 있었다. 수도가 있었고 병기창이 있었고 8월 마지막 주에 나간 소총이 있었다.
이 세계에서 백일흔다섯은 표 안에 있다.
표 안에 있는 수는 표결로만 움직인다.

집계표는 이듬해 2월까지 고쳐졌다. 고친 것은 선거구 경계와 중복 등록이다.
의석은 한 자리도 바뀌지 않았다.
『러시아 제헌의회 제1차 회의 속기록』
1918년 1월 18일 오후 4시 개회. 타브리다 궁.
속기사는 넷이 두 시간씩 교대로 앉았다.
이 속기록은 발언을 전부 싣지 않는다. 의장이 발언권을 준 것만 싣는다.
방청석의 소리는 「장내 소란」으로만 적었다. 몇 사람이 냈는지는 적지 않았다.
마지막 쪽에 산회 시각이 없다. 이 회의는 산회하지 않고 정회했기 때문이다.
1918년 1월 19일 새벽 다섯 시, 이 회의는 정회했다.
하나 — 오후 네 시
의사당은 타브리다 궁이다. 이 년 전까지 제국 두마가 쓰던 방이다. 의석은 곡선으로 놓여 있고 연단 아래에 속기사 탁자가 있다.
칠백예순다섯 명 가운데 몇이 왔는지는 속기록에 없다. 개회 정족수는 확인되었다고만 적혀 있다.
이 의회를 소집한 것은 임시정부다. 소집일도 임시정부가 정했다. 그러므로 이 방에 앉은 사람들은 자기를 앉힌 정부보다 나중에 뽑혔고 그 정부보다 오래 살 예정이었다.
첫 안건은 의장 선출이다. 이백사십네 표와 백쉰세 표로 갈렸다.
둘째 안건에서 갈라졌다.
볼셰비키 의원단이 「근로 피착취 인민의 권리 선언」을 의사일정 제1항으로 올리자고 요구한다. 그 문서를 먼저 승인하면 이 의회는 자기 위에 다른 권력이 있다고 인정하게 된다.
표결은 이백서른일곱 대 백마흔여섯으로 부결된다.
— 의사일정을 바꾸자는 동의는 부결되었다.
— 부결된 것은 순서요, 문서가 아니오.
— 그러하다. 문서는 제7항에 그대로 있다.
— 우리는 제7항을 기다리지 않겠소.
— 기다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시겠소.
— 우리는 이 회의장을 나가겠소.
— 나가는 것은 의원의 권리요. 말리지 않겠소.
— 다만 한 가지를 적어 두시오.
— 우리가 나가면 이 의회는 인민을 대표하지 않소.
— 그것은 적을 수 없소. 속기록에는 하신 말씀만 적소.
부결된 것은 문서가 아니라 순서였다. 그 밤의 모든 일이 그 한 가지에서 갈라진다.
둘 — 퇴장
백일흔다섯 명이 나간다. 뒤이어 좌파 사회혁명당도 나간다.
문이 닫힌 다음에 의장이 서기에게 묻는다.
— 지금 몇 시요.
— 새벽 네 시가 지났다.
— 남은 의원으로 의결이 되오.
— 된다. 정족수는 개회 때 확인했고 그 뒤에 다시 세라는 동의가 없었다.
— 세라는 동의가 나오면 어떻게 되오.
— 세면 된다. 세는 것은 서기의 일이다.
— 밖에 병사가 있소.
— 있다.
— 누구의 명령을 받소.
— 이 궁의 경비는 의회 사무처 소관이다.
— 그러면 계속하겠소.
정회는 회의를 닫는 것이 아니다. 같은 회기 안에서 시각을 옮기는 것이다. 산회는 서기가 시각을 적어야 성립하고, 정회는 적을 것이 없다.
그날 밤 서기가 하지 않은 일이 이것이다. 그는 산회 시각을 적지 않았다.
실사에서 이 대목은 다르게 흘렀다.
궁을 지키던 무장 병력은 의회 사무처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 병력을 만든 사건은 넉 달 전 8월 마지막 주에 있었고, 그 주에 노동자에게 나간 소총은 사만 정으로 전한다.
이 세계의 불출대장 8월 28일 칸에 적힌 수량은 영이다.
퇴장은 해산이 아니다. 두 낱말을 가르는 것은 문 밖에 선 사람이 누구의 명령을 받는가다.
셋 — 열 개 조항
남은 의원들이 새벽에 통과시킨 것은 셋이다. 토지 기본법 열 개 조항, 연합국에 대한 평화 호소, 그리고 러시아 민주연방공화국 선포다.
토지 기본법의 골자는 두 줄로 적힌다. 토지의 사유를 폐지한다. 경작하는 사람에게 무상으로 나눈다.
— 이 조항의 원안은 어디서 왔소.
— 작년 여름 농민대회에 올라온 위임장 이백마흔두 통이다.
— 그 위임장을 다른 데서도 썼소.
— 썼다. 시월에 나온 포고의 원안이 그것이다.
— 그러면 문면이 겹치겠소.
— 겹친다. 두 문서가 같은 종이 묶음에서 나왔다.
— 그것을 적어야 하오.
— 적는다. 적지 않으면 우리가 지어낸 것이 된다.
— 지어낸 것이 아니라고 적으면 우리 공이 줄어드오.
— 줄어든다. 그 대신 이 법이 오래 간다.
산회 시각은 적히지 않았다. 새벽에 통과된 열 개 조항이 이 나라를 무엇으로 만드는지, 적을 차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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