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6부 전시(戰時)
24화제45장 위도(緯度)
하나 — 명령
일반명령 제1호가 하는 일은 좁다. 항복을 받을 사람을 구역마다 정하는 것이다.

좁은 문서가 큰 일을 하는 것은 그 문서가 먼저 오기 때문이다. 항복을 받는 쪽이 그 자리에 들어가고, 들어간 쪽이 무기와 문서와 관청을 넘겨받고, 넘겨받은 쪽이 다음 문서를 쓴다.
실사의 확정본은 구역을 넷으로 나누었다. 만주와 북쪽 섬이 한 칸, 일본 본토와 그 남쪽이 한 칸, 만주를 뺀 중국과 대만이 한 칸, 남방이 한 칸이다.
칸의 이름은 대개 땅 이름이다. 그중 한 줄에만 숫자가 들어 있다.
숫자가 들어간 이유는 그 자리에 두 군대가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이미 국경을 넘어 있었고 하나는 아직 바다 위에 있었다. 먼저 닿는 쪽이 받는다는 규칙밖에 없으면 문서를 쓸 이유가 없다.
실사에서 그 숫자를 고른 것은 늦은 밤 한 방에 있던 몇 사람이다. 벽에 걸린 지도를 보고 반쯤 되는 자리를 짚었다고 전한다. 회의는 없었고 결재는 다음 날 아침에 났다.
짚은 사람들이 그은 것은 항복 수리의 경계였다. 그것이 뒤에 무엇이 되는지를 그 밤에 아는 사람은 없었다.
| 구역 | 실사 확정본 | 이 세계 제2고 |
|---|---|---|
| 만주 | 소련 극동군 최고사령관 | 중국 전구 최고사령관 |
| 조선 북위 38도 이북 | 소련 극동군 최고사령관 | 해당 구분 없음 |
| 조선 북위 38도 이남 | 미 태평양육군 최고사령관 | 해당 구분 없음 |
| 조선 전역 | 해당 구분 없음 | 미 태평양육군 최고사령관 |
선은 두 군대가 있을 때 긋는다.
둘 — 없는 줄
제2고는 급히 만들어졌다. 급한 것은 실사와 같다. 항복이 언제 오는지를 아무도 며칠 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걸리는 곳이 하나 적다는 것이다. 만주가 비어 있고, 만주가 비어 있으므로 그 아래도 비어 있다.
문서를 쓰는 사람에게 빈 곳은 편한 곳이다. 다툴 상대가 있는 칸은 문장이 길어지고 단서가 붙는다. 상대가 없는 칸은 한 줄로 끝난다.
제2고에서 조선에 관한 대목은 한 줄이다. 실사 확정본에서 같은 대목은 두 줄이고, 두 줄에는 숫자와 방위와 단서가 들어 있다.
초안을 만든 자리에서 오간 말이 검토철에 남았다. 열 줄이다.
— 조선은 어느 칸에 넣는가.
— 넣을 칸이 하나뿐이다.
— 나누어 적을 필요는 없는가.
— 나누어 적으려면 나눌 상대가 있어야 한다.
— 상대가 뒤에 생기면 어떻게 하는가.
— 생긴 뒤에 고치면 된다.
— 고치는 데 무엇이 드는가.
— 그때는 이미 들어가 있다. 들어간 뒤에 고치는 것은 나가는 일이다.
— 그러면 지금 나누어 두는 편이 낫지 않은가.
— 지금 나누면 그 선을 우리가 만든 것이 된다.
이 문답에서 아무도 조선의 장래를 말하지 않는다. 이 문서가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하지 않는 문서가 정하는 것이 하나 있다. 누가 그 자리에 서는가다.
항복을 받는 일과 다스리는 일은 다른 문서에 적힌다. 다만 앞의 문서가 뒤의 문서를 쓸 사람을 정한다.
셋 — 여백
제2고 첫 장 오른쪽 여백에 연필 글씨가 한 줄 있다.
「한반도 전역 — 미 태평양육군.」
대시를 빼면 열한 자다. 쓴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고 필적 대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백에 쓰는 것은 아직 문서가 아니다. 문서가 아닌 동안에는 고치기 쉽다. 사흘 뒤 활자로 앉으면 그때부터는 고치는 데 절차가 든다.
연필로 쓴 것과 활자로 앉은 것 사이에 회의가 하나도 없다. 검토철에도 없고 발송철에도 없다. 여백이 본문이 되는 데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을 것이 없는 자리에서는 여백이 본문이 되는 데 아무 힘도 들지 않는다.
뒷날 이 편철을 정리한 문서관의 각서에 한 줄이 있다.
— 이 열한 자는 결정이 아니다.
— 결정을 적어 둔 것도 아니다.
— 남은 자리에 남은 것을 적은 것이다.
— 남은 것을 적는 일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확정본에는 조선이 한 줄이다. 위도가 나오지 않고 방위도 나오지 않는다.
그 한 줄이 있는 자리는 실사 확정본에서 같은 항목이 있던 자리다. 항목의 순서도 같고 앞뒤의 문장도 같다. 다른 것은 그 항목 안에 들어 있는 글자의 수뿐이다.
한 줄이 되면 뒤에 무엇을 하든 그 한 줄 안에서 한다. 그 한 줄을 받은 부대의 병력은 그 줄이 길어졌다고 해서 늘지 않는다.
편철의 마지막 장은 발송 기록이다. 확정본이 몇 부 인쇄되어 어디로 갔는지가 적혀 있다.
받은 곳 목록의 맨 아래에 한 줄이 비어 있다. 인쇄한 부수와 발송한 부수가 한 부 어긋난다.

표선주 구술, 『아버지의 장부』 2004년 채록, 제3장
채록은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고 제3장은 두 번째 날의 것이다.
이 장에서 구술자는 1945년 가을의 넉 달을 말한다.
채록자는 앞머리에 한 줄을 적어 두었다.
「구술자는 이 대목에서 두 번 말을 멈추었다. 멈춘 자리를 표시해 둔다.」
제3장의 표제는 구술자가 직접 붙였다. 「첫 문서」다.
1945년 9월 8일, 인천 앞바다에 배가 들어왔다.
하나 — 배
부대는 미 제24군단이다. 병력은 약 칠만이다. 오키나와에서 왔고 날짜는 9월 8일이다.
부대도 날짜도 병력도 실사와 같다. 이 세계에서 이 대목은 바뀌지 않는다.
바뀐 것은 그들이 무엇을 맡느냐다. 실사에서 그들이 맡은 것은 반이고, 여기서 그들이 맡는 것은 전부다.
표선주는 그 배에 타고 있었다. 1925년생이고 그해에 스무 살이다.
그가 통역이 된 경위는 짧다. 워싱턴의 한 사무소에 재무를 맡은 조선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딸이 영어와 조선말을 다 할 수 있었으며, 그해 여름에 그런 사람을 찾는 곳이 생겼다.
찾는 쪽은 급했다. 스무 살이라는 것과 여자라는 것을 묻지 않았다.
그는 조선에 가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조선을 떠난 것이 1919년이고 그는 그 뒤에 태어났다.
그가 아는 조선말은 집에서 쓰던 말이다. 밥과 옷과 셈에 관한 말은 알고 관청에 관한 말은 몰랐다. 그 차이가 첫 주에 드러난다.
— 아버지는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 다만 무엇을 하는 자리냐고 물었다.
— 옮기는 자리라고 답했다.
— 아버지가 그러면 됐다고 했다.
— 옮기는 일은 보태지도 빼지도 않는 일이니 됐다고 했다.
— 나는 그 말을 스물다섯 해 동안 자랑으로 여겼다.
배는 오래 걸렸다. 태풍을 피해 한 번 돌아갔다는 말이 구술에 나온다.
배에서 그가 받은 것은 서류철 하나와 사전 두 권이었다. 사전은 영조와 조영이 각각 한 권이다.
서류철에는 앞으로 쓸 문서의 표제만 적혀 있었다. 내용은 아직 없었다.
옮길 것이 정해지기 전에 옮길 사람이 먼저 배에 탔다.
둘 — 첫 문서
그가 처음 옮긴 것은 포고 제1호다. 날짜는 9월 7일이고, 배 위에서 국문본을 만들었다.
첫 문장은 「본관은」으로 시작한다.
스무 살의 통역은 그 말을 스스로 고르지 않았다. 배 위에 조선총독부 법령집 한 권이 있었고, 그 안의 포고문이 전부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법률 말은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베껴 오는 것이다. 그때 베낄 수 있는 조선말 법률 문서는 한 종류뿐이었다.
「본관」은 벼슬에 있는 사람이 자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말을 쓰면 문장 안에 사람이 하나 서고, 그 사람은 이름이 아니라 자리로 선다.
자리로 선 사람은 바뀌어도 문장이 그대로다. 그것이 그 말의 쓸모다.
— 나는 사전을 두 번 덮었다.
— 한 번은 첫 낱말에서 덮었다.
— 사전에 그 말이 없었다.
— 옆에 있던 법령집을 펴 보니 거기 있었다.
— 그래서 그 말을 썼다.
— 두 번째로 덮은 것은 첫 문장의 가운데였다.
— 거기에는 옮길 것이 없었다.
— 원문에 없는 것은 옮기지 못한다.
실사의 포고 제1호 국문본에는 첫 문장 가운데에 지역을 특정하는 구절이 있다. 「북위 삼십팔도 이남의」다. 띄어쓰기를 빼면 아홉 자다.
이 세계의 원문에는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 앞 장의 문서가 조선을 한 줄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문본의 그 자리도 비었다. 정확히 말하면 비지 않았다. 앞말과 뒷말이 그대로 붙어 한 문장이 되었을 뿐이다.
읽는 사람은 무엇이 빠졌는지 알 수 없다. 빠진 자리가 매끄러우면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홉 자가 없는 문장은 아홉 자가 없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
셋 — 두 배
포고문은 인쇄되어 붙었다. 몇 부를 찍었는지는 인쇄철에 있다.
붙인 자리는 관청 앞과 정거장과 시장이다. 읽은 사람의 수는 세지 않았다. 붙인 문서를 몇이 읽었는지는 어느 서식에도 칸이 없다.
그 문서가 미치는 범위는 실사의 두 배쯤이다. 실사에서 이 부대가 맡은 사람은 천육백만이고, 여기서 맡는 사람은 이천오백만이다.
병력은 약 칠만 그대로다. 부대는 오키나와에서 떠날 때 그 수였고 인천에 닿았을 때도 그 수였다.
그 둘을 나누어 보는 일은 배 위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다. 나누어 보려면 두 수가 한 종이에 있어야 하는데, 그때 그 두 수는 다른 관청의 다른 서류에 있었다.
셈은 뒤에 다른 사람이 한다. 그 사람이 셈을 할 때는 이미 삼 년이 지나 있다.
그동안에 부족한 것은 사람으로 메운다. 미국인 행정관의 수가 정해져 있으면 나머지는 현지에서 뽑는다.
뽑을 수 있는 사람은 그 관청에서 일해 본 사람이다. 그 관청은 그해 여름까지 다른 나라의 관청이었다.
이천오백만을 맡은 칠만은 모자라는 손을 현지에서 뽑는다.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일해 본 그 관청은, 여름까지 다른 나라의 것이었다.
남은 34화 · 약 120,270자 · 약 2시간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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