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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제12장 국제(國際)

· 58화 중 7화 · 3,493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소집

사람은 그대로 있다. 없어진 것은 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비용이다.

코르닐로프 7화 제12장 국제(國際) — 헤더컷

모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편지가 오갔고 한두 사람씩 국경을 넘었다.

다만 편지는 강령이 되지 못한다. 강령은 여러 사람이 같은 방에서 같은 문안을 놓고 표결해야 나온다. 그 방을 빌리고 그 사람들을 그 날짜에 그 도시에 오게 하는 일이 조직이다.

둘 — 회비

각국 사회주의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선에서도 1920년대의 사회주의는 소수 음모가의 언어가 아니었다. 신문과 잡지와 야학과 강습회에 있었고, 읽고 쓸 줄 아는 젊은 사람들 다수의 말이었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도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그 말이 조직이 되는 지점이다.


실사에서 본부가 지부에 준 것을 항목으로 적으면 이렇다. 인쇄비, 여비, 번역, 연락 경로, 훈련, 그리고 상근자의 급여다.

앞의 다섯은 없어도 사람이 버틴다. 마지막 하나가 없으면 조직은 저녁에만 존재한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모이는 조직은 낮에 하는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그만두면 회비를 낼 사람이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조직에서는 아무도 전임이 되지 않고, 전임이 없으면 다음 사람을 기르지 못한다.

본부가 없다는 것은 강령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돈이 없다는 뜻이다.


편자가 인용한 수사 기록 하나를 옮긴다. 어느 나라 경찰이 한 조직을 삼 년 동안 내사한 것이고, 내사의 목적은 국외 자금 경로를 찾는 것이었다.


— 본건 조직의 국외 송금은 확인되지 아니함.

— 압수한 회계 장부는 두 권이며 기재는 정확함.

— 수입 항목은 회비와 강연 실비뿐임.

— 본건 조직은 회비로 운영되는 것으로 인정됨.

—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은 회비만큼만 함.

— 이상으로 본건을 종결함.


담당관은 마지막 줄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결재란 밖이라 정식 기재가 아니다.

「이런 조직은 위험하지 아니하다. 다만 오래 간다.」


편자가 연표를 만들려다 그만둔 이유는 서문 끝에 적혀 있다.

연표에는 일어난 일을 적는다. 이 책의 다섯 장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한 것이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날짜가 없다. 날짜가 없는 것을 연표에 넣으면 그 줄만 빈 채로 남는다.

편자는 빈 줄이 다섯 장 분량이 되는 것을 보고 연표를 뺐다.


「러시아공화국 외무성 극동국 1921년도 세출 예산 사정서」 및 부전지(附箋紙) 두 장

사정서는 재무성 예산국이 만든다. 요구하는 쪽이 아니라 깎는 쪽이 만드는 문서다.

항목마다 원안과 사정 구분을 나란히 적고 사유를 한 줄로 붙인다. 사유는 한 줄을 넘기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 사정서에는 부전지가 두 장 붙어 있다. 한 장은 재무성이 붙였고 한 장은 극동국이 붙였다.

극동국이 붙인 부전지의 글씨는 연필이다. 지울 수 있게 쓴 것이다.

지워지지 않았다.

이 사정서에서 사람이 쓴 것은 부전지 두 장뿐이다.

하나 — 깎는 쪽

1921년의 러시아공화국에는 돈이 없다.

전쟁이 끝났고 조약은 종잇장이 되었고 군대는 동원해제된 채로 있다. 세입은 곡물과 관세다. 곡물은 작은 땅을 가진 사람 수천만에게서 걷어야 하고, 그 사람들은 표의 다수다.

관세는 무역이 있어야 걷힌다. 무역은 항구와 철도가 있어야 한다.


시베리아 철도는 칠 년을 혹사당했다. 전쟁 삼 년 반과 복원 한 해가 그 선로 위로 지나갔다. 교량과 급수탑과 차량이 상했고 상한 곳은 겨울마다 늘었다.

복구비 하나가 극동국의 한 해 예산 전체의 몇 배다. 몇 배인지는 이 사정서에 적혀 있지 않다. 두 문서가 다른 국(局)에 속하기 때문에 한 장에 나란히 놓이지 않는다.

한 장에 놓이지 않는 두 수는 비교되지 않는다. 비교되지 않는 것은 다투어지지도 않는다.


극동국의 사정 결과는 이렇다.

항목사정사유
이르쿠츠크 영사관 유지원안대로기존 시설
하얼빈 파견원 여비절반왕복 1회로 족함
극동 정세 조사비전액 삭감대체 가능
재외 단체 보조항목 삭제근거 법령 없음

마지막 줄이 이 사정서의 전부다.


— 재외 단체 보조는 작년에도 있었소.

— 작년에는 항목이 있었고 집행이 없었다.

— 집행이 없었으면 그대로 두어도 되지 않소.

— 집행이 없는 항목은 다음 해에 근거를 요구받는다.

— 근거가 무엇이오.

— 이 지출을 하라고 정한 법률이나 조약이나 의회 의결이다.

— 그런 것이 없소.

— 없다. 재외 단체를 보조하라고 정한 문서가 이 나라에 하나도 없다.

— 그러면 실사에서는 무엇으로 했겠소.

— 그것은 내가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니다.


코르닐로프 7화 제12장 국제(國際) — 전환컷

극동국의 정원은 아홉이다. 국장 하나, 과장 둘, 나머지가 서기와 통역이다.

이 국이 한 해 동안 하는 일은 대개 셋이다. 영사관에서 오는 보고를 철하는 것, 국경 왕래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 그리고 다른 나라 공관이 보내오는 조회에 회신하는 것이다.

세 가지 모두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일이다. 돈이 드는 일은 사정서에서 이미 빠졌다.

둘 — 다섯 건

1920년에도 1921년에도 이르쿠츠크나 상해로 러시아 돈이 가지 않는다.

보낼 조직이 없고 보낼 근거도 없다. 앞의 것은 케임브리지 총서 제14권이 다섯 장에 걸쳐 적은 것이고, 뒤의 것은 위의 표 마지막 줄이다.


실사에서는 이 자리에 「러시아 원조」라는 항목이 있었다. 상해의 임시정부 결산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그 항목을 두고 백 년 동안 다툼이 있었다. 액수가 얼마였는가. 누가 받았는가. 어디로 갔는가. 셋 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그 항목은 있었다. 있었기 때문에 다툴 것이 생겼고, 다투는 동안 사람이 갈라졌고, 갈라진 자리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 세계에는 그 항목이 없다. 없는 항목을 두고는 아무도 갈라지지 않는다.

아무도 갈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갈라질 것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921년 한 해 동안 극동국에 접수된 조선인 명의의 문서는 다섯 건이다. 전부 청원이고 전부 상해와 연해주에서 왔다.

이 사람들이 러시아에 쓴 까닭은 둘이다. 가깝고, 읽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까운 것은 지도의 문제다. 읽어 줄 것 같았던 것은 문서의 문제다. 삼 년 전 그 나라 의회가 민족의 자결을 문면에 넣어 공화국을 선포했고, 그 선포문은 번역되어 상해에도 왔다. 청원서 다섯 통 가운데 셋이 그 문장을 인용한다.

한 통의 본문을 옮긴다. 접수인은 찍혀 있고 회신란은 비어 있다.


— 우리는 상해에 있다.

— 우리 정부는 재작년 사월에 세웠다.

— 우리에게 있는 것은 사람과 이름이다.

— 우리에게 없는 것은 인쇄기와 여비다.

— 귀 공화국의 의회는 민족의 자결로 이루어진 연방을 선포하였다.

— 우리는 그 선포문을 우리 말로 옮겨 읽었다.

— 옮긴 사람은 우리 가운데 러시아 말을 아는 한 사람이고, 그는 지금 통역으로 삯을 받아 우리 회비를 낸다.

— 우리가 청하는 것은 승인이 아니다.

— 우리가 청하는 것은 답이다.

셋 — 회신 불요

부전지는 사정서 마지막 쪽 오른쪽 아래에 붙어 있다. 연필로 두 줄이 적혀 있다.

「조선인 청원 다섯 건. 전부 회신 불요.」


— 회신 불요라고 적은 까닭이 무엇인가.

— 회신할 내용이 없다.

— 없다고 적어 보내면 되지 않는가.

— 없다고 적어 보내려면 무엇이 없는지 적어야 한다.

— 그것을 적으면 어떻게 되는가.

— 우리 예산이 드러난다. 우리 국이 극동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서로 남는다.

— 남으면 어떻게 되는가.

— 저 사람들이 다른 데를 찾는다.

— 다른 데가 어디인가.

— 모른다.

— 모르는 것을 적을 수는 없다.

— 그러니 회신 불요다.


러시아가 조선에 대하여 하는 마지막 일은 회신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 통 가운데 넷은 이듬해에 다른 곳으로 다시 보내졌다. 사본이 남아 있어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다.

두 통은 북경으로, 한 통은 동경으로, 한 통은 워싱턴으로 갔다. 워싱턴으로 간 것에는 영어 번역이 붙어 있다. 옮긴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편지를 옮겨 적는 데는 하루가 걸리고 부치는 데는 우표값이 든다. 그 우표값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이 문서철에 적혀 있지 않다.


청원 다섯 통은 회신란이 빈 채로 편철되었다.

회신한 문서는 원본이 나가고 부본만 남는다. 회신하지 않은 문서는 원본이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이 다섯 통은 백 년 뒤에도 원본으로 있다.


부전지를 붙인 담당관의 이름은 사정서에 없다. 결재란 밖에 붙인 종이에는 이름을 적지 않는 것이 그 시절의 서식이었다.

연필로 쓴 글씨는 백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지우려면 손이 한 번 더 가야 하고, 그 손이 가지 않았다.


『대한민국 중등 국사』 1962년판, 제7장 「삼일운동과 임시정부」 도입부

문교부 검정. 1962년 3월 검정 필. 중학교 이 학년용. 전 12장 가운데 제7장이다.

— 서기 1919년 3월 1일, 우리 겨레는 온 나라에서 일어나 독립을 선언하였다.

— 이 운동에 나선 사람은 이 땅의 모든 도와 모든 군에 있었다.

— 운동은 진압되었다. 그러나 이 운동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 그해 사월 상해에 우리 정부가 섰다.

— 그 뒤 우리 겨레의 길은 하나였다.

이 다섯 줄은 1962년판부터 1991년판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고칠 사유가 접수된 적이 없다.

1919년 3월 1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 뒤 우리 겨레의 길은 하나였다」 — 고칠 사유가 접수된 적 없는 다섯 줄. 1919년 3월 1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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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22제40장 광복군(光復軍)23제42장 각서(覺書)24제45장 위도(緯度)25제46장 상륙(上陸)

제7부 단독(單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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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부 동등(同等)

46제81장 개항(開港)47제83장 반환(返還)48제85장 예순

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