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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제81장 개항(開港)

· 58화 중 46화 · 3,426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표제

표제는 그렇게 정해졌다.

코르닐로프 46화 제81장 개항(開港) — 헤더컷

같은 조문을 사십 년 전에 읽은 사람들이 이 낱말에서 본 것은 다른 것이다.

조문의 낱말1947년에 가리킨 것1990년에 가리킨 것
천연자원광물과 임산과 수산광업권과 해저 광구
공익사업전기와 철도와 수도전기와 통신과 항만 운영
동등한 권리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뜻제한을 둘 수 없다는 뜻

세 낱말 가운데 셋째가 가장 크게 움직였다. 문면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인 것은 이 낱말을 읽는 자리다. 줄 사람이 없을 때 동등은 약속이고, 줄 것이 생긴 뒤에 동등은 한도다.


이 조문을 좁히는 법률은 1971년 뒤로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은 까닭은 그것을 만들지 않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다. 만들면 지워진다는 것을 세 번 보았기 때문이다.

세 번을 본 사람은 네 번째를 만들지 않는다. 만들지 않은 것은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고, 안건이 아닌 것은 회의록에 남지 않는다.

세 번 지워진 뒤에는 지울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문은 그해 가을을 개항이라고 불렀다.

그 낱말을 쓴 기사 가운데 조문의 번호를 적은 것은 없다.


헌법재판소 결정 — 「대한민국 조직법 제8조 위헌 확인」

1995년 선고. 청구는 그 전해 가을에 접수되었다.

결정문은 네 쪽이다. 첫 쪽이 사건의 표시이고 둘째 쪽이 주문과 이유이며 셋째와 넷째 쪽이 청구인 목록이다.

청구인은 이백열아홉 명이다. 목록이 이유보다 길다.

주문은 한 줄이고 이유는 두 문단이다.

반대 의견이 없다. 보충 의견도 없다.

이 결정문에는 제8조를 읽은 대목이 없다.


청구인은 광업권 출원에서 밀린 사람들과 면허를 넘긴 지역 사업자와 그 구역의 주민이다.

그들이 든 것은 평등이다. 같은 광구를 두고 겨루면 이쪽이 진다는 것, 조문에는 동등이라고 적혀 있는데 겨루는 자리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청구서는 열여섯 쪽이고 그 가운데 아홉 쪽이 제8조의 문면을 다룬다.


청구 취지의 요지다.

— 조직법 제8조는 이 나라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 같은 조문이 이 나라 사람에게는 권리를 주지 아니하고 저쪽 사람에게만 준다.

— 이 조문의 위헌을 확인하여 주기를 구한다.


주문은 한 줄이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란 두 문단이다.

— 이 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판한다.

— 여기서 법률이라 함은 대한민국 국회가 의결하여 제정한 법률을 말한다.

— 대한민국 조직법은 미합중국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다.

— 이 법의 개정·변경 또는 폐지의 권한은 같은 법 제9조 후단에 의하여 미합중국 의회에 유보되어 있다.

— 이 법이 이 나라에서 효력을 가진다는 것과 이 법이 이 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된다는 것은 같은 물음이 아니다.

— 청구인들이 다투는 것은 이 법의 조항이다.

— 본원의 관할이 아니다.


마지막 문장은 여섯 자로 끝난다.

이유란 어디에도 제8조가 평등에 어긋나는지 어긋나지 않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적을 자리가 이 결정문에 없다.

청구서 아홉 쪽에 적힌 문면은 인용되지 않았다. 인용되지 않은 문면은 다시 다툴 때 근거가 되지 못한다.

위헌인지 아닌지를 적지 않은 결정문은 그 조문을 한 번도 읽지 않는다.


열두 해 전에 유보지 안에서 난 사고의 배상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란을 고쳐 적고 이겼다.

이 사건에는 고쳐 적을 칸이 없다. 고쳐 적어 갈 곳의 이름이 이 나라 안에 없기 때문이다.


선고 뒤에 청구인 한 사람과 대리인이 나눈 말이 사건 기록철에 끼워져 있다.

— 우리가 진 것인가.

— 진 것이 아니다.

— 그러면 무엇인가.

— 판단을 받지 못한 것이다.

— 어디로 가면 판단을 받는가.

— 갈 곳을 적어 주는 조문이 없다.


각하는 진 것이 아니다. 다툴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셋째 쪽과 넷째 쪽에 이름이 이백열아홉 개 있다.

직업란이 없고 주소란도 없다. 이름과 번호뿐이다.

이 결정문에서 가장 긴 것이 그 목록이다.


『대한민국·미합중국 유보지 협정 부속서 A』 제19차 개정 — 반환 및 존치 구역 목록

2003년. 앞의 열여덟 차와 같이 관보에 실렸다.

개정 문서는 두 장이다. 첫 장이 반환 구역 목록이고 둘째 장이 존치 구역 목록이다.

첫 장이 일곱 줄이고 둘째 장이 스물두 줄이다.

관보에 실린 것은 첫 장이다. 둘째 장은 부속서에만 있다.

칸은 셋이다. 번호와 구역의 이름과 반환의 형태다. 면적 칸이 없다.

문서 맨 끝에 줄이 하나 더 있다. 어느 목록에도 속하지 않는 줄이다.

이 개정 문서는 두 장으로 인쇄되었고 신문에 실린 것은 앞장이다.

하나 — 일곱 줄

코르닐로프 46화 제81장 개항(開港) — 전환컷

앞장은 이렇다.

번호구역반환
4파주 통신 구역전부
8인천 창고 구역전부
11평택 사격 구역일부
14청주 통신 구역전부
19광주 보급 구역전부
23강릉 사격 구역일부
26함흥 통신 구역전부

목록에 붙은 낱말은 셋이다. 통신과 창고와 사격이다.

비행 구역과 항만 구역은 앞장에 없다. 그 두 낱말이 붙은 곳은 스물아홉 가운데 열둘이고 열둘이 다 뒷장에 있다.

셋째 칸의 「일부」는 구역을 나눈다는 뜻이다. 나누는 선은 부속서의 도면에 있고 관보에는 도면이 실리지 않는다.

나뉜 뒤에 번호는 그대로 남는다. 열한째와 스물셋째는 이 개정 뒤에도 목록에 있다.


반환식은 그해 사월에 세 곳에서 따로 열렸다.

신문 여섯이 그것을 일면에 실었다. 사진은 정문과 표지판과 사람의 뒷모습이다.

기사에 실린 수는 둘이다. 곳의 수 일곱과 협정이 서명된 해다. 넓이를 적은 기사는 없다.

일곱 곳이 있는 지방의 관청은 그해에 계획을 냈다. 공원과 도로와 학교 부지다. 계획서에 적힌 넓이는 부속서의 수가 아니라 지적도의 수다.

없는 까닭은 감춘 것이 아니다. 관보에 면적 칸이 없기 때문이다. 마흔아홉 해 전 첫 목록에서도 관보에 실린 것은 면적을 뺀 칸들이었다.

돌아온 것을 곳의 수로 세면 넷에 하나가 넘는다.

둘 — 스물두 줄

뒷장은 스물두 줄이고 관보에 실리지 않았다.

면적은 부속서에만 적힌다. 부속서를 볼 수 있는 자리는 외무부 조약국과 국방부와 국회의 소관 상임위다.

세 자리 다 이 나라 안에 있다. 그러나 세 자리에서 본 것을 밖에 옮겨 적을 서식은 없다.

그해 유월에 상임위에서 그 수를 물은 의원이 있다.


회의록에 남은 문답이다.

— 반환되는 일곱 곳의 넓이가 얼마인가.

— 부속서에 적혀 있다.

— 그 수를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가.

— 전체의 구 퍼센트다.

— 남는 것이 구십일 퍼센트인가.

— 그렇다.

— 곳으로 세면 넷에 하나가 넘는데 넓이로 세면 열에 하나가 되지 않는다.

— 그렇다.

— 두 수 가운데 어느 쪽이 관보에 실렸는가.

— 관보에는 곳의 이름만 실린다.

— 뒷장을 관보에 실을 수는 없는가.

— 실을 수 있다. 실으라는 조항이 없을 뿐이다.


넓이가 가장 컸던 해는 1979년이다. 그 뒤로 스물네 해 동안 몇 차례 줄었고 이번이 그 가운데 하나다.

줄어든 것은 대개 작은 구역이다. 큰 구역은 목록의 자리를 옮긴 일이 없다.

이 나라의 법이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구역이 뒷장에 있다. 그 구역들은 첫 목록이 나온 해부터 지금까지 번호가 바뀌지 않았다.

번호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그 구역이 한 번도 나뉘거나 합쳐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흔아홉 해 동안 다시 센 일이 없다.

넓이로 센 수와 곳으로 센 수가 다를 때 신문에 실리는 것은 큰 쪽이다.

셋 — 원상(原狀)

문서 맨 끝의 한 줄은 이렇다.

「반환 구역에 대한 원상 회복 의무는 이 협정에 규정되지 아니한다.」


이 줄은 반환 목록에도 존치 목록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두 장 다음에 따로 인쇄되어 있다.

관보에는 이 줄이 실렸다. 앞장과 함께 실렸고 기사로 옮긴 신문은 없다.

돌아온 땅에서 무엇을 치워야 하는지는 받는 쪽이 조사한다. 조사의 비용과 치우는 비용을 누가 대는지는 이 협정에 없다.

이 협정에 없는 것은 이 나라의 예산에 있다. 그해 가을 추가경정에 그 항목이 처음 생겼다.


조약국 실무자 사이에 오간 말이 협의 요지에 남았다.

— 원상 회복을 넣자고 하였는가.

— 넣자고 하였다.

— 어떻게 되었는가.

— 이번 개정은 부속서의 개정이다.

— 부속서에는 의무를 새로 담지 않는가.

— 담지 않는다. 부속서는 목록과 도면을 담는다.

— 그러면 본문을 고치면 되지 아니한가.

— 본문의 개정에는 국회의 동의가 든다.

— 동의를 받으면 되지 아니한가.

— 받으면 된다. 다만 이 협정에서 본문을 고친 일이 지금까지 없다.

— 왜 없는가.

— 부속서로 고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이 부속서 A의 열아홉 번째 개정이다. 열아홉 번 가운데 국회의 동의를 받은 것은 없다.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받을 일이 없었다. 협정 본문 제11조가 부속서의 개정에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동의가 필요한 문서는 고쳐지지 않고, 동의가 필요 없는 문서는 열아홉 번 고쳐졌다.

빠른 문서로 고치면 빠르고, 빠른 문서에는 새 의무를 담지 않는다.

열아홉 번의 개정 가운데 국회 동의를 받은 것은 없다. 받지 않은 게 아니라 받을 일이 없었다. 돌아온 땅의 담은 어떻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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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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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만세(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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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부 동등(同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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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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