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9부 정본(正本)
41화제70장 환(圜)
둘 — 기술적 검토
통화 조치에는 한 가지 성질이 더 있다. 미리 알려지면 효과가 줄어든다.

미리 아는 사람은 옮기고 바꾸고 감춘다. 그래서 이런 조치는 대개 고시한 날에 시행한다.
이 개혁은 넉 달 동안 서류로 오갔다. 오가는 동안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이 두 나라에 걸쳐 늘었다.
몇 사람이 알았는지는 세어져 있지 않다. 세는 서식이 없다.
셋 — 없던 절차
승인은 2월 11일에 왔다. 개혁은 나흘 뒤에 시행되었다.
승인 문서에는 조건이 없다. 수정 요구도 없고 유보도 없다. 요청한 조치를 승인한다는 한 문장이다.
그러므로 이 개혁을 두고 강요를 말할 수 없다. 강요한 문서가 없다.
강요할 것도 없었다. 안을 만든 것도 이 나라 사람이고 요강을 쓴 것도 이 나라 사람이고 시행일을 두 번 미룬 것도 이 나라 사람이다.
미룬 이유만 이 나라 밖에 있었다.
밖에 있는 이유는 문서에 적히지 않는다. 적으려면 상대의 처리 속도를 사유란에 적어야 하고 그런 칸은 어느 나라 서식에도 없다.
개혁이 끝나고 서류철 세 권이 묶였다.
그 뒤에 한 가지가 달라졌다. 다음번 통화 관계 조치의 서류철에는 첫 장이 요강이 아니다.
첫 장이 협의 각서다. 요강을 확정하기 전에 미리 물어 본 기록이다.
미리 묻자고 정한 문서는 없다. 훈령도 없고 편람의 개정도 없고 그렇게 하라는 회신도 없다.
있는 것은 다음번에 그렇게 했다는 기록뿐이다.
절차는 두 가지 방법으로 생긴다. 만들어서 생기거나 되풀이해서 생긴다.
만들어진 절차에는 시작한 날짜가 있다. 되풀이해서 생긴 절차에는 그것이 없다.
날짜가 없는 절차는 폐지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 폐지하려면 무엇을 폐지하는지 적어야 하고 적으려면 그것이 언제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이 나라가 뒤에 고치지 못한 것의 대부분이 이런 모양으로 생겼다.
서류철 세 권은 이재국 문서고 셋째 칸에 들어갔다.
겉장에 담당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해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그가 다음 사람에게 넘긴 인계철에 한 줄이 있다. 제5조 관계는 미리 물어 두는 편이 낫다는 줄이다.
그 한 줄이 이 절차에 관하여 남은 유일한 문서다.
『대한민국·미합중국 유보지 협정 부속서 A』 제1차 개정 — 유보 구역 목록
1954년 개정. 같은 해 관보에 실렸다.
목록의 칸은 넷이다. 번호와 구역의 이름과 소재와 면적이다.
번호는 1에서 29까지다.
관보에 실린 것은 앞의 세 칸이고 면적은 부속서 A에만 있다.
개정의 형식은 신설이 아니라 확정이다. 서명 두 해 뒤에 목록이 채워졌다.
이 목록에는 있어야 할 칸이 하나 없다.
하나 — 스물아홉
협정은 1952년에 서명되었고 목록은 1954년에 나왔다.
그 두 해 동안 구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있던 것을 세는 데 두 해가 걸렸다.
세는 일이 더뎠던 까닭은 경계가 아니라 단위였다. 붙어 있는 두 구역을 하나로 셀 것인가 둘로 셀 것인가에 정해진 답이 없었다.
단위를 정한 실무 협의의 문답이 회의 요지에 남았다.
— 비행장과 그 옆의 보급창은 한 곳인가 두 곳인가.
— 담이 하나이면 한 곳이다.
— 담은 하나인데 관리하는 사령부가 둘이다.
— 그러면 두 곳이다.
— 어느 쪽을 따르는가.
— 목록을 짧게 하려면 담을 따르고 길게 하려면 사령부를 따른다.
— 어느 쪽이 옳은가.
— 옳고 그름의 일이 아니다. 세는 규칙을 먼저 정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 규칙을 지금 정하면 되지 않는가.
— 지금 정하면 이미 세어 둔 것을 다시 세어야 한다.
—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 세어 둔 대로 두고 규칙을 거기에 맞춘다.
규칙은 담으로 정해졌다. 곳 수가 스물아홉이 된 것은 그래서다.
목록에서 다섯만 옮긴다.
| 번호 | 구역 | 소재 | 면적 |
|---|---|---|---|
| 3 | 김포 비행 구역 | 경기 | 21.4 |
| 9 | 진해 항만 구역 | 경남 | 34.7 |
| 17 | 대구 보급 구역 | 경북 | 12.9 |
| 22 | 원산 항만 구역 | 함남 | 40.2 |
| 29 | 나진 항만 구역 | 함북 | 18.6 |
면적의 단위는 제곱킬로미터다. 스물아홉 곳을 합치면 오백구십일 제곱킬로미터가 된다.
이 수가 큰지 작은지는 견줄 것이 있어야 안다. 견줄 것은 일곱 해 전 마닐라에서 서명된 협정의 기지 목록이다. 그 목록의 두 곳만으로도 사백 제곱킬로미터를 넘는다.
두 나라의 인구로 나누어 보면 이쪽이 저쪽의 넷에 셋쯤 된다. 넓이는 이 땅의 사정에서 나온 수가 아니라 앞선 문서의 수를 눌러 잡은 것이다.
넓이를 정한 것은 이 나라의 필요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전례다.
둘 — 없는 칸
목록의 칸은 넷이다. 번호와 이름과 소재와 면적이다.
다섯째 칸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기한이다. 조직법 제7조가 별도의 협정으로 정하라고 한 것은 넷이고 그 가운데 하나가 기간이다.
부속서 A에는 기간을 적은 조항이 없다. 본문 제12조가 종료할 때까지라고 적었고 부속서는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되풀이하지 않은 것은 감춘 것이 아니다. 옮겨 적을 수가 없었을 뿐이다.
목록이 관보에 실린 날 신문 여섯이 그것을 옮겨 실었다. 옮긴 것은 앞의 세 칸이다. 면적 칸이 관보에 없으므로 넓이를 적은 기사도 없다.
기한을 지적한 기사는 그해에 한 건이다.

그 기사의 가운데 토막을 옮긴다.
— 목록은 곳과 이름과 자리를 적었다.
— 언제까지인지는 적지 않았다.
— 적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적을 조항이 없다.
— 본문에도 없고 부속서에도 없다.
— 우리는 이 목록이 몇 해짜리인지 모르는 채로 이것을 읽고 있다.
기사는 사면 아래쪽에 실렸다. 후속 기사는 없다.
같은 달에 그 신문이 유보지를 다룬 기사는 넷이다. 나머지 셋은 구역 안의 고용과 도로 공사와 물자 반출에 관한 것이다.
기한이 없다는 것은 그날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기사가 되지 않는다.
목록은 그 뒤로 여러 차례 고쳐진다. 고쳐질 때마다 칸은 넷이다.
1954년의 그 기사는 신문사 색인에서 「유보지·일반」으로 분류되었다.
같은 해 같은 항목에 들어간 기사가 백열 건이다.
『대한민국·미합중국 유보지 협정 부속서 A』 제3차 개정 — 형사관할권 조항 신설
1957년 개정. 조문은 넉 항이고 한 쪽에 들어간다.
근거는 협정 본문 제11조 제2항이다. 부속서의 개정은 양국 정부 대표의 합의로 하며 별도의 절차를 요하지 아니한다.
국회에 회부된 문서는 없다. 회부하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회부라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조문 뒤에 별지가 한 장 붙어 있다. 증명서 서식이다.
이 넉 항은 재판권을 나누었다. 나눈 것은 다툼이 되지 않았다.
조문을 그대로 옮긴다.
제1항. 「유보지 안에서 행하여진 범죄에 대하여는 미합중국 군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한다.」
제2항. 「유보지 밖에서 행하여진 범죄로서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 공무 집행 중에 행한 것에 대하여는 미합중국 군당국이 전속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한다.」
제3항. 「공무 집행 중의 행위인지 여부는 미합중국 군당국이 발행하는 증명서에 의하여 정한다.」
제4항. 「본 개정은 서명한 날부터 효력을 가진다.」
앞의 두 항은 다른 나라의 같은 문서에도 있는 꼴이다. 담 안과 담 밖을 나누고 담 밖에서는 공무를 나눈다.
나누는 조문은 다투기 쉽다. 어디까지가 공무인지가 늘 걸리기 때문이다.
제3항은 그 다툼을 없앤다. 없애는 방법은 판정을 한쪽에 맡기는 것이다.
앞의 두 항은 선을 긋고 셋째 항은 그 선이 어디 있는지 말할 사람을 정한다.
조약국의 검토 의견에 문답이 붙어 있다.
— 제3항은 조문인가 절차인가.
— 절차로 적혀 있다.
— 절차인데 왜 조문에 넣는가.
— 넣지 않으면 사건마다 다툰다.
— 다투면 어떻게 되는가.
— 법원이 판단한다.
— 그러면 법원이 판단하게 두면 되지 않는가.
— 그렇게 두자는 것이 우리 안이었다.
우리 쪽 안은 판정을 양국 대표가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협의 자리에서 그 안이 나왔고 그 자리에서 접혔다.
그 자리의 문답이 우리 쪽 요지에 남았다.
— 판정을 합동으로 하면 어떤가.
— 합동으로 하려면 합동 기구가 필요하다.
— 만들면 된다.
— 만드는 데 걸리는 동안 사건은 계속 생긴다.
— 그동안은 어떻게 하는가.
— 지금 하던 대로 한다.
— 지금 하던 대로가 무엇인가.
— 사령부가 정한다.
— 그러면 조문에 그렇게 적자는 말인가.
—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조문은 그것을 적을 뿐이다.
하고 있던 것을 적는 조문은 새 조문이 아니다. 그래서 새 조문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하고 있던 일을 문장으로 옮기면 그날부터 그것은 근거가 된다.
개정은 그해 가을에 서명되었다. 국회에는 가지 않았다. 다섯 해 전 본회의에서 사십 분 논의된 그 조항이 이때 처음 쓰였다.
관보에는 실렸다. 두 쪽이다.
별지의 증명서 서식은 칸이 다섯이다.
소속과 성명과 일시와 장소, 그리고 「공무의 내용」이다.
마지막 칸을 채우는 것도 그 증명서를 발행하는 쪽이다.
『서울지방법원 관할권 부존재 결정』 1961년
사건은 그해 여름에 접수되었고 결정은 가을에 났다.
결정문은 넉 쪽이다. 사실관계가 두 쪽이고 이유가 한 쪽 반이며 주문이 세 줄이다.
주문은 공소를 기각한다가 아니다. 이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이다.
본안에 관한 판단은 없다. 할 수 없다고 이유에 적혀 있다.
이유의 마지막 줄에 근거가 하나 적혀 있다. 조문 이름이 길다.
1961년 가을, 서울지방법원이 사건 하나를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손에서 놓았다.
1961년 가을, 서울지방법원이 사건 하나를 본안 전에 손에서 놓는다. 주문은 재판권이 없다는 세 줄. 마지막 줄의 근거는 이름이 긴 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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