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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제83장 반환(返還)

· 58화 중 47화 · 3,436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원상(原狀)

반환식이 끝난 뒤에 정문의 표지판이 내려왔다.

코르닐로프 47화 제83장 반환(返還) — 헤더컷

담은 그대로 있다. 헐라는 조항이 없다.


문상헌(文相憲), 『아버지의 조문』, 2015년 간행, 제6장

제6장의 제목은 「예순일곱에 시작한 일」이고 서른네 쪽이다.

앞의 장들과 달리 이 장에는 문서의 쪽수가 아니라 날짜가 적혀 있다.

저자가 이 장에서 두 번 쓴 낱말이 있다. 늦었다는 낱말이다.

이 장에는 그가 만난 사람의 이름이 하나도 없다.

마지막 두 쪽은 아버지의 책 한 쪽을 사진으로 실은 것이다.

사진 아래에 설명이 없다.

조문을 고치지 못한 사람이 그다음에 손을 대는 것은 낱말이다.

하나 — 스물여섯 해

1979년에 그는 그만두었다. 그만둔 뒤에 그가 한 일은 사무실을 지킨 일이다.

조직법을 다시 편 일이 스물여섯 해 동안 없다. 펴지 않아도 그것이 그대로라는 것은 알았다.

그대로라는 것을 아는 데는 문서가 들지 않는다. 고쳐졌다면 어디선가 말이 났을 것이고, 말이 나지 않았으므로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사무실에서 그가 맡은 사건은 조직법과 상관이 없다. 토지와 상속과 계약이다.

그 스물여섯 해를 제6장은 두 문단으로 적었다. 앞의 장들이 한 해를 스무 쪽으로 적은 것과 다르다.


2005년 봄에 그가 본 것은 판결문 한 장이다.

그 판결문이 조직법 제7조의 국어본을 인용했는데, 인용된 문면이 그가 아는 문면과 낱말 하나가 달랐다.

다른 낱말은 제7조 끝의 한 낱말이다. 그가 아는 문면은 그 안에서의 관할권이고 판결문이 인용한 것은 그 안에서의 재판권이다.

관할권과 재판권은 넓이가 다르다. 앞엣것은 다스리는 일 전부이고 뒤엣것은 재판하는 일 하나다.

오식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관보를 찾아보고 법전을 찾아보았다. 두 곳의 문면이 서로 달랐다.

영어본을 폈다. 영어본에는 낱말이 하나뿐이다. 그 하나를 조선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갈라진 것이다.

오식이 아니었다. 어느 쪽도 틀린 것이 아니었다. 국어본에는 틀렸다고 할 기준이 없다.

고칠 수 없는 본이 있으면 고칠 수 있는 본이 하나 남는다.


그해에 그는 예순일곱이다.

제6장에 그가 두 번 적은 낱말이 늦었다는 낱말이고, 두 번 다 자기가 늦었다는 뜻으로 적었다.

둘 — 열두째 쪽

그는 아버지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일곱 장이고 제4장이 스물세 쪽으로 가장 길다. 그가 읽은 적 있는 것은 그 가운데 스물두째 쪽 하나다.

스물아홉 해 전에 그 쪽 여백에 그가 적어 둔 일곱 자가 아직 있다. 무엇을 적었는지 이 책에 옮기지 않았다.

이번에는 첫 쪽부터 읽었다.

앞의 세 장은 용어례다. 총독부 법령의 낱말을 하나씩 들어 그 낱말이 어디서 왔는지 적은 장이다. 읽기가 더뎠고 재미가 없었다.

더딘 장을 다 읽고 제4장에 들어갔다. 열두째 쪽에서 걸렸다.


열두째 쪽에 제9조를 제안한 경위가 있다. 아버지가 법무부에 붙인 의견서가 그 쪽에 실려 있다.

의견서는 다섯 줄이다. 넷은 활자다.


— 두 본이 어긋나면 사람들은 유리한 쪽을 든다.

— 유리한 쪽을 드는 다툼은 끝나지 않는다.

— 그러므로 정본을 하나 정한다.

— 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엇으로 정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섯째 줄은 활자가 아니다. 넷째 줄 아래 빈자리에 연필로 적혀 있다.


— 어차피 조문은 같기 때문이다.


그는 남아 있는 사가본을 찾아보았다. 세 부를 보았다.

두 부에는 그 줄이 아예 없다. 넷째 줄에서 끝나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간다.

연필로 적힌 것은 그가 가진 부뿐이다. 그 부는 아버지가 그에게 준 것이다.

아버지는 그 줄을 인쇄에서 빼고 아들에게 준 책에만 손으로 적어 넣었다.

셋 — 한 줄

그날 그가 한 일은 볼펜을 들고 그 아래에 한 줄을 적은 것이다.

그 전에 그는 그 쪽을 오래 보았다고 적었다. 오래 본 까닭은 아버지가 무엇을 세었는지 그 쪽에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두 본이 어긋난 자리를 세었고 그 수를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아들은 그 수를 모른 채로 스물아홉 해를 보냈다.


제6장 열아홉째 쪽이다.

— 나는 그 쪽을 스물아홉 해 동안 펴 보지 아니하였다.

— 편 것은 다른 것을 찾으려던 길이었다.

— 다섯째 줄이 활자가 아닌 것을 나는 그날 처음 보았다.

— 아버지는 그 줄을 책에서 빼고 내 책에만 적었다.

—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묻지 못한다.

— 물을 사람이 없다.

— 나는 그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 적고 나서 지우지 아니하였다.


코르닐로프 47화 제83장 반환(返還) — 전환컷

그가 적은 한 줄은 이렇다.

「같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그 줄을 손으로 적은 것이 1971년이고 그 아래에 아들이 적은 것이 2005년이다.

두 글씨 사이는 서른네 해다. 두 글씨가 같은 쪽에 있다.

그 서른네 해 동안 그 쪽에서 바뀐 것은 글씨 하나가 늘어난 것뿐이다. 조문은 그대로다.

넷 — 이본(異本)

그가 그해 여름에 시작한 일은 개정이 아니다. 개정은 스물여섯 해 전에 끝났다.

그가 시작한 것은 국어본을 모으는 일이다. 관보본과 법전본과 교과서 수록본과 군정청 초간본이 다 다르다.

다른 것을 모아서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다른지 보인다. 보인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그때 정하지 않았다.

넷을 나란히 놓고 제7조 끝을 보면 관할권이 둘이고 재판권이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에는 그 자리가 통틀어 빠져 있다.

빠진 것은 군정청 초간본이다. 초간본은 시행 전에 만들어졌고 그때는 별도 협정이 없었다.


그해 가을에 오간 문답을 그는 이렇게 옮겼다.

— 어느 국어본이 맞는가.

— 맞는 국어본이라는 것이 없다.

— 왜 없는가.

— 정본이 영어본이기 때문이다.

— 국어본 가운데 하나를 정본으로 정하면 되지 아니한가.

— 그것을 정하는 일이 제9조를 고치는 일이다.

— 그러면 다시 그 조문인가.

— 그렇다.

—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 다른 자리를 세는 일이다. 고치는 일이 아니다.


정본이 아닌 본에는 틀렸다고 할 기준이 없다.


그해 겨울에 그는 청원 하나를 넣었다. 국어본의 이본을 한자리에 모아 정리해 달라는 것이다.

서명은 그 전해 광업 사건의 청구인 수보다 적었다. 그는 그 수를 이 책에 적지 않았다.

서명을 받은 자리는 대학 도서관과 법률사무소와 지방의 향토사 모임이다. 서명한 사람의 절반이 국어본이 여럿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

청원은 접수되었고 회신은 오지 않았다. 회신이 오지 않는 청원은 폐기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여섯 해 뒤에 어느 기관의 업무 인수인계철에 한 줄이 생긴다. 그 한 줄이 이 청원에서 온 것인지는 그 철에 적혀 있지 않다.


제6장의 마지막 두 쪽은 사진이다.

한 쪽에 글씨가 둘 있다. 위가 연필이고 아래가 볼펜이다.

사진 아래에 설명이 없다. 그는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조직법 시행 60년 운용 실태 조사』

국회입법조사처. 2009년. 발주는 국회 운영위원회다.

예순 해가 된 것은 2007년이고 조사는 그 두 해 뒤에 끝났다.

본문이 백네 쪽이고 부표가 서른한 쪽이다.

조사 항목은 다섯이다. 앞의 넷이 합쳐 열아홉 쪽이고 다섯째가 여든다섯 쪽이다.

다섯째 항목의 이름은 「개정 연혁」이다.

결론은 한 문장이다. 배포처는 원내로 한정되었다.

예순 해 동안 이 법은 세 번 고쳐졌다. 세 번 다 이 나라와 상관이 없었다.

하나 — 다섯째 항목

앞의 네 항목은 짧다. 보고된 법률의 수와 승인을 구한 법률의 수와 사전 동의를 거친 조약의 수와 유보지의 목록이다.

넷 다 이미 세어 둔 곳이 있다. 세어 둔 것을 옮기는 일에는 쪽이 들지 않는다.

다섯째가 길다. 세어 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사의 발주도 다섯째 항목 때문에 늦었다. 예순 해가 되는 해에 운영위원회에 올라온 안건은 기념 행사였고 그 안건은 의결되지 않았다.

행사가 없어진 자리에 조사가 들어왔다. 조사를 하자고 한 위원의 이름은 회의록에 있고 보고서에는 없다.


저쪽 법령전서의 이 법 항목에는 개정 연혁란이 붙어 있다. 그 칸에 세 줄이 있다.

개정연도연혁란이 적은 조이 법에서 고쳐진 것
첫째1953제2조부칙 제2항
둘째1962제5조부칙 제3항 신설
셋째1976제5조부칙 제3항의 인용 법률명

세 건을 한 개정법은 각각 제83대와 제87대와 제94대 의회의 제정법이다. 이 법을 만든 것은 제80대 의회다.

세 건의 계기는 셋 다 이 법 밖에 있다.

첫째는 저쪽에서 이민과 국적에 관한 법을 새로 만들면서 딸려 온 것이다. 둘째는 관세에 관한 법을 고치면서 이 법의 부칙에 항을 하나 새로 붙인 것이다. 셋째는 그 부칙이 인용하던 법률의 이름이 바뀌어 그 이름을 갈아 끼운 것이다.

세 번 다 이 법을 고치려고 한 개정이 아니다.

둘 — 세는 칸

조사관은 아홉 조의 문면을 1947년 것과 대조했다.

바뀐 낱말이 없다. 조도 항도 자도 같다.

대조에 쓴 것은 영어본이다. 국어본은 대조에 넣지 않았다.

넣지 않은 사유가 각주에 한 줄 있다. 국어본은 정본이 아니므로 개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각주는 그 한 줄로 끝난다. 그러면 국어본은 무엇으로 판단하는가는 이 보고서의 물음이 아니다.

그러면 이 법은 예순 해 동안 세 번 고쳐진 법인가 한 번도 고쳐지지 않은 법인가.

연혁란은 셋을 적고 조문 대조는 바뀐 낱말이 없다. 이 법은 예순 해 동안 세 번 고쳐진 법인가, 한 번도 고쳐지지 않은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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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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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만세(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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