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12부 대조(對照)
50화제89장 유보
앞장은 제4조 뒤 문장을 세 도막으로 끊어 맞대었다.
| 국어본 | 영어본 |
|---|---|
| 미합중국 의회에 보고되어야 하며 | shall be reported to the Congress of the United States |
| 무효로 할 권한과 권능을 | the power and authority to annul the same |
| 이에 유보한다 | which hereby reserves |

세 도막이 다 대응한다. 어긋나는 자리가 없다.
「유보한다」는 정확한 대역이다. 유보는 가지고 있으면서 쓰지 않는 것을 적는 말이고 원문의 낱말도 그렇다.
대조자가 앞장에 적을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뒷장을 붙였다.
뒷장은 조직법 시행일부터 이 대조표를 만든 해까지 칠십 년을 넷으로 끊었다.
| 기간 | 보고 | 무효 |
|---|---|---|
| 1947~1967 | 2,346 | 2 |
| 1967~1987 | 2,857 | 1 |
| 1987~2007 | 4,539 | 1 |
| 2007~2017 | 4,571 | 0 |
앞의 셋은 스무 해씩이고 마지막 칸만 열 해다. 열 해에 든 건수가 앞의 스무 해에 든 건수보다 많다.
보고는 일만 사천삼백열셋 건이다. 이 나라 국회가 의결하여 공포한 법률의 수와 같다. 빠진 것이 없다.
무효는 넷이다. 칠십 년에 넷이면 열일곱 해에 한 번이다.
넷 가운데 셋이 같은 조문에 걸렸다. 어느 조문인지는 이 표에 적혀 있지 않다. 표의 칸이 셋뿐이기 때문이다.
네 건은 앞의 마흔 해에 셋이 있고 뒤의 서른 해에 하나가 있다.
넷째 칸의 표제는 「보고 전 수정」이다.
칸은 넷이고 줄은 넷이므로 빈 칸이 넷이다. 넷을 다 비웠다.
통계 아래에 대조자의 주석이 한 줄 붙어 있다.
「보고 전 수정 건수는 집계 불가. 부처 심의 기록 보존 기한 경과.」
통계를 넘기며 주고받은 문답 열 줄이 대조표 뒤에 끼워져 있다.
— 넷째 칸을 왜 인쇄하였는가.
— 세려던 칸이다.
— 세지 못하였으면 지우는 것이 낫지 아니한가.
— 지우면 세지 않은 것이 된다.
— 비워 두면 무엇이 되는가.
— 세려다 못 센 것이 된다.
— 둘이 다른가.
— 이 표에서는 다르다.
— 언제 채우는가.
— 채울 자료가 없다.
무효 네 건은 문서가 두 벌씩 있다. 저쪽 의회의 결의가 한 벌이고 이쪽 관보의 실효 공고가 한 벌이다.
보고 전에 고쳐진 법률에는 두 벌이 다 없다. 고친 자리가 심의 단계에 있고 심의 기록의 보존 연한은 짧다.
세지 못한 것은 없었던 것과 같은 자리에 놓인다. 그 자리를 만든 것은 조문이 아니라 보존 기한이다.
두 장을 접어 문서철에 넣었다. 문서철의 표제는 「제4조」다.
그 철에 든 것은 어긋나지 않는 대조표 한 장과 채우지 못한 칸이 있는 통계 한 장이다.
『조직법 제6조 「감독과 통제」의 운용에 관한 조사』
국회 조직법 특별조사위원회. 2019년 11월 제출. 본문 백여든두 쪽에 부록 두 권.
조사 기간은 열넉 달이다. 참고인 진술 스물세 건, 문서 열람 사천여 건.
목차에 「번역」이라는 절이 있고 열한 쪽이다.
그 열한 쪽에 오역(誤譯)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쓰기를 꺼린 것이 아니다. 쓸 자리가 없었다.
이 조사가 찾아낸 것은 틀린 번역이 아니다.
하나 — 용어례
1946년 1월에 미군정청 법무부가 법령의 조선어 번역 지침을 냈다. 세 항이다.
제1항은 원문의 문면을 정확히 옮기라는 것이고 제2항은 의역을 금하는 것이다.
제3항은 이렇다. 「용어는 조선총독부 법령 용어례에 따를 것.」
이 항이 있어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말로 된 법령 용어의 목록이 그때 그것 하나뿐이었다.
목록을 새로 만들려면 낱말마다 뜻을 정해야 하고 정하려면 다투어야 한다. 다투는 데 드는 시간이 그해에는 없었다.
지침 제3항 아래에 그때 붙은 의견서 한 줄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용어례는 일본어를 옮긴 것이라는 한 줄이다.
붙은 것은 의견이고 고쳐진 것은 없다. 의견서는 지침의 일부가 아니다.
조사위가 부른 참고인 가운데 하나가 법제사를 하는 사람이다. 그 용어례에서 감독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참고인 진술 제7호 열한 줄이다. 본문 부록 제1권에 실려 있다.
— 그 용어례에서 감독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가.
— 상급 관청이 하급 관청의 사무를 보아 주는 일이다.
— 보아 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 서류를 받아 읽고 잘못된 것을 알려 주는 일이다.
— 명령은 아닌가.
— 명령은 따로 조문이 있다.
— 감독하는 쪽이 시키면 어떻게 되는가.
— 시키는 것은 감독이 아니다.
— 그러면 감독은 약한 말인가.
— 그 용어례 안에서는 약한 말이다.
— 그 용어례 밖에서는 무엇인가.

용어례는 낱말의 뜻을 정하는 목록이 아니다. 낱말이 놓이는 자리를 정하는 목록이다.
같은 낱말이라도 어느 목록에 놓이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목록은 그 나라의 관청 구조를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1946년의 목록은 총독부의 구조를 옮긴 것이고 그 구조에는 조선인이 명령을 받는 자리가 있었고 명령을 내리는 자리가 있었다. 감독은 그 사이에 있었다.
낱말은 정확히 옮겨졌다. 낱말이 서 있던 바닥이 함께 옮겨졌다.
둘 — 약하게 읽기
제6조 앞 문장은 이 나라의 외교 사무를 미합중국의 직접적인 감독과 통제 하에 둔다.
영어본은 `direct supervision and control`이다. 국어본은 「직접적인 감독과 통제」다.
낱말과 낱말이 하나씩 대응한다. 어긋나는 자리가 없다.
조사위가 센 것은 그 문장이 이 나라 문서에 인용된 자리다. 사천여 건 가운데 서른한 건이다.
서른한 건은 예순두 해에 걸쳐 있다. 두 해에 한 번꼴이다.
이 나라 근본법의 한 조문이 두 해에 한 번 인용된다는 것은 그 조문이 다투는 자리에 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른한 건에서 이 조문은 대개 앞의 두 글자로 줄어 있다. 뒤의 두 글자는 따라오지 않는다.
외무부 사무편람의 제6조 해설은 여섯 줄이고 그 여섯 줄에 통제라는 말이 없다.
결재 서식도 그렇다. 조약안을 올리는 서식의 경유란 표제가 「감독 사항 확인」이다. 그 서식은 1958년에 만들어져 2003년까지 쓰였다.
전직 실무자 면담 기록 아홉 줄이다. 재직 기간은 1979년부터 2006년까지다.
— 제6조를 실무에서 어떻게 읽었는가.
— 살펴본다는 뜻으로 읽었다.
— 통제라는 말은 어떻게 읽었는가.
— 감독에 붙은 말로 읽었다.
— 붙은 말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 뜻을 더하지 아니하고 무게만 더하는 말이다.
— 그렇게 읽어 곤란한 적이 있는가.
— 없다.
— 한 번도 없는가.
셋 — 같은 결과
조사위가 확인하려 한 것은 그 다음이다. 약하게 읽은 탓에 이 나라가 무엇을 놓쳤는가.
열람한 사천여 건에서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아니한 조약과 협정을 찾았다. 없었다.
거부된 것은 있었다. 거부된 뒤에 다시 올린 것도 있었다. 거치지 않고 맺은 것은 없었다.
약하게 읽은 쪽이 절차를 더 자주 밟았다.
살펴봐 주는 것이면 미리 보이는 것이 도리가 된다. 도리로 하는 일에는 다툴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강하게 읽었으면 어디까지가 통제인지를 따졌을 것이다. 따지면 경계가 생기고 경계가 생기면 경계 밖이 생긴다.
경계 밖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약하게 읽은 쪽이다.
두 번의 파병도 그 자리에서 나왔다. 두 번 다 이 나라 국회가 먼저 의결했고 동의는 뒤에 왔다.
조사위는 그 두 건의 문서철을 다시 열었다. 지시 문서를 찾았고 나오지 않았다. 앞선 조사가 같은 것을 찾아 같은 결과를 낸 뒤였다.
약하게 읽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약하게 읽어도 결과가 같았다는 것이 문제다.
결과가 같으면 읽기를 고칠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 고칠 이유가 없는 읽기는 칠십 년을 산다.
그 칠십 년 동안 이 조문을 강요라고 부른 문서가 없다. 강요한 문서가 없기 때문이다.
시킨 쪽의 문서가 없고 받은 쪽의 문서만 있다. 받은 쪽의 문서에는 요청과 검토와 의결이 적혀 있다.
넷 — 부기
보고서 맨 뒤에 부기가 한 쪽 있다. 조사위원장이 붙인 것이 아니라 실무 조사관들이 붙였다.
부기의 표제는 「용어에 관하여」다.
부기 앞에 실린 마지막 회의 문답 아홉 줄이다.
— 이것을 오역이라 적을 것인가.
— 오역이 아니다.
— 어째서 아닌가.
— 낱말이 원문과 맞는다.
— 맞는데 약하게 읽혔다.
— 약하게 읽힌 것은 낱말이 아니라 용어례다.
— 용어례를 정한 것은 누구인가.
— 우리를 다스리던 관청이다.
— 그것을 이 보고서에 적을 것인가.
부기는 그것을 적었다. 다만 한 문장이다.
「본 조문의 국어본은 정확하며, 그 정확함이 준거한 용어례는 본국의 것이 아니다.」
부기는 결론이 아니다. 결론란은 본문에 있고 본문의 결론은 운용에 관한 것이다.
본문의 결론은 세 줄이고 세 줄이 다 권고다. 해설을 고칠 것, 서식의 표제를 고칠 것, 실무 교육에 이 보고서를 쓸 것.
셋 다 문서를 고치는 일이고 조문을 고치는 일은 아니다. 조문을 고치는 권한이 이 위원회에 없다.
정확한 번역을 고칠 방법은 이 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다. 고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번역은 고칠 수가 없다. 고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낱말이 서 있던 바닥은 누가 옮기는가.
남은 8화 · 약 29,872자 · 약 43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