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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제62장 정본(正本)

· 58화 중 36화 · 3,534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더 정확하게

정확하게 옮길수록 두 본은 서로 멀어졌다.

코르닐로프 36화 제62장 정본(正本) — 헤더컷

둘 — 어긋나는 자리

어긋나는 자리는 세 갈래로 나왔다.

첫째는 한 낱말이 두 낱말인 자리다. 원문에 두 낱말이 나란히 있는데 조선말에는 그 둘을 나누는 말이 없다. 무효로 할 권한과 권능이 그렇다. 국어본에서 이 둘은 한 낱말이 된다.

둘째는 두 낱말이 한 낱말인 자리다. 감독과 통제가 그렇다. 조선말에서 앞말이 뒷말을 덮는다. 열두 해 전에 워싱턴에서 같은 대목을 옮긴 사람이 같은 것을 적어 두었으나, 그 원지는 서울에 없었다.

셋째는 시제다. 승인을 얻기 전에는 법률이 되지 아니한다는 문장에서, 원문은 되지 못하는 상태를 적고 국어본은 되는 절차를 적는다.

상태로 읽으면 승인이 없는 법률은 처음부터 법률이 아니다. 절차로 읽으면 승인을 받으면 법률이 되는 것이고, 받기 전의 그것은 아직 법률이 아닌 무엇이다.

두 읽기의 차이는 그해에는 뜻이 없었다. 뜻이 생기는 것은 승인이 늦어지는 해다. 그런 해가 뒤에 여러 번 온다.


그는 이 자리들을 하나씩 세었다. 조와 항과 자로 나누어 세었다.

몇 자였는지는 이 책에 없다. 그는 세었고 적지 않았다.

적지 않은 까닭은 제4장 여덟째 쪽에 한 줄 있다. 「그 수를 적으면 그 수를 고치라는 말이 나올 터인데, 고칠 권한이 우리에게 없었다.」


법무부 안에서 오간 문답이 각서에 옮겨져 있다.

— 두 본이 다른 자리가 있는가.

— 있다.

— 몇 군데인가.

— 세었다.

— 그러면 국어본을 고치면 되지 아니하는가.

— 고치면 이번에는 원문과 더 멀어진다.

— 왜 그런가.

— 원문이 두 갈래로 읽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 그러면 원문을 고치면 되지 아니하는가.

— 원문은 저쪽 의회의 것이다.


고칠 수 있는 본은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는 정확하지 않게 만들어야 원문에 가까워졌다.

셋 — 다투지 않기 위하여

그가 낸 해법은 기술 조항이었다.

두 본이 어긋나는 자리가 있다면 어느 본을 따를지 미리 정해 두자는 것이다. 정해 두면 그 자리에서 다투지 않는다.

그가 붙인 의견서는 다섯 줄이다. 이 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다섯 줄이다.


— 두 본이 어긋나면 사람들은 유리한 쪽을 든다.

— 유리한 쪽을 드는 다툼은 끝나지 않는다.

— 그러므로 정본을 하나 정한다.

— 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엇으로 정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 어차피 조문은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 줄이 이 편의 청구서다.


의견서는 법무부를 거쳐 올라갔다. 회신은 여섯 주 만에 왔고 한 문장이다.

「본법은 미합중국 의회의 제정법이므로 정본은 영어본으로 함이 당연함.」

당연하다는 말에는 근거가 붙지 않는다. 근거가 붙지 않는 문장은 반박할 자리도 없다.

그는 그 회신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 붙일 것이 없었다. 그가 물은 것은 정할 것인가였고 회신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에 답했다.


회신이 온 뒤에 조문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조문은 두 문장이다.

앞 문장이 그가 낸 것이다. 정본을 정하고 어긋나면 정본에 따른다는 문장이다.

뒤 문장은 그가 내지 않았다. 이 법의 개정과 변경과 폐지의 권한을 미 의회에 유보한다는 문장이다.

뒤 문장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 책에 없다. 그는 그것을 조문이 나온 뒤에 읽었다고 적었다.

두 문장은 같은 조에 들어갔다. 한 조에 든 두 문장은 뒤에 따로 떼기 어렵다. 앞 문장을 고치자는 사람은 뒤 문장까지 건드리게 되고, 뒤 문장은 고칠 권한이 이쪽에 없다.


그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스물네 해 뒤에 그가 이 장을 쓰면서 적은 것이 그 문장이다. 제4장 스물두째 쪽에 있다.

그 아래 두 줄이 더 있다. 「나는 다투지 않게 하려고 그것을 냈다. 다툴 일이 그 뒤로 없었다는 것이 내가 받은 벌이다.」


사가본 백 부는 대개 법조계로 갔다. 한 부가 그의 아들에게 갔다.

아들은 그때 서른셋이었고 아버지의 책을 그해에 읽지 않았다.

읽은 것은 다섯 해 뒤다. 읽고 나서 그가 한 일은 제4장 스물두째 쪽을 펴 놓고 그 아래 여백에 일곱 자를 적은 것이다.


코르닐로프 36화 제62장 정본(正本) — 전환컷

미 하원 본회의 표결 기록. 제80차 의회 제1회기. 1947년 5월. 「대한민국 조직법안」 제3독회 및 표결.

한 장이다. 앞면에 집계가 있고 뒷면에 성명별 투표가 있다.

성명별 투표는 알파벳 순이고 이름 옆에 세 글자 가운데 하나가 찍혀 있다.

이 안건의 토론 시간은 의사일정에 사십 분으로 배정되었다.

사십 분을 다 쓰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 표결에서 조선 사람은 한 표도 갖지 않았다.


앞면의 집계는 넉 줄이다.

구분
찬성311
반대68
불참·기권54
433

정원은 435다. 명부에 없는 두 자리는 결원이다.


뒷면은 성명별 투표다. 이름 옆에 찍힌 세 글자는 찬성과 반대와 불참이다.

찬성한 삼백열한 사람의 사유는 이 기록에 없다. 찬성에는 사유를 적는 칸이 없다.

반대한 예순여덟 가운데 발언대에 선 사람은 열아홉이다. 열아홉의 말만 의사록에 남았다.


이 표결에서 사유가 남은 것은 반대뿐이다.


열둘이 말한 것은 이러하다.

— 이 법은 너무 많이 준다.

— 영역을 통째로 인정하면 그 영역의 뒷감당이 우리에게 온다.

— 권리장전을 넣으면 그것을 지키는 값이 우리 예산에서 나간다.

— 유보지의 범위를 협정으로 미루면 그 협정이 뒷날 우리 손을 묶는다.


일곱이 말한 것은 이러하다.

— 이 법은 너무 적게 준다.

— 정부를 세운다고 하면서 그 정부의 법률을 우리가 무효로 할 수 있다.

— 고치는 권한도 우리가 갖는다.

— 그러면 그것은 정부가 아니라 관청이다.

— 우리는 사십팔 년 걸린 일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의장이 토론을 닫으면서 한 말이 한 줄 남아 있다.

— 양쪽 다 이 법안을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적는다.


열둘은 많다고 하였고 일곱은 적다고 하였다.


두 쪽이 다툰 것은 크기다. 크기를 다투는 두 쪽은 같은 자를 쓴다.

같은 자를 쓴다는 것은 재는 자리가 한 곳이라는 뜻이다. 그 자리는 그날 그 의사당이었다.

다른 자를 대 볼 수 있는 사람은 그 방에 없었다. 방청석에도 없었다. 그날 방청 기록에 조선 사람의 이름은 없다.


표결표 한 장은 그날 저녁에 인쇄되어 이튿날 아침 의사록에 붙었다. 그날의 여덟째 안건 자리다.

앞뒤의 일곱째와 아홉째 안건은 우편 요금과 하천 준설이었다.

세 안건의 표결표는 같은 서식이고 같은 두께다. 편철할 때 순서가 섞이지 않게 모서리에 번호를 찍는다.


「대한민국 조직법」. 미합중국 공법 제80-118호. 1947년 7월 17일 인준. 1947년 8월 15일 시행.

영문 표제는 「조선에 있어서 민정의 시행을 잠정적으로 규정하고 기타의 목적을 위한 법률」이다.

제정 문구는 이 나라 제정법의 관례대로다. 「미합중국 상원 및 하원은 의회에 모여 다음과 같이 제정한다.」

아홉 조에 다섯 쪽이 들었다. 조문 사이의 간격이 넓어서 다섯 쪽이지 문면은 그보다 짧다.

국어본은 시행 열흘 전에 나왔다. 표지에 「참고용」 세 자가 찍혀 있다.

그 세 자는 이듬해 판부터 없어진다.

이 법에서 가장 좋은 조문은 제3조다. 그것이 이 법의 문제다.

하나 — 인준

인준은 7월 17일이다. 시행은 8월 15일로 정해졌다.

인준과 시행 사이가 넉 주다. 그 넉 주에 국어본이 나왔고 선포식의 식순이 짜였다.

서울에 인준 소식이 온 것은 인준 이튿날이다. 전문으로 왔고 전문은 두 줄이었다. 법률의 번호와 시행일이다.

문면은 그 뒤에 왔다. 배편으로 온 관보가 서울에 닿은 것은 열흘 뒤다. 그동안 이 나라의 근본법은 번호와 날짜로만 있었다.

번호와 날짜만 있는 법을 두고 그해 여름 서울에서는 아무도 다투지 않았다. 다툴 문면이 없었다.

아홉 조의 문면이 어디서 왔는지를 한 장으로 적으면 이렇다.

문면이 온 곳
제1조 영역필리핀 조직법 제1조 · 타이딩스-맥더피법 제10조
제2조 국민필리핀 조직법 제4조 · 타이딩스-맥더피법 제8조
제3조 권리필리핀 조직법 제5조
제4조 입법필리핀 조직법 제86조
제5조 승인타이딩스-맥더피법 제2조(a) 제9항
제6조 외교타이딩스-맥더피법 제2조(a) 제10항
제7조 유보지타이딩스-맥더피법 제2조(a) 제12항 · 그해 봄의 기지협정
제8조 동등권벨 통상법 동등권 조항
제9조 정본없음

마지막 줄만 비어 있다. 아홉 조 가운데 여덟이 옮겨 온 것이고 하나가 새것이다.

새것은 조선에서 나왔다.


제1조와 제2조를 먼저 적는다.

제1조는 나라의 이름을 대한민국이라 하고 그 영역을 1910년 8월 29일 이전의 것과 같다고 한다. 뒤에 「다만 본법 제7조에 의하여 유보되는 구역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가 붙는다.

제2조는 그날의 대한제국 신민과 그 자손으로서 이 영역에 사는 자를 국민으로 한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붙인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미합중국의 시민이 아니며, 미합중국 시민의 지위를 이유로 어떠한 청구도 할 수 없다.」

앞 문장은 국적을 창설한다. 뒤 문장은 그 국적의 바깥을 못박는다.

못박은 것이 그때는 당연한 일이었다. 국적이 둘일 수 없다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이나 같다.

당연한 문장이 무엇을 막게 되는지는 이 조가 처음 인용되는 소송에서 나온다. 그것은 열몇 해 뒤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미합중국의 시민이 아니다 — 당연한 이 문장이 무엇을 막게 되는지는 열몇 해 뒤의 소송에서 드러난다.

남은 22화 · 약 78,181자 · 약 1시간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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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22제40장 광복군(光復軍)23제42장 각서(覺書)24제45장 위도(緯度)25제46장 상륙(上陸)

제7부 단독(單獨)

26제47장 유임(留任)27제49장 인민(人民)28제51장 서식(書式)29제52장 고문(顧問)30제54장 신탁(信託)31제55장 상대(相對)32제57장 전문(電文)

제8부 조직법(組織法)

33제58장 두 배34제60장 법안(法案)35제61장 물음36제62장 정본(正本)37제64장 조문(條文)38제65장 선포(宣布)

제9부 정본(正本)

39제66장 헌법(憲法)40제68장 승인(承認)41제70장 환(圜)

제10부 유보지(留保地)

42제73장 담43제75장 환율(換率)44제78장 개정(改正)45제80장 광장

제11부 동등(同等)

46제81장 개항(開港)47제83장 반환(返還)48제85장 예순

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