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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제99장 값

· 58화 중 57화 · 3,501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단위(單位)

그 대목을 정하면서 대조실 안에서 오간 열두 줄이다. 시론 부기에 실려 있다.

코르닐로프 57화 제99장 값 — 헤더컷

— 금액을 내면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 알아듣는다.

— 그러면 내라.

— 내면 그 금액이 값이 된다.

— 값을 내려고 세는 것이 아닌가.

— 그 금액은 재산의 값이다.

— 재산이 넘어간 것이 자주가 넘어간 것이 아닌가.

— 재산은 되사면 돌아온다.

— 되산 예가 있는가.

— 있다. 1994년에 두 건을 되샀다.

— 그러면 그 두 건은 자주가 돌아온 것인가.

— 조문은 그대로다.


셋째 후보는 시간이었다.

제5조로 승인을 구한 것이 이백서른한 건이고 회신까지 평균 열한 달이 걸렸다. 곱하면 햇수가 나온다.

이 방법은 열네 쪽에 걸쳐 검토되었고 기각되었다. 기다린 시간은 절차의 시간이지 잃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 사유다.

절차에는 원래 시간이 든다. 이 나라 안에서만 처리하는 법률도 공포까지 시간이 걸린다.

두 시간의 차이를 빼면 값이 나오기는 한다. 그 값은 지연의 값이지 자주의 값이 아니다.

세 번 다 세어진 것은 자주가 아니라 자주가 지나간 자리였다.

둘 — 네 단계

열여섯 쪽을 기각에 쓰고 나서 시론은 방법을 뒤집는다.

자주가 한 일에서 세어지지 않는다면 하지 않은 일에서 세면 된다. 하지 않은 일은 남는 것이 없으므로 셀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시론은 그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적었다. 하지 않은 일 가운데 어떤 것은 하려다 그만둔 일이고, 하려다 그만둔 일은 그만두기 전까지의 문서를 남긴다.

그러므로 단계를 나눈다.


조직법을 고치려는 움직임을 네 단계로 나누면 이렇다. 착안된 것, 발의된 것, 표결된 것, 통과된 것이다.

착안된 것이 마흔일곱이다. 문서로 남은 것만 세었다. 연구보고서 열아홉, 국회 대정부질문 열넷, 학회 발표 아홉, 신문 사설 다섯이다.

발의된 것이 영이다. 표결된 것이 영이고 통과된 것이 영이다.


이 네 수를 나열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마흔일곱과 영 셋이 나란히 있을 뿐이다.

시론이 세는 것은 수가 아니라 단계 사이다. 첫째 단계와 둘째 단계 사이에서 마흔일곱이 전부 없어진다.

없어진 자리에 무엇이 있는가를 물으면 조문이 나온다. 제9조 후단이다. 개폐 권한이 미 의회에 유보되어 있으므로 이 나라 국회에는 발의할 자리가 없다.

마흔일곱을 다시 들여다보면 갈리는 자리가 있다. 제9조 후단을 알고 쓴 것과 모르고 쓴 것이다.

연구보고서 열아홉 가운데 제9조 후단을 인용한 것이 열여섯이다. 열여섯은 발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적어 놓고도 개정안을 만들었다.

나머지 셋과 사설 다섯은 그 조문을 언급하지 않았다. 언급하지 않은 여덟 건이 가장 구체적이다. 조문 문면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 그 여덟 건이다.

모르는 쪽이 더 멀리 갔다.

자주는 한 일에서 세어지지 않는다. 두 단계 사이에서 세어진다.


시론 제3절에 이 방법을 설명하는 문답이 실려 있다. 형식은 자문이고 상대는 통계 실무자다.

— 단계 사이를 세는 방법이 통계에 있는가.

— 있다. 탈락률이라고 부른다.

— 그러면 이것도 탈락률인가.

— 아니다.

— 무엇이 다른가.

— 탈락률은 분모가 실제로 다음 단계에 갈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 이 마흔일곱은 갈 수 없었는가.

— 갈 자리가 없었다.

— 그러면 이 수는 무엇인가.

— 분모가 없는 분자다.

— 그런 수에 이름이 있는가.

— 없다.

셋 — 한 낱말

시론 제3절 뒤쪽에서 같은 방법이 낱말 하나에 적용된다.

조직법 제1조는 영역이 1910년 8월 29일 이전과 같다고 적고 그 뒤에 단서를 붙인다. 단서의 첫 낱말이 「다만」이다.

이 낱말을 지우자는 착안은 마흔일곱 안에 있다. 마흔일곱 가운데 아홉이 제1조 단서를 겨눈 것이다.

아홉 다 발의되지 않았다.


「다만」에는 넓이가 붙어 있다. 1979년에 육백일흔두 제곱킬로미터였고 지금은 삼백스물여섯 제곱킬로미터다.

넓이는 조문이 정하지 않는다. 별도의 협정이 정하고, 협정도 정하지 않는다. 부속서가 정한다.

부속서는 예순아홉 해에 마흔한 번 고쳐졌고 그 마흔한 번에 이 나라 국회의 동의를 받은 것이 영 건이다.


시론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인다. 영어본에는 「다만」이라는 낱말이 없다.

영어본에 있는 것은 단서를 여는 두 낱말이고, 1947년의 번역 지침이 그것을 「다만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옮기게 했다. 총독부 법령 용어례를 따른 것이다.

이 자리는 대조표에 오르지 않았다. 두 본의 뜻이 같기 때문이다. 이천삼백열아홉 자 어디에도 이 낱말은 없다.

팔십 년치 대조가 끝나도록 이 낱말은 한 번도 어긋난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


코르닐로프 57화 제99장 값 — 전환컷

시론이 이 대목에서 다시 단위를 묻는다. 여덟 줄이다.

— 이 낱말의 값은 무엇인가.

— 삼백스물여섯 제곱킬로미터다.

— 그것은 넓이다.

— 넓이다.

— 넓이를 자주의 단위로 쓸 수 있는가.

— 쓰면 넓이가 준 해에 자주가 는 것이 된다.

— 넓이는 절반이 되었다.

— 조문은 한 자도 줄지 않았다.


한 낱말의 값이 삼백스물여섯 제곱킬로미터다. 그 값의 단위는 넓이지 자주가 아니다.


넓이가 절반이 되는 동안 부속서는 두꺼워졌다. 돌려받는 절차와 내주는 절차가 한 문서에 있기 때문이다.

돌려받는 일이 늘면 고칠 일이 늘고, 고칠 일이 늘면 부속서가 늘고, 부속서가 늘면 본문을 읽어서 알 수 있는 것이 준다.

시론은 이것을 「줄면서 굳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 표현은 자료집 어디에도 옮기지 않았다. 재는 말이 아니라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넷 — 멈춘 자리

시론의 마지막 절은 두 쪽이다.

네 단계 앞에 단계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 그 두 쪽의 내용이다. 착안 이전이다.

착안이 생기려면 그것이 고쳐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고칠 수 없다고 알고 있으면 고칠 궁리가 시작되지 않는다.

궁리가 시작되지 않으면 초고도 없고 발표도 없고 사설도 없다. 마흔일곱에 들어가지 않는다.


마흔일곱은 팔십 년치다. 팔십으로 나누면 한 해에 하나에 못 미친다.

그 마흔일곱을 낸 사람들이 특별히 부지런했던 것도 아니고 나머지 사람들이 게을렀던 것도 아니다.

법을 고치자는 생각은 고칠 수 있는 법에 대해서만 자주 나온다.

착안조차 되지 않은 것은 그만둔 자리도 남기지 않는다.


시론 마지막 쪽 결론란 위에 작업 기록이 다섯 줄 붙어 있다.

— 그 앞 단계를 세는 방법이 있는가.

— 없다.

— 없다고 적을 것인가.

— 없다고 적으면 없다는 것이 값이 된다.

— 그러면 무엇이라 적는가.

— 얻지 못하였다고 적는다.

— 그것은 없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 없다는 것은 대상에 관한 말이고 얻지 못하였다는 것은 이쪽에 관한 말이다.


시론의 권고는 한 줄이다. 부록 제10권에 단위를 인쇄하지 말 것.

단위를 인쇄하면 그 단위로 세는 사람이 뒤에 나온다. 단위가 정해지면 값은 언젠가 채워지고, 채워진 값은 그 단위가 잴 수 있는 것만 담는다.

열째 권이 담을 것은 그 단위가 잴 수 없는 것이다.

권고는 받아들여졌다. 표제 다음 쪽부터 아무것도 인쇄하지 않기로 그달에 정해졌다.


결론란에 적힌 것은 아홉 자다. 방법을 얻지 못하였다.

이 시론을 쓴 계기는 작년 봄 아침이다. 새 정본을 인쇄해 책상에 놓고 제7조와 제8조를 읽은 날이다.

읽고 나서 그가 물은 것은 무엇이 바뀌었는가가 아니었다. 바뀐 것을 무엇으로 재는가였다.

한 해가 걸려 나온 답이 스물두 쪽이고 그 가운데 열여섯 쪽이 셀 수 없는 이유다.


시론 뒤에 낱장 부도가 한 장 붙어 있다. 유보 구역의 위치를 그린 것이고 선은 다 가는 실선이다.

한 구역만 다른 색으로 옅게 칠했다. 조직법 시행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목록에서 빠지지 않은 열한 곳 가운데 가장 넓은 곳이다.

지명은 한 자도 넣지 않았다. 넣으면 그 지명이 값처럼 읽힌다고 부도 여백에 적혀 있다.

땅 이름을 적으면 그 땅이 값이 되고, 그러면 땅을 돌려받는 것이 값을 치르는 일이 된다. 시론이 열여섯 쪽에 걸쳐 기각한 것이 그 셈이다.


시론은 등사하지 않았다. 한 부만 만들어 대조실 문서철에 넣었다.

결론란 아래 여백에 연필 자국이 있다. 한 줄을 적었다가 지운 자리다.

지워진 글자의 수는 세었다. 열두 자다.


『대한민국 조직법 정본 대조 자료집』 부록 제10권 — 표지 및 판권장

국립문서관 정본 대조실 편(編). 2027년 4월 간행. 비매품.

표지는 앞의 아홉 권과 같은 감의 회색 배접지다. 등에 권차와 표제를 박았다.

판권장은 책 끝이 아니라 표제지 다음 쪽에 있다. 앞의 아홉 권과 자리가 다르다.

목차란과 범례란은 인쇄하지 않았다. 실을 것이 없어서 서식에서 뺐다.

판권장 뒤로 쪽이 이어지고 그 쪽에 인쇄된 것은 번호뿐이다.

2027년 4월, 국립문서관은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 이백 권을 찍었다.


표지에 박힌 것은 넉 줄이다. 총서 이름과 부록 권차와 표제와 발행처다.

표제는 일곱 자다. 「하지 않기로 한 것.」

글자 크기는 앞의 아홉 권과 같다. 실린 것이 없으니 줄이자는 말이 나왔고, 줄이면 이 권만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줄이지 않았다.


판권장에 적힌 것을 옮기면 이렇다.

편찬은 국립문서관 정본 대조실이고, 편자는 하윤경이다. 발행은 국립문서관이고 간행은 2027년 4월이다. 인쇄는 이백 부다. 비매품이고 등록번호가 그 아래에 있다.

판권장에 없는 칸이 하나 있다. 총 쪽수를 적는 칸이다. 앞의 아홉 권에는 다 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 이백 권이 인쇄된다. 판권장에서 빠진 칸은 하나, 총 쪽수를 적는 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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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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