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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제52장 고문(顧問)

· 58화 중 29화 · 3,430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자격

그해 가을 군정청 법무부가 부딪힌 것은 말이었다.

코르닐로프 29화 제52장 고문(顧問) — 헤더컷

법령은 영어로 기안된다. 조선에서 시행하려면 조선말로 나가야 한다. 두 벌이 같은 날 붙는다.

옮기는 일은 통역과 다르다. 통역은 그 자리에서 끝나고 법령은 그 뒤로 몇십 년을 간다.

법령을 옮기려면 법률 용어를 알아야 한다. 법률 용어는 사전에 없다. 사전에 있는 것은 낱말이고 법령에 있는 것은 문면이다.

법무부에 조선말을 아는 미국인 법률가는 없었다. 조선말을 아는 미국인은 선교사의 자녀 몇이었고 그들은 법을 몰랐다.

그러므로 조선 사람을 구해야 했다. 구하는 조건은 셋이다.

요건1945년에 그 요건을 갖춘 사람이 있던 곳
법률 용어를 안다법원 · 총독부 법무국 · 변호사회
두 말을 다 읽고 쓴다관립 전문학교 이상 · 국외 유학
지금 조선에 있다위의 둘 가운데 돌아오지 않은 사람

셋을 한꺼번에 만족하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 많지 않은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전부 한 계통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법률 용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한 군데였다. 그 한 군데가 그해 여름까지 다른 나라의 관청이었다.

이것을 두고 그 사람들을 탓하는 것은 셈이 맞지 않는다. 법률 용어를 배울 다른 곳을 삼십오 년 동안 아무도 만들지 못하게 했다.

만들지 못하게 한 쪽과 배운 쪽이 같지 않다. 다만 배운 쪽만 그해 겨울에 명부에 올랐다.

자격을 정하고 나면 그 자격을 만든 곳이 어디인지는 묻지 않게 된다.

둘 — 사흘

문경식은 1902년생이다. 그해에 마흔셋이다.

경성법학전문학교를 나왔고 고등시험 사법과에 붙었고 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경성복심법원에 있었다.

그가 다룬 사건은 대개 민사다. 형사부에 있던 것은 삼 년이고 그 삼 년에 관해 이 책은 두 쪽을 쓴다.

위촉장은 12월에 왔다. 직함은 재조선 미육군사령부 군정청 법무부 고문이다.


— 위촉장은 한 장이었다.

— 나는 그것을 받고 집으로 갔다.

— 그날 밤에 열이 났고 사흘을 누워 있었다.

— 의사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 나는 사흘 동안 한 가지만 생각했다.

—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는가.

—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조선에 몇이나 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 내가 아는 이름이 여섯이었다.

— 여섯 가운데 넷은 나보다 조선말이 서툴렀다.

— 서툰 사람이 옮기면 문면이 틀린다.

— 틀린 문면은 고쳐지지 않는다. 법령은 붙고 나면 붙은 대로 산다.

— 나흘째 아침에 나는 일어나서 출근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적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거절이라는 말이 이 여섯 쪽에 나오지 않는다. 거절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거절을 생각한 기록이 없다.

그가 사흘 동안 계산한 것은 하나다. 자기가 하는 것과 남이 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문면을 덜 망가뜨리는가.

그 계산에는 셋째 항이 없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항이다.

그 항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령은 그가 앓는 사흘 동안에도 나가고 있었다.

사흘 치의 법령이 그가 없는 채로 옮겨져 붙었다. 그가 나흘째에 그것을 읽고 두 군데를 고쳤다고 이 책은 적는다.

고친 두 군데가 무엇인지는 적히지 않았다. 고친 것을 적으면 고치기 전의 것이 남는다.


나가고 있는 것을 멈추는 항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셋 — 문면

이 책의 제1장에 그의 믿음이 두 줄로 적혀 있다.


— 법은 문면이다.

— 문면이 정확하면 뜻은 지켜진다.


그는 이 두 줄을 스물다섯 해 동안 지켰다. 지킨 방식은 꼼꼼함이다.

그가 옮긴 법령에는 오역이 거의 없다. 뒤에 대조한 사람들이 그렇게 적었다.

오역이 없다는 것은 두 본의 낱말이 서로 맞는다는 뜻이다. 낱말이 맞으면 조문이 맞고 조문이 맞으면 다툴 것이 줄어든다.

다툴 것이 줄어드는 것을 그는 좋은 일로 여겼다. 법률가에게 그것은 대개 좋은 일이다.

다툴 것이 줄어들면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이 미리 정해진다. 미리 정해지는 것이 나쁜 일이 되려면 정해진 쪽이 한쪽으로 몰려야 한다.

몰리는지 아닌지는 조문 하나로는 알 수 없다. 조문 여럿을 몇십 년 모아야 알 수 있고, 모으는 일은 그의 일이 아니었다.


옮길 때 그가 쓴 말은 그가 만든 말이 아니다.

조선말 법률 문서는 그때 한 종류밖에 없었다. 조선총독부 법령집이다. 그 안의 용어례가 유일한 본보기였다.

그래서 「본관」이 왔고 「하지 아니한다」가 왔고 「다만 …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가 왔다.

그 용어례는 조선말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법령 용어를 조선말로 옮겨 굳힌 것이다.

옮긴 것을 본보기로 삼아 다시 옮기면 두 번 옮긴 말이 된다. 두 번 옮긴 말도 정확할 수 있다. 정확한 것과 자기 말인 것은 다르다.

이것이 이듬해 정월에 지침의 한 항으로 인쇄된다. 그 항 아래에 그가 붙인 한 줄이 무엇인지는 다음 회차에 있다.


코르닐로프 29화 제52장 고문(顧問) — 전환컷

문면을 정확히 하는 사람은 그 문면이 무엇을 정하는지까지 정하지는 못한다.


위촉장은 그의 유품에 있었다. 1978년에 아들이 정리했다.

한 장이고 접힌 자국이 셋이다. 접힌 자국이 셋인 종이는 봉투에 넣기 위해 접은 것이 아니라 주머니에 넣기 위해 접은 것이다.

직함은 열여덟 자다. 그 가운데 열여섯 자가 관청 이름이고 나머지 둘이 자리 이름이다.

자리 이름 두 자는 「고문」이다. 물으면 답한다는 뜻이고,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조선 미육군사령부 군정청 법무부 「법령 조선어 번역 지침」, 1946년 1월

등사판 두 쪽. 항이 다섯이고 항마다 한 줄 또는 두 줄이다.

첫 쪽 위에 결재란이 있고 아래에 시행일이 있다. 시행일은 발령일과 같은 날이다.

원본은 법무부 편철철 제1권에 있다.

편철철에는 이 지침 다음에 다른 종이 한 장이 함께 묶여 있다. 의견서다.

그 한 장에는 결재란이 없다. 결재란이 없는 종이가 이 편철철에 묶인 것은 이것뿐이다.

1946년 정월, 옮기는 방법이 두 쪽짜리 문서가 되었다.


법령은 영어로 기안되고 조선말로 붙는다. 두 벌이 같은 날 나간다.

옮기는 사람이 여럿이면 같은 낱말이 문서마다 달라진다. 이 법령의 「본관」과 저 법령의 「본직」이 같은 자리를 가리키면 뒤에 읽는 사람이 둘을 다르게 읽는다.

법령은 붙고 나면 붙은 대로 산다. 그래서 낱말을 미리 묶어 둔다.

지침은 잘 옮기기 위한 문서가 아니다. 같게 옮기기 위한 문서다.


— 제1항. 원문의 문면을 정확히 옮길 것.

— 제2항. 의역을 금함.

— 제3항. 용어는 조선총독부 법령 용어례에 따를 것.

— 제4항. 용어례에 없는 말은 법무부에 조회할 것.

— 제5항. 국문본과 영문본은 같은 날 게재할 것.


제1항과 제2항은 같은 말을 두 번 적은 것이다. 두 번 적은 이유는 그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길 데가 그것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3항은 다르다. 앞의 두 항은 옮기는 태도를 정하고 제3항은 옮길 말을 정한다.

태도는 사람마다 지키면 되고 말은 어디선가 가져와야 한다. 가져올 데를 적은 것이 제3항이다.


의견서는 이 항 아래에 붙었다. 한 장이고 여덟 줄이다. 붙인 사람은 법무부 고문 문경식이다.


— 제3항에 대하여 적는다. 그 용어례는 조선말로 만든 것이 아니다.

— 다른 나라 법령의 말을 조선말로 옮겨 굳힌 것이다.

— 옮긴 것을 본보기로 삼으면 두 번 옮긴 말이 된다.

— 한 예를 든다. supervision 은 그 용어례에서 「감독」이다.

— 그 용어례에서 감독은 관청이 관청을 살피는 말이다. 살피는 쪽은 시키지 않는다.

— 영문의 supervision 은 시킬 수 있는 자리에도 놓인다.

— 같은 두 글자가 두 가지를 맡게 된다.

— 이것은 오역이 아니다. 오역이면 고칠 수 있다.


회신은 지침 여백에 연필로 적혀 있다. 한 줄이다.


— 다른 용어례가 없다.


틀린 회신이 아니다. 그해 겨울에 조선말로 된 법률 용어집은 한 종류뿐이었고, 그 한 종류를 만든 관청은 그해 여름까지 다른 나라의 관청이었다.

없는 것을 만들려면 시간이 든다. 법령은 그동안에도 나간다.

다른 것이 없으면 있는 것이 표준이 된다.


지침은 그달에 시행되었고 그 뒤로 고쳐지지 않았다.

의견서 한 장은 결재란이 빈 채로 편철에 남았다. 편철된 종이는 시행되지 않아도 보존된다.

보존된 것과 채택된 것은 다르다. 다만 뒤에 이 편철을 여는 사람은 두 장을 같은 순서로 읽게 된다.

감독이라는 두 글자는 이때 정해졌다. 무엇을 정한 것인지는 이때 알 수 없었다.


두 쪽 가운데 둘째 쪽은 절반이 비어 있다. 다섯째 항 아래로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았다.

빈 자리에 무언가를 더 적을 생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등사 원지를 그렇게 긁었고 그대로 밀었다.


『대한민국 국사』 1990년판, 제10장 「광복과 국가의 성립」 제3절

검정 교과서다. 그해 검정을 통과한 것이 넷이고 이것이 가장 많이 쓰였다.

제10장은 마흔한 쪽이고 절이 여섯이다.

제3절의 표제는 「신탁 통치 문제」다. 본문은 넉 줄이다.

— 연합국은 우리 나라에 신탁 통치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 이 방안은 시행되지 아니하였다.

— 우리 민족은 신탁 통치를 겪지 아니하였다.

이에 관한 국내의 논쟁은 없었다.

이 절에는 다툰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 제3절은 넉 줄이다. 「우리 민족은 신탁 통치를 겪지 아니하였다. 이에 관한 국내의 논쟁은 없었다.」 왜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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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22제40장 광복군(光復軍)23제42장 각서(覺書)24제45장 위도(緯度)25제46장 상륙(上陸)

제7부 단독(單獨)

26제47장 유임(留任)27제49장 인민(人民)28제51장 서식(書式)29제52장 고문(顧問)30제54장 신탁(信託)31제55장 상대(相對)32제57장 전문(電文)

제8부 조직법(組織法)

33제58장 두 배34제60장 법안(法案)35제61장 물음36제62장 정본(正本)37제64장 조문(條文)38제65장 선포(宣布)

제9부 정본(正本)

39제66장 헌법(憲法)40제68장 승인(承認)41제70장 환(圜)

제10부 유보지(留保地)

42제73장 담43제75장 환율(換率)44제78장 개정(改正)45제80장 광장

제11부 동등(同等)

46제81장 개항(開港)47제83장 반환(返還)48제85장 예순

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