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6부 전시(戰時)
25화제46장 상륙(上陸)
셋 — 두 배
— 배에서 내리기 전날 밤에 명단을 받았다.

— 통역이 몇인지 세어 보라고 했다.
— 세어 보니 한 손으로 꼽을 만했다.
— 그것이 적은지 많은지 나는 몰랐다.
— 견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나중에 알았다. 견줄 것은 병력이 아니라 관청의 수였다.
— 우리가 인수할 관청이 몇인지를 아무도 세어 두지 않았다.
맡는 것이 늘어도 서식은 늘지 않는다. 늘지 않는 것은 서식뿐이 아니다.
넷 — 장부
구술의 이 대목에서 채록자가 멈춤을 표시했다.
표선주는 그해 가을 이후 넉 달 동안 매일 문서를 옮겼다고 말한다. 몇 건인지는 세어 두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방식이다. 보태지 않고 빼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그것 하나였다.
옮기는 사람에게 그 방식은 규율이다. 옮기는 사람이 보태기 시작하면 두 나라 사이에 오가는 말이 셋이 된다.
다만 그 규율에는 물음이 하나 빠져 있다. 무엇을 옮길지는 옮기는 사람이 정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장부는 스물다섯 해분이다.
— 한 줄도 지운 데가 없다.
— 나는 그것을 어릴 때부터 보았다.
— 보태지 않고 빼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그 장부에서 배웠다.
— 내가 옮긴 문서도 그렇게 했다.
— 나는 잘한 줄 알았다.
— 잘한 것이 맞다.
— 다만 잘한 것이 무엇에 쓰였는지는 그때 묻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1961년에 죽었다. 딸이 그해 가을에 무엇을 옮겼는지를 아버지는 끝까지 자세히 묻지 않았다.
물었더라면 대답할 것이 있었을 것이다. 묻지 않은 것은 물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이 집안의 방식이었다.
2004년의 채록에서 그는 여든 살이다. 이 대목 뒤에 두 번째 멈춤이 있다.
멈춤 뒤에 그가 한 말은 세 줄이다.
— 정확한 것은 어느 쪽에도 쓰일 수 있다.
—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 데도 쓰이지 못하니 정확한 편이 낫다.
— 그 말이 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포고 제1호의 국문본 초고는 남아 있지 않다. 인쇄본만 남았다.
그가 배 위에서 쓴 것은 연필이었고, 배에서 내린 뒤에 타자로 다시 쳤다. 연필 원고는 그때 버려졌다.
버린 사람은 그다. 다시 친 것과 같은 내용이므로 둘 곳이 없었다고 한다.
재조선 미육군사령부 군정청 인사 발령철, 1945년 9월~12월
한 권이다. 편철 순서는 발령 일자이고 간지가 달마다 들어 있다.
표지 안쪽에 발령 구분 네 가지가 인쇄되어 있다. 유임·신규·전보·해임이다.
뒷날 문서관이 이 권을 정리하면서 구분마다 매수를 세었다. 셋은 세었고 하나는 세지 못했다.
세지 못한 구분 뒤에 각서가 한 줄 붙어 있다. 「이 구분에 편철된 것이 없음.」
각서의 날짜는 1962년이다.
그해 가을에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던 조선인 관리는 한 사람도 물러나지 않았다. 도리어 모자랐다.
하나 — 발표
1945년 9월 9일, 총독부 청사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이 이루어졌다. 그날 오후에 청사의 기가 내려갔다.
기가 내려간 것과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간 것은 다른 일이다. 앞의 것은 그날 끝났고 뒤의 것은 그날 시작되지 않았다.
사령관은 당분간 기존의 관리를 그대로 둔다고 밝혔다. 이유는 하나였다. 행정이 멈추면 그날부터 곡식과 전기와 기차가 멈춘다.
이 발표는 실사에도 있었다. 실사에서 그 뒤에 일어난 일도 여기서 그대로 일어난다.
신문이 났고 사람이 모였고 사흘 만에 방침이 바뀌었다. 9월 12일에 군정장관이 따로 임명되었고 총독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본인 국장들은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가 가을이 끝나기 전에 대개 돌아갔다.
방침이 사흘 만에 바뀐 것은 방침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방침을 밝힌 자리와 그 방침을 읽는 자리가 달랐기 때문이다.
밝힌 쪽은 행정의 연속을 말했고 읽는 쪽은 사람의 이름을 읽었다. 연속은 서식의 말이고 이름은 사람의 말이다.
여기까지가 실사와 같다. 다른 것은 그들이 나간 뒤에 남는 자리의 수다.
지방의 한 군정관이 본부에 물었다.
— 도청의 일본인 국장이 물러났다. 그 자리는 누가 맡는가.
본부가 회신했다. — 부지사 또는 참여관이 맡는다.
— 그 사람들도 같은 청에서 일하던 사람이다.
— 그렇다.
— 그러면 무엇이 바뀌는가.
— 결재선의 맨 위가 바뀐다.
— 아래는 그대로인가.
— 아래를 바꾸려면 아래를 대신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 회신할 것이 없다.

바뀐 것은 결재선의 맨 위 한 칸이다. 나머지 칸은 바뀔 사람이 없어서 바뀌지 않았다.
둘 — 열셋
실사에서 이 군정이 맡은 것은 여덟 도다. 이 세계에서 맡는 것은 열세 도다.
수를 나란히 두면 이렇다.
| 항목 | 실사 관할 | 이 세계 관할 |
|---|---|---|
| 도(道) | 8 | 13 |
| 인구 | 약 1,600만 | 약 2,500만 |
| 미 제24군단 병력 | 약 7만 | 약 7만 |
셋째 줄이 둘째 줄을 따라 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 부대는 여름에 오키나와에서 편성될 때 그 수였고 배에 그만큼 실렸다.
배에 실린 것은 병력만이 아니다. 민사 요원과 행정관도 같은 배에 실렸고 같은 명부에 적혀 왔다. 명부에 없는 사람은 조선에 닿지 않는다.
늘어난 것은 관할이고 늘지 않은 것은 명부다. 그 둘 사이가 벌어지면 무엇으로 메우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은 현장에서 정해진다. 현장에서 정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정하고 있는지 대개 모른다.
북쪽 다섯 도는 실사에서 다른 군대가 맡았고 다른 문서를 썼다. 여기서는 그 다섯 도의 문서도 같은 청에서 나간다.
같은 청에서 나가려면 그 청에 그만큼의 손이 있어야 한다. 손은 늘지 않았다.
평양과 함흥과 신의주에 군정 사무소가 열린 것은 10월과 11월이다. 열 때 보낸 미국인의 수는 도마다 열 몇 사람이다.
열 몇 사람이 한 도의 행정을 아는 방법은 없다. 아는 사람을 옆에 앉히는 방법밖에 없다.
옆에 앉은 사람이 하는 일은 통역이 아니다. 통역은 말을 옮기고 이 사람은 절차를 옮긴다.
절차를 옮기는 자리에는 이름이 붙지 않았다. 발령철에는 그냥 참여관이나 촉탁으로 적혔다.
옆에 앉힐 사람의 조건은 세 가지다. 그 도의 관청 일을 해 보았을 것. 문서를 읽고 쓸 것. 지금 그 도에 있을 것.
세 조건을 한꺼번에 만족하는 사람의 명부가 이미 한 권 있었다. 그 관청이 여름까지 쓰던 인사철이다.
셋 — 명부
인사철은 태우지 않았다. 태운 것은 다른 철이다.
경무국 문서와 사상 관계 문서는 8월 중순부터 며칠 동안 소각되었다. 실사와 같다. 그때 태운 목록에 인사철은 들어 있지 않다.
인사철은 태울 이유가 없는 문서다. 그 안에 적힌 것은 이름과 본적과 학력과 근무 연수다. 누구를 다치게 하는 내용이 아니다.
다치게 하지 않는 문서가 그해 가을에 가장 쓸모 있는 문서가 되었다.
쓸모의 내용은 이렇다. 그 철을 펴면 어느 도의 어느 과에 누가 몇 해 있었는지가 한 쪽에 나온다.
같은 것을 새로 조사하려면 사람을 보내고 물어보고 적어야 한다. 그 셋에 드는 시간이 그해 가을에는 없었다.
있는 문서를 쓰는 것과 없는 문서를 만드는 것 사이에서 급한 쪽은 언제나 앞을 고른다.
군정청 인사 담당자와 조선인 보좌의 문답이 조회철 사이에 끼어 있다.
— 후보자를 어디서 구하는가.
— 전임 관청의 인사철에 있다.
— 그 철에 적힌 사람은 전부 그 관청 사람이다.
— 그렇다.
— 다른 명부는 없는가.
— 관청 일을 해 본 사람의 명부는 관청에만 있다.
— 그러면 자격은 무엇으로 정하는가.
— 자격을 새로 정할 시간이 없다.
—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던 것이 자격이 된다.
자격을 새로 정하지 않으면 전임자가 자격이 된다.
이것을 부역이라고 부를 것인지 아닌지를 그해 가을에 정한 사람은 없다. 정할 자리가 없었다.
실사에서는 이 물음이 삼 년 뒤에 국회로 갔다. 여기서는 갈 곳이 다르다. 그것은 뒤의 부에서 나온다.
지금 적을 수 있는 것은 규모뿐이다. 규모는 사람의 뜻과 상관없이 자란다.
관할이 두 배가 되면 필요한 손도 두 배가 된다. 두 배가 된 손을 한 군데에서만 구하면 그 한 군데의 방식이 두 배로 퍼진다.
방식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서식과 결재선과 용어례가 그 방식이다.
옮겨 앉은 사람은 늙어서 물러난다. 그가 쓰던 서식은 물러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그 서식이 덮는 넓이는 실사의 두 배다. 넓이가 두 배면 그것을 고칠 때 드는 힘도 두 배다.
고칠 힘이 두 배로 드는 것은 고치지 않을 이유가 두 배가 된다는 뜻이다. 이유는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다.
넷 — 빈 구분
발령철의 네 구분 가운데 셋은 두꺼워졌다.
유임이 가장 두껍다. 그다음이 신규이고 그다음이 전보다.
해임 구분은 간지만 있고 뒤가 비어 있다. 1962년에 이 권을 정리한 문서관이 그 자리에 각서를 한 줄 붙였다.
각서는 그 구분에 편철된 것이 없다고만 적었다. 왜 없는지는 적지 않았다. 정리 각서에 그것을 적는 칸이 없다.
칸이 없는 것은 묻지 않는다. 묻지 않은 것은 뒤에 세어지지 않는다.
이 권에서 세어진 것은 자리를 옮긴 사람의 수다. 세어지지 않은 것은 자리를 잃은 사람의 수다.
뒤엣것이 영이라서 세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칸이 없어서 세어지지 않았다.
자리를 옮긴 사람은 세어졌고 자리를 잃은 사람은 셀 칸이 없다. 부역이라 부를지 정할 자리는, 이 세계에서 어디에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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