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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제19장 위원부(委員部)

· 58화 중 12화 · 3,459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이천삼백

명부는 세로로 다섯 칸이다. 번호, 성명, 거주지, 소속 교회 또는 단체, 그리고 비고다.

코르닐로프 12화 제19장 위원부(委員部) — 헤더컷

비고란은 대개 비어 있다. 채워진 곳에는 짧은 말이 적혀 있다. 이사, 귀국, 사망, 그리고 「연락 끊김」이다.

이 다섯 칸이 앞으로 스물다섯 해 동안 한 나라의 세입이 된다.


표지에는 제목이 없다. 적힌 것은 날짜 하나다.

1922년 2월 11일. 그가 이 일을 시작한 지 넉 달째 되는 날이다.


표재선, 『계산에 관하여』 제2장 「조건」. 1959년 유고. 활자가 되지 않았다.

원고는 딸이 보관했다. 2004년에 구술을 채록하면서 함께 나왔다.

제2장은 스물두 쪽이고 첫 쪽에 두 문장이 있다.

— 돈에는 조건이 없다. 조건은 사람이 붙이는 것이다.

마지막 쪽 여백에 나중에 덧쓴 글씨가 한 줄 있다. 잉크가 다르고 획이 흔들린다.

덧쓴 해는 적혀 있지 않다.

돈에 조건이 없다는 것은 참이다.

하나 — 네 가지

그가 정한 것은 넷이다. 교회와 동포와 소액과 영수증이다.

교회로 정한 것은 미주 한인이 한 주에 한 번 그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모이는 자리가 그곳밖에 없다.

동포로 정한 것은 미국 사람 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 사람이 조선에 관심을 두는 데는 까닭이 있고 까닭이 있는 돈에는 사람이 딸려 온다.

소액으로 정한 것은 계산이다. 십 달러를 낸 사람은 물을 수 있지만 시킬 수는 없다.

영수증으로 정한 것은 두 번째 계산이다. 받은 것을 두 장으로 적어 한 장을 그 자리에서 주면, 그다음의 모든 물음이 그 종이 한 장 안에서 끝난다.

준 한 장은 낸 사람의 것이고 남은 한 장은 철한다. 철한 것은 워싱턴에 둔다. 스물다섯 해 동안 그 철은 이 사무소를 떠나지 않았다.


— 오늘 한 사람이 백 달러를 낸다 하였소.

— 받지 않았다.

— 왜 받지 않았소.

— 그 사람이 조건을 말했다.

— 무슨 조건이오.

— 상해에 사람 하나를 넣어 달라 하였다.

— 그것은 큰 조건이 아니오.

— 크고 작은 것을 우리가 정하면 다음번에는 저쪽이 정한다.

— 백 달러면 열 사람 몫이오.

— 열 사람은 조건을 말하지 않는다.

— 열 사람을 어디서 찾소.

— 명부에 있다.


한 사람이 백 달러를 내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열 사람이 십 달러씩 내면 아무의 말도 듣지 않아도 된다.

둘 — 만이천

1922년 한 해에 모인 돈은 만이천 달러다.

같은 해 임시정부가 쓴 돈의 절반쯤 된다. 두 수를 나란히 놓은 것은 그가 아니라 뒷사람이다. 그는 자기 결산서에 남의 결산서를 옮겨 적지 않았다.

유고 제2장에 그해 이야기가 여섯 쪽이다. 결산을 적은 대목은 여덟 줄이다.


— 첫해 결산은 만이천이었다.

— 나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적었다.

— 지금도 그 말을 고치지 않는다.

— 우리는 그해에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 약속하지 않고 받은 돈만이 우리 돈이다.

— 나는 스물다섯 해 동안 이 원칙을 어긴 일이 없다.

— 어기지 않은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다.

—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고 여겼다.


그가 적지 않은 것을 여기에 적는다.

한 나라 정부가 쓰는 돈의 절반이 그 나라 밖에 사는 사람들의 소액에서 온다면, 그 정부의 절반은 그 나라 밖에 있다.

밖에 있는 절반은 투표하지 않는다. 세금을 내지 않는다. 조선 땅에 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요구하지 않은 까닭은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다. 요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이 한 갈래로만 들어오는 조직은 그 갈래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묻지 않아도 안다.

조건이 없는 돈이란, 조건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만이천이 상해에서 무엇이 되었는지는 그해 결산서 지출란에 있다. 청사 임차료와 인쇄비와 통신비, 그리고 밀린 봉급이다.

밀린 봉급을 갚은 돈은 다음 해의 밀린 봉급을 막지 못한다. 이듬해에도 봉급은 밀렸다. 갚는 데 쓴 돈은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발매원 셋이 캘리포니아 남쪽 농장 지대를 돌았다. 돌아와서 낸 보고에 팔린 액면이 적혀 있다. 십 달러가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것도 십 달러였다. 같은 사람이 두 번 산 것이다. 규정은 한 사람에게 두 번 권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두 번 사겠다는 것을 막는 조문은 없었다.


코르닐로프 12화 제19장 위원부(委員部) — 전환컷

제2장은 스물두 쪽에서 끝난다.

마지막 쪽 여백에 덧쓴 한 줄은 이렇다.

「이 장은 다시 쓴다.」

원고는 서른일곱 쪽이 더 있고 제2장은 스물두 쪽 그대로다.


「미주 대한인 애국공채 발매 대장」 1919~1924. 제3책.

대장은 다섯 책이다. 제3책이 1923년 한 해분이다.

앞뒤가 떨어져 나가고 여섯 쪽이 남았다. 한 쪽에 스물네 줄이다.

칸은 다섯이다. 번호, 성명, 액면, 수령일, 직업.

직업란은 다른 어느 회계 문서에도 없는 칸이다.

이 칸을 넣으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대장에 적혀 있지 않다.

발매 대장은 돈을 적는 문서다. 이 대장은 사람을 적었다.


공채는 넉 종이다. 액면 십 달러, 이십오 달러, 오십 달러, 백 달러다.

증권 아래쪽에 인쇄된 문구가 있다. 「상환 기일은 독립 후 오 년 내로 한다.」

발행은 임시정부 이름으로 하고 발매는 구미위원부가 맡는다. 두 이름이 한 장에 나란히 찍혀 있다.


제3책 여섯 쪽에서 액면이 차지하는 자리는 이렇다. 매수는 적지 않는다. 앞뒤 쪽이 없어 세지 못한다.

액면(달러)제3책에서
10대부분
25그다음
50드물다
100여섯 줄

백 달러 여섯 줄 가운데 두 줄이 같은 이름이다. 권한 것이 아니라 다시 온 것이다.


십 달러가 대부분인 것은 규정 때문이 아니다. 표지 안쪽에 붙은 종이 때문이다. 발매원 주의사항이고 여덟 줄이다.


— 액면은 낮은 것부터 권한다.

— 한 사람에게 두 번 권하지 아니한다.

— 영수는 두 장을 쓰고 한 장을 그 자리에서 준다.

— 직업을 묻고 들은 대로 적는다. 고쳐 적지 아니한다.

— 못 사겠다는 이의 이름도 적는다.

— 못 사겠다는 까닭은 적지 아니한다.

— 교회에서는 예배가 끝난 뒤에만 권한다.

— 권하고 나면 그 자리를 뜬다.


넷째 줄이 이 대장을 다른 회계 문서와 다르게 만든다.

들은 대로 적으면 무엇이 남는가. 마지막 쪽을 옮긴다. 성명은 성(姓)만 옮긴다.

번호성명액면(달러)직업
22710농장 인부
22810세탁소
22910농장 인부
23025사진결혼
23110농장 인부
23210농장 인부

여섯 줄 가운데 넷이 농장 인부다.


수령일 칸을 세로로 훑으면 날짜가 몰려 있다. 여섯 쪽에 나오는 날짜는 열하루뿐이고 열하루가 모두 일요일이다.


농장 인부의 하루 삯은 이 대장에 없다. 다른 문서에 있다.

십 달러가 며칠 치인가를 알려면 두 문서를 한 상에 놓아야 한다. 두 문서는 소장처가 다르고 정리 번호가 다르다. 한 상에 놓인 적이 없다.

놓이지 않은 두 문서 사이에 이 나라 세입의 대부분이 있다.


다섯 칸 어디에도 상환란이 없다.

상환은 독립 후 오 년 내에 하기로 되어 있었고, 그때 적을 칸은 그때 만들기로 되어 있었다.


『조선 사회주의 운동의 재정 구조』 서울대학교 한국사연구소, 1998. 제1장 「무엇을 세는가」

— 이 운동을 다룬 연구는 많다. 대개 강령과 노선을 다룬다.

— 이 연구는 회비와 인쇄비와 여비를 다룬다.

— 우리가 이 각도를 택한 까닭은 하나다.

— 이 운동은 사상 때문에 시작되었고 돈 때문에 끝났다.

앞의 절반은 여러 사람이 썼다. 뒤의 절반을 쓴 사람은 없다.

1925년 4월 17일, 경성에서 조선공산당이 창당되었다.

하나 — 있었다

이 세계에서도 창당된다. 날짜도 같고 자리도 같다.

바뀐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상이 자금을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상은 조건을 따라온다.

조건은 그대로 있었다. 소작료는 절반을 넘었고 공장 임금은 두 갈래로 갈렸으며 야학은 밤마다 열렸다. 읽을 것이 들어왔고 읽은 사람이 모였다.

창당한 자리는 경성의 어느 음식점 이층이다. 모인 사람은 스물 남짓이고 회의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날 정한 것은 강령과 임원과 회비다. 회비를 정하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강령은 옮겨 적으면 되고 임원은 온 사람 가운데서 뽑으면 되지만, 회비는 낼 수 있는 액수라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생기지 않는 사상은 없다. 돈이 없으면 생긴 뒤에 오래가지 못할 뿐이다.


이 편은 이 사람들을 지우지 않는다. 지울 이유가 없다.

여기에서 바뀌는 것은 사람의 수도 신념의 세기도 아니다. 바뀌는 것은 한 가지다. 바깥에서 오는 돈이 없다.

둘 — 없었다

실사에서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는 사료로 남아 있다. 액수와 경로는 지금도 다투는 중이고, 다툰다는 것 자체가 그 돈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세계에는 그 회의가 없다. 민족과 식민지에 관한 테제가 작성되지 않았고 스물한 개 조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건이 없으면 조건을 받는 자리도 없고, 자리가 없으면 그 자리로 가는 돈도 없다.

바쿠에서 돌아온 어느 대표가 남긴 말이 있다. 「본부가 없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뜻이다.」 그 말을 적을 때 그는 다섯 해 뒤를 몰랐다.

유고 마지막 쪽 여백에 잉크가 다른 한 줄이 덧써 있다. 「이 장은 다시 쓴다.」 덧쓴 해는 적혀 있지 않다.

남은 46화 · 약 162,326자 · 약 3시간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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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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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단독(單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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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부 동등(同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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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