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9부 정본(正本)
39화제66장 헌법(憲法)
셋 — 마지막 조
문경식은 그 여섯 줄을 정확하게 썼다. 여섯 줄 안에 틀린 말이 없다.

정확한 여섯 줄이 답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음이 문면 밖에 있을 때다.
그는 문면 안에서 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갈라 놓았고 갈라 놓은 자리에서 멈추었다. 멈춘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멈춘 자리에 아무도 다시 오지 않았다.
12월 19일 회의에서 위원장이 그 안건을 다음 회의로 넘겼다.
12월 22일 제스물여덟회 의사일정에 그 안건이 없다. 그날 회의는 부칙 제1항과 제2항을 의결하고 산회했다.
부칙 제3항은 문안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조문에서 빠졌다. 빠진 사유는 회의록에 없다.
헌법은 조직법을 존속시키지도 않고 폐지하지도 않았다. 그 조문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은 이듬해 초에 공포되었다.
공포문에 조직법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조직법 쪽에도 헌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두 법은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
부르지 않는 두 법이 한 나라 안에 있으면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다툼이 생긴 날에 정해진다. 다툼이 생긴 날에 정하는 것은 다투는 두 쪽이 아니라 그 다툼을 받는 곳이다.
그 곳이 어디인지는 조직법 제9조가 이미 정해 두었다.
등사본 마흔 부 가운데 한 부가 정치고문실로 갔다.
그 부에도 결론란은 비어 있었다.
『대한민국 초년(初年) 행정 실태 조사』
미합중국 국무부 극동국. 1949년 5월 작성. 내부 참고용.
본문 예순두 쪽, 부록 서른한 쪽. 표지에 배포 등급이 찍혀 있고 등급은 낮다.
본문은 서술과 표 넷으로 되어 있다. 부록은 표만 여덟이다.
부록의 표에는 해설이 붙지 않는다. 붙이지 않은 사유는 이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
1949년 3월, 미 국무부 극동국의 조사관 한 사람이 서울에 넉 주 머물렀다.
하나 — 백열둘
조사관이 먼저 센 것은 법률이다.
첫해에 국회가 의결하고 공포된 법률은 백열두 건이다. 그 백열두 건이 전부 조직법 제4조의 절차를 거쳤다.
제4조의 절차는 두 마디다. 보고되어야 하며, 미합중국 의회는 이를 무효로 할 권한을 유보한다.
보고는 국무부를 거쳐 간다. 국어본과 영역문을 각 세 부씩 붙이고 의결 일자와 공포 일자를 적는다. 서식은 반세기 전 마닐라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옮겼다.
첫해에 무효 처분은 없었다. 한 건도 없다.
조사관은 그 대목을 본문 스물아홉 쪽에 두 줄로 적었다.
보고서 본문의 그 두 줄은 이렇다.
— 보고된 백열두 건 가운데 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없다.
— 이는 제도가 원활히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원활하다는 말은 마찰이 없다는 뜻이다. 마찰이 없는 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닿지 않아서 없을 수도 있고 이미 맞물려서 없을 수도 있다. 두 경우는 밖에서 보면 같은 모양이다.
조사관이 이 대목에서 참고한 것은 마닐라의 전례다. 같은 문면의 조항이 그 섬에서 반세기 가까이 있었다.
그 반세기 동안 무효화 권한이 몇 번 쓰였는지를 그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각주에 「드묾」이라고만 적었다.
드물다는 것과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드문 권한은 쓰이지 않는 동안에도 있다. 있는 것을 아는 쪽이 미리 맞춘다.
보고서 본문은 그 둘을 가르지 않았다.
둘 — 부록의 수
같은 보고서 부록에 다른 수가 하나 있다.
부록 제3표의 표제는 「보고 전 조문 수정 건수」다. 그 표의 값은 열아홉이다.
수정의 경위는 표 밑에 세 줄로 적혀 있다. 보고 서류를 만드는 단계에서 대사관 법률 담당이 초안을 먼저 본다. 그 자리에서 문면이 고쳐진다. 고쳐진 문면으로 보고가 나간다.
그러므로 그 열아홉 건은 보고된 백열두 건 안에 있다. 그리고 무효 처분 통계에는 없다.
무효로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효로 할 만한 것은 보고되기 전에 사라졌다.
| 표 | 무엇을 세는가 | 수 |
|---|---|---|
| 본문 제2표 | 보고된 법률 | 112 |
| 본문 제2표 | 무효 처분을 받은 법률 | 0 |
| 부록 제3표 | 보고 전에 조문이 수정된 법률 | 19 |
조사관은 이 열아홉을 부록에 넣고 본문에 넣지 않았다.
넣지 않은 이유를 그는 적지 않았다. 다만 그의 면담 기록에 그 수를 준 사람의 말이 남아 있다.
법제 담당관과의 면담 기록 넷째 쪽이다.
— 이 열아홉 건은 어디서 나온 수인가.
— 우리 쪽 접수부에서 세었다.
— 대사관 쪽 기록과 맞추어 보았는가.
— 그쪽에는 접수부가 없다.
— 그러면 이 수는 한쪽에서만 나온 것인가.
— 그렇다.
— 내년에도 셀 것인가.
— 세라는 지시가 없다.
— 지시가 없으면 세지 않는가.
— 세는 일에는 사람이 든다.
— 몇 사람이 드는가.
— 한 사람이면 된다. 그 한 사람을 어디서 빼 오는지가 문제다.

접수부는 국회 사무처 법제과에 있었다. 표지에 「대미 보고 접수부」라 적혀 있고 칸이 여섯이다.
여섯째 칸의 표제가 「수정 유무」다. 그 칸을 만든 사람은 첫해에 그 자리에 있던 서기다. 만들라는 지시가 있어서 만든 것이 아니다.
이듬해 실태 조사는 없었다. 그다음 해에도 없었다.
접수부는 계속 쓰였다. 다만 그 칸을 합산하는 표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합산되지 않은 칸은 몇 해가 지나면 세기 어려워진다. 접수부가 남아 있어도 그렇다. 세려면 다시 한 장씩 넘겨야 하고 넘기는 데 드는 사람 수를 아무도 대지 못한다.
첫해에 그 수는 알려져 있었다. 알려져 있던 해가 첫해뿐이었다.
보고서는 그해 여름 워싱턴에서 스물두 부 등사되었다.
부록은 본문과 따로 묶였다. 부록만 따로 받아 간 부서가 있었는지는 배포부에 적혀 있지 않다.
대한민국 외무부 → 주한 미합중국 대사관
「관세율 조정 법률안의 승인 절차에 관한 조회」 및 그 회신
1949년 4월 12일 조회, 4월 19일 회신. 각 한 장.
조회는 국어와 영어를 나란히 적었고 회신은 영어로만 왔다.
조회의 문항은 다섯이고 회신의 답도 다섯이다. 번호가 서로 맞는다.
두 장은 문서철 「제5조 관계」의 맨 앞에 편철되어 있다. 그 문서철은 조회를 낸 날 만들어졌다.
그 승인에는 조건이 붙지 않았다. 조건이 붙지 않은 것이 뒤에 조건이 된다.
하나 — 조회
조직법 제5조는 한 문장이다. 통화·주화·관세·수출입 및 이민에 관한 법률은 미합중국 대통령의 승인을 얻기 전에는 법률이 되지 아니한다.
그 문장에 없는 것이 넷이다. 어디로 보내는지, 누가 받는지, 무엇을 붙이는지, 언제까지 답하는지다.
1949년 봄에 국회가 관세율 조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제5조의 첫 적용이다.
의결한 다음에 아무도 다음 칸을 몰랐다. 외무부가 대사관에 조회를 냈다.
조회 다섯 문항과 회신 다섯 답은 이렇다.
— 승인 요청은 어느 관청을 거치는가.
— 대사관을 거쳐 국무부로 간다.
— 서식이 정해져 있는가.
— 정해진 서식은 없다.
— 무엇을 붙이는가.
— 법률안 영역문 세 부와 국회 의결서 사본 한 부다.
— 회신 기한이 있는가.
—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 요청이 계속되는 동안 법률안의 지위는 무엇인가.
— 법률이 아니다.
다섯 문항 가운데 넷은 절차를 물었고 하나는 지위를 물었다.
절차를 물은 넷에는 답이 왔다. 답의 절반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이다.
지위를 물은 하나에도 답이 왔다. 그 답은 조문에 이미 있었다.
조회를 낸 쪽이 몰라서 물은 것은 절차뿐이다. 나머지 하나는 알면서 적어 두려고 물었다.
둘 — 여섯 주
요청은 4월 하순에 나갔다. 승인은 6월 초에 왔다.
여섯 주다. 조건이 없었고 수정 요구도 없었다.
돌아온 문서는 한 장이다. 요청한 법률안을 승인한다는 한 문장과 일자와 서명이 있다. 이유는 적혀 있지 않다.
여섯 주는 짧은 편이었다. 짧다고 여긴 근거는 마닐라에서 같은 조항이 걸렸던 기간이다. 그쪽 사례에는 여섯 주보다 오래 걸린 것이 있다.
짧게 온 것을 두고 외무부 안에서 두 가지 말이 있었다. 하나는 첫 건이라 빨리 보아 준 것이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볼 것이 없어서 빨랐다는 말이다.
어느 쪽이든 그해에 그것을 문제로 적은 문서는 없다.
그해 여름 통상국 인계 각서에 넉 줄이 남았다.
— 여섯 주가 걸렸다고 적을 것인가.
— 걸렸다고 적으면 늦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 늦지 않았다.
— 그러면 적지 않는다.
기록은 대개 어긋난 것을 남긴다. 맞은 것은 남길 칸이 없다.
이 여섯 주는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남지 않았다. 남지 않은 것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갈 때는 기준이 되어서 넘어간다.
문제로 적히지 않은 절차는 다음에 그대로 쓰인다.
그대로 쓰이는 것을 그 무렵 공문서는 「전례에 의한다」고 적었다. 그 넉 자가 이 나라 관청 문서에서 처음 굳은 자리가 여기다.
전례는 규칙이 아니다. 규칙은 만든 날짜와 만든 사람이 있고 고치는 절차가 있다.
전례에는 그 셋이 다 없다. 대신 전례에는 지운 사람도 없다.
규칙은 고쳐야 바뀌고 전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다.
그해 가을 외무부가 등사물 한 부를 만들었다. 표제는 「제5조 관계 사무 처리 요령」이다.
여덟 쪽이고 항이 열둘이다. 조회와 회신에서 나온 것을 항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제1항은 이렇다. 서식은 따로 정하지 아니하고 전례에 의한다.
「전례에 의한다」 넉 자가 처음 굳은 자리가 여기다. 규칙은 고쳐야 바뀌고, 전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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