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1부 전신(電信)
3화제3장 르보프
하나 — 기억
증거 제1호에 적힌 것은 총사령관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들었다고 하는 사람의 뜻이다.

심문관은 그다음에 대조를 했다. 세 항을 한 항씩 읽고 대본영에서 그 문장이 나왔는지 물었다. 셋 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런 뜻으로 들었다는 것이다.
들은 것과 이해한 것이 다르다는 점은 조서에 두 번 적혀 있다. 두 번 다 르보프 자신이 인정했다.
인정한 자리에서 심문관은 더 묻지 않았다. 더 물으면 무엇을 잘못 이해했는지 가려야 하고, 그것을 가리려면 대본영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 무엇이었는지 정해야 한다. 예심판사부에는 그것을 정할 문서가 없었다.
대본영에서 나온 말을 적어 둔 종이는 그때 이미 두 부 있었다. 예심판사부는 그 두 부의 존재를 아홉 쪽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둘 — 빈 줄
조서 일곱째 쪽 아래에 물음이 하나 있다.
— 누가 당신을 보냈소.
그다음 줄이 비어 있다.
양식 제7호는 답이 없을 때 「답변 없음」이라고 적게 되어 있다. 그 네 자가 적혀 있지 않다. 다음 줄은 새 물음으로 시작한다. 새 물음은 종이의 보관에 관한 것이고 그것부터는 답이 다 적혀 있다.
답하지 않은 것을 서기가 적지 않았을 수 있다. 답이 있었는데 적히지 않았을 수 있다. 조서를 읽고 그 둘을 갈라낼 방법은 없다.
한 줄이 비면 그 줄은 두 가지로 읽힌다. 두 가지 다 예심의 결론이 되지 못한다.
예심은 그해 가을에 끝났다. 결론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유란에는 두 줄이 적혔다. 문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되나 그 문서로 처분된 일이 없다. 처분된 일이 없으므로 죄를 물을 것이 없다.
증거 제1호는 조서 뒤에 붙어 있다. 종이는 관용 괘지이고 접힌 자국이 없다. 접지 않았다는 것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종이는 쓰인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아홉 쪽 가운데 빈 줄은 일곱째 쪽의 그 한 줄뿐이다.
휴즈 인쇄전신기 대화 종이테이프 · 페트로그라드—모길료프
1917년 8월 26일 22시 20분 개통. 22시 42분 절단.
원본은 좁고 긴 띠 한 벌이다. 편철할 때 잘라 붙였고 편철지 여덟 쪽이 되었다.
같은 문면이 모길료프에도 한 벌 인쇄되었다. 두 벌은 뒤에 대조되었다.
표제란에 적힌 것은 「통화(通話)」 두 자다. 무엇에 관한 통화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그 자리는 개통한 사람이 적게 되어 있고, 개통한 사람은 그때 무엇에 관한 통화가 될지 몰랐다.
1917년 8월 26일 밤 열 시 이십 분,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종이를 보고 말했다.
하나 — 기계
휴즈 인쇄전신기는 글자를 종이에 찍는다. 부호를 사람이 옮기지 않는다. 건반을 누르면 상대편 기계가 같은 글자를 찍고 이쪽 기계도 같은 글자를 찍는다.
그러므로 대화가 끝나면 종이가 두 벌 생긴다. 한 벌은 이쪽에, 한 벌은 저쪽에 있다. 둘은 같아야 한다.
이 기계에는 목소리가 없다. 기계 앞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찍어야 알 수 있다. 찍은 이름이 맞는지는 기계가 확인해 주지 않는다.
개통에는 기록부가 따로 있다. 누가 몇 시에 어느 국을 청했는지 기수가 적는다. 그날 밤 기록부에 적힌 청구자는 총리실이고 청구 시각은 22시 11분이다. 개통까지 아홉 분이 걸렸다.
기록부에는 방에 몇 사람이 있었는지 적는 칸이 없다. 그 칸이 있었다면 이 편철본을 두고 뒤에 벌어진 일 가운데 여럿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 페트로그라드 쪽 방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총리와 육군차관과 전신기수다. 모길료프 쪽 방에는 총사령관과 참모부 당직 장교가 있었다.
이 방에 없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낮에 종이 한 장을 적고 나간 사람이다.
둘 — 이십이 분
테이프에는 말한 쪽의 이름이 찍히지 않는다. 글자가 끊이지 않고 이어 나올 뿐이다. 편철할 때 기수가 여백에 연필로 「모」와 「페」를 적어 두었다. 아래에 옮긴 것에서 국명은 그 연필 글씨이고 나머지는 인쇄된 글자다.
편철본 셋째 쪽부터 여섯째 쪽까지를 순서대로 옮긴다.
모길료프 — 기계 앞에 총사령관이오.
페트로그라드 — 총리요.
— 말씀하시오.
— 오늘 낮에 다녀간 사람에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확인해 주시오.
여기서 테이프가 한동안 백지로 나간다. 백지의 길이는 편철지 반 쪽이다. 기계는 돌고 건반은 눌리지 않았다.
— 그 사람이 누구요.
이 여섯 자 뒤에 페트로그라드 쪽 자리가 바뀐다. 편철본에는 자리가 바뀌었다는 표시가 없다. 다음 줄에 다른 이름이 찍혀 있을 뿐이다.
페트로그라드 — 육군차관 사빈코프요.
— 사빈코프인지 알 방법이 있소.
— 이십삼일 저녁에 내가 마지막으로 물은 것과 그대에게서 받은 답을 대겠소.
— 대시오.
— 군단장은. 그것은 내가 정하오.
— 맞소. 말씀하시오.
— 오늘 낮에 이 방에 종이 한 장이 왔소. 세 항이 적혀 있소. 한 항씩 읽겠소.
— 읽으시오.

— 첫째. 페트로그라드에 계엄을 편다.
— 둘째. 모든 군사와 민사의 권력을 총사령관에게 넘긴다.
— 셋째. 각료는 전원 사퇴한다.
— 나는 그런 종이를 쓴 일이 없소. 둘째와 셋째는 내 말이 아니오.
— 그러면 이십사일 아침에 우리가 맞춘 네 항을 읽겠소. 이 문면이 맞는지만 대시오.
— 읽으시오.
— 하나. 제3기병군단을 페트로그라드 근교로 이동시킨다. 이동을 요청하는 쪽은 정부다.
— 둘. 군단은 도착한 날부터 정부의 처분에 둔다.
— 셋. 수도의 계엄은 정부가 편다. 집행은 군관구가 맡는다.
— 넷. 군단에 캅카스 기병사단을 넣지 아니한다. 군단장은 따로 정한다.
— 이 넷이 이십사일의 문면이오.
— 그대로요.
22시 42분에 기수가 테이프를 잘랐다.
셋 — 확인
이 이십이 분에서 바뀐 것은 하나다.
처음 물음은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다녀간 사람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 답하려면 상대가 그 사람이 무엇을 옮겼는지 알아야 하고, 대본영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답하면 답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옮긴 사람의 종이가 뒤에 그 답의 내용이 된다.
두 번째 물음은 종이에 관한 것이었다. 문면을 한 항씩 읽고 그 문면이 맞는지만 물었다. 이 물음에는 답이 하나뿐이다. 맞거나 맞지 않는다.
확인의 대상이 사람에서 문면으로 바뀐 것이 그 밤에 일어난 전부다.
실사의 기록에서 이 자리는 다르게 지나간다. 그 자리에서는 낮에 다녀간 사람의 이름이 다시 나오고, 총사령관은 그 사람이 무엇을 옮겼는지 모르는 채로 확인한다. 확인한 것은 문면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람을 확인하면 확인의 내용은 뒤에 정해진다. 뒤에 정하는 사람은 종이를 가진 쪽이다.
테이프는 두 벌이 남았다. 페트로그라드 것과 모길료프 것이다. 이듬해 조사위원회가 두 벌을 나란히 놓고 자 단위로 대조했다. 두 벌은 같았다.
같은 기계에서 나온 두 벌이 같다는 것을 그때는 적어 둘 일로 여기지 않았다.
그날 밤 자정에 각의가 소집되었다. 소집 통지에 딸린 문서는 둘이었다. 낮에 적힌 종이 한 장과 방금 잘린 테이프다.
각의는 새벽에 끝났다. 거기서 무엇이 정해졌는지는 이 편철본의 소관이 아니다. 편철본이 적고 있는 것은 이십이 분뿐이다.
원본은 좁고 길어서 그대로는 철하지 못한다. 편철할 때 잘라 붙인다. 붙인 자리마다 풀 자국이 남고 그 자국은 스물두 군데다.
스물두 군데는 이십이 분과 아무 상관이 없다. 종이의 길이와 편철지의 너비가 정한 수다.
그런데도 이 편철본을 처음 보는 사람은 대개 그것부터 센다.
임시정부 전신국 발신대장 제17책 · 1917년 8월분
표지 안쪽에 마감 도장이 하나 있고 그 아래에 그달의 발신 건수가 적혀 있다.
대장은 다섯 칸이다. 번호, 부여 시각, 수신처, 본문 유무, 비고 순이다.
번호는 문안이 오기 전에 접수 순서로 매긴다. 매긴 번호는 지우지 않는다.
여기 옮긴 것은 8월 27일 자리의 두 쪽이다.
발신대장의 한 줄은 번호와 시각만 있고 나머지 세 칸이 비어 있다.
| 번호 | 부여 시각 | 수신처 | 본문 | 비고 |
|---|---|---|---|---|
| 제4162호 | 8.27 03:55 | 북부전선군사령부 | 있음 | — |
| 제4163호 | 8.27 04:40 | 보류 | ||
| 제4164호 | 8.27 09:12 | 대본영 병참감부 | 있음 | — |
제4162호는 각의가 끝나기 전에 나갔다. 제4164호는 제3기병군단의 숙영지 배정에 관한 것이다. 이틀 전에 나간 이동 명령의 뒤처리이고 문안은 열두 줄이다.
그 사이가 네 시간 삼십이 분이다.
제4163호의 번호를 청한 부서는 총리실이다. 청구서는 문서철에 있고 청구 시각은 대장의 부여 시각과 같다. 각의는 자정에 열려 새벽에 끝났고 번호는 그 직후에 매겨졌다.
청구서에는 수신처 칸이 있다. 그 칸이 비어 있는 청구서는 그해 팔월에 이것 하나다.
이듬해 조사위원회가 전신국장을 불러 이 두 쪽을 물었다. 제2편에 그 문답이 남았다.
— 번호는 언제 매기오.
— 문안이 오기 전에 매기오.
— 문안이 오지 않으면 어찌하오.
— 비워 두오.
— 비워 둔 번호를 지우지 않소.
— 지우지 않소. 지우면 뒤가 다 밀리오.
— 그러면 이 번호는 무엇이오.
— 매겨진 번호요.
— 매겨진 번호는 나간 문서요.
— 아니오. 나갈 자리요.
— 나가지 않은 자리도 대장에 남소.
— 남소. 그것이 대장이오.
매겨진 번호는 나간 문서가 아니라 나갈 자리요 — 전신국장의 답이다. 제4163호의 비고란 두 자, 「보류」는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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