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4부 공채(公債)
13화제22장 대체(代替)
둘 — 없었다
돈이 드는 곳은 여섯이다. 기관지 인쇄, 연락 여비, 은신처 셋집, 검거된 이의 가족 부조, 변호 비용, 그리고 재건 자금이다.

앞의 다섯은 회비로 감당해 볼 수 있다. 여섯째는 감당되지 않는다. 재건 자금은 조직이 없는 동안에 필요한 돈이고, 조직이 없으면 회비도 걷히지 않는다.
검거는 사람만 데려가는 것이 아니다. 문서를 데려간다. 명부와 회비 대장과 연락처가 한 번에 나간다.
실사에서는 그다음에 바깥에서 돈이 왔고, 그 돈으로 새 명부를 만들 사람이 다시 다녔다. 이 세계에는 그 순서의 두 번째가 없다.
1927년에 압수된 문서 한 장이 보고서 제1장에 실려 있다. 지출을 두고 주고받은 것이다.
— 기관지를 내려면 종이가 있어야 한다.
— 등사판은 있다. 종이가 없다.
— 얼마나 드는가.
— 한 호에 다섯 원이다.
— 다섯 원이 없는가.
— 있다. 다음 달 회비가 다섯 원이다.
— 그러면 내면 된다.
— 내면 다음 달에 여비가 없다.
—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말인가.
— 그렇다.
— 어느 쪽을 고르는가.
— 여비다. 기관지는 안 나와도 되지만 사람은 만나야 한다.
네 차례 검거는 실사와 같은 해에 온다. 다른 것은 그다음이다.
| 차수 | 검거 | 실사 | 이 세계 |
|---|---|---|---|
| 1차 | 1925 | 이듬해 다시 섰다 | 이듬해 다시 섰다 |
| 2차 | 1926 | 그해 다시 섰다 | 그해 다시 섰다 |
| 3차 | 1928 | 그해 다시 섰다 | 경성 안에서만 다시 섰다 |
| 4차 | 1928 | 재건 운동으로 이어졌다 | 이어지지 않았다 |
네 번 무너지는 것은 같다. 네 번째에 이어지는 것이 없다.
셋 — 회비
회비만 남은 조직은 회비의 크기를 넘지 못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산술이다. 회비는 사람 수에 매인다. 사람을 늘리려면 사람이 다녀야 하고, 다니는 데 드는 것이 여비다. 여비를 회비로 내면 회비가 준다.
바깥에서 오는 돈은 이 고리를 한 번 끊어 주는 돈이었다. 이 세계에는 그 돈이 없다.
그러면 다른 쪽 돈은 어떤가. 미주에서 오는 돈이 있다.
그 돈은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막은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 돈을 파는 자리가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 회관에서 십 달러짜리 공채를 사는 사람이 그 돈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가 없었다. 묻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 이 연구는 사상의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 우리가 센 것은 회비와 인쇄비와 여비다.
— 세어 보면 이 운동의 크기가 이 사상의 넓이와 맞지 않는다.
— 사상은 조선 전역에 있었고 조직은 몇 도시에 있었다.
—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신념의 깊이가 아니다.
— 사람이 도(道)를 넘어 다니는 데 드는 돈이다.
값을 적는다.
이 세계에서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도를 넘지 못한다. 도를 넘지 못한 운동은 도 안에서만 셈해지고, 도 안에서 셈해진 것은 전국을 다루는 표에 오르지 않는다.
표에 오르지 않은 것은 뒤에 세는 사람이 세지 않는다. 세지 않은 것을 두고는 아무도 다투지 않는다.
1928년 이후 이 이름으로 된 문서는 나오지 않는다.
없어진 것은 이름이다. 사람은 그대로 있었고 밤에 모이는 자리도 남아 있었다. 남지 않은 것은 그 자리를 다른 자리와 잇는 여비다.
압수 목록 마지막 줄에 등사판 한 대가 적혀 있다. 종이는 적혀 있지 않다.
『대한민국 중등 국사』 1978년판, 제8장 「민족 역량의 결집」 도입부
— 1920년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 그러나 1927년을 전후하여 그 갈래가 하나로 모아졌다.
— 이는 우리 민족이 분열보다 단결을 택한 결과였다.
— 이 시기 이후 우리 독립운동에는 좌우의 대립이 없었다.
이 표제는 1978년판에서 처음 들어갔다. 1962년판 같은 자리에는 다른 표제가 있었고 그 아래에 세 문단이 더 있었다.
1978년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시기 이후 좌우의 대립은 없었다.
하나 — 두 갈래
실사에서 1920년대의 독립운동은 두 개의 자금원 위에 서 있었다.
하나는 모스크바다. 1921년부터 왔고 액수와 경로는 지금도 다툰다. 다툰다는 것은 그 돈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나는 미주다. 교회와 한인회와 공채다. 이쪽은 액수를 다투지 않는다. 영수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자금원이 두 노선을 만들었다. 노선이 두 자금원을 만든 것이 아니다.
받는 쪽은 주는 쪽의 서식을 쓴다. 신청서와 보고서의 칸이 다르면 채워 넣을 내용이 달라지고, 내용이 달라지면 몇 해 뒤에는 말이 달라진다. 서식은 그렇게 노선이 된다.
서식만이 아니다. 회계 연도가 다르면 결산 시기가 다르고 결산 시기가 다르면 회의 시기가 달라진다. 두 조직이 같은 달에 모이지 못하면 같은 안건을 다루지 못한다.
| 실사 | 이 세계 | |
|---|---|---|
| 자금원 | 둘 | 하나 |
| 노선 | 둘 | 하나 |
| 노선 통합 회의 | 여러 차례 | 없음 |
| 통합 결과 | 이루어지지 않음 | 물을 것이 없음 |
1927년은 실사에서 합작의 해다. 그해 2월 경성에서 좌우가 한 단체를 세웠다. 세우는 데 여러 해가 걸렸고 무너지는 데 네 해가 걸렸다.
합작이란 갈래가 둘일 때 쓰는 말이다. 이 세계의 1927년 2월에는 아무 일도 없다. 합작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결집」이라고 쓴 자리에는 회의도 협정도 없다. 있는 것은 갈래가 하나뿐인 상태다.

만주의 부대도 실사에서는 두 갈래였다. 한쪽은 상해에서 보증을 받았고 한쪽은 다른 데서 받았다. 같은 강을 건너 같은 마을에서 걷었고 걷은 뒤에 서로를 쳤다.
이 세계에서는 걷는 쪽이 하나다. 하나여서 서로를 치지 않는다. 걷히는 쪽은 그 차이를 알지 못한다.
실사의 두 갈래는 값을 치렀다. 통합 회의는 번번이 깨졌고, 깨진 자리에서 사람이 갈라졌으며, 갈라진 자리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 수는 지금도 셈이 갈린다.
이 편은 그것을 잘된 일로 적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반대도 적지 않는다.
두 갈래가 없으면 다툼도 없다. 다툼이 없다는 것과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같지 않다.
둘 — 하나
이 세계에 남은 갈래 하나를 뜯어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액면 십 달러. 자리는 교회 회관. 요일은 일요일. 파는 사람은 다닌 날만큼 삯을 받는 발매원.
그 돈을 낸 사람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어느 문서에도 없다. 물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발매원이 돌아와 내는 보고에는 물음을 적는 칸이 없다. 적는 칸은 셋이다. 다닌 날수, 판 액면, 못 판 집이다.
못 판 집에 왜 못 팔았는지를 적는 칸도 없다. 까닭을 적으면 다음 발매원이 그 집을 건너뛴다고 주의사항에 적혀 있다.
1927년 봄에 캘리포니아에서 한인회 대의원회가 열렸다. 회의록은 넉 장이고 그중 한 대목이 이렇다.
— 우리가 낸 돈으로 상해에서 무엇을 하오.
— 정부를 유지한다.
— 유지한다는 것이 무엇이오.
— 청사를 두고 사람을 두고 문서를 낸다.
— 그 정부가 어느 쪽이오.
— 어느 쪽이라니.
— 요새 신문에 좌우라는 말이 나오오.
— 우리 규정에 그런 칸은 없다.
— 칸이 없어도 우리는 묻소.
— 물으시오. 나는 답할 것이 없다.
— 답할 것이 없다는 것이 답이오.
— 그렇게 들으셔도 된다.
그날 대의원회는 아무것도 의결하지 않았다. 의결할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다.
조건을 붙인 것은 돈이 아니다. 그 돈을 낸 사람들이고, 그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었다.
셋 — 제5조
1927년 가을 상해에서 요청이 하나 왔다. 만주의 부대에 겨울 옷과 식량을 보내 달라는 것이다.
워싱턴은 회신하는 데 열이레가 걸렸다. 그 열이레 동안 사무소 안에서 오간 말이 사무 일지에 남았다.
— 만주로 보낼 수 있는가.
— 규정 제5조에 걸린다.
— 제5조가 무엇인가.
— 지출은 수령인의 영수로만 증명한다.
— 그쪽은 영수를 쓰지 못한다.
— 쓰면 이름이 남는다.
— 이름이 남으면 잡힌다.
— 그러면 보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 규정대로 하면 그렇다.
— 규정을 고치면 되지 않는가.
— 고치면 낸 사람들이 묻는다.
— 무엇을 묻는가.
— 어디로 갔는가를 묻는다.
— 답하면 되지 않는가.
— 답하면 그쪽이 잡힌다.
— 답하지 않으면.
— 다음 해에 사지 않는다.
영수증을 쓸 수 있는 일에만 돈이 갔다.
열이레째 나간 회신은 석 줄이다.
— 요청한 항목은 규정 제5조의 증빙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
— 위원부는 대신 겨울 옷을 상해로 보낸다.
— 상해에서 어디로 가는지는 위원부가 묻지 아니한다.
상해는 겨울 옷을 받았다. 만주에 닿았는지는 이 문서철에 없다.
영수증을 쓸 수 있는 일은 이런 것이다. 청사 임차, 인쇄, 통신, 봉급, 외교 여비, 선전물 배포.
쓸 수 없는 일은 이런 것이다. 무기, 화약, 국경을 넘는 일, 사람을 숨기는 일, 숨은 사람에게 밥을 대는 일.
앞의 목록은 문서를 남기고 뒤의 목록은 남기지 않는다. 문서를 남기지 않는 일에는 돈이 가지 않았고, 돈이 가지 않은 일은 그다음 해에 목록에서 빠졌다.
노선을 정한 것은 회의가 아니다. 회계 규정 한 조다.
겨울 옷은 상해까지 갔다. 만주에 닿았는지는 그 문서철에 없다. 노선을 정한 것은 회의가 아니라 회계 규정 한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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