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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제35장 무명(無名)

· 58화 중 20화 · 3,47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백열여덟

아홉 건에 남은 것도 이름 전부가 아니다. 남은 형태가 셋으로 갈린다.

코르닐로프 20화 제35장 무명(無名) — 헤더컷
남은 형태어디에 남았는가
성(姓) 한 자중국 지방정부의 조서
별명1970년대 구술
성명 석 자총독부 수배 문서

성명 석 자가 온전히 남은 것은 수배가 붙은 쪽이다. 쫓은 쪽이 적어 두었기 때문에 남았다.

수배 문서는 상금 액수와 인상착의를 적는다. 적는 목적이 잡는 데 있으므로 틀리면 안 되고, 틀리면 안 되므로 확인을 거쳐 적는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조선인 무장 활동에 관한 가장 정확한 인적 사항은 총독부 문서에 있다.


이름이 남으려면 그 이름을 적어 두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적어 두는 자리는 셋 중 하나다. 급여를 주는 곳, 명령을 내리는 곳, 그리고 쫓는 곳이다. 앞의 둘이 없으면 셋째만 남는다.

열네 해 전 바쿠에서 돌아온 어느 대표가 남긴 말이 있다. 본부가 없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말에는 뒤가 있다.

본부가 없으면 이름도 없다. 이름은 본부가 만드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둘 — 아홉

보고서 제4장은 구술 채록이다. 1970년대에 스물두 사람을 만났고 그중 열아홉이 이름을 대지 못했다.

이름을 잊은 것이 아니다. 애초에 부르는 이름이 없었다. 제4장에 실린 한 대목을 옮긴다.


— 그 부대의 이름이 무엇이었는가.

— 이름은 없다.

— 서로 무어라 불렀는가.

— 형이라고 불렀다.

— 대장은 있었는가.

— 있었다.

— 어떻게 정했는가.

— 나이로 정했다.

— 명령은 누가 내렸는가.

— 그날 그 자리에서 정했다.

— 그 대장의 이름을 아는가.

— 성은 안다.

— 이름은.

— 물어본 적이 없다.

— 왜 물어보지 않았는가.

— 물어서 알면 잡혔을 때 말하게 된다.


마지막 줄이 이 장의 결론이다.

이름을 적지 않는 것은 그 조건에서 옳은 선택이었다. 적어 두면 문서가 되고 문서가 되면 잡히는 날 남의 손에 들어간다.

옳은 선택이 사십 년 뒤에 이름 없는 백아홉 줄이 되었다.


실사에서 이 사람들의 이름이 남은 경로는 하나다. 부대에 번호가 붙고 그 번호가 급여 대장에 적히고 그 대장이 뒤에 서고로 들어간 경로다.

그 경로의 첫 고리는 만주에 있지 않았다. 훨씬 위에 있었고 훨씬 멀리 있었다.

이 세계에서 그 고리는 1919년 3월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들어지지 않은 것과 만들어졌다가 없어진 것은 뒤에 세는 사람에게 같아 보인다. 둘 다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그 둘을 구별하려고 세 갈래를 겹쳤다. 겹쳐서 나온 것이 백열여덟이고, 구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 부록의 마지막 쪽은 백지 한 장이다.

표제만 인쇄되어 있다. 「지도자명 미확인 활동 일람.」 그 아래에 줄이 백아홉 개 그어져 있고 줄마다 번호가 붙어 있다.

번호 옆의 칸은 비어 있다. 채울 자료가 나오면 채우기로 하고 그렇게 인쇄했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국경 방면 사건 일지」 1937년 6월분

일지는 한 달에 한 쪽이다. 세로로 날짜 칸이 서른이고 가로로 기재란이 하나다.

기재란에는 그날 관내에서 보고된 것을 한 줄로 적는다.

보고가 없는 날에도 적는다. 「특기 사항 없음.」 비워 두지 않는다.

이 쪽에서 그 여섯 글자는 스물두 칸이다.

6월 4일 칸도 그 스물두 칸에 들어 있다.

6월 4일 칸에 적힌 것은 여섯 글자다.


기재 요령은 표지 뒤에 붙어 있다. 여섯 줄이다.


— 보고가 있으면 건수와 요지를 적는다.

— 보고가 없으면 없다고 적는다.

— 없다고 적는 것도 기재다.

— 기재하지 않은 칸은 감사에서 걸린다.

— 없다고 적은 칸은 걸리지 않는다.

— 적은 것과 있었던 것이 다를 때는 적은 것을 따른다.


닷새 치를 옮긴다. 이 쪽에서 글자가 다른 대목이다.

일자기재
6월 2일도강자 조사 2건
6월 3일특기 사항 없음
6월 4일특기 사항 없음
6월 5일특기 사항 없음
6월 6일밀수 검거 1건

같은 여섯 글자가 사흘 이어진 자리는 이 쪽에 여러 군데 있다.


실사에서 그날 그 자리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건수로는 한 건이다. 일지의 기재란 한 줄이면 다 적힌다. 그 한 줄이 다음 날 신문으로 옮겨 가고, 신문에서 이름 하나가 활자가 되었다.

이름은 사건이 만든다. 사건은 그 사건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든다. 조직은 그 조직을 먹여 살릴 돈이 만든다.

이 편에서 마지막 고리가 스무 해 전에 끊어졌다.


코르닐로프 20화 제35장 무명(無名) — 전환컷

그러므로 이 쪽에는 이름이 없다.

없는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그 이름을 적은 신문 기사가 없고, 그 기사를 읽고 밖에 무엇이 있다고 믿게 될 사람도 없다.

이 한 칸이 뒤에 오는 일곱 해를 정한다.


일지 1937년분은 열두 쪽이 다 남았다.

열두 쪽을 통틀어 기재란이 두 줄이 된 날은 없다. 서식이 한 줄이기 때문이다.


『조선 사회주의 운동 지도부의 형성에 관하여』 국사편찬위원회, 2015 · 제3장

제3장은 계보를 다룬다. 계보란 누가 누구를 거쳐 자리에 올랐는가의 사슬이다.

이 장이 세는 것은 사상의 갈래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지는 자리다.

자리는 셋으로 분류된다. 감옥, 다른 나라의 학교와 당, 그리고 부대다.

셋 가운데 둘은 조직이 있어야 생긴다.

제3장의 표는 세 열로 짜여 있고 이 판본에서 두 열은 비어 있다.

계보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만든다.

하나 — 계보

사상은 책으로 옮는다. 책은 국경을 넘고 번역되고 등사된다. 그 경로에는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지도부는 다르다. 지도부는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데서 생기고, 알아보려면 같은 자리에 여러 해 같이 있어야 한다.

같이 있는 자리가 셋이다. 세 자리가 세 계보가 된다.

계보만들어지는 자리유지에 드는 것이 세계
국내감옥과 법정없다있다
연안다른 나라의 당과 학교여비와 학비없다
만주부대와 급여 대장급여와 보급없다

셋째 칸이 이 표의 전부다.

감옥에 들어가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잡아 넣는 쪽이 비용을 댄다. 나머지 둘은 누군가 대야 하고 이 세계에는 댈 곳이 없다.

셋 가운데 하나만 공짜다. 남는 것이 공짜인 쪽이다.


둘째 열이 왜 비는가부터 적는다.

다른 나라의 당과 학교에 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거기까지 가는 여비, 거기서 먹는 값, 그리고 받아 주는 쪽의 정원이다. 앞의 둘은 보내는 쪽이 대고 셋째는 받는 쪽이 정한다.

받는 쪽이 정원을 정하려면 그 정원을 관리하는 국제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 세계에 그 조직은 서지 않았다.

셋째 열은 앞의 회차들이 이미 세었다. 부대가 있고 급여가 없으면 대장이 생기지 않는다.


보고서 제3장의 방법론 대목을 옮긴다.


— 우리는 강령의 유사성으로 계보를 나누지 않았다.

— 강령은 같은 책을 읽으면 같아진다.

— 우리가 본 것은 세 가지다.

—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가.

— 누가 누구의 뒤를 이었는가.

— 누가 누구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가.

— 셋째 것이 가장 잘 남는다.

— 이름을 아는 관계는 조서에 적히기 때문이다.

둘 — 옥중(獄中)

감옥은 사람을 오래 한자리에 둔다. 그것이 감옥의 기능이고 그 기능은 뜻하지 않은 것을 하나 만든다.

같은 방에 넉 해를 있으면 서로를 안다. 나가는 날짜가 다르므로 먼저 나간 사람이 뒤에 나올 사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관계가 계보다.

1938년 어느 형무소에서 오간 말이 뒤에 채록되었다. 두 사람은 같은 방이었고 형기가 서로 달랐다.


— 자네는 내년에 나간다.

— 나가면 무엇을 하는가.

— 사람을 만난다.

— 누구를 만나는가.

— 여기서 나간 사람들이다.

— 그것뿐인가.

— 그것뿐이다.

— 밖에는 없는가.

— 밖이 어디인가.

— 만주나 그보다 먼 데다.

— 나는 열아홉에 들어와서 밖을 모른다.

— 나도 모른다.

— 아는 사람이 있는가.

— 여기 있는 사람 중에는 없다.

— 그러면 없는 것으로 하자.

— 없는 것으로 해도 우리는 남는다.


감옥은 지도자를 만들지만 군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 문장이 이 장의 결론이다.

감옥에서 만들어진 사람은 견디는 법을 안다. 견디는 법은 조직을 잇는 법과 다르다. 조직을 이으려면 명부와 급여와 보급을 다뤄 본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감옥에서 배워지지 않는다.

실사에서 그 셋을 다뤄 본 사람들은 만주에서 왔다. 부대에는 대장이 있고 대장 밑에 회계가 있고 회계 밑에 대장(臺帳)이 있다.

대장을 다뤄 본 사람은 사람을 숫자로 놓는 데 익숙하다. 익숙한 것이 좋은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1945년 가을에 필요한 것은 그 익숙함이었다.

이 세계의 국내 계보에는 그 익숙함이 없다. 그들이 오래 다뤄 본 것은 조서와 판결문과 면회 절차다.

셋 — 일곱 해 뒤

한 해 전 유월의 일지 한 쪽이 이 계산의 앞자리에 놓인다.

그 쪽의 6월 4일 칸은 여섯 글자로 채워져 있었다. 그 여섯 글자는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날 일을 낼 조직이 없었다는 뜻이다.

조직이 없으면 사건이 없고 사건이 없으면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으면 일곱 해 뒤에 그 이름으로 부를 계보도 없다.

만들어지지 않은 계보는 뒤에 자리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 다툴 자리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감옥은 지도자를 만들지만 군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1945년 가을에 필요한 익숙함은 이 세계의 계보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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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로프전 58화

제1부 전신(電信)

1서장2제2장 사자(使者)3제3장 르보프4제5장 미발(未發)5제7장 감옥

제2부 의회(議會)

6제9장 개회(開會)7제12장 국제(國際)

제3부 만세(萬歲)

8제14장 선언(宣言)9제15장 파리10제17장 영(零)11제18장 유월

제4부 공채(公債)

12제19장 위원부(委員部)13제22장 대체(代替)14제23장 두 갈래15제25장 장부(帳簿)16제27장 빚17제28장 청문(聽聞)18제30장 십칠만

제5부 군자금(軍資金)

19제32장 없음20제35장 무명(無名)21제37장 셋과 하나

제6부 전시(戰時)

22제40장 광복군(光復軍)23제42장 각서(覺書)24제45장 위도(緯度)25제46장 상륙(上陸)

제7부 단독(單獨)

26제47장 유임(留任)27제49장 인민(人民)28제51장 서식(書式)29제52장 고문(顧問)30제54장 신탁(信託)31제55장 상대(相對)32제57장 전문(電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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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부 유보지(留保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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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부 동등(同等)

46제81장 개항(開港)47제83장 반환(返還)48제85장 예순

제12부 대조(對照)

49제87장 이본50제89장 유보51제90장 감독52제92장 빈칸53제94장 유고(遺稿)54제96장 표결(票決)

제13부 자주(自主)

55제97장 아홉 조56제98장 팔십 년57제99장 값58제100장 표지(表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