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닐로프 제5부 군자금(軍資金)
20화제35장 무명(無名)
하나 — 백열여덟
아홉 건에 남은 것도 이름 전부가 아니다. 남은 형태가 셋으로 갈린다.

| 남은 형태 | 어디에 남았는가 |
|---|---|
| 성(姓) 한 자 | 중국 지방정부의 조서 |
| 별명 | 1970년대 구술 |
| 성명 석 자 | 총독부 수배 문서 |
성명 석 자가 온전히 남은 것은 수배가 붙은 쪽이다. 쫓은 쪽이 적어 두었기 때문에 남았다.
수배 문서는 상금 액수와 인상착의를 적는다. 적는 목적이 잡는 데 있으므로 틀리면 안 되고, 틀리면 안 되므로 확인을 거쳐 적는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조선인 무장 활동에 관한 가장 정확한 인적 사항은 총독부 문서에 있다.
이름이 남으려면 그 이름을 적어 두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적어 두는 자리는 셋 중 하나다. 급여를 주는 곳, 명령을 내리는 곳, 그리고 쫓는 곳이다. 앞의 둘이 없으면 셋째만 남는다.
열네 해 전 바쿠에서 돌아온 어느 대표가 남긴 말이 있다. 본부가 없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말에는 뒤가 있다.
본부가 없으면 이름도 없다. 이름은 본부가 만드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둘 — 아홉
보고서 제4장은 구술 채록이다. 1970년대에 스물두 사람을 만났고 그중 열아홉이 이름을 대지 못했다.
이름을 잊은 것이 아니다. 애초에 부르는 이름이 없었다. 제4장에 실린 한 대목을 옮긴다.
— 그 부대의 이름이 무엇이었는가.
— 이름은 없다.
— 서로 무어라 불렀는가.
— 형이라고 불렀다.
— 대장은 있었는가.
— 있었다.
— 어떻게 정했는가.
— 나이로 정했다.
— 명령은 누가 내렸는가.
— 그날 그 자리에서 정했다.
— 그 대장의 이름을 아는가.
— 성은 안다.
— 이름은.
— 물어본 적이 없다.
— 왜 물어보지 않았는가.
— 물어서 알면 잡혔을 때 말하게 된다.
마지막 줄이 이 장의 결론이다.
이름을 적지 않는 것은 그 조건에서 옳은 선택이었다. 적어 두면 문서가 되고 문서가 되면 잡히는 날 남의 손에 들어간다.
옳은 선택이 사십 년 뒤에 이름 없는 백아홉 줄이 되었다.
실사에서 이 사람들의 이름이 남은 경로는 하나다. 부대에 번호가 붙고 그 번호가 급여 대장에 적히고 그 대장이 뒤에 서고로 들어간 경로다.
그 경로의 첫 고리는 만주에 있지 않았다. 훨씬 위에 있었고 훨씬 멀리 있었다.
이 세계에서 그 고리는 1919년 3월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들어지지 않은 것과 만들어졌다가 없어진 것은 뒤에 세는 사람에게 같아 보인다. 둘 다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그 둘을 구별하려고 세 갈래를 겹쳤다. 겹쳐서 나온 것이 백열여덟이고, 구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 부록의 마지막 쪽은 백지 한 장이다.
표제만 인쇄되어 있다. 「지도자명 미확인 활동 일람.」 그 아래에 줄이 백아홉 개 그어져 있고 줄마다 번호가 붙어 있다.
번호 옆의 칸은 비어 있다. 채울 자료가 나오면 채우기로 하고 그렇게 인쇄했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국경 방면 사건 일지」 1937년 6월분
일지는 한 달에 한 쪽이다. 세로로 날짜 칸이 서른이고 가로로 기재란이 하나다.
기재란에는 그날 관내에서 보고된 것을 한 줄로 적는다.
보고가 없는 날에도 적는다. 「특기 사항 없음.」 비워 두지 않는다.
이 쪽에서 그 여섯 글자는 스물두 칸이다.
6월 4일 칸도 그 스물두 칸에 들어 있다.
6월 4일 칸에 적힌 것은 여섯 글자다.
기재 요령은 표지 뒤에 붙어 있다. 여섯 줄이다.
— 보고가 있으면 건수와 요지를 적는다.
— 보고가 없으면 없다고 적는다.
— 없다고 적는 것도 기재다.
— 기재하지 않은 칸은 감사에서 걸린다.
— 없다고 적은 칸은 걸리지 않는다.
— 적은 것과 있었던 것이 다를 때는 적은 것을 따른다.
닷새 치를 옮긴다. 이 쪽에서 글자가 다른 대목이다.
| 일자 | 기재 |
|---|---|
| 6월 2일 | 도강자 조사 2건 |
| 6월 3일 | 특기 사항 없음 |
| 6월 4일 | 특기 사항 없음 |
| 6월 5일 | 특기 사항 없음 |
| 6월 6일 | 밀수 검거 1건 |
같은 여섯 글자가 사흘 이어진 자리는 이 쪽에 여러 군데 있다.
실사에서 그날 그 자리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건수로는 한 건이다. 일지의 기재란 한 줄이면 다 적힌다. 그 한 줄이 다음 날 신문으로 옮겨 가고, 신문에서 이름 하나가 활자가 되었다.
이름은 사건이 만든다. 사건은 그 사건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든다. 조직은 그 조직을 먹여 살릴 돈이 만든다.
이 편에서 마지막 고리가 스무 해 전에 끊어졌다.

그러므로 이 쪽에는 이름이 없다.
없는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그 이름을 적은 신문 기사가 없고, 그 기사를 읽고 밖에 무엇이 있다고 믿게 될 사람도 없다.
이 한 칸이 뒤에 오는 일곱 해를 정한다.
일지 1937년분은 열두 쪽이 다 남았다.
열두 쪽을 통틀어 기재란이 두 줄이 된 날은 없다. 서식이 한 줄이기 때문이다.
『조선 사회주의 운동 지도부의 형성에 관하여』 국사편찬위원회, 2015 · 제3장
제3장은 계보를 다룬다. 계보란 누가 누구를 거쳐 자리에 올랐는가의 사슬이다.
이 장이 세는 것은 사상의 갈래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지는 자리다.
자리는 셋으로 분류된다. 감옥, 다른 나라의 학교와 당, 그리고 부대다.
셋 가운데 둘은 조직이 있어야 생긴다.
제3장의 표는 세 열로 짜여 있고 이 판본에서 두 열은 비어 있다.
계보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만든다.
하나 — 계보
사상은 책으로 옮는다. 책은 국경을 넘고 번역되고 등사된다. 그 경로에는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지도부는 다르다. 지도부는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데서 생기고, 알아보려면 같은 자리에 여러 해 같이 있어야 한다.
같이 있는 자리가 셋이다. 세 자리가 세 계보가 된다.
| 계보 | 만들어지는 자리 | 유지에 드는 것 | 이 세계 |
|---|---|---|---|
| 국내 | 감옥과 법정 | 없다 | 있다 |
| 연안 | 다른 나라의 당과 학교 | 여비와 학비 | 없다 |
| 만주 | 부대와 급여 대장 | 급여와 보급 | 없다 |
셋째 칸이 이 표의 전부다.
감옥에 들어가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잡아 넣는 쪽이 비용을 댄다. 나머지 둘은 누군가 대야 하고 이 세계에는 댈 곳이 없다.
셋 가운데 하나만 공짜다. 남는 것이 공짜인 쪽이다.
둘째 열이 왜 비는가부터 적는다.
다른 나라의 당과 학교에 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거기까지 가는 여비, 거기서 먹는 값, 그리고 받아 주는 쪽의 정원이다. 앞의 둘은 보내는 쪽이 대고 셋째는 받는 쪽이 정한다.
받는 쪽이 정원을 정하려면 그 정원을 관리하는 국제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 세계에 그 조직은 서지 않았다.
셋째 열은 앞의 회차들이 이미 세었다. 부대가 있고 급여가 없으면 대장이 생기지 않는다.
보고서 제3장의 방법론 대목을 옮긴다.
— 우리는 강령의 유사성으로 계보를 나누지 않았다.
— 강령은 같은 책을 읽으면 같아진다.
— 우리가 본 것은 세 가지다.
—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가.
— 누가 누구의 뒤를 이었는가.
— 누가 누구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가.
— 셋째 것이 가장 잘 남는다.
— 이름을 아는 관계는 조서에 적히기 때문이다.
둘 — 옥중(獄中)
감옥은 사람을 오래 한자리에 둔다. 그것이 감옥의 기능이고 그 기능은 뜻하지 않은 것을 하나 만든다.
같은 방에 넉 해를 있으면 서로를 안다. 나가는 날짜가 다르므로 먼저 나간 사람이 뒤에 나올 사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관계가 계보다.
1938년 어느 형무소에서 오간 말이 뒤에 채록되었다. 두 사람은 같은 방이었고 형기가 서로 달랐다.
— 자네는 내년에 나간다.
— 나가면 무엇을 하는가.
— 사람을 만난다.
— 누구를 만나는가.
— 여기서 나간 사람들이다.
— 그것뿐인가.
— 그것뿐이다.
— 밖에는 없는가.
— 밖이 어디인가.
— 만주나 그보다 먼 데다.
— 나는 열아홉에 들어와서 밖을 모른다.
— 나도 모른다.
— 아는 사람이 있는가.
— 여기 있는 사람 중에는 없다.
— 그러면 없는 것으로 하자.
— 없는 것으로 해도 우리는 남는다.
감옥은 지도자를 만들지만 군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 문장이 이 장의 결론이다.
감옥에서 만들어진 사람은 견디는 법을 안다. 견디는 법은 조직을 잇는 법과 다르다. 조직을 이으려면 명부와 급여와 보급을 다뤄 본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감옥에서 배워지지 않는다.
실사에서 그 셋을 다뤄 본 사람들은 만주에서 왔다. 부대에는 대장이 있고 대장 밑에 회계가 있고 회계 밑에 대장(臺帳)이 있다.
대장을 다뤄 본 사람은 사람을 숫자로 놓는 데 익숙하다. 익숙한 것이 좋은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1945년 가을에 필요한 것은 그 익숙함이었다.
이 세계의 국내 계보에는 그 익숙함이 없다. 그들이 오래 다뤄 본 것은 조서와 판결문과 면회 절차다.
셋 — 일곱 해 뒤
한 해 전 유월의 일지 한 쪽이 이 계산의 앞자리에 놓인다.
그 쪽의 6월 4일 칸은 여섯 글자로 채워져 있었다. 그 여섯 글자는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날 일을 낼 조직이 없었다는 뜻이다.
조직이 없으면 사건이 없고 사건이 없으면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으면 일곱 해 뒤에 그 이름으로 부를 계보도 없다.
만들어지지 않은 계보는 뒤에 자리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 다툴 자리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감옥은 지도자를 만들지만 군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1945년 가을에 필요한 익숙함은 이 세계의 계보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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