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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제13장 창고

· 58화 중 8화 · 3,426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차 상자

그가 밑줄 그은 줄은 이것이다. — 원고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이 재판소는 확정할 수 없다.

국적 없는 나라 8화 제13장 창고 — 헤더컷

— 그 아래에 그는 두 글자를 적었다. 「우리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은 것과 아무도 읽지 않은 것을 그는 그때 구별하지 않았다.

둘 — 물음

그는 조문을 먼저 쓰지 않았다. 공책 첫 장에 물음을 셋 적었다.


— 나는 조문을 먼저 쓰지 않았다.

— 나는 물음을 먼저 적었다. 세 개였다.

— 하나. 땅이 없을 때 국민은 무엇으로 확인되는가.

— 둘. 확인하지 못한 사람은 국민인가.

— 셋. 확인하는 일에 드는 돈은 누가 내는가.

— 첫째 물음의 답을 찾는 데 이레가 걸렸다. 명부다.

— 둘째 물음의 답은 첫째 답에서 저절로 나왔다. 나는 그것을 답이라고 생각했다.

— 셋째 물음의 답을 찾는 데는 두 달이 걸렸다.


두 달 동안 그가 읽은 것은 둘이다. 하나는 1949년 11월 24일 법률 제70호 재외국민등록법이다. 두 해 전에 만들어졌고 그때는 등록이 편의였다.

다른 하나는 런던에 있는 어느 정부의 예산서다. 그 정부는 열두 해째 자기 땅 없이 있었고, 세입란의 첫 줄에 국민이 내는 돈이 적혀 있었다. 그 줄의 이름을 그는 옮겨 적지 않았다.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고 유고에 적혀 있다.

첫째의 답이 제3조가 되고, 둘째의 답이 제3조의 뒷문장이 되고, 셋째의 답이 제4조가 된다. 조문의 번호는 물음의 번호와 다르지만 순서는 같다.

둘째 물음의 답을 그는 여덟 글자로 적었다. 「확인하지 아니한다.」

이 답에는 국민이 아니라는 말이 없다. 확인하지 않는다는 말만 있다. 그는 그 차이를 알고 썼다.

차이를 알고 쓴 문장이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읽히는 데는 열아홉 해가 걸린다.

셋 — 여백

초안은 넉 장이었다. 첫 장 오른쪽 여백에 연필로 적은 세 줄이 있다. 유고에 그대로 옮겨졌고, 1991년 공개본 제2장 끝에 그 쪽의 사진이 실렸다.

나라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은 땅과 사람과 정부라고 배웠다.

우리에게는 사람이 있고 정부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정확히 세면 된다.

명부는 나라보다 오래간다.

앞의 두 줄은 그가 배운 것이고 마지막 줄은 그가 지어낸 것이다.

배운 것의 출처는 1933년 몬테비데오에서 서명된 협약 제1조다. 거기에 국가의 요건이 넷 적혀 있다. 항구적인 인구, 명확한 영토, 정부, 그리고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을 능력이다.

그는 셋만 적었다.

빠뜨린 것은 넷째다.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을 능력. 1952년 1월에 이 정부가 실제로 가지고 있던 것이 그것이었다. 총회 결의 한 항과 옵서버 대표부 자리와 아홉 나라가 받아 주는 여권이다.

그는 가진 것을 세지 않고 없는 것을 셋 가운데 하나로 셌다.


넷째 요건을 그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유고 제2장에 그것을 두고 오간 말이 한 대목 남아 있다. 물은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한 사람이 물었다. — 요건이 넷이라고 들었다.

— 넷이다.

— 여백에는 셋이 적혀 있다.

— 셋만 적었다.

— 넷째는 무엇인가.

—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을 능력이다.

— 그것은 우리에게 있지 아니한가.

— 있다.

— 그러면 왜 적지 아니하였는가.

— 있는 것은 셀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여백의 세 줄은 뒤의 어느 판본에도 실리지 않는다. 조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료집 열두 권은 조문과 개정 기록만 싣는다.

초안 넉 장은 그해 넉 달 만에 아홉 조가 된다.

창고의 높은 창은 서쪽으로 났다. 오후 세 시가 지나면 가대 위로 빛이 들어와 글씨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그 두 시간에 조문을 썼고, 나머지 시간에는 명부를 옮겨 적었다.

옮겨 적은 명부가 넉 권이다. 두 해 전 부산항에서 배에 실은 것과 같은 넉 권이다.


대한민국 국적법 (법률 제16호) 제2조

1948년 12월 20일 공포·시행. 대한민국 관보 제9호 수록.

—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 1. 출생한 당시에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

— 2. 출생하기 전에 부가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한 당시에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던 자

— 3. 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또는 국적이 없는 때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

4.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아니한 때 또는 국적이 없는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

초안 아홉 조에서 고쳐지지 않은 조문은 하나뿐이다.

나머지 여덟 조는 이 세상에 없던 조문이다. 베낄 것이 없어서 새로 썼다.

하나 — 열여섯 글자

고치지 않은 하나가 제2조다.

그 호에서 사람을 정하는 부분은 열여섯 글자다. 「출생한 당시에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뒤에 붙은 한 글자는 앞의 열여섯 글자가 가리키는 대상일 뿐이다.

이 열여섯 글자는 1948년 12월에 서울에서 만들어졌다. 만들 때 다툼이 있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해 그 자리에서 이 문면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연한 것을 옮겨 적는 데는 시간이 들지 않는다. 윤계원은 이 조문에 하루를 쓰지 않았다.

이 조문이 하는 일은 둘이다. 하나는 국민의 아이를 국민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이 아닌 사람의 아이를 국민에서 내보내는 것이다.

뒤의 일은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적혀 있지 않은 쪽이 조문의 크기를 정한다.

땅이 있는 나라에서 뒤의 일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땅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 땅의 서류를 받고, 서류를 받으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가 대개 정해진다. 혈통 조문은 그 위에 얹히는 덮개다.

땅이 없는 나라에서는 얹힐 것이 없다. 조문 하나가 혼자 사람을 정한다.

초안 넉 장 가운데 붉은 연필이 한 번도 지나가지 않은 자리가 이 열여섯 글자다.

둘 — 계승

왜 옮겨 적는가. 기초실에서 그 물음이 한 번 나왔다.


국적 없는 나라 8화 제13장 창고 — 전환컷

한 사람이 물었다. — 이 조문을 우리가 다시 쓰는 까닭이 무엇인가.

— 다시 쓰는 것이 아니다. 옮겨 적는 것이다.

— 옮겨 적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우리가 그 법의 뒤라는 것이 종이에 남는다.

— 그것을 지금 누가 읽는가.

— 지금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

— 그러면 왜 쓰는가.

— 뒤에 읽을 사람이 있다.


이 답은 틀린 답이 아니다. 승인은 문서의 함수이고, 계승은 문면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는 그렇게 배웠고 그 배움을 준 사람들은 그때 옳았다.

계승을 증명하는 가장 값싼 방법은 아무것도 고치지 않는 것이다.

셋 — 세 호

그런데 옮겨 적은 것은 제2조가 아니다. 제2조 제1호다.

실사의 제2조는 네 호로 되어 있다. 망명정부 법률 제1호의 제2조는 한 문장이다. 각호가 없다.

법률 제16호 제2조법률 제1호 제2조
제1호출생한 당시에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본문으로 올려 그대로 옮겼다
제2호출생 전 부가 사망한 때에는 사망 당시 국민이던 자없다
제3호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국적이 없는 때에는 모가 국민인 자없다
제4호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국적이 없는 때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없다

세 호가 없어진 경위가 기초실 기록에 남아 있다. 다투어진 것은 제4호였다.


한 사람이 물었다. — 제4호를 옮길 수 있는가.

— 옮길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라고 되어 있다.

— 그 자리가 지금 어디인가.

— 없다.

— 그러면 제2호와 제3호는 어떻게 하는가.

— 호를 셋만 남길 수 없다. 남기려면 넷을 다 남겨야 한다.

— 넷을 다 남기면 어떻게 되는가.

— 넷째가 빈다. 빈 호가 있는 법은 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 호를 없앤다. 첫째 호를 본문으로 올린다.


이 회의에서 어머니라는 낱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제3호가 무엇을 하는 조문인지를 그 자리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록에 남은 마지막 한 마디가 있다. 서식을 맡은 사람이 물었고, 답한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 본문으로 올리면 조문이 짧아진다.

— 짧은 것이 좋다.

— 무엇에 좋은가.

— 등사에 좋다. 아홉 조가 한 장에 든다.


한 조문이 사람을 지운 것이 아니다. 서식이 지웠다.

넷 — 열에 하나

제3호가 무엇을 하는 조문인지는 스무 날 뒤에 밖에서 왔다. 시모노세키에 등록소를 낼 준비를 하던 반이 서식을 미리 시험해 보고 회신을 올렸다.


시모노세키 준비반이 회신했다. — 신청서에 부의 성명을 적는 칸이 있다.

— 그 칸을 채우지 못하는 신청이 열에 하나가 넘는다.

— 사유는 셋이다. 부가 죽었고 죽은 곳을 모른다. 부가 본토에 있다. 부가 조선 사람이 아니다.

— 셋째 경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기초자의 회신은 같은 날 갔다.


— 제2조를 본다.

— 제2조는 부만 본다.

— 모는 보지 아니하는가.

— 보지 아니한다.

— 그 아이는 국민이 아닌가.

— 이 법으로는 아니다.

— 고칠 수 있는가.

— 고칠 수 있다.

— 고치는가.

— 고치지 아니한다.


고치지 않는다는 답은 넉 줄로 오지 않았다. 한 줄로 왔다. 사유는 붙어 있지 않다.

붙지 않은 사유를 그는 서른 해 뒤에 유고에 적었다. 고치면 실사의 법과 다른 법이 되고, 다른 법이면 다른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고치지 아니한다.」 사유 없이 한 줄로 온 답. 부만 보는 열여섯 글자 앞에 열에 하나가 넘는 빈칸이 놓인다.

남은 50화 · 약 177,105자 · 약 4시간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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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14제23장 수용(收容)15제25장 반납(返納)16제27장 농지(農地)17제30장 품

제5부 부담(負擔)

18제31장 요율(料率)19제33장 가난20제34장 유택(幽宅)21제36장 국교(國交)22제37장 지위(地位)

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26제46장 선례(先例)27제47장 미결(未決)28제48장 스물세 해

제8부 이세(二世)

29제50장 이세(二世)30제51장 학교31제54장 세대(世代)32제55장 농장(農場)33제58장 개정(改正)34제60장 천이백네 호35제61장 계산(計算)

제9부 잔고(殘高)

36제63장 금(金)37제65장 두 자리38제68장 조건(條件)

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