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2부 대조(對照)
51화제90장 다섯 항
둘 — 셋째와 넷째
자료철의 범위를 그렇게 정한 회의에서 윤소진이 한 가지를 더 물었고, 조서에는 물음만 적혔다.

칠십 년 전에 배를 타는 순서였던 것이 지금 땅을 받는 순서가 되는데, 그것을 어디에 적느냐는 물음이다. 답한 사람은 없었다. 회의를 마치는 시각이 정해져 있었고 그 시각이 지나 있었다.
그 물음이 답 없이 남은 채로 편철은 순서대로 이어졌다.
각서 사본에 쪽 번호를 매겼다. 제1쪽이다. 등록부 제1권의 첫 쪽 사본이 그 뒤에 붙었다. 그것이 제2쪽이 되었다.
두 쪽 사이에는 두 해 여덟 달이 있다. 그 사이의 문서는 이 자료철에 한 장도 없다.
그로부터 한 해 반 뒤에 정리단이 시키지도 않은 문서를 하나 만들었다. 스물두 쪽이고 물음이 하나다.
「대조 기준에 관한 정리단 내부 검토」
재산등록부 정리단, 단기 4354년(2021) 12월. 본문 스물두 쪽. 배부 아홉 부.
— 이 검토는 상급 기관의 지시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지시 문서는 없다.
— 검토의 물음은 하나다. 재산등록부 말고 대조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 있는가.
검토의 답도 하나다. 없다.
후보는 셋이었다. 넷째를 적은 사람이 없었다.
하나 — 넉 달
검토를 시작한 것은 그해 8월이다. 저쪽 재판소가 사건을 병합하겠다고 적은 지 세 해째다. 병합되면 필지마다 사정을 보지 않는다. 기준이 한 번 정해지고 그 기준이 이십이만 육천에 그대로 얹힌다.
그때 얹힐 기준이 등록부라면 등록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영영 오르지 못한다. 정리단이 그것을 먼저 알았다. 다만 그 일을 하라고 적은 문서가 어디에도 없었다.
시키지 않은 일을 시작하면서 정리단이 먼저 짚은 것은 자격이다.
— 우리가 이것을 검토할 자격이 있는가.
— 없다.
— 그러면 왜 하는가.
— 물어볼 데가 없어서 한다.
— 내무부에 물으면 되지 아니하는가.
— 물으면 하지 말라고 한다.
— 하지 말라고 할 것을 어떻게 아는가.
— 물어본 일이 있다.
— 언제인가.
— 작년이다. 회신이 오지 아니하였다.
지시 없이 한 일은 보고서의 표제부터 다르다. 「검토」라고만 적고 「보고」를 붙이지 않았다. 붙이면 어디론가 올려야 한다. 넉 달 동안 정리관 아홉이 붙었고 나머지 스물은 대조를 계속했다.
아홉은 셋씩 갈라 후보 하나씩을 맡았다. 갈라 놓으면 각 조가 자기 후보를 살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세 조가 낸 중간 보고는 셋 다 자기 후보가 쓸 만하다고 적었다. 넉 달째에 세 조를 한자리에 앉히자 반나절 만에 셋이 다 접혔다.
둘 — 지적(地籍)
첫째 후보는 1950년 이전의 본토 지적이다. 그 지적의 원본은 1910년대에 만들어졌다. 여덟 해에 걸쳐 온 땅을 재고 지번을 붙이고 대장에 소유자를 적었다.
등록부보다 마흔 해가 이르다. 이르다는 것이 곧 옳다는 뜻은 아니다. 정리단이 이 후보를 첫째로 놓은 사유는 하나다. 이것만이 이 정부가 만들지 않은 장부다.
조회는 두 군데에 냈다. 본토 관리위원회와 일본 국립공문서관이다. 본토의 회신은 넉 줄이다. 구역 밖의 지적 자료는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역 안의 것은 이미 받았고 그것은 1950년 이전 것이 아니다.
일본의 회신은 한 줄이다. 해당 자료의 소장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없다는 말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 한 줄을 두고 조가 되물었다.
—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없다는 것인가.
— 아니다.
— 다시 물을 수 있는가.
— 물을 수 있다. 같은 회신이 온다.
— 어떻게 아는가.
— 1973년에 같은 문서를 물었다. 그때 회신이 같다.
회신이 왔더라도 이 후보에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검토서는 그것을 뒤쪽에 적었다. 1910년대의 대장은 신고로 만들어졌다. 신고한 사람이 소유자로 적혔고, 그 땅을 부치던 사람은 어느 난에도 적히지 않았다.
이 기준을 쓰면 백열 해 전에 신고할 수 있었던 사람이 기준이 된다. 신고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때 문서를 다룰 줄 알았거나 다뤄 줄 사람을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신고하지 못한 땅은 대개 국유로 넘어갔다.
그 대장을 잡으면 이 정부는 사십 해 늦게 만들어진 자기 장부의 편중을 백열 해 앞의 편중으로 바꾸는 셈이 된다.
등록부를 버리고 이 장부를 잡으면 순서가 한 번 더 앞으로 간다. 앞으로 간 자리에 있는 사람은 더 적다.
셋 — 상환대장
둘째 후보는 1949년 농지개혁의 기록이다. 그 법은 1949년 여름에 났고 이듬해 봄에 분배가 시작되었다. 받은 사람은 다섯 해에 걸쳐 갚기로 되어 있었다.
갚기 시작한 첫해 여름에 정부가 부산에서 배를 탔다. 상환은 거기서 끊겼다.
이 후보의 이점은 분명했다. 등록부와 달리 이 기록에는 땅을 부치던 사람이 적혀 있다. 지주가 아니라 농민의 이름이다. 막힌 자리는 둘이다.
첫째, 저쪽은 1946년 봄에 이미 토지를 정리했다. 무상으로 걷어 무상으로 나누었다. 그 뒤에 남쪽에서 유상으로 나눈 기록을 저쪽이 효력 있는 것으로 볼 이유가 없다.
둘째, 그 법은 농지만 다루었다. 등록부에 실린 것의 큰 몫은 도시의 대지와 집이다. 이 기준으로는 그것들을 아예 건드리지 못한다.

두 기준을 나누어 쓰자는 말이 그 자리에서 나왔다.
— 농지만 이 기준으로 하고 나머지는 등록부로 하면 되지 아니하는가.
— 그러면 기준이 둘이 된다.
— 둘이면 무엇이 나쁜가.
— 한 집안의 땅이 농지와 대지로 갈려 있을 때 그 집안에 두 답이 간다.
— 두 답이 가면 어떻게 되는가.
— 두 답 가운데 유리한 것을 고른다.
— 고르면 되지 아니하는가.
— 고를 수 있는 사람만 고른다.
기준이 둘이 되면 서류를 많이 가진 쪽이 한 번 더 이긴다.
넷 — 나누는 방식
셋째 후보는 장부가 아니다. 방식이다. 인용될 필지를 등록 국민의 수로 나누어 배분하자는 안이다. 누가 어느 땅의 종전 권리자였는지를 묻지 않는다.
이 안을 낸 정리관은 그것이 가장 공평하다고 적었다. 검토서는 그 낱말을 그대로 실었다.
막힌 자리는 첫 줄에서 나왔다. 나누려면 나눌 권한이 있어야 한다. 저쪽 법은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오십 년 임차만 인정하며, 임차를 주는 것은 저쪽이다.
이 정부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신청의 순서뿐이다. 순서를 나누는 것은 배분이 아니다. 그래도 순서만은 나눌 수 있지 않으냐는 말이 나왔다.
— 순서만이라도 인구비례로 하면 되지 아니하는가.
— 무엇의 인구인가.
— 등록 국민이다.
— 그 수는 해마다 다르다.
— 그해 수로 나누면 된다.
— 어느 해 수로 나누어도 나누어 받는 사람은 같다.
— 무슨 뜻인가.
— 기준을 바꾸어도 받는 사람이 바뀌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 등록하지 아니한 사람은 어찌 되는가.
— 셀 방법이 없다.
— 세지 아니하고 넣을 수는 없는가.
— 넣으려면 이름을 적어야 한다.
넷째 후보는 그 문답 안에 있었다. 등록하지 않은 사람을 넣는 기준이다. 그것을 후보로 세우려면 그 사람들의 명부가 있어야 한다. 명부는 1950년 8월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뒤에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윤소진이 그해 11월에 초고 여백에 넉 줄을 적었다가 지웠다. 지운 자리가 초고 사본에 남아 있고, 지운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읽으면 이렇다. 우리가 고를 수 있는 기준이 하나뿐인 것은 그 기준이 옳아서가 아니다.
남은 것을 잡는 일을 우리는 고른다고 부른다.
검토서의 결론은 한 줄이다.
「대조의 기준은 재산등록부로 한다. 다른 기준은 자료 또는 권한이 없다.」
그 줄 아래 여백이 반 쪽쯤 남았다. 스물두 쪽짜리 보고서에서 여백이 그만큼 남은 쪽은 그 쪽뿐이다. 앞 쪽에는 셋이 어디서 막혔는지가 한 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 후보 | 막힌 자리 |
|---|---|
| 1950년 이전 본토 지적 | 열람이 되지 아니한다 |
| 1949년 농지 상환대장 | 저쪽이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
| 인구비례 배분 | 나눌 권한이 저쪽에 있다 |
셋이 막힌 사유가 서로 다르다. 자료가 없어서 막힌 것이 하나이고, 저쪽이 아니라고 해서 막힌 것이 둘이다. 같은 사유로 막혔다면 그 사유를 치우는 일을 다음 해에 적었을 것이다. 사유가 셋이면 적을 것이 없다.
기준이 등록부로 굳어 가는 동안, 끝내 그 등록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한 사람의 마지막 구술이 이듬해에 나왔다.
『강말선 구술』 유고 부록
재일한인역사자료관 편. 2022년 간행. 본편 스물두 회 뒤에 붙였다.
— 구술자는 2016년 겨울에 사망하였다. 여든다섯이었다.
— 부록은 미간행으로 두었던 제23회와 유족이 낸 서류 사본 넉 장으로 이루어진다.
제23회를 여기에 싣는 것은 유족의 청에 따른 것이다. 청한 사유는 적지 아니한다.
이 부록은 신청서 한 장 때문에 붙었다.
하나 — 어느 통계에도
그 신청서에 이르기 전에 그가 어떤 셈에서 빠져 있었는지를 먼저 적는다.
그가 죽은 것은 문서로 남았다. 죽음이 통계로 남지 않았을 뿐이다. 사망 신고는 살던 구청에 들어갔다. 화장 허가가 났고 장사는 이틀 뒤에 치렀다. 여기까지는 국적을 묻지 않는다.
그다음이 갈린다. 저 나라의 사망 통계는 저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을 센다. 그는 거기에 들지 않는다. 이 정부의 통계에도 없다. 이 정부가 세는 것은 명부에 오른 사람이고, 그는 예순네 해 동안 명부에 오르지 않았다. 본토의 통계에도 없다. 그의 본적은 그 나라 안에 있으나 그는 그 나라 사람이 아니다.
죽은 자리에서 그를 세지 않은 것이 아니다. 세는 자리마다 세는 대상을 정해 두었고, 그 대상의 정의가 셋 다 국적이었을 뿐이다. 이런 사람이 몇인지는 이 편의 어느 장부에도 없다. 없는 것을 세는 부서가 어느 나라에도 없기 때문이다.
미간행으로 두었던 제23회의 첫 대목이 이렇다.
— 나는 세 나라에 걸쳐 살았다.
— 셋 다 나를 세지 아니한다.
— 세지 아니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 세지 아니하면 부르러 오지도 아니한다.
— 나는 그것을 얻으려고 이름을 적지 아니하였다.
— 얻었다.
죽음이 어느 통계에도 없던 사람. 그의 미간행 구술이 부록으로 실린 것은 신청서 한 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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