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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제60장 천이백네 호

· 58화 중 34화 · 3,51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윤계원 유고』 유족 후기

1991년 사가 인쇄 이백 부. 비매품. 본문 뒤 네 쪽.

— 아버지는 1987년 3월 하와이에서 돌아가셨다. 일흔아홉이셨다.

— 유품은 많지 않았다. 서류함 하나와 국민증 한 장과 초안 넉 장이다.

— 국민증의 납부란은 그해 칸까지 채워져 있었다. 그해 부담금은 1월에 내셨다.

— 우리는 그해 여름에 등록국에 갔다. 말소를 하러 간 것이다.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까닭을 여기에 적어 둔다.
국적 없는 나라 34화 제60장 천이백네 호 — 헤더컷

그의 국민증은 마지막 칸까지 채워져 있다.

납부란은 서른다섯 칸이다. 1953년분부터 1987년분까지다. 빈 칸이 없다.

하나 — 국민증

등록번호는 제1204호다.

호놀룰루 제1등록소는 1952년 6월 2일에 문을 열었다. 첫날에 번호 스물여덟 개가 나갔다. 그는 그날 가지 않았다.

그가 창구에 간 것은 그해 6월 하순이다. 등록계 일지에 그날의 문답이 남았다.


그가 물었다. — 오늘은 몇 번까지 나갔는가.

서기가 답했다. — 어제로 천이백셋이다.

— 나는 오늘 하겠다.

— 첫날에 오시지 아니한 사유를 적어야 한다.

— 명부를 맡은 사람이 명부의 앞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고 적어라.


그 판단이 그를 명부 안쪽 사람으로 만들었다. 앞자리가 아니라는 것이 바깥이라는 뜻은 아니다.


납부란은 국민증 뒤쪽 두 면에 걸쳐 있다. 한 해에 한 칸이고 칸마다 등록소 도장 자리가 있다.

앞의 열여덟 칸은 봉급에서 뗀 것이다. 요율은 1961년에 정해졌고 봉급을 받는 사람은 백에 넷이다. 뒤의 열일곱 칸은 총소득으로 낸 것이고 백에 둘이다. 퇴임한 뒤로는 봉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칸의 도장은 1987년 1월 12일 자다. 그가 죽기 두 달 전이다.


등록부 카드는 그가 1952년 봄에 설계했다. 난이 열둘이다. 그 가운데 둘이 뒤쪽에 있다.

등록부 카드 제1204호의 난1991년 대조 당시
성명·생년채워져 있음
등록 연월단기 4285년 6월
부담금 납부 (마지막)단기 4320년분
사망비어 있음
말소비어 있음
말소 사유비어 있음

뒤쪽 세 난은 처음부터 있었다. 카드를 설계하면서 그가 넣은 것이다.

난은 있고 그 난을 채우는 신청 서식이 없다. 서른다섯 해 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다.

1952년 봄의 초안 넉 장 가운데 셋째 장이 카드 설계다. 여백에 연필로 적힌 것이 두 줄 있다. 하나는 난을 셋 줄이자는 안이고, 하나는 그 안을 물린다는 표시다.

물린 사유는 적혀 있지 않다. 남은 것이 난 열둘이다.

그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카드에 적어 두었고, 죽은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는 적어 두지 않았다.

둘 — 유족

유족이 등록국에 간 것은 1987년 7월이다. 사망 진단서와 국민증을 들고 갔다.


유족이 말했다. — 등록을 말소하러 왔다.

접수원이 물었다. — 말소 신청서를 가져왔는가.

— 서식을 달라.

— 없다.

— 사망 난이 카드에 있지 않은가.

— 있다.

— 그 난은 누가 채우는가.

— 정해져 있지 아니하다.

— 그러면 이 진단서는 어디에 내는가.

— 낼 곳이 없다. 참고로 접수는 한다.

— 접수하면 카드가 고쳐지는가.

— 고치는 절차가 없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 등록이 그대로 있다.

— 그대로 있으면 부담금이 붙는가.

— 다섯 해를 내지 아니하면 말소된다.

— 그러면 다섯 해를 기다리면 되는가.

— 그것은 사망으로 말소되는 것이 아니다. 미납으로 말소되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죽은 사람이 명부에서 나가는 길은 하나다. 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유족은 진단서 사본을 두고 왔다. 그 사본은 등록국 참고철에 들어갔다. 참고철은 등록부가 아니다.


등록국이 그해 9월에 유족에게 회신을 보냈다. 넉 줄이다.


— 사망에 관한 자료는 접수하였다.

— 접수한 자료로 등록을 고치지 아니한다.

국적 없는 나라 34화 제60장 천이백네 호 — 전환컷

— 고치는 절차는 따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 따로 정한 바는 없다.

셋 — 선거인 명부

1988년 선거인 명부가 그해 봄에 짜였다.

선거인 명부는 등록부에서 뽑는다. 뽑는 조건은 제6조에 있다. 등록하고 부담금을 낸 국민이다. 그의 카드에는 1987년분 납부가 찍혀 있고 사망 난은 비어 있다.

조건에 맞는다.

그의 이름은 호놀룰루 제1선거구 명부 열한째 쪽에 있다. 그해에 그 이름 앞으로 투표 안내가 한 통 나갔다.

선거인 명부에서 죽은 사람을 지우는 일은 대개 직권으로 한다. 직권으로 하려면 사망을 알려 주는 다른 장부가 있어야 한다. 이 정부에는 그 장부가 없다. 호적도 주민 등록도 없고 등록부 하나뿐이다.

등록부가 사망을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


투표 안내는 넉 주 뒤에 되돌아왔다. 겉봉에 체류국 우편의 표시가 찍혀 있다. 수취인 없음이다.

반송된 안내는 선거관리반 반송철에 들어간다. 반송철은 등록부가 아니고 선거인 명부도 아니다. 다음 명부를 짤 때 반송철을 대조하라는 규정은 없다.

그해 투표율은 명부에 오른 사람을 분모로 계산한다. 분모에 그의 이름이 있다.

명부를 크게 두려고 죽은 사람을 지우지 않은 사람이 자기 차례에 지워지지 않았다.

이것은 되갚음이 아니다. 그가 만든 규칙이 그에게도 그대로 돌아간 것뿐이다. 규칙은 만든 사람을 알아보지 않는다.


열일곱 해 전에 그는 돌아오지 않은 카드 삼만 이천 장을 넉 달에 걸쳐 세었다. 세고 나서 지우지 않았다. 지우면 이 나라가 작아진다고 그는 여겼다.

1988년 명부에서 그의 이름은 그 삼만 이천과 같은 종류의 이름이다. 종류가 같아진 것은 그해 3월이다.

유고 후기의 마지막 쪽에 유족이 한 줄을 적었다. 아버지의 국민증을 초안 넉 장과 같은 봉투에 넣어 두었다는 줄이다.

봉투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고 그 줄 뒤에 적혀 있다.


대한민국 감사원 「국적법 시행 삼십육 년 검토 보고서」

단기 4321년(1988) 6월. 감사 제4반. 본문 마흔한 쪽, 부표 열둘, 부도 하나.

— 검토 계기. 4322년도 부담금 세입 추계의 기초 자료 확인.

— 검토 기간. 단기 4285년(1952) 6월부터 4320년(1987) 12월까지.

— 확인 사항 제1. 제2조로 국민이 되지 못한 출생아 24만 6천으로 추산된다.

— 확인 사항 제2. 위 가운데 그 뒤에 국민이 된 자는 없다.

권고. (해당 없음)

이 보고서에는 권고란이 비어 있다.

감사원 보고서 서식의 마지막 난이 권고란이다. 서른여섯 해 동안 이 난이 빈 채로 나간 보고서는 이것이 처음이다.

하나 — 대상

감사원이 이 계산을 시작한 것은 인구를 세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이듬해 세입 추계를 짜는 중이었다. 부담금은 세입의 여덟 할이 넘는다. 부담금을 내는 사람의 수를 앞으로 몇 해까지 잡느냐에 따라 예산이 통째로 달라진다.

내는 사람의 수를 앞으로 잡으려면 새로 드는 사람의 수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출생을 보았다.


반장이 물었다. — 등록 출생이 한 해에 몇인가.

조사관이 답했다. — 지난 다섯 해 평균으로 이천 남짓이다.

— 등록 국민의 여자가 낳는 아이는 몇인가.

— 그 수는 우리 장부에 없다.

— 왜 없는가.

— 접수되지 아니한 출생은 적히지 아니한다.

— 접수되지 아니한 것은 몇인가.

— 그것도 우리 장부에 없다.

— 그러면 무엇을 보고 추계를 짜는가.

— 지금까지는 접수된 것만 보고 짰다.

— 그것은 추계가 아니라 옮겨 적기다.


한 해 뒤를 내다보려던 계산이 서른여섯 해 뒤를 돌아보는 계산이 되었다.

감사 제4반은 그해 3월에 검토 범위를 넓혔다. 넓힌 사유는 보고서 첫 쪽에 한 줄로 적혀 있다. 세입의 기초가 되는 수를 이 정부가 갖고 있지 아니하다는 줄이다.


감사원은 회계를 보는 곳이다. 사람을 세는 부서가 아니다.

사람을 세는 부서는 내무부 통계과이고, 통계과는 열 해 전에 연령별 구성표 세 장을 냈다. 그 표에도 이 수는 없다. 통계과는 등록부에 있는 사람을 세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이 계산을 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다. 지시한 문서가 감사철에 없고, 반장이 그해 6월 결재에서 그 점을 먼저 밝혔다.

등록부 밖에 있는 사람을 세라고 지시받은 부서가 서른여섯 해 동안 없었다.

둘 — 이십사만 육천

세는 방법은 넉 단이다. 등록부에 없는 것을 세야 하므로 등록부 밖에서 시작한다.

잡은 것
첫째1952~1987년 사이 등록 국민 가운데 아이를 낳을 나이의 여자
둘째그 가운데 등록 국민이 아닌 남자와 혼인한 비율
셋째그 혼인에서 난 아이의 수
넷째그 아이 가운데 아버지 난을 채울 수 없는 아이
246,000

둘째 단이 이 계산의 축이다. 체류국의 혼인 통계가 그 값을 준다. 1954년에 열에 하나였고, 1974년에 절반에 닿았고, 그 뒤로 내려온 해가 없다.

셋째 단은 우리 장부로 잡을 수 없다. 등록 국민의 여자가 몇을 낳았는지 이 정부는 모른다. 접수되지 않은 출생은 어디에도 적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류국의 출생 통계를 빌렸다. 부표 열둘 가운데 아홉이 남의 나라 통계다.

절반에 닿은 해가 1974년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해 체류국 교과서가 그 사람들을 처음 적었고, 우리 등록소 일지에도 접수되지 않은 신고가 그해부터 쌓인다.

알려져 있던 것을 세는 데 열네 해가 걸렸다.

보고서는 이 수의 한계를 두 줄로 적었다.

제2조가 국민이 되지 못하게 한 아이 이십사만 육천—그 가운데 뒤에 국민이 된 자는 없다. 서른여섯 해 만에 권고란이 처음으로 비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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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14제23장 수용(收容)15제25장 반납(返納)16제27장 농지(農地)17제30장 품

제5부 부담(負擔)

18제31장 요율(料率)19제33장 가난20제34장 유택(幽宅)21제36장 국교(國交)22제37장 지위(地位)

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26제46장 선례(先例)27제47장 미결(未決)28제48장 스물세 해

제8부 이세(二世)

29제50장 이세(二世)30제51장 학교31제54장 세대(世代)32제55장 농장(農場)33제58장 개정(改正)34제60장 천이백네 호35제61장 계산(計算)

제9부 잔고(殘高)

36제63장 금(金)37제65장 두 자리38제68장 조건(條件)

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