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6부 명부(名簿)
23화제39장 정리(整理)
둘 — 권고(勸告)
감사관이 물었다. — 갱신이 없는 카드는 죽은 사람의 카드인가.

— 아니다.
— 무엇이 다른가.
— 갱신은 의무가 아니다. 오지 아니한 사람도 갱신이 없다.
— 그러면 둘을 어떻게 나누는가.
— 나눌 방법이 없다.
— 나눌 방법이 없으면 무엇을 적는가.
— 나눌 방법이 없다고 적는다.
보고서가 총수를 적지 않은 까닭이 이 문답이다.
권고는 셋이었다. 서식에 사망 기재란을 둘 것. 등록소에서 사망 신고를 접수할 것. 오 년 이상 갱신이 없는 카드를 따로 묶어 둘 것.
회신은 그해 12월에 왔다. 넉 줄이다.
— 첫째 항. 서식을 다시 밀어야 한다. 그 예산이 없다.
— 둘째 항. 신고할 사람이 오지 아니한다. 신고에 이(利)가 없다.
— 셋째 항. 따로 묶으면 그 묶음의 수가 밖으로 나간다.
— 세 항을 접수함. 시행 시기는 정하지 아니함.
셋째 항의 회신만 사유가 다르다. 앞의 둘은 못 한다는 말이고 셋째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묶어 두면 수가 생긴다. 수가 생기면 그 수를 누가 묻는다. 묻는 사람이 밖에 있으면 답해야 한다.
밖에서 묻는 물음은 언제나 같다. 그 나라에 사람이 몇이오.
권고는 접수되었다. 이 정부에서 접수는 시행의 앞 단계가 아니라 시행을 대신하는 절차다.
등사 스물다섯 부 가운데 다섯 부가 국회 내무위원회로 갔다.
보고서는 이듬해 회기의 참고자료 목록에 올랐다. 스물세 번째다. 그해 회기에서 다루어진 것은 스물두 번째까지다.
두 해 뒤에 셋째 항은 그대로 시행된다. 시행한 쪽은 감사원이 아니라 내무부이고, 묶은 목적도 다르다.
내무부 등록국 「등록 국민 수 연도별 추이」
단기 4302년(1969) 12월. 가로 한 장. 등사 60부.
— 난은 셋이다. 해, 등록 국민, 앞 칸 대비.
— 줄은 열일곱이다. 4286년(1953)부터 4302년(1969)까지 한 해에 한 줄이다.
표 아래 부기. 「본 표의 수는 각 해 12월 31일 현재 등록부 현재원이다.」
이 표는 열일곱 줄이다.
열일곱 줄 가운데 넷만 옮겨 적는다. 나머지 열셋은 이 넷 사이를 잇는 값이다.
| 해 | 등록 국민 | 앞 칸 대비 |
|---|---|---|
| 1953 | 612,484 | — |
| 1961 | 840,000 | +227,516 |
| 1965 | 940,000 | +100,000 |
| 1969 | 910,000 | −30,000 |
첫 줄만 끝자리가 살아 있다. 나머지 셋은 백 단위에서 끊겨 있다.
끝자리가 살아 있는 것은 센 수다. 끊긴 것은 셈한 수다.
육십일만 이천사백여든넷은 등록소 열한 곳에서 받은 신청서를 한 장씩 세어 나왔다. 그 뒤로 함을 다시 센 적은 없다. 열여섯 해 동안 이 표가 한 일은 앞 해의 수에 그해의 신규 등록을 더한 것이다.
계원이 물었다. — 함을 다시 세는가.
국장이 답했다. — 세지 아니한다.
— 까닭이 무엇인가.
— 열일곱 해 치를 세는 데 두 해가 든다.
— 두 해가 들면 그 두 해 치가 또 밀리는가.
— 밀린다.
— 그러면 영영 세지 못하는가.
— 못한다.
— 표에 그 사정을 적는가.
— 표에는 수를 적는 난만 있다.
마지막 줄이 앞 줄보다 작다. 열일곱 해 만에 처음이다.
작아진 값은 삼만이다.
그해 여름에 감사가 있었다. 감사 중에 같은 사람의 카드가 두 함에 들어 있는 것이 나왔다. 등록소가 열한 곳이고 신청은 어디서나 받았으므로, 옮겨 다닌 사람이 두 번 오른 자리가 있었다. 가을에 등록국이 전수 대조를 하고 겹친 카드를 뺐다.
뺀 수와 줄어든 수가 같은지는 이 표로 알 수 없다. 뺀 수를 적는 난이 없기 때문이다.
전수 대조를 한 계원은 넷이고 기간은 아흔한 날이다. 그 넷이 무엇을 몇 장 뺐는지는 대조 각서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각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
계원이 물었다. — 마지막 줄에 사유를 적는가.
— 사유란이 없다.
— 난을 하나 더 긋는가.
— 서식을 고치면 앞의 열여섯 줄도 다시 밀어야 한다.
— 그러면 무엇으로 설명하는가.
— 묻는 사람에게 말로 한다.
— 묻지 아니하면.
— 그때는 설명이 없다.

그래서 이 줄은 두 가지로 읽힌다. 사람이 줄었다고 읽을 수도 있고, 앞의 열여섯 줄이 부풀어 있었다고 읽을 수도 있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든 앞의 열여섯 줄은 틀렸다.
정점이 어느 해였는지를 이 표는 말하지 못한다. 가장 큰 수가 적힌 줄은 1965년이고, 그 줄이 센 것인지 셈한 것인지는 이 표 안에 근거가 없다.
이 나라에서 가장 컸던 해는 가장 큰 수가 적힌 해다. 그 둘이 같은 해라는 보증은 없다.
예순 부가 밀려 나갔다. 배부처는 각 부와 국회 상임위원회와 등록소 열한 곳이다.
두 해 동안 이 표를 인용한 문서는 하나다. 1971년 개정안의 제안 이유서다.
인용된 것은 마지막 줄 하나였다.
『윤계원 유고』 제11장
1991년 유족 공개. 사가(私家) 인쇄, 비매품. 제11장의 표제는 「함(函)」이다.
— 나는 마지막 넉 달을 세는 데 썼다.
— 아무도 시키지 아니하였고 아무도 묻지 아니하였다.
세어서 무엇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 세지 않고 나가면 내가 무엇을 두고 나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1970년 1월 2일, 내무부 차장이 등록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기 시작했다.
그는 그해 4월 30일에 퇴임한다. 예순둘이다. 내무부에 들어온 것이 1952년이고, 등록국장으로 여덟 해, 차장으로 열한 해를 있었다.
하나 — 세는 법
함은 백서른한 개다. 등록번호 순으로 벽 하나를 채우고 나머지가 옆방에 있다.
그는 함을 하나씩 뒷방으로 옮겨 놓고 저녁마다 세었다. 계원 둘이 카드를 뽑아 주었고 읽는 것은 그가 했다. 넉 달 동안 하루가 빠졌다. 그날은 청사가 얼어 문이 열리지 않았다.
세기 전에 그는 기준을 정했다. 유고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 나는 죽었을 사람을 골라내려고 셋을 정하였다.
— 하나. 생년이 4218년 이전인 것.
— 둘. 갱신 기재가 열 해 넘게 비어 있는 것.
— 셋. 부담금 납부 기재가 열 해 넘게 비어 있는 것.
— 셋이 다 맞는 카드만 세었다. 둘만 맞는 것은 세지 아니하였다.
— 셋이 다 맞아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것을 안다.
— 그러므로 나는 이 수를 사망자 수라고 부르지 아니하였다.
— 나는 이것을 「돌아오지 아니한 카드」라고 적었다.
갱신이 무엇인지는 조문에 없다. 등록소에 와서 카드의 기재를 확인하고 도장을 받는 일이고, 하라는 규정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규정도 없다. 그래서 갱신 기재가 비어 있는 것은 사람의 사정이 아니라 등록소의 사정일 수도 있다.
기준을 좁게 잡은 것은 실수를 줄이려 한 것이다. 좁게 잡으면 산 사람을 죽었다고 세는 일이 줄고, 대신 죽은 사람이 많이 남는다.
그는 남는 쪽을 골랐다. 골라 놓고 유고에 사유를 적지 않았다.
그가 정한 셋은 사람을 세는 기준이 아니다. 카드가 돌아왔는지를 세는 기준이다.
둘 — 삼만 이천
넉 달 끝에 나온 수는 삼만 이천이다.
그 수는 그해 등록 국민 구십일만의 스물여덟 분의 일쯤이다. 함 백서른한 개 가운데 네 개 반이 그것이다.
그는 지우지 않았다.
함에 없는 사람은 세지 못했다. 1953년에 등록하지 아니한 사람이 육십팔만 칠천오백열여섯이고, 그들에게는 카드가 없다. 카드가 없으면 돌아오지 않을 카드도 없다.
계원이 물었다. — 이 수를 어디에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 넉 달을 세고 적지 아니하는가.
— 적을 난이 없다.
— 난을 만들자고 올리는가.
— 올리지 아니한다.
— 그러면 이 넉 달은 무엇이 되는가.
— 내가 알게 된 것이 된다.
— 차장께서 나가시면 아는 사람이 없어진다.
— 그것은 내가 답할 물음이 아니다.
유고에는 답이 있다. 제11장의 끝에서 셋째 줄이다.
— 지우면 우리가 작아진다.
— 작아지면 우리를 세는 사람이 없어진다.
이 문장에는 셈이 하나 숨어 있다. 제6조는 등록하고 부담금을 낸 국민이 의원을 뽑고 의원이 된다고 적었다. 명부가 작아지면 선거인이 줄고, 선거인이 줄면 의석이 준다.
의석이 줄면 제9조의 삼분의 이가 가벼워진다. 고치기 어렵게 만들어 둔 조문이 명부가 작아질수록 고치기 쉬워진다.
그는 이 셈을 유고에 적지 않았다. 적지 않은 것을 몰랐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는 제6조를 초안한 사람이고, 선거인 명부와 국민 명부가 같은 종이에서 나온다는 것을 1953년에 이미 결재했다.
명부를 크게 둔 것은 국민을 지키려던 것이 아니다. 이 정부가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계속 있게 하려던 것이다.
넉 달을 세는 동안 그가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이 있다. 함 밖에서 사람을 찾은 일이다.
그는 카드를 읽었고 카드만 읽었다. 카드가 사람의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그는 열여덟 해 전에 스스로 정했고, 마지막 넉 달에도 그 자리를 바꾸지 않았다.
그가 나가고 여덟 달 뒤에 개정안이 발의된다.
제안 이유서가 그의 넉 달 치를 인용한다. 인용한 것은 삼만 이천이라는 수 하나이고, 「돌아오지 아니한 카드」라는 이름은 인용되지 않았다.
그가 세면서 쓴 종이는 갱지 열두 장이다. 열두 장은 1991년 공개본에 사진으로 실렸다. 원본이 어디로 갔는지는 유족도 모른다.
여덟 달 뒤 개정안이 그의 넉 달을 인용한다. 가져간 것은 삼만 이천이라는 수 하나, '돌아오지 아니한 카드'라는 이름은 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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