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TOON

52화제92장 이름

· 58화 중 52화 · 3,450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어느 통계에도

이것이 미간행 제23회의 첫머리다. 채록은 2013년이고 그해에 그는 여든둘이었다.

국적 없는 나라 52화 제92장 이름 — 헤더컷

미간행으로 둔 사유는 자료관 기록에 두 줄로 적혀 있다. 구술자가 발표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채록자는 그해에 한 가지를 더 물었고 그 대목도 부록에 실렸다. 등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 후회한 날이 있다.

— 그 애가 학교 서류를 들고 온 날이다.

— 그날 하루다.

— 그다음 날에는 다시 그대로였다.

— 하루씩 후회하는 것은 후회가 아니다.

— 나는 그것을 여러 해에 나누어 하였다.


그가 예순네 해 동안 지킨 것은 자기 이름이 어느 장부에도 없는 상태다. 그는 그것을 끝까지 지켰다.

둘 — 조부란

손녀가 정리단에 온 것은 2022년 5월이다. 서른여섯이었다.

가져온 것은 저쪽 리용권 신청의 반려 통지 한 장이다. 반려 사유는 근거 서류 미비다.

저쪽이 받는 근거 서류는 셋이다. 그 가운데 셋째가 「이에 준하는 기록」이고, 실제로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은 이 정부의 재산등록부 하나다.

등록부에 조부의 이름이 없으므로 셋째 서류를 낼 수 없다. 낼 수 없다는 것을 저쪽에 밝히려면 없다는 것을 이쪽에서 확인해 주어야 한다.


— 무엇을 확인받으러 왔는가.

— 조부가 등록부에 없다는 것을 확인받으러 왔다.

— 없다는 것을 왜 확인받는가.

— 저쪽에 낼 것이 없다는 것을 종이로 보여야 한다.

— 그런 서식이 우리에게 없다.

— 있는 것을 확인해 주는 서식은 있는가.

— 있다.

— 그러면 그 서식에 없다고 적어 주면 되지 아니하는가.

— 그 서식은 등재 사항을 옮겨 적는 서식이다. 옮길 것이 없으면 쓸 수 없다.

— 옮길 것이 없다고 적으면 되지 아니하는가.

— 적는 난이 없다.


접수원은 그날 접수를 거절하지 않았다. 서식이 없으므로 백지에 받았다.

백지 접수는 규정에 있는 처리가 아니다. 규정에 없는 것을 한 사유를 접수원은 일지에 한 줄로 적었다. 돌려보낼 근거도 없었다는 것이다.

사십이 해 전이라면 돌려보냈다. 그때는 돌려보내는 서식이 있었고 그 서식에 인쇄된 사유가 하나뿐이었다.

백지에 받으면서 접수증을 끊었다. 접수증에는 신청인의 성명과 신청의 취지와 관계인의 성명을 적는다.

관계인 난에 조부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갔다.

그 이름이 이 정부의 서류에 적힌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그가 죽은 지 여섯 해째다.


접수증 사본이 자료관에 갔다. 유고 부록 넉 장 가운데 마지막 장이 그것이다.

부록의 편자는 그 장에 아무 설명도 붙이지 않았다. 앞의 석 장에는 붙였다.

붙이지 않은 사유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편자는 이렇게 답하기로 했다고 자료관 회의록에 적혀 있다. 이 장에 붙일 말을 아직 찾지 못했다.


재산등록부 부존재 확인서

망명정부 내무부 고시 제94호로 정한 서식. 단기 4356년(2023) 2월 제정. 한 쪽.

— 난은 다섯이다. 신청인, 관계인, 조회한 권과 쪽, 결과, 발급일.

— 결과란에 인쇄된 문구는 하나다. 「위 관계인에 관한 등재 사실이 재산등록부에 없음을 확인함.」

뒷면은 비어 있다.

이 서식에는 사유란이 없다.

하나 — 사십이 년

같은 신청이 사십이 년 전에는 반려되었다.

1981년에 쓰인 것은 반려 통지서다. 난이 셋이고 나머지는 전부 인쇄되어 있었다. 인쇄된 사유는 한 줄이었다. 해당 절차 없음.

그 서식을 받은 사람들은 상파울루 봉헤치로에 살던 이세 열넷이다. 그들이 확인받으려 한 것은 자기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확인받아서 하려던 것은 저쪽 나라의 귀화였다. 국민이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절차가 서지 않았다.

열넷 가운데 열둘은 그 뒤 다른 길로 갔다. 무국적자 증명을 받아 귀화한 것이다. 이 나라를 거치지 않는 길이 그 나라 안에 있었다.

나머지 둘은 그대로 살다 죽었다. 죽은 자리에서 이 나라 사람이었는지 저 나라 사람이었는지는 어느 서류에도 적히지 않았다.


2023년에 이 서식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방향이 반대다.

그들은 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려 한다. 정확히는 본토의 땅에 신청서를 넣으려 한다.

저쪽이 받는 근거 서류 셋 가운데 셋째가 「이에 준하는 기록」이고,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은 이 정부의 재산등록부다. 등록부에 없는 사람은 셋째를 낼 수 없다.

낼 수 없다는 것을 저쪽에 밝히려면 이쪽이 없다고 적어 주어야 한다.


— 사십이 년 전에는 왜 못 하였는가.

— 절차가 없었다.

— 지금은 절차가 있는가.

— 만들었다.

— 그때는 왜 만들지 아니하였는가.

국적 없는 나라 52화 제92장 이름 — 전환컷

— 만들면 나가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보았다.

— 지금은 늘어나지 아니하는가.

— 지금은 들어오는 사람이 신청한다.

— 신청은 같은 신청이 아닌가.

— 같다.


같은 서류를 사십이 년 동안 막았다가 사십이 년 뒤에 만든 사유는 서류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신청인이 가려는 방향이 달라져서다.

둘 — 목적어

제정에 붙은 논점은 하나였다.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면 제3조와 부딪히는가.

제3조의 뒷문장은 이렇다. 등록하지 아니한 자의 국적은 확인하지 아니한다.

1981년 대법원은 이 문장으로 각하했다. 확인하지 아니한다고 적힌 자리에서 확인의 절차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2023년에 같은 문장을 들여다보고 다른 답을 냈다.


— 제3조가 확인하지 말라는 것은 무엇인가.

— 국적이다.

— 이 서식이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

— 등재다.

— 등재와 국적이 다른가.

— 다르다. 등재는 장부의 사실이고 국적은 법의 지위다.

— 장부에 없으면 국적도 없지 아니한가.

— 대개 그렇다.

— 대개 그런 것을 다르다고 하는가.

— 이 서식은 대개를 적지 아니한다. 장부만 적는다.


바뀐 것은 목적어 하나다.

1981년 반려 통지서2023년 부존재 확인서
확인의 대상국적등록부 등재
처리반려발급
인쇄된 한 줄해당 절차 없음등재 사실이 없음

이 정부가 사십이 년 만에 움직인 것은 조문이 아니라 낱말이다. 조문은 한 글자도 고쳐지지 않았다.


낱말을 바꾸자고 한 것은 이 정부가 아니다. 저쪽 재판소가 요구한 서류의 이름이 「등재 여부에 관한 증명」이었고, 이쪽은 그 이름에 맞춰 서식을 깎았다.

깎으면서 하나가 빠졌다. 1955년의 문장이다.

국적은 권리이지 부담이 아니라는 그 한 줄은 1973년부터 반려 서식의 뒷면에 인쇄되어 있었다. 쉰 해다. 2015년에는 회복 신청 서식의 앞면으로도 옮겨 갔다.

새 서식의 뒷면은 비어 있다. 빼자고 한 사람은 없다. 넣자고 한 사람도 없었을 뿐이다.

셋 — 첫 발급

사유란을 두자는 안이 제정 과정에 한 번 올라왔다가 접혔다.

두면 왜 없는지를 적어야 한다. 없는 사유는 대개 셋이다. 등록하지 않았거나, 등록했으나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했으나 그 필지가 등록부에 실리지 않았다.

첫째를 적으려면 그 사람이 왜 등록하지 않았는지를 이 정부가 적어야 한다.


— 사유란에 무엇이라고 적는가.

— 미등록이라고 적으면 된다.

— 미등록의 사유는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 신청인이 물으면 무엇이라고 하는가.

— 우리 장부에 없다고 한다.

— 그것은 사유가 아니다.

— 사유는 우리에게 없다.

— 그러면 난을 두지 아니하는 편이 낫겠다.

— 그렇게 하기로 한다.


발급은 그해 3월에 시작했다. 대장은 세로로 매어 창구 안쪽에 두었다.

창구는 새로 내지 않았다. 국민증 갱신을 받던 자리를 그대로 쓴다. 위에 붙은 팻말만 종이를 덧대어 고쳤다.

갱신을 받으러 오는 사람과 없다는 것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같은 줄에 선다. 줄에서 두 사람이 무슨 서류를 들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제1호의 관계인 난에는 1931년생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혔다. 그는 일곱 해 전에 죽었고 이 정부의 어떤 명부에도 오른 적이 없다.

신청인 난에는 그의 손녀가 적혔다. 조회한 권과 쪽 난에는 여덟 권을 전부 조회했다는 표시가 갔다.

여덟 권을 다 뒤지는 데 이틀이 걸렸다. 등록부는 사람 이름 순이 아니라 지번 순으로 매여 있다. 이름으로 찾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보다 언제나 오래 걸린다. 있는 것은 나오면 그만이고 없는 것은 끝까지 가야 한다.

이 정부가 사십이 년 만에 만든 서식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적는 서식이 아니라 없다는 것을 적는 서식이다.


그해 발급 대장은 한 권을 채우지 못했다. 반쯤 남은 채로 이듬해 대장이 새로 매어졌다.

채우지 못한 뒷장은 그대로 두었다. 대장은 해마다 새로 매는 것이 규정이고, 규정에 남은 장을 이어 쓰라는 말은 없다.


집단 리용권 확인 사건 판정문

본토 특별경제구역 재판소 대판정. 주체 113년(2024) 11월. 판정문 서른한 쪽, 별지 목록 이천사백 쪽.

— 이 사건은 2013년부터 접수된 개별 사건을 병합한 것이다.

— 이 재판소는 별지 목록에 오른 필지에 관하여만 판단한다.

이 재판소는 신청인들의 국적 및 그 소속 기관의 지위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다.

2024년 11월, 저쪽 재판소가 이십이만 육천 필지를 사흘에 처리했다.

이십이만 육천 필지의 별지 목록이 이천사백 쪽. 저쪽 재판소는 그것을 사흘에 처리했다.

남은 6화 · 약 23,107자 · 약 33분

내 서재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

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14제23장 수용(收容)15제25장 반납(返納)16제27장 농지(農地)17제30장 품

제5부 부담(負擔)

18제31장 요율(料率)19제33장 가난20제34장 유택(幽宅)21제36장 국교(國交)22제37장 지위(地位)

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26제46장 선례(先例)27제47장 미결(未決)28제48장 스물세 해

제8부 이세(二世)

29제50장 이세(二世)30제51장 학교31제54장 세대(世代)32제55장 농장(農場)33제58장 개정(改正)34제60장 천이백네 호35제61장 계산(計算)

제9부 잔고(殘高)

36제63장 금(金)37제65장 두 자리38제68장 조건(條件)

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