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3부 등록(登錄)
10화제16장 아홉 조
셋 — 삼분의 이
늘리는 개정에는 표가 없다. 이 문장이 뒤에 열한 번 확인된다.

그날 아무도 묻지 않은 물음이 하나 있다. 회의록 어디에도 없고, 그 회기의 어느 발언 요지에도 없다.
이 법으로 이 정부를 없애려면 몇 표가 드는가.
그 물음이 처음 회의록에 적히는 것은 사십사 해 뒤다. 적은 사람은 그때 그것이 새로운 물음이라고 여겼다.
늦게 나온 까닭은 어려운 물음이어서가 아니다. 1952년에 이 정부를 없앤다는 말은 조문의 문제가 아니라 살림의 문제였다. 없애자고 말하려면 대신 무엇을 할지를 함께 말해야 했고, 그 자리에서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관보 제41호는 삼백 부를 밀었다. 종이는 그달에 현에서 사들인 갱지다.
열한 부는 등록소 예정지로 갔다. 스무 부는 대표부로 갔다. 나머지는 청사에 쌓였다가 이듬해 이사할 때 짐이 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두 부다. 하나는 호놀룰루에 있고 하나는 도쿄에 있다. 두 부의 인쇄 상태가 서로 다르다. 등사 원지를 중간에 한 번 갈았기 때문이다.
망명정부 내무부 「제1차 국민등록 실시 결과 보고」
단기 4286년(1953) 3월. 등사 40부. 결재 완료.
— 실시 기간 단기 4285년 6월 1일부터 4286년 2월 28일까지.
— 등록소 11개소. 등록 인원 612,484명.
대상으로 추산한 인원과의 차이는 687,516명이다. 사유를 아래에 적는다.
등록은 새로 만든 제도가 아니다. 이름을 그대로 두고 뜻만 바꾼 제도다.
하나 — 열한 곳
등록의 조상은 1949년 11월 24일 법률 제70호 재외국민등록법이다. 만들어진 지 두 해가 채 되지 않았다.
그 법에서 등록은 편의였다. 나라 밖에 사는 국민이 어디에 몇이나 있는지를 알기 위한 절차다. 등록하지 않아도 국민이었고, 등록하지 않은 것에는 벌도 없었다.
제3조는 같은 낱말을 쓰고 다른 일을 시킨다. 등록하지 않은 자의 국적은 확인하지 아니한다.
낱말은 그대로 두고 그 낱말 뒤에 붙는 문장만 바꾸면 제도의 성질이 바뀐다. 이 방법이 이 나라에서 그 뒤로 여러 번 쓰인다.
등록소는 열한 곳이다. 여덟 곳이 일본에 있다. 시모노세키, 후쿠오카, 히로시마, 오사카, 교토, 고베, 나고야, 도쿄다.
나머지 셋은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타이베이다.
일본의 여덟 곳은 재일 한인이 모여 사는 지역과 대체로 겹친다. 겹치지 않는 곳이 도호쿠와 홋카이도이고, 그 지역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등록소는 나고야다.
등록소는 사무소가 아니다. 대개 학교 강당이거나 회관이거나 창고였고, 여는 날은 한 달에 이레였다. 이레인 까닭은 그 이상 빌릴 돈이 없어서다.
신청서 서식은 여권 신청서에서 왔고, 여권 신청서는 두 해 전 부산항 승선자 명부에서 왔다. 옮긴 까닭은 그때도 이때도 같다. 다른 서식이 없다.
칸은 다섯이다. 성명, 생년, 본적, 부의 성명, 그리고 소속이다.
시모노세키 등록소가 물었다. — 서식의 다섯째 칸을 그대로 두는가.
— 그대로 둔다.
— 이 칸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 채우지 못하여도 반려하지 아니한다.
— 반려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신청인이 아는가.
— 알릴 방법이 없다.
— 서식에 적어 두는가.
— 서식을 다시 밀어야 한다.
— 다시 미는가.
— 밀지 아니한다.
빈칸이 반려 사유가 아니라는 것은 등록소 안에서만 아는 일이다. 문 밖에서 서식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그 칸은 여전히 채워야 하는 칸이다.
| 구분 | 사람 |
|---|---|
| 대상으로 추산한 수 | 1,300,000 |
| 등록한 수 | 612,484 |
| 등록하지 아니한 수 | 687,516 |
분모 백삼십만은 이 정부가 셈한 것이다. 일본에 남은 육십만에 1950년 여름에 배로 건너온 사람과 그 뒤 세 해 동안 들어온 사람을 더한 값이다.
분자 육십일만 이천사백여든넷은 셈한 것이 아니라 센 것이다. 등록부에 이름이 있는 사람의 수다.
이 나라에서 셈한 수와 센 수가 처음으로 어긋난 것이 이해다. 그 뒤로 다시 맞은 적이 없다.
둘 — 세 가지
보고서는 오지 않은 사유를 셋으로 적었다. 거리, 비용, 그리고 두려움이다.
앞의 둘은 조사원이 물어서 얻은 것이다.
조사원이 물었다. — 왜 오지 아니하였는가.
한 사람이 답했다. — 왕복 사흘이 든다. 사흘을 쉬면 그달 방세가 없다.
— 등록료는 받지 아니한다.
— 등록료는 없다고 들었다. 그러나 사진값이 있다.
— 사진값이 얼마인가.
— 하루치 품삯이다.
— 사진이 없으면 등록할 수 없는가.
— 인상 기재로 된다고 들었다.
— 그러면 사진값은 들지 아니한다.
— 인상 기재로 된 사람을 나는 보지 못하였다.

셋째 사유는 물어서 얻은 것이 아니다. 조사원이 같은 물음을 던졌고 답이 오지 않은 자리가 여럿이었다.
보고서가 그 침묵에 붙인 문장은 한 줄이다.
— 등록하면 이름이 명부에 오른다. 명부가 어디로 가는지를 우리가 답하지 못하였음.
앞의 둘은 돈으로 푼다. 셋째는 돈으로 풀리지 않는다.
보고서 끝에 대책이 셋 붙어 있다.
첫째는 등록소를 늘린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진을 등록소에서 찍어 준다는 것이다.
셋째 항의 대책란은 비어 있다.
그 칸은 이듬해 보고서에도 비어 있다. 그다음 해 보고서에는 그 항목이 없다. 항목이 없어진 사유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보고서 마지막 쪽에 결재란이 있다. 결재한 사람은 셋이고 그 아래 여백에 연필로 적힌 줄이 하나 있다. 등사본 마흔 부 가운데 열아홉 부에 그 줄이 그대로 밀려 나갔다.
적힌 것은 이렇다. 「등록하지 아니한 사람의 명부는 만들지 아니함.」
『강말선 구술』 제4회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구술 채록, 2011년 5월. 채록자 두 사람. 녹음 1시간 52분.
제4회의 표제는 「1952년 여름」이다. 공개본은 2013년에 나왔다.
— 나는 그해 여름에 한 번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 그 뒤로 예순 해 동안 나는 그 길을 다시 걷지 않았다.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해 여름 시모노세키의 등록소는 그의 하숙에서 걸어서 이십 분이었다.
하나 — 여름
강말선은 그때 스물한 살이었다.
두 해 전 여름에 그는 부산항에서 남의 서류로 배에 올랐다. 넷째 항 서류였다. 셋째 항까지가 관공서 직원과 그 가족이고 넷째 항이 등록된 재외국민이다. 그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배에서 내릴 때 그는 그 서류를 바다에 버렸다. 버린 것을 그는 그 뒤로 평생 가장 잘한 일이라고 여긴다.
뭍에서 그가 받은 종이는 한 장이다. 외국인등록증명서다. 국적란에는 「조선」이라고 적혀 있다.
일은 어시장에서 얻었다. 새벽 세 시에 얼음을 깨고 상자를 나른다. 품삯은 하루치로 받고 방세는 달마다 낸다.
하숙은 어시장에서 걸어서 십오 분이다. 방 하나에 넷이 잤고 넷 다 그 나라 사람이 아니다. 둘은 1945년 전부터 있던 사람이고 둘은 1950년 여름에 온 사람이다.
먼저 온 쪽과 나중에 온 쪽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먼저 온 쪽은 돌아갈 곳을 두고 다투었고, 나중에 온 쪽은 돌아갈 곳이 있는지를 몰랐다.
— 나는 그때 이름이 하나였다.
— 배에서 쓴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니었고 그 종이는 바다에 있다.
— 뭍에 올라 받은 종이에는 내 이름이 적혔다.
— 그 종이 하나로 나는 두 해를 살았다.
— 종이가 하나면 셈이 쉽다.
그해 4월에 그의 국적이 없어졌다. 없어지는 데 그가 한 일은 없다.
그는 그 사실을 여름에 알았다. 어시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말해 주었다. 그 사람도 남에게 들은 것이었다.
어시장에서는 그 일을 두고 사흘쯤 말이 오갔다. 오간 말의 요지는 하나다. 우리가 무엇이 되었는가.
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관청에 물어본 사람이 하나 있었고, 그가 받아 온 답은 등록증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국적란도 그대로 두라고 했다.
그러니까 종이는 그대로다. 종이 뒤가 비었을 뿐이다.
없어지는 쪽은 알리지 않아도 없어지고, 생기는 쪽은 알아야 생긴다.
둘 — 문 앞
등록소가 열린다는 말은 그보다 먼저 돌았다.
말은 세 가지로 돌았다. 등록하면 배를 탈 수 있다는 말. 등록하면 본토에 있는 사람을 찾아 준다는 말. 등록하지 않으면 언젠가 쫓겨난다는 말.
셋 가운데 그가 마음에 둔 것은 둘째다. 그의 형이 본토에 있다.
그는 8월 어느 날 아침 일을 마치고 걸어갔다. 이십 분이다.
등록소는 회관 강당이었다. 문 앞에 탁자가 하나 있고 그 위에 서식이 놓여 있다. 줄은 스무 사람쯤이었다.
줄에 선 사람들은 대개 그보다 나이가 많았다. 서식을 미리 받아 손에 들고, 글씨를 아는 사람에게 물어 가며 채우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탁자 뒤에 앉은 사람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사진은 다음에 가져와도 된다. 본적은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
다섯째 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줄 끝에 섰다.
— 나는 줄 끝에 섰다.
— 앞 사람이 서식을 받아 가는 것을 보았다.
— 칸이 다섯이었다.
— 성명. 생년. 본적. 아버지 이름. 그리고 소속.
— 나는 그 마지막 칸을 부두에서 본 적이 있다.
— 부두에서 그 칸이 빈 사람은 배를 타지 못하였다.
— 나는 그 칸을 채울 것이 없었다.
— 나는 줄에서 나왔다.
「등록하지 아니한 사람의 명부는 만들지 아니함.」 줄에서 나온 스물한 살은 그 길을 예순 해 동안 다시 걷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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