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부 승선(乘船)
1화서장
『대한민국 국적법 개정사 자료집』 전 12권 · 편찬 서문
대한민국 재산등록부 정리단 편(編). 단기 4360년(2027) 3월, 호놀룰루 간행.
비매품. 배포는 등록 국민과 등록 신청인에 한한다.
각 권은 조문 한 판본과 그 개정 기록을 싣는다. 판본에 딸린 등록 국민 수는 권말 표에 있다.

1952년 4월 28일, 땅이 없는 정부가 국민을 정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날은 대일강화조약이 발효한 날이다. 정부는 그 날짜를 골랐다.
일흔네 해 동안 그 정의는 열한 번 고쳐졌다. 고친 기록을 한자리에 모으라는 지시가 재작년 가을에 내려왔다. 학술 목적이 아니었다. 국회가 어떤 안건의 표결을 연기하면서 사유를 한 줄로 적었고, 그 한 줄이 정리단으로 넘어왔을 뿐이다.
사유는 이랬다. 「등록 국민 수 확정 후 재상정.」
수를 세는 것은 본디 우리 일이 아니다. 정리단은 땅을 대조하는 부서다. 그런데 땅을 대조하려면 그 땅에 권리를 가진 사람의 명부가 있어야 하고, 명부를 펴 보니 명부마다 사람 수가 달랐다. 명부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법이 달랐다. 법은 하나인데 판본이 열둘이었다.
그래서 열두 권이다.
책상에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법이다. 제1조에서 제9조까지 아홉 조. 조문의 자리도 순서도 일흔네 해 동안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낱말 몇 개다. 고친 자리는 몇 조에 몰려 있다. 제3조와 제4조와 제9조다. 제2조는 마흔여섯 해 동안 한 글자도 고쳐지지 않았다.
열두 권은 판형이 서로 다르다. 앞의 넉 권은 등사본이고, 다음 다섯 권은 활판이며, 뒤의 세 권은 사무실 복사기로 뽑은 것이다. 표지에 찍힌 발행지는 셋이다. 호놀룰루, 도쿄, 뉴욕. 그리고 마지막 권이 다시 호놀룰루다.
권말 표에서 다섯 해만 옮겨 적었다.
| 해 | 명부에 있던 사람 |
|---|---|
| 1953 | 610,000 |
| 1965 | 940,000 |
| 1969 | 910,000 |
| 1996 | 570,000 |
| 2026 | 214,000 |
1969년 칸이 앞 칸보다 처음으로 작다. 그 뒤로 다시 커진 칸은 없다.
판본이 늘 때마다 국민이 줄었다.
이 서문은 그 까닭을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려면 이 정부가 왜 없어지지 않았는지부터 적어야 하는데, 나는 그것을 모른다. 모르는 것을 서문에 적으면 자료집이 아니라 주장이 된다.
나는 줄었다는 사실만 적는다.
등록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정리단 제1차 회의에서 한 번 다루어졌다. 2026년 9월이다. 속기는 아홉 줄 남았다.
단장이 물었다. — 대조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는가.
— 재산등록부다.
— 등록부에 없는 사람은.
— 기준이 없다.
— 왜 없는가.
— 등록하지 않은 사람의 명부를 만든 적이 없다.
— 처음부터 없었는가.
— 1950년 8월 19일 04시 부두 통제소 보고에 사유가 있다. 읽겠다.
— 「부두에 남은 인원을 헤아리지 못하였음. 헤아릴 인력이 승선하였음.」
그 종이 한 장이 자료집 제1권의 첫 쪽이 되었다. 국적법보다 앞에 놓였다.
이 자료집이 하필 지금 필요해진 까닭은 학술이 아니다. 본토가 특별경제구역의 토지 리용권을 외국 국적자에게 열었다. 그러자 제7조가 서류가 되었다. 본토에 있는 국민의 재산에 관한 권리는 소멸하지 아니한다 — 일흔네 해 동안 그것은 문장이었다. 지금은 신청서다.
재산등록부는 사십일만 이천 필지를 적고 있다. 그 필지 위에는 지금 사람이 산다. 등록부에 그 사람들의 이름은 없다. 등록부는 1953년에 만들어졌고,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은 그 뒤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두 장부가 같은 땅을 서로 다르게 적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 정리단에 온 질문은 이것 하나다.
정리단에는 등록부 말고 다른 장부가 없다.
한 가지만 미리 적어둔다.
제12권은 아직 인쇄에 넘기지 못했다. 마지막 쪽에 들어갈 것이 이번 회기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해지든 그 쪽은 한 장이면 된다. 이 나라의 법은 아홉 조뿐이고, 아홉 조를 고치는 데 드는 표는 예나 지금이나 삼분의 이다.
사람들은 이 법을 「망명정부 국적법」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그 이름을 쓴 적이 없다. 관보에 적힌 이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적법」이다.
두 이름 가운데 어느 쪽이 이 열두 권의 제목이어야 하는지를 나는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표지에는 관보의 이름을 적고, 판권장에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적었다.
읽는 사람이 어느 쪽을 집는지는 세지 않겠다.
단기 4360년 3월, 호놀룰루
대한민국 재산등록부 정리단 정리관
윤소진(尹小珍) 삼가 적음
「아시아의 위기 — 미국 정책의 검토」 · 내셔널프레스클럽 오찬 연설 속기록
미합중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 1950년 1월 12일 12시 30분, 워싱턴.
국무부 공보국 등사본. 연설자는 원고를 쓰지 않았고 손메모를 보며 말했다.
속기는 문장 단위로 끊어 적혔다. 뒤에 관보에 실릴 때 두 군데가 다듬어졌다.
다듬어진 자리는 방위선 대목이 아니다.
이 연설에는 원고가 없다.
원고가 없다는 것이 준비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손메모에는 지명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순서대로 적힌 지명은 선이다.
하나 — 선
속기록의 그 대목은 여섯 줄이다.

— 이 방위선은 알류샨을 따라 일본으로 간다. 그리고 류큐로 간다.
— 우리는 류큐에 방위 진지를 두고 있고 앞으로도 둘 것이다.
— 방위선은 류큐에서 필리핀 제도로 간다.
— 태평양의 다른 지역의 군사적 안전에 관하여 말하자면, 누구도 그 지역들을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그러한 공격이 일어난다면 최초의 의존은 공격받은 국민 자신의 저항에 두어야 한다.
— 그다음은 유엔 헌장 아래 문명 세계 전체의 약속에 두어야 한다.
앞의 세 줄에는 지명이 있고 뒤의 세 줄에는 없다.
지명이 있는 쪽은 미국이 맡는다. 지명이 없는 쪽은 헌장이 맡는다. 헌장은 지명이 아니다.
선은 안쪽을 정한 문장이 아니다. 바깥쪽을 정한 문장이다.
연설이 끝나고 질문이 두 개 있었다. 속기록 끝에 작은 글씨로 붙어 있다.
한 기자가 물었다. — 선 밖의 나라들에 이 말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장관이 답했다. — 나는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지 않겠다.
— 그것이 초청이 되지는 않겠는가.
— 초청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두 문답은 관보에 실리지 않았다. 등사본에만 남았다.
방위선 대목에 한국이라는 낱말은 없다. 연설의 다른 자리에는 있다. 없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자리다.
없는 자리는 논박하기 어렵다. 문장이 무엇을 뺐는지 다투려면 먼저 그 문장이 무엇을 넣었는지 정해야 하는데, 이 문장은 넣은 것만 적었다.
둘 — 두 표
그달의 나흘을 옮겨 적는다.
| 날짜 | 무엇이 있었는가 |
|---|---|
| 1월 5일 | 대통령 성명. 포모사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다 |
| 1월 12일 | 국무장관 연설. 선이 그어진다 |
| 1월 19일 | 하원, 대한원조법안 부결. 193 대 191 |
| 1월 21일 | 대통령 성명. 시정되지 않으면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
| 1월 26일 | 서울에서 한미상호방위원조협정 서명 |
이레 사이에 선이 그어지고 돈이 끊겼다. 두 사건은 같은 부처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쪽은 국무부였고 한쪽은 하원이었다.
법안의 내용은 원조를 새로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승인된 원조를 다음 회계연도로 잇는 것이다. 부결은 주지 않겠다는 결정이 아니라 주던 것을 끊는 결정이었다.
차이는 두 표다.
한 의원이 말했다. — 우리는 그 반도에 삼 년째 돈을 넣고 있다.
다른 의원이 말했다. — 그리고 지난주에 그 반도가 우리 선 밖이라고 들었다.
— 그 말은 그 뜻이 아니었다.
— 표결은 뜻으로 하지 않는다.
— 그러면 무엇으로 하는가.
— 세출로 한다.
이틀 뒤 대통령의 성명이 나왔다.
— 이 조치는 신속히 시정되지 않으면 우리 외교정책에 가장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 나는 하원이 이를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
실사에서 하원은 재고했다. 2월 9일 수정 법안이 가결되었고 원조는 재개되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 두 표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사건이 아니다. 사건이 없었다는 뜻이다.
1월 26일 서울에서 서명된 협정문은 그대로 남았다. 조문에는 원조의 종류와 인수 절차가 적혀 있다. 액수를 적는 칸은 협정문에 없다. 액수는 세출에서 오기 때문이다.
협정은 서명되었고 세출은 오지 않았다. 서명은 문서고에 들어갔다.
1950년의 워싱턴이 이 반도를 버렸다고 적으면 틀린다. 버리려면 먼저 셈에 넣어야 한다. 셈에 없는 것은 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결정의 대상이 아닌 것에는 회의록이 남지 않는다.
문서고 목록에 이 협정은 「1950년도, 미집행」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 분류를 고친 기록은 없다.
『남으로 낙동강까지』 제14장 「제1차 낙동강 돌출부」 · 결어
미 육군 군사연구실 편, 1961년 워싱턴 간행. 공간사 제2권.
이 장은 하나의 부대 이동을 다룬다. 그 이동은 계획되었고 준비되었으며 실행되지 않았다.
실행되지 않은 이동은 전사(戰史)의 서술 대상이 되기 어렵다. 남는 문서가 준비 단계에서 끊기기 때문이다.
본 장은 끊긴 자리까지만 적는다. 그 뒤는 제15장의 소관이다. 제15장은 쓰이지 않았다.
1950년 8월 17일, 한 여단이 남쪽에 남았다.
두 표가 돌아오지 않은 세계. 1950년 8월 17일, 한 여단이 남쪽에 남았고 그 뒤를 적을 제15장은 끝내 쓰이지 않았다.
남은 57화 · 약 201,785자 · 약 4시간 48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