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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제18장 두려움

· 58화 중 11화 · 3,42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둘 — 문 앞

그가 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 칸은 정말로 부산항 승선자 명부에서 왔다. 승선자 명부에서 여권 신청서로, 여권 신청서에서 등록 신청서로 두 번 옮겨졌다.

국적 없는 나라 11화 제18장 두려움 — 헤더컷

옮긴 쪽의 사유는 그때마다 같았다. 다른 서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해 여름 등록소 안에서는 그 칸이 빈 신청을 반려하지 않기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정한 것을 밖에 알릴 방법이 없어서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그 칸을 채우지 못해서 돌아선 것이 아니다. 그 칸이 두 해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서 돌아섰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어시장 쪽으로 돌지 않고 강 쪽으로 돌았다. 그 길이 십 분 더 길다.

그날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구술에 없다. 채록자가 두 번 물었고 두 번 다 답이 짧다.


채록자가 물었다. — 돌아오는 길에 무엇을 생각하였는가.

— 기억나지 아니한다.

— 무엇을 보았는지는 기억나는가.

— 물이 낮았다.

셋 — 형

그의 형은 1950년 8월에 밀양 쪽에 있었다. 철길이 끊긴 뒤로 그 이름을 어느 명부에서도 본 사람이 없다.

강말선의 셈은 단순했다. 명부는 만들어지면 어딘가로 간다. 어디로 가는지는 만든 쪽도 모른다.

그해 여름 그의 셈은 틀리지 않았다.

등록소를 열려면 그 나라의 관청에 시설 사용을 신고해야 했다. 신고서에는 사용 일자와 예상 인원과 대표자의 성명을 적는 칸이 있다. 회관을 빌리는 절차이므로 그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8월에 두 곳의 관할 경찰서가 등록소에 조회를 보냈다. 조회한 것은 등록자 수와 세대주의 성명이다.

이 일은 이듬해 봄 보고서의 부록에 두 줄로 적혔다. 본문에는 적히지 않았다.


시모노세키 등록소가 물었다. — 관할 경찰서가 등록자 수와 세대주 성명을 조회하였다.

— 회신하는가.

— 회신한다.

— 회신하지 아니하면 어떻게 되는가.

— 시설 사용 허가가 갱신되지 아니한다.

— 갱신되지 아니하면 등록소가 닫힌다.

— 그렇다.

— 회신하면 명부가 밖으로 나간다.

— 나간다.

— 그러면 어느 쪽을 택하는가.

— 등록소가 없으면 명부가 생기지 아니한다.


명부를 지키는 방법과 명부를 만드는 방법이 그해 여름에 서로를 지웠다.


두 곳 다 회신했다. 회신한 것은 등록자 수와 세대주 성명이다. 회신하지 않은 것은 소재지다. 소재지를 빼는 것이 그때 등록소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허가는 갱신되었다. 두 곳 다 이듬해 2월까지 문을 열었다.


그가 형을 찾아본 적이 한 번 있다. 1954년 봄이다. 적십자 쪽에 조회를 넣는 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무소를 찾아갔다.

조회서에는 신청인의 국적과 등록번호를 적는 칸이 있었다. 신청인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가 정해져야 어느 나라를 거쳐 조회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국적란에 「조선」이라고 적었다. 등록번호란은 비웠다.

조회서는 접수되지 않았다. 접수하지 않은 사유를 사무소 사람이 구두로 말했다. 「조선」은 나라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그날 이후로 형을 찾지 않았다.


강말선은 등록소 조회 일을 그때 몰랐다. 그가 안 것은 여러 해 뒤다.


— 나는 그때 그것을 몰랐다.

— 나중에 들었다.

— 들은 뒤에 나는 잘하였다고 생각하였다.

— 잘한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인데 그때는 그렇게 여기지 아니하였다.

— 지금도 그렇게 여기지 아니한다.


운과 판단을 구별하는 것은 뒤에 서서 보는 사람의 일이다.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그 둘은 같은 것으로 온다.

그리고 이 편은 그를 옳았다고도 틀렸다고도 적지 않는다. 적을 것은 값이다.

넷 — 예순네 해

그는 1955년에 혼인했다. 아내는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다. 등록하지 않은 사람끼리 혼인하면 혼인 신고를 할 곳이 두 군데다. 그 나라의 시청과 이 정부의 등록소다.

그는 시청에만 갔다. 시청은 외국인 사이의 혼인을 받아 주고, 받아 준 기록에 국적란이 있다. 그 칸에 적힌 것은 「조선」이다.

아들은 1958년에 태어났다. 아들의 서류에도 그 두 글자가 적힌다. 손녀는 1985년에 태어난다.

세 사람의 종이에 나라 이름이 적힌 적은 한 번도 없다.

손녀가 태어나던 해에 그는 쉰넷이었다. 어시장 일은 그만두었고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다. 간판은 그 나라 말로 달았다. 그것을 두고 구술에서 그가 한 말은 한 줄이다.


— 간판은 손님이 읽는 것이다.


2011년 5월에 그는 여든이었다. 자료관 사람 둘이 그의 집으로 왔고 녹음기를 탁자에 놓았다. 제4회의 마지막 십 분이 등록소 이야기다.


국적 없는 나라 11화 제18장 두려움 — 전환컷

채록자가 물었다. — 그때 등록하였으면 무엇이 달랐겠는가.

— 모르겠다.

— 지금 후회하는가.

— 하지 아니한다.

— 왜 하지 아니하는가.

— 후회하려면 그때로 돌아가 그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

— 나는 그 길이 어디로 가는지 지금도 모른다.

— 아는 것은 하나다. 내 이름은 어느 명부에도 없다.

— 그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다.


그가 하지 않은 일의 값은 그가 내지 않는다.


값을 내는 자리는 이 회차에서 멀다.

손녀가 어느 나라의 고교 졸업 자격도 없이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오십이 해 뒤다. 그때 그 아이가 내는 서류에 필요한 것은 부의 국적이 아니라 조부의 등록번호다. 등록번호는 등록한 사람에게만 있다.

그리고 그 자신에게도 값이 온다. 그는 이 구술을 남기고 다섯 해를 더 산다.


녹음은 1시간 52분이다. 그 가운데 등록소 이야기는 십사 분이다.

나머지 시간에 그가 말한 것은 어시장의 얼음값과 방세와 형의 이름이다.

형의 이름은 공개본에서 두 글자가 지워졌다. 지운 사람은 자료관이 아니다. 공개 동의서의 삭제 요청란에 그가 직접 적었다.

요청란 옆에는 사유를 적는 칸이 있다. 그 칸은 비어 있다.


망명정부 내무부 「국민증 발급 대장」 제1권

단기 4286년(1953) 1월 개시. 가로 매기, 한 쪽에 스무 줄. 난은 다섯이다.

번호, 발급일, 등록번호, 성명 또는 직명, 비고.

— 제1호. 발급일 4286년 1월 5일. 직명란에 「대통령」.

제2호. 발급일란 공란. 등록번호란 공란. 성명란 공란. 비고란 공란.

제2호는 없다.

하나 — 열두 쪽

국민증은 수첩이다. 손바닥만 하고 쪽수는 열둘이다. 표지는 청색 천이고 겉에 아무것도 박혀 있지 않다.

수첩은 그해 1월에 오사카의 한 인쇄소에서 이천 부를 찍었다. 값은 부담금 예정 수입에서 미리 냈다. 아직 걷지 않은 돈으로 걷을 그릇을 먼저 만든 셈이다.

이천 부는 등록한 사람의 수와 맞지 않는다. 등록한 사람은 육십일만이 넘고 수첩은 이천이다. 나머지는 순서를 기다린다.

순서는 부담금을 낸 차례로 정해진다. 이 한 줄이 뒤에 무엇을 하는지는 여기서 적지 않는다.

앞의 넉 쪽에 사람이 적힌다. 사진, 등록번호, 성명, 생년, 발급일이다. 사진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상 기재란이 있다. 여권 서식에서 그대로 온 칸이다.

뒤의 여덟 쪽에 돈이 적힌다. 부담금 납부란이다. 한 쪽에 두 해 반씩, 모두 스무 칸이다. 스무 칸을 다 쓰면 수첩을 바꾼다.

제5조는 국민증이 여권에 갈음한다고 적었다. 제4조는 등록한 국민이 매년 부담금을 낸다고 적었다. 두 조문 사이에는 조문 하나가 끼어 있고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

부르게 만든 것은 조문이 아니라 시행 규정이다. 규정 제9항 한 줄이다.


— 부담금 납부 기재가 없는 국민증은 효력을 정지한다.


법에서 떨어져 있던 두 조문이 수첩 한 권 안에서 붙었다. 붙인 것은 국회가 아니라 서식이다.


효력을 정지한다는 말은 국적을 잃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때는 아니었다.

정지된 국민증으로는 나라를 건널 수 없고, 등록소에서 갱신을 받을 수 없고, 선거인 명부에 오르지 못한다. 명부에는 그대로 있다.

명부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이 정부는 그때 이름 붙이지 않았다. 이름은 열아홉 해 뒤에 붙는다.

둘 — 제1호와 제2호

대장 제1권의 첫 쪽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번호발급일성명 또는 직명비고
14286.1.5대통령
2(공란)(공란)(공란)
34286.1.5국무총리
44286.1.5내무부장
54286.1.6성명 기재등록번호 000012

제5호부터는 직명이 아니라 성명이다. 등록번호가 붙는 것도 제5호부터다. 앞의 넷에는 등록번호가 없다. 등록하기 전에 발급했기 때문이다.

제2호를 두고 그해에 조회가 한 번 올라갔다.


발급계가 물었다. — 제2호가 비어 있다.

— 안다.

— 발급 예정인가.

— 아니다.

— 사유를 대장에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 적지 아니하는 사유는 무엇인가.

— 그것도 적지 아니한다.


열일곱 해 뒤에 같은 물음이 한 번 더 올라간다. 그때는 대장을 정리하는 부서에서 올렸다.


정리계가 물었다. — 제2호를 지금 발급할 수 있는가.

— 없다.

— 까닭이 무엇인가.

— 번호는 발급한 차례를 적는 것이다. 차례를 거슬러 채울 수 없다.

— 그러면 그 칸은 영영 빈다.

— 그렇다.

— 대장에 그렇게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쉰두 해 뒤, 손녀의 대학 지원 서류에 필요한 것은 부의 국적이 아니라 조부의 등록번호다. 등록번호는 등록한 사람에게만 있다.

남은 47화 · 약 166,821자 · 약 3시간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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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14제23장 수용(收容)15제25장 반납(返納)16제27장 농지(農地)17제30장 품

제5부 부담(負擔)

18제31장 요율(料率)19제33장 가난20제34장 유택(幽宅)21제36장 국교(國交)22제37장 지위(地位)

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26제46장 선례(先例)27제47장 미결(未決)28제48장 스물세 해

제8부 이세(二世)

29제50장 이세(二世)30제51장 학교31제54장 세대(世代)32제55장 농장(農場)33제58장 개정(改正)34제60장 천이백네 호35제61장 계산(計算)

제9부 잔고(殘高)

36제63장 금(金)37제65장 두 자리38제68장 조건(條件)

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