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6부 명부(名簿)
24화제42장 열한 줄
내무부 차장 윤계원이 청사를 나가면서 남긴 종이는 갱지 열두 장 말고 하나가 더 있다.
『윤계원 유고』 부록 제1 — 퇴임 소감문
1991년 유족 공개본. 원고는 1970년 4월에 쓰였다.
내무부 회보 제63호(4303년 5월)에 실린 것과 대조하여 싣는다.
— 유고본은 열한 줄이다.
— 회보본은 열 줄이다. 끝의 한 줄이 없다.
뺀 사람과 뺀 사유는 어느 쪽에도 적혀 있지 않다.

소감문은 열한 줄이다. 회보에 실린 것은 열 줄이다.
유고본 열한 줄은 이렇다.
— 나는 열여덟 해 동안 명부를 맡았다.
— 맡을 때 이 나라에는 땅이 없었고 사람은 있었다.
— 나는 사람을 적었다. 적은 것이 나라가 되었다.
— 나는 나라를 명부로 만들었다.
— 명부는 나라보다 오래간다.
— 종이는 타지만 사본이 있다. 나라에는 사본이 없다.
— 그러므로 명부를 크게 두는 것이 옳다고 나는 믿었다.
— 나는 지금도 그것이 틀렸다고 적지 못한다.
— 다만 한 가지는 적어 둔다.
— 오래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름이다.
— 명부가 나라보다 오래간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다섯째 줄은 그해에 지은 것이 아니다. 열여덟 해 전 초안 넉 장의 첫 장 여백에 연필로 적혀 있던 줄이다. 그때 그 줄은 다짐이었고, 이 소감문에서는 인용이 되었다.
앞의 열 줄은 그가 한 일을 적었다. 열한 번째 줄은 그 일의 값을 적었다.
회보 제63호의 그 면에는 사진이 한 장 붙어 있다. 인사 기록에서 가져온 것이고 찍은 해가 적혀 있지 않다. 소감문은 사진 아래에 두 단으로 짜여 있다.
회보가 뺀 것은 하나다. 그 줄이 없으면 이 글은 소회가 되고, 그 줄이 있으면 계산이 된다.
빠진 한 줄이 이 문서의 종류를 바꾼다.
회보 제63호는 등사 삼백 부다. 유고 공개본은 사가 인쇄 이백 부이고, 나온 것은 스물한 해 뒤다.
그 스물한 해 동안 이 나라가 읽은 것은 열 줄짜리다.
열한 번째 줄이 처음 인쇄된 것은 1991년이다. 그가 죽고 네 해 뒤다. 그해의 등록 국민 수를 유고는 적지 않았다. 다섯 해 뒤에 그 수는 오십칠만이 된다. 그가 함을 세던 해보다 삼십사만이 적다.
그가 나가고 이듬해 여름에 국회가 국적법 제3조에 단서 하나를 붙였다.
대한민국 국적법 중 개정 법률
망명정부 법률 제88호. 단기 4304년(1971) 6월 11일 공포. 시행은 공포한 날부터.
— 제3조에 단서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 「다만 오 년 이상 부담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자의 등록은 말소한다.」
부칙. 이 법 시행 전의 미납 기간은 위 기간에 산입한다.
고쳐진 조문은 제3조다. 작동한 조문은 제4조다.
단서는 스물여섯 자다. 스물여섯 자 안에 부담금이라는 말이 들어 있고, 부담금은 제4조에 있다. 열아홉 해 동안 제3조와 제4조는 서로를 부르지 않았다. 1953년에 시행 규정 제9항이 국민증 안에서 한 번 붙였고, 이번에는 법이 붙였다.
더 일한 것은 단서가 아니라 부칙이다. 부칙이 없으면 이 법은 1976년부터 사람을 지운다. 부칙이 있으면 공포한 날부터 지운다. 등록이 시작된 1952년 6월 이후의 미납 기록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제안 이유서는 두 줄을 인용했다. 하나는 1969년 추이표의 마지막 줄이고, 하나는 지난해 내무부에서 나온 삼만 이천이라는 수다.
인용된 두 수 뒤에 놓인 것은 열 해 전에 정해진 요율이다.
부담금의 요율은 1961년에 정해졌다. 급여를 받는 사람은 백에 넷, 총소득으로 내는 사람은 백에 둘, 자영으로 내는 사람은 순소득의 천에 한 푼 반이다. 못 내는 사람이 어느 쪽에 몰려 있는지는 여덟 해 전 소득분위별 납부율에 이미 나와 있었다.
그 이유서를 두고 본회의에서 오간 문답이 회의록에 남아 있다.
제안 의원이 말했다. — 명부에 없는 사람이 명부에 있다.
— 우리는 그 사람들을 국민으로 세고 그 수로 예산을 짠다.
한 의원이 물었다. — 이 단서는 죽은 사람을 지우는 조문인가.
— 아니다.
— 그러면 무엇을 지우는가.
— 내지 아니한 사람을 지운다.
— 죽은 사람과 내지 아니한 사람은 같은 사람인가.
— 대개 겹친다.
— 겹치지 아니하는 쪽은 몇인가.
— 세어 보지 아니하였다.
— 세고 나서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 등록부를 다시 세는 데 두 해가 든다.
— 두 해를 기다리지 못하는 사유가 무엇인가.
— 이번 회기가 지나면 삼분의 이가 다시 모이지 아니한다.
— 유예를 두자는 동의가 있다.
— 유예를 붙여 다시 표결하면 지금 있는 표가 흩어진다.
— 그러면 동의를 철회하는가.
— 철회한다.
동의가 철회되고, 표결은 그날 밤에 있었다.
| 구분 | 표 |
|---|---|
| 재적 의원 | 328 |
| 의결정족수 (삼분의 이) | 219 |
| 찬성 | 219 |
| 반대 | 84 |
| 기권·결석 | 25 |
찬성이 정족수와 같다. 한 표가 빠졌으면 이 법은 없다.
함부로 고치지 못하게 만들어 둔 조문이 열아홉 해 만에 처음 열렸고, 그 문으로 들어온 첫 안건이 국민을 줄이는 안건이었다.

제3조의 본문은 이 개정으로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등록하지 아니한 자의 국적은 확인하지 아니한다」는 그대로다. 바뀐 것은 읽는 법이다. 확인하지 아니한다는 말이 국민이 아니라는 말로 읽히는 데 열아홉 해가 걸렸다.
초안자는 그 차이를 알고 썼다. 그가 청사를 나간 것이 그 열아홉 해의 마지막 봄이다.
개정문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말소를 그 사람에게 알린다는 조문이다. 없다는 것을 지적한 의원이 하나 있었고, 회의록에 그 발언이 한 줄로 남았다.
— 그 사람들은 자기가 말소된 것을 어떻게 아는가.
회신은 회의록에 없다.
그 물음의 값이 그해 12월에 가로 한 장으로 나왔다.
내무부 등록국 「제1차 등록 말소 집계」
단기 4304년(1971) 12월. 가로 한 장. 등사 40부.
— 기준일. 4304년 12월 31일.
— 말소 116,000.
표 아래 부기. 「사망으로 분류한 것은 지난해 계수에 따른다.」
말소는 명부에서 지우는 일이 아니다. 명부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다.
하나 — 두 수
집계는 가로 한 장이고 난이 둘이다. 구분과 사람이다. 사람 아래에 적힌 수는 셋뿐이다.
| 구분 | 사람 |
|---|---|
| 말소 | 116,000 |
| 사망으로 분류 | 32,000 |
| 그 밖 | 84,000 |
이 표가 한 일은 하나다. 오 년 이상 미납한 카드를 세어 십일만 육천을 얻고, 거기서 지난해의 삼만 이천을 빼고 나머지를 「그 밖」이라고 적었다.
삼만 이천은 이 표에서 처음 나온 수가 아니다. 지난해에 한 사람이 넉 달 동안 세어 둔 수다. 그 사람은 그것을 사망자 수라고 부르지 않았고, 그가 붙인 이름은 「돌아오지 아니한 카드」다.
삼만 이천이 십일만 육천 안에 다 들어 있는지를 확인한 문서는 없다.
「그 밖」은 살아 있다는 뜻이 아니다. 사망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표에서 사람이 살아 있는지를 적는 난은 처음부터 없다.
난의 이름을 정하면서 계원 하나가 물었다.
계원이 물었다. — 사망으로 분류한 삼만 이천을 다시 세는가.
— 세지 아니한다.
— 지난해 것을 그대로 옮기는가.
— 옮긴다.
— 지난해에 그 수를 낸 이는 그것을 사망자 수라고 하지 아니하였다.
— 안다.
— 그러면 난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는가.
— 「사망」으로 한다.
— 사유를 부기에 적는가.
— 적는다. 지난해 계수에 따른다고 적는다.
— 그 계수가 무엇이었는지는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한 사람이 세지 않으려고 붙여 둔 이름을 이 표가 떼고 다른 이름을 붙였다. 떼는 데 든 종이는 부기 한 줄이다.
둘 — 통지(通知)
팔만 사천은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이 표가 확인한 것은 아니다. 죽었다고 분류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에게 통지한 문서는 한 장도 없다.
알릴 방법이 있는지를 등록국장이 먼저 물었다.
국장이 물었다. — 말소를 알리는가.
— 알릴 조문이 없다.
— 조문이 없으면 알리지 못하는가.
— 알리려면 주소가 있어야 한다.
— 등록부에 주소가 없는가.
— 난이 없다.
— 등록소를 통하여 알리면 되지 아니하는가.
— 등록소에 오는 사람은 말소되지 아니한 사람이다.
— 말소된 사람은 오지 아니하는가.
— 올 일이 없다. 낼 것이 없어 말소되었다.
카드의 앞 다섯 난은 1952년 신청서에서 그대로 왔다. 그 서식에 사는 곳을 적는 칸이 없었다. 열아홉 해 동안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명부는 사람을 찾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자격을 적으려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찾을 일이 처음 생긴 해가 이해다.
말소된 사람이 어느 쪽에 몰려 있는지는 여덟 해 전 소득분위별 납부율이 이미 보여 주었다. 못 낸 사람이 먼저 빠지고, 빠진 뒤에 남은 사람의 평균 소득이 오른다. 이 나라의 국민은 해마다 조금씩 부유해졌다.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 가난한 쪽이 빠진 것이다.
1953년 시행 규정 제9항은 납부 기재가 없는 국민증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적었다. 정지는 명부에 남는 상태였다. 이번 개정은 그 상태에 이름을 주었다.
자격만 적어 둔 명부는 자격을 거둘 때 그 사람에게 닿지 못한다.
그래서 팔만 사천이 자기가 말소된 것을 아는 길은 하나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창구에 갔을 때다. 국민증을 갱신하러 가거나, 아이의 서류를 떼러 가거나, 배를 타려고 증명을 얻으러 갔을 때 듣는다.
열일곱 해 전에 외무부 조약과가 검토한 것이 이것이다.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는 어느 나라에 의하여도 국민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사람을 무국적자라고 적었다. 그때 이 나라 국민은 그 정의에 들지 못했다. 이 정부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1년 12월 31일에 팔만 사천은 그 정의에 들었다. 들게 한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이 정부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나라는 그 협약의 체약국이 아니다. 정의에 드는 것과 보호를 받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 정부가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준 것은 무국적자라는 자격이다. 그 자격은 쓸 데가 없다.
팔만 사천이 자기의 말소를 아는 길은 하나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창구에 갔을 때, 그때 처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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