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4부 이산(離散)
14화제23장 수용(收容)
둘 — 심문
신청인은 1953년 가을에 야마구치 해안에서 검거되었다. 검거 조서의 국적란은 비어 있다. 심문은 1954년 6월에 한 차례 있었다. 묻는 쪽이 재판관이고 답하는 쪽이 입국심사관이다.

— 신청인의 국적은 어디인가.
— 확정되지 아니하였다.
— 확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어느 정부가 자기 국민이라고 인정하면 된다.
— 인정한 정부가 있는가.
— 있다. 다만 그 정부에 항구가 없다.
— 항구가 없는 것은 국적의 문제인가.
— 송환의 문제다.
— 그러면 국적은 확정된 것 아닌가.
— 국적이 확정되어도 보낼 수 없으면 이 서류는 채워지지 않는다.
대리인이 낸 소명자료 가운데 망명정부 도쿄 사무소의 신원보증서가 있다. 이 사람이 우리 국민이며 우리가 보증한다는 내용이다.
사무소는 그 문서를 발급했다. 발급한 다음에 어디로 데려가겠다는 문장은 넣지 못했다. 넣으려면 항구가 필요했다.
보증서는 소명자료로 접수되었고 판단에 쓰이지 않았다. 결정문에 인용된 자리가 없다.
인용되지 않은 이유는 결정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다투는 쟁점이 국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적을 다투는 재판이었으면 이 종이가 증거가 되었을 것이다.
이 재판의 쟁점은 나갈 곳이었다.
셋 — 상한
이 결정이 남긴 것은 한 줄이다. 지정되지 아니한 집행은 정지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법리로는 흠이 없다. 정지는 집행을 멈추는 일이고, 멈추려면 움직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반대편이다.
이 서류 한 장에는 처분이 둘 들어 있다. 내보내는 처분과 내보낼 때까지 가두는 처분이다. 앞의 것은 상대가 있어야 집행된다. 뒤의 것은 상대가 없어도 집행된다.
상대가 없는 동안 집행되는 것은 뒤의 것뿐이다.
집행되지 않는 처분은 취소할 실익도 인정되기 어렵다. 실익이 없으면 본안도 서지 않는다. 서지 않는 본안으로는 수용을 다투지 못한다.
— 제2수용동 재소 기간이 열두 달을 넘긴 자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 송환 준비 중으로 둔다.
— 준비의 진척을 무엇으로 적는가.
— 적을 난이 없다.
— 그러면 기간의 상한은 얼마인가.
— 정한 바 없다.
— 상한이 없다는 것을 재소자에게 고지하는가.
— 고지 사항이 아니다.
고지 사항이 아닌 것은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고지할 서식이 없어서다.
이 편에서 서식이 사람을 정한 자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승선자 명부의 소속 칸이 첫 번째였고, 여권 신청서의 같은 칸이 두 번째였다.
세 번 다 빈칸이었다.
제2수용동 벽에 재소자 명부가 붙어 있다. 한 달에 한 번 갈아 붙인다.
갈아 붙일 때 이름을 지우는 경우는 셋이다. 송환된 사람, 가석방된 사람, 죽은 사람.
1954년 하반기의 명부에서 지워진 이름은 뒤의 두 가지 사유뿐이다.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54년 9월 28일 뉴욕에서 채택. 1960년 6월 6일 발효.
— 제1조 1항. 이 협약의 적용상 「무국적자」라 함은 어느 국가에 의하여도 그 국가의 법의 시행에 있어서 국민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 제27조. 체약국은 유효한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지 아니한, 그 영역 안의 무국적자에게 신분증명서를 발급한다.
제28조. 체약국은 그 영역 안에 합법적으로 체재하는 무국적자에게 그 영역 밖으로의 여행을 위한 여행증명서를 발급한다.
이 협약에 우리 국민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들어가려면 어느 국가도 자기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인정한다.
제1조는 사람의 처지를 보지 않는다. 인정하는 정부가 있는지만 본다. 인정이 있으면 여권이 없어도, 받아 주는 항구가 없어도, 그 사람은 이 협약이 말하는 무국적자가 아니다.
제27조와 제28조가 무엇을 주는지는 분명하다. 신분증명서와 여행증명서다. 우리 국민에게 없는 것이 정확히 그 둘이다.
망명정부 외무부 조약과가 검토서를 올린 것은 그해 10월이다. 여섯 쪽이고, 결론은 마지막 쪽에 세 줄로 적혀 있다.
가입 신청은 하지 않는다. 가입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판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밖에 알리지 않는다.
검토 회의의 문답이 별지로 붙어 있다.
— 우리가 이 협약에 가입할 수 있는가.
— 체약국은 국가다. 우리를 국가로 받아 주는 나라가 둘이다.
— 그러면 우리 국민은 이 협약의 보호를 받는가.
— 받지 못한다.
— 왜 받지 못하는가.
— 우리가 국민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 인정을 거두면 받는가.
— 받는다.
— 거둘 근거가 국적법에 있는가.
— 없다. 이탈에 관한 조문이 없다.
— 그러면 넣어야 하는가.
— 넣으려면 삼분의 이가 필요하다.

이 협약의 보호를 받으려면, 자기 정부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자기가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는 쪽과 증명받는 쪽이 같다. 그런 증명은 서류로 성립하지 않는다.
백 사무관이 말했다. — 한 가지를 정해 두어야 한다.
— 저쪽이 우리를 국가로 보지 않는다고 우리가 먼저 적으면, 그 문장이 남는다.
— 남은 문장은 나중에 인용된다.
— 인용되면 결의 195의 한 줄과 나란히 놓인다.
— 나란히 놓이면 둘 중 뒤엣것이 이긴다.
— 그러므로 적지 않는다.
이 결정으로 검토서 여섯 쪽은 조약과 서류함에 들어갔다. 사본은 만들지 않았다.
한 사람의 여행할 권리와 한 정부의 승인 한 줄이 같은 저울에 올라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마지막은 아니다.
오무라 제2수용동의 대리인이 이듬해 봄에 제28조를 원용했다. 회신은 두 줄이었다.
일본은 이 협약의 체약국이 아니다. 체약국이 아닌 나라에는 발급 의무가 없다.
협약은 채택되었고, 발효는 여섯 해 뒤이며, 그 자리에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므로 이 회차의 문서 세 조는 이 사람에게 두 번 닿지 않는다. 한 번은 정의에서 걸리고, 한 번은 관할에서 걸린다.
둘 중 하나만 있었으면 다투어 볼 수 있었다.
검토서 넷째 쪽 여백에 연필로 적힌 줄이 하나 있다. 누가 적었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 저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대한민국 대법원 단기 4288년(1955) 행상(行上) 제4호
국민증 반납 신고 반려 처분 취소 청구 사건 판결
1955년 11월 선고. 『망명정부 판례집』 제1권, 사법부, 1968, 호놀룰루 간행.
—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 이유 중. 이 법은 국민이 국적을 이탈하는 절차를 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금하는 것과 같지 아니하다.
— 그러나 절차가 없는 신고를 행정청이 수리할 방법 또한 없다.
국적은 권리이지 부담이 아니다.
1955년 6월 13일, 한 사람이 자기 나라를 그만두겠다고 창구에 신고했다.
신고서 서식은 없었다. 그는 등록 정정 신고서의 사유란에 손으로 적었다.
하나 — 창구
이유는 여행이었다.
국민증을 입국 서류로 받는 나라는 둘이다. 체류국이 무국적자에게 내주는 여행문서를 받는 나라는 그보다 많다. 그 문서의 발급 요건은 한 줄이다. 어느 정부의 보호도 받지 못할 것.
국민증을 가진 사람은 그 요건에 걸린다. 보호받고 있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호받고 있는지는 요건이 묻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증을 내려놓는 것이 이득이 되는 순간이 온다. 1955년이 그 해다.
그 계산을 한 사람이 몇이었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등록계 일지는 그런 문의가 그해에 여러 번 있었다고만 적었다. 건수를 세는 난이 일지에 없다.
신고까지 간 것은 이 한 건이다. 나머지는 창구에서 끝났다.
등록계 서기가 물었다. — 무엇을 신고하러 왔는가.
— 국민증을 반납한다.
— 분실 신고인가.
— 아니다. 여기 있다.
— 반납은 서식이 없다.
— 그러면 어느 서식에 적는가.
— 정정 신고서 사유란에 적으라. 접수는 한다.
— 접수하면 처리되는가.
— 접수와 처리는 다르다.
접수인은 그날 찍혔다. 반려 통지는 열하루 뒤에 나갔다.
통지문은 두 줄이다. 이 법에 반납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규정이 없으므로 수리하지 아니한다.
받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받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둘 — 없는 조문
원심에서 내무부 등록국장이 참고인으로 나왔다. 윤계원이다. 아홉 조를 초안한 사람이다.
재판장이 물었다. — 이 법에 이탈 조문을 두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 두지 않기로 정한 것이 아니다.
— 그러면 무엇인가.
— 그런 신청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 삼 년 만에 생겼다.
— 그렇다.
— 지금 넣을 수 있는가.
— 제9조가 삼분의 이를 요구한다.
— 삼분의 이는 몇인가.
— 지금 의석으로는 채울 수 있다. 다만 이 사안으로는 발의하지 않을 것이다.
— 왜 하지 않는가.
— 나가는 문을 만드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기록에 그다음 문답은 없다. 재판장이 더 묻지 않았다.
이 나라의 아홉 조는 들어오는 절차만 가지고 있다. 들어온 뒤의 절차도 있다. 나가는 절차는 처음부터 쓰이지 않았다.
쓰이지 않은 이유는 악의가 아니다. 나가고 싶은 사람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땅을 잃은 정부가 국민을 정의할 때, 정의하는 쪽은 사람이 남아 주기를 바라는 쪽이다.
제5조는 국민증이 여권을 대신한다고 적었다. 대신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대신 선다는 뜻이다. 서는 자리가 좁아지면 대신하는 물건도 함께 좁아진다.
1951년에 그 자리는 아홉이었다. 1955년에 둘이다. 조문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한 사람의 여행할 권리와 한 정부의 승인 한 줄이 같은 저울에 올라갔다. 이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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